대한극장을 지나치면서..

오늘 퇴근 길에 대한극장을 지나치게 됐어요. 대기업이 운영하는 멀티플렉스 체인이 생겨나기 전 대한극장은 서울에서 제일 시설이 좋은 극장이었어요. 국내 최초로 70mm 영사기를 사용하는 극장이었고 음향시설도 최고 수준이었죠. 국도, 스카라, 명보, 피카디리, 단성사, 중앙 등이 사라지거나 유명무실해진 지금 서울극장과 함께 유일하게 20세기부터 존재했던 오래된 극장이 되었네요. 네이버 지식백과를 통해 확인해 보니까 대한극장은 1956년에 개관을 했는데 개관 당시에도 1900여개 객석을 갖췄었다고 하네요. 특히나 소극장들이 유행했던 90년대에는 가장 큰 스크린 사이즈를 자랑하는 극장이었어요. 대한극장이 멀티플렉스로 재개관하기 전 제가 마지막으로 본 영화는 아라비아의 로렌스였어요. 이후로도 당분간 단관체제로 유지되어 사실상 단관상영 마지막 영화는 2000년에 상영한 징기스칸이었지만 오리지널 70mm영화는 아라비아의 로렌스가 마지막이었죠. 상영 당시 극장에서 배포했던 팜플렛을 보면 마지막 70mm 영화라고 대대적으로 홍보를 하고 있는 모습을 읽을 수 있어요. 그리고 70mm영화가 무엇인지 그리고 종류가 무엇인지도 소상하게 알려주고 있죠.

 

 

 

 

제가 새삼스레 대한극장 이야기를 올리는 것은  대한극장 역시 경영난으로 대형 멀티플렉스 체인에 넘어갈 것이란 소문을 들었기 때문이에요. 증권가에서 떠도는 소문이니까 확실치는 않지만요. 만약 이 것이 사실이라면 개인적으로 많이 서운할 것 같아요. 어린시절, 그리고 학생시절 추억을 많이 담고 있는 곳이니까요.

 

 

80년대 대한극장 모습 (출처 : 익스트림 무비(http://extmovie.com/)

  

    • 멀티플렉스로 바뀌면서 이미 사라진거죠. 시내 극장들 중 하나라도 온전하게 보존했으면 좋았을텐데 아쉬워요.
    • 저희 어머니께서도 대한극장에서 [마지막 황제]를 길게 줄서서 봤다고 하시더군요.
      저도 종종 이용하던 극장이라 없어진다면 정말 아쉬울 것 같해요. 헛소문이면 좋겠네요.
    • GREY/

      그래도 지금 모습으로라도 오래 남아줬으면 하는 생각이에요.

      쥬디/

      8,90년대엔 예매시스템이 갖춰져 있지 않아서 흔히 볼 수 있는 모습이었죠.
    • 대한극장은 멀티플렉스로 바뀌면서 이미 죽었어요. 저 극장이 대한극장이라는 이름을 쓰는 것 자체가 잘못된 겁니다.
    • 네, 멀티플렉스 극장이 되면서 죽었죠. 화면비도 못맞추는 극장이 되어 버렸잖아요.
    • DJUNA/

      그렇다면 더더욱 아쉬운 일이네요. 2000년대 들어와서 거의 모든 단관극장이 사라지거나 멀티플렉스화 되었으니까요.
    • 뭐, 멀티플렉스화되었다고 그게 꼭 나쁜 건지 모르겠어요. 지금은 롯데가 된 피카디리 극장엔 썩 좋은 와이드스크린 상영관이 있어요. 지금은 더 이상 영화관이 아니지만 멀티플렉스 시절 명보에서 본 제국의 역습은 제 생애 최고의 영화 경험이었죠.
    • 다 체인으로 넘어가는데 서울극장은 어떻게 살아남아있나 모르겠어요 시설도 안좋고 사람도 없던데..
    • DJUNA/

      멀티플렉스 시스템 자체가 나쁘다고 보진 않지만 거대 체인에 의해 운영되는 멀티플렉스는 맘에 안드는 부분이 있죠. 극장 수는 늘었지만 경우에 따라선 선택의 폭이 굉장히 좁아진 부분이요. 어떨 때는 시간이 좀 나서 영화를 보려고 해도 보고 싶은 영화가 하나도 없을 때도 있어요.

      폴라포/

      서울극장 사주가 우리나라 영화계 거물이란 말을 들었어요.
    • 서울극장도 곧 넘어갈 것 같던데요. 거기서 돈 주고 영화 안본지 오래되었는데 가끔 시사회 때문에 가면
      거의 시사회 전용 극장이 되어가는거 같던데 그렇게 되면 곧 넘어가거나 망하더군요. 시설도 진짜.. 스크린이.. 낡은게 아우..
    • wonderyears/

      그렇게 되면 우리나라 극장은 시네마테크처럼 운영되는 곳을 제외하면 CGV, 메가박스-씨너스, 롯데시네마 이렇게 세 군데가 장악을 하는거네요.
    • ㄴ 그렇게 될지 안될지는 제가 너무 장담하듯 썼는데... 사실 서울 극장 싫어서 악담한거 같네요... 그러니까 좋은 영화 틀어주면서
      극장주나 직원들이 영화에 애정이라도 있는 것 같으면 좋은데 서울극장은 아... 분위기 부터 참 싫어요... 거기 일하는 분들은 부득이하게
      제 비난이 대상이 되셨으니 죄송하단 말씀을..ㅎ
    • wonderyears/

      사실 서울극장이 감상 분위기도 안 좋은 것으로도 유명하죠. 이상하게 연세 드신 분들이 많이 오시더라고요. 영화 보는 내내 추임새를 넣으시는데 ..
    • 그래서 비디오곽에 "서울극장 개봉작!" 이라는 문구가 들어갔던 거구나...
    • 대한극장은 딱 한 번 가봤죠. 91년 가을에 반값 개봉한 영화가 있었어요. 최민수, 최수지 주연 영화인데 스크린이 아까워..
      아라비아의 로렌스, 2001 스페이스 오딧세이 스팔타커스 같은 대작들만 따로 상영하는 영화관으로 남았으면 지금쯤 어땠을까요?

      서울극장도 '쉬리'보러 한 번 가봤던 곳
    • 자두맛사탕/

      그렇게 비디오케이스에 극장명까지 들어간게 있었나봐요. 재미있네요.

      l'atalante/

      아그네스를 위하여군요. 대작들만 1년 내내 상영하기엔 컨텐츠가 부족하지 않을까요?
    • 세상에 마지막 사진. 초등학생인 제가 저 줄에 있을것만 같네요. 귀여운 키아누 리브스가 주연이었던 엑설런트 어드벤쳐!
    • l'atalante / 그 정도 대형 극장을 그런 식으로 운영한다면 유지비를 못 맞출 겁니다.
    • 제 남자친구가 대한극장에서 마지막 상형한 아라비아의 로렌스 봤다고 늘 자랑해요. 저랑 나이차가 있어서 저는 대한극장이 바뀌고 난 이후부터 영화를 보러 다니기 시작했거든요. 다른 극장보다 예매안할 수 있어서 저는 자주 갔는데 없어지면 너무 서운할 거 같아요. 영화 한 편- 꼭대기층에서 장미 구경-필동 면옥에서 냉면 먹기 코스 정말 좋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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