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나간 시간에 바치는 노래 + 내년의 소원

1.  

 

2011년이 끝나갑니다. 여느 때와 같은 한 해의 마지막이지만 기분이 약간 더 싱숭생숭해요.

 

저는 83년생이거든요. 우리나라의 근본없는 나이 계산법에 따르면, 저의 20대는 이제 끝입니다.

 

아니 태어나자마자 한 살 먹고 시작하는게 어디있어요. 1년을 살아야 한 살이지.

제가 이렇게 말하면 '야 그럼 태어났는데 0살이라는건 말이 되냐?'라고 한 마디씩 하는 사람들이 있는데,

태어나서 1주일이 지났으면 생후 1주일이고, 태어나서 200일정도 지났으면 생후 6개월이지, 그게 왜 한 살 이냐고요.

'살'은 해를 기준으로 늘어나는게 아닌가요? 그러니까 당연히 태어나고 일년이 지나야 비로소 한 살이 되는게 합리적이죠.

 

그리고 그것 만큼이나 기가 막힌 나이 계산법은, 태어난 날이 기준이 아니라, 한 해가 시작하는 날을 기준으로 나이가 변한다는 거에요.

아니 올해 1월 1일에 태어난 아기가  내년되면 두 살이고, 방금전에 태어난 아기도 내년되었을 때 똑같이 두 살이라면 그게 말이 됩니까?

수학적 관념이 너무 부족한거 아니에요? 아니 서열 따지는거 좋아하는 사람들이 왜 이런 셈 법에 그렇게 약한지 몰라.

 

 

저는 이 시대의 합리성의 마지막 보루이기 때문에, 아직까지는 (만으로) 스물 여덟이라고 박박 우기고 다닐테지만,

하여튼 다른 사람들은 저보고 그러겠죠. 형 벌써 서른이에요? 아, 올해 서른이시네요. 너도 이제 서른이구나. 저기요 아저씨!

 

 

그래서 어쨌든 끝나가는, 끝나버린 20대를 돌아보며 잠시 회한에 잠깁니다.

더 열심히 살껄,. 다시 오지 않을 그 푸르고 찬란하던 시절들. 더 넘어지고 더 상처받는건데, 무엇이 두려워 방구석에만 쳐박혀 있었을까.

 

 

저는 그래요. 제 20대한테 너무 미안하고 한편으로는 그 녀석이 너무 괘씸해요.

더 잘 해줄껄. 그런데 너는 나한테 왜 그거 밖에 안해줬니.

 

 

그래서 이제는 한 줌만 남은 내 20대에게 해주고 싶은 마지막 말이 저거에요.

Hang on, Hang on.

 

내가 알던 그 모든 빛나는 것들 중 태양은 바로 너였으니. 잠깐만, 아직 잠깐만 기다려 달라고.

네가 내게 했던 그 모든 속임수들 다 기억하고 있어. 하지만 나는 아직 즐겁고 싶어. 누군가가 필요해.

 

잠깐만 더 거기서 나와 함께 해줘.

 

 

 

 

 

2. 서른이 되면 조금 더 성숙해질까요? 개뿔. 만으로 28년 넘게 살면서 그럴 건덕지도 안보였는데 서른되었다고 갑자기 그럴리 없죠.

여전히 언제나 시나브로 한결같이 이렇게 철없고 대책없는 모습 그대로겠죠.

 

그래도 그 동안 많이 정진해 왔으니, 내년에는 제가 원하던 바가 꼭 이루어졌으면 좋겠어요.

쉽지 않았거든요. 그동안 남들한테 욕도 많이 먹고 했지만 제 길을 부끄러워하지 않았어요.

내년에는 꼭 제가 노력한 결실이 이루어졌으면 좋겠습니다.

 

내년에는 꼭,

고자되기. 고자됩시다. 고자될테다.

고자고자고자만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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