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가수다, 그리고 불후의 명곡2에 대한 생각.

poem II님의 알리글 (http://djuna.cine21.com/xe/board/3410148 )을 읽고 전부터 생각하던 바를 몇 자 적어봅니다.

 

현재 제가 더 재밌게 보는 쇼는 분명 불후의 명곡 입니다.

처음엔 나가수의 짝퉁 정도로 생각했으나 현재 이렇게 위상이 뒤바뀐 것에는 몇가지 이유가 있습니다.

 

가장 큰 이유는 바로 네거티브 인센티브냐 포지티브 인센티브냐의 차이라고 생각합니다.

나가수는 2번의 공연 안에 잘못하면 떨어집니다. 이게 룰입니다. 이거 안지켰다가 사단이 날 뻔 한 적이 있죠.

그러다보니 몇몇 가수들을 제외하면 참여가수들의 첫번째 목표는 1등이 아니라 꼴찌를 하지 않는 것으로 바뀝니다.

그러다보니 안정한 길, 검증된 길을 선택하게 됩니다.

이걸 가장 크게 느겼던 건 장혜진씨가 가질 수 없는 너라는 곡으로 1등을 했을 때 였습니다.

이 곡은 인지도도 좋을 뿐더러 마지막 공연이어서 우승하기 좋은 순간이었습니다. 하지만 편곡이 너무 올드했어요.

이대로 우승하면 분명 이게 먹히는 구나 해서 이 길로만 갈게 뻔히 보였죠. (초반에 모험을 시도했다가 쓴맛을 본 이후이기에 더더욱)

아니나 다를까 그 후로 계속 편곡이 구리다는 평을 듣다가 윤도현처럼 명졸을 눈 앞에 두고 똑 떨어지는 수모를 겪게 됩니다.

 

그에 비해 불후의 명곡2는 포지티브 인센티브입니다.

못한다고 떨구는 경우는 공식적으로는 없습니다. (어차피 이 공연은 제대로 룰을 확언하고 시작한게 아니라 들고남이 좀 더 유동적입니다.)

대신 잘하면 별거 아닌 상패를 수여합니다. 일종의 명예지만 어쨌든 포지티브죠.

그러다보니 떨어지는 것을 겁낼 필요가 없습니다. 그런 룰도 없거니와 경쟁방식도 승자승 방식으로 뒷사람에게 훨씬 유리한 방식이어서

사실 우승자라는 거 자체가 그렇게 공신력이 있는 것도 아니에요. 그러니 우승자 그리고 다승자라는 것에 스스로 명예를 느낄 수는 있으나

1승도 못했다고 아주 죽을 것처럼 부담을 느낄 필요도 없습니다.

그러니 평소 해보고 싶었던 해석들을 무대 위에서 펼칠 수 있게 됩니다.

 

이 과정이 1년여가 쌓이고 나니 현재 제 안에서 나가수와 불후의 명곡의 위상은 뒤바뀌었습니다.

물론 이 모든 것을 뛰어넘는 것은 탁월한 개인(예를 들어 알리같은)의 역량입니다만 전반적인 방향성을 말할 때의 이야깁니다.

 

소위 나가수에서는 어느 정도 검증된 사람들이 나옵니다. 원래 한다는 사람들이 나오니 자연 기대치도 높아요. 옥주현이 나왔을 때 아이돌 출신이라고 까일 때 좀 뜨아했습니다.

그에 비해 불후의 명곡은 정말 폭이 넓습니다. 초통령이라는 인피니티의 남우현과 이제는 한물 가지 않았나 싶던 홍경민이 같은 무대에서 경연을 합니다.

그리고 의외로 두 무대다 볼만했어요. 기대치가 낮기 때문이기도 합니다만 정말 새로운 재미를 주기도 하거든요.

 

자우림도 명졸하고 조규찬이 떨어진 나가수의 방향성 속에서 다시 빈잔 같은 파격과 넘버1, 사랑이야 같은 곡해석을 볼 수 있을까요? 어렵다고 생각합니다. 현재 자신들의 무게에 발이 묶여서 허우적거리고 있어요. 이게 개선이 안되면 반복적으로 재미가 떨어질 것 입니다.

하지만 불후의 명곡에서는 다시 강민경의 의외의 모습과 알리, 효린 같은 보컬의 재발견을 만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조금 더 나아간 생각을 덧붙인다면, 저는 이게 마치 사회의 반영 같습니다.

나가수는 바로 지금의 한국사회의 단면입니다. 안전망이 부재하는 한국사회죠.

그러다보니 모두들 정년보장된다는 교사와 공무원에 목숨걸고 이공계에서는 1순위가 의사의사의사가 되는 현상이 발생하죠.

누구도 내 뒤를 받쳐주지 않습니다. 한발만 잘못 디뎌도 천길 낭떠러지에요.

그러니 새로운 길로 가보거나 잠시 쉬어가거나 돌아가질 못하고 남들 다 가는 길로만 꾸역꾸역 갑니다.

그길의 끝에 벼랑이 있어서 레밍처럼 밀려 떨어진다 해도 그거 밖에 길이 안보여요.

그래서 잠시 주저앉은 사람도 다시 따라올수 있도록 배려해주는 사회로 변화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마무리는 불후의 명곡의 몇몇 재미났던 무대링크로 하도록 하죠.

 

지오와 간미연이 공연했던 "킬러"입니다. 간미연과 지오 둘 다 노래를 잘합니다.

퍼포먼스도 좋았어요. 마무리에 합이 안맞아서 실수를 하지만 않았다면 훨씬 좋았을텐데 아쉽더군요.

지오가 굉장히 감정선을 잘잡는 보컬이더군요.

 

 

 노라줘 이혁이 노래한 "신라의 달밤"입니다. 원체 노라조라는 그룹의 성격과 달리 예수처럼 생긴 락보컬이라고 생각했는데 ㅋㅋ

아주 날카로운 샤우팅을 해주는 보컬이더군요. 이날 무대에서 가장 재미난 공연이었습니다.

이쪽에선 원래 유명했던 가수더군요.

그러고보니 노라조의 조빈도 웃기는 모양새에 비해서 노래를 상당히 잘하던데.

이 그룹의 진지한 곡은 잘 안알려지는게 아이러니죠;;

 

 

홍경민도 이 바닥 생활 거저 한게 아니라는 걸 보여줍니다.

곡해석이 탁월했다고 생각합니다. 34번 반복한다는 감싸네~의 마무리가 기억에 남네요.

 

 

 

불후의 명곡에서 재미난 무대로 빼놓을 수 없는게 강민경이 노래한 잊어야 한다는 마음으로 입니다.

다비치 하면 보통 보컬은 이해리 얼굴은 강민경이라는 공식이었는데

강민경도 보컬의 방향성이 이해리와 다를 뿐이지 중저음의 매력적인 목소리에 진정성이 실리는 보컬이었습니다.

깜짝 놀랐어요. 강민경이 이 정도로 혼자 무대를 채울 수 있는가 하고 말이죠.

아이돌 출신들 중에 솔로하면 무대가 너무 비어보이는 사람이 많은데 강민경은 의외였죠.

 

 

.

강민경의 사랑사랑사랑입니다. 위와는 다르게 또 아주 섹시한 퍼포먼스도 잘소화합니다.

팔색조같은 매력이 있어요.

 

알리와 효린은 말할 것도 없고 케이윌과 신용재도 좋은 무대가 많고 허각, 남우현도 유쾌한 무대들이 있습니다.

나가수에 시들해지셨다면 불후의 명곡을 보는 것도 새로운 재미를 얻을 수 있을겁니다.

    • 나가수는 요즘 그냥 관성적으로 보는데... 불후2는 한때 열심히 보다가(라고 쓰고 강민경이 있을 때, 라고 읽는다) 요즘엔 잘 안 봐요(라고 쓰고, 예쁜 여가수가 안 나와서, 라고 읽음). 그래도 보는 재미는 불후2가 훨씬 좋습니다. 특히 신동엽이 저렇게 좋은 MC라는걸 새삼 다시 발견했죠. 진짜 유려하면서도 재치 있는 진행이란게 무엇인지 보여준다고 할까요...
    • 저도 이거 좋아하는데...김구라가 너무 웃겨요 ㅎㅎ 김구라는 자기보다 어린 가수들 갈굴 때가 젤 잼있는 거 같아요.
      기억에 남는 무대는 신용재의 '잊혀진 계절', 효린의 '그때 그 사람', 린의 '엄마야', 박재범의 '애모', 강민경의 '처음 본 순간', 케이윌의 '뛰어' 등하고 알리의 무대들이 떠오르네요.

      편곡도 나가수에서 흔히 나오는 HOT 열맞춰 식의 들쑥날쑥한 것도 별로 없고요. 말씀하신 이유도 흥미롭지만 저는 단순히 그냥 가수의 역량 때문에 나가수 보다 더 잼있다고 생각했어요. 아무래도 감각 면에서 좀 더 신선한 게 나올 수 있지 않느냐는 거죠.

      저는 대중 음악은 연륜보다는 아무래도 그 새로운 감각이란게 더 중요하지 않느냐라는 입장이라서..
    • 나가수에 비해 1등은 지나치게 뒤로갈수록 뽑기 운으로 1등이 정해지는 방식이 강해서 운영에 불만이었는데 나보코프님 말을 들으니 많이 수긍가네요. 나가수는 정말 안전망이 없다보니 아쉬운 점이 늘어가는 것 같습니다.
      <신라의 달밤> 정말 씐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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