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짧은바낭] 방금 EBS에서 방영된 '씨클로'를 보다가

채널을 돌렸더니 바로 그 전설의(?) Creep 장면이 나오고 있었습니다. ㅋㅋㅋㅋㅋㅋㅋ


정말 한국 대학가에서의 Creep 인기에 불을 질러 버렸던 걸로 기억해요.

원래도 아는 사람들은 다 아는 곡이었다지만 발매된지 3년이 넘어서 갑자기 그렇게 사방에서 난무하게 된 건 이 영화 탓(?)이었죠.

자주 가던 신청곡 틀어주는 술집에선 아예 'Creep은 신청 받지 않습니다.' 라고 써붙여 놓기도 했었고. 나중엔 아마추어 밴드들이 공연에서 이 노래 연주하는 걸 보면 괜히 무시하게 되는 악영향까지(...)

라디오 영화 광고를 유지나씨의 영화 해설-_-로 하기도 했던 것도 기억납니다. 또 이 영화의 흥행으로 베트남 영화들이 좀 수입이 되었... 던 가요. 적다보니 자신이;


사실 전 당시 유행과 인기에 비해 그렇게 재밌게 보진 않았었어요. 차라리 '그린 파파야 향기'쪽이 좋았었는데.

그래도 어쨌거나 파릇파릇한 양조위를 오랜만에 보니 반갑고. 옛날 생각도 나고 그래서 그냥 틀어놓고 있었네요.


그 당시는 정말 생각해보면 말도 안 되는 '스노브가 대세' 분위기였던 것 같아요. 

지금 생각해보면 그저 신기할 뿐이죠. 잠시였다지만 레오 까락스, 왕가위가 무려 인기 흥행 감독인 나라라니. 

만들어진지 수십년이 지난 아트하우스 영화들이 갑자기 시내 중심가 극장에서 마구 개봉하고. 아무리 좋게 봐 주려 해도 이상하잖아요. ㅋㅋㅋ


그리고 EBS.

이 시간에 19세 표기까지 해서 틀면서 담배 모자이크 꼭 해야겠니.

이럴 거면 차라리 틀지 마... 는 아니지만; 이러지 좀 말았으면. -_-+


암튼 말 꺼낸 김에 영상도 첨부하구요.



(샤방샤방 풋풋 양조위가 의도하지 않은 포인트가 되는 영상이군요.)



사족.

그러고보면 90년대는 정말 smell like teen spirit 과 creep 없었으면 어쩔뻔 했냐는 쓸 데 없는 생각이 뇌리를 스치네요.

'대세나 따라다니는 천한 것들' 이라는 시선으로 높은 곳에서 굽어보던 펄잼 팬 친구들도 생각이 나구요. 어차피 펄잼도 완전 인기 밴드였건만.ㅋ


+ 그리고 락 팬들에게 전지구적으로 씹히며 동네북 신세였던 (하지만 어쨌거나 인기 많아서 돈은 긁어 모았던) 본 조비 아저씨에게 심심한 사과의 말씀을 드리고 싶습니다.

죄송;

    • 뭔가 하이 앤 드라이 듣게되면 레벨업하는 그런 간지
    • 간지 리스너의 길이란 참 멀고도 험하죠. 하하. 이젠 크립을 좋아해도 크립을 좋아한다고 말 할 수가 없는... ^^;
    • 맞아요 저도 가장 친한 친구중에 하나랑 커피마시고 있는데 크립이 나와서 듣고있었더니 갑자기
      자기는 세상에서 이노래가 가장 찌질하고 짜증나고 별로고;; 왜 인기도 많은지 모르겠다며 씹어서 상처받은적이 있었죠..

      예전엔 왕가위 영화 상영하면 막 한장도 안남기고 매진되기도 하고 유독 아트하우스 영화들이 크게 인기를 끌던 시절이 90년대 같아요
      물론 크립은 지금도 들어도 참 좋더라구요
    • 90년대의 유행 중 멀쩡한 젊은이들이 나는 루저 너도 루저 우린 모두 루저라며 자학(을 빙자한 개폼이 더 많았지만)하는 정서가 있었고 그래서 Creep이나 Loser 같은 노래는 거의 시대 정신(?)의 표상 같은 존재였었죠. 아마도 친구분께선 그런 루저 유행이 맘에 안 드셨던 듯. ^^;
      Creep 정말 좋죠. 너무 인기가 많았던 게 노래나 밴드 잘못은 아니잖아요. ㅠㅜ
    • 나는 루저 너도 루저 우린 모두 루저...222
      맞아요 근데 지금은 무려 2012년인데 아직도 그 정서를 못버리는 저같은 젊은이가 문제네요,,
      지금 라디오헤드 씨디 찾아서 듣고있는데 이거 가사가 오늘따라 왜이렇게 슬프죠

      넌 천사처럼 특별한데 난 찌질한 바보멍청이라니 엉엉 ㅜㅜ


      학창시절에 가요를 안들으면 대개 몇가지 장르로 빠지는 경향이 있어요

      루저음악/ RATM같은 반사회적음악/ 나인인치네일스같은 퇴폐적이고 울적한 음악 등등...
    • 갱스부르가 남편이랑? 찍었던 영화에서 조니뎁이 잠깐 나올때 나오는 creep 정말 좋아요.
      최근에 소셜네트워크 예고편에 나왔을 때도 좋았고요.
    • 이 영화를 예전에 처음 봤을 때도 느꼈던 거지만, 참 보기가 민망할 정도로 영상과 음악이 어울리지가 않아요.
      여배우의 흐느적대는 모습에나, 딱 동양인 그 자체인 남자들이나.
      이리 보고 저리 봐도 '딱 동양인'들인데 creep은 이리 듣고 저리 들어도 서양인의 체취가 듬뿍 나는 노래죠.
      설령 그렇다 한들 묘하게 조화가 잘 되는 영상도 있긴 한데,
      씨클로의 이 장면과 creep은 제 개인적인 감상으로는 정말 안 어울렸어요.
      다시 봐도 참 안 어울리네요... 어찌할 바를 모르겠어요 ;_;
    • 루저는 어느 시대에나 있죠. 90년대 초중반 영국의 우울한 정서는 2010년대 우리나라를 지배하는 정서와도
      일맥상통하는 구석이 있을 것 같아요. 잠깐 장기하가 인기를 얻었던 것도 끼워맞추자면...
      근데 장기하도 사랑 노래를 불렀나요? 크립은 우울하지만 어쨌든 사랑노랜데...
    • 저 때 이후로 제 포탈닉은 creep 입니다.
      그린 파파야 향기의 여주인공이 저 배우던가요? 얼마전에 보고 낯이 익다 싶었는데 creep에서 본 것 같네요.
    • 왕가위 영화가 한 편 개봉할 때마다 길거리가 영화 주제곡으로 뒤덮였죠. 캘리포니아 드리밍, 해피 투게더 또 뭐 있지..? 왕가위 영화는 화면빨 배우빨 음악빨이 컸죠. 간지나는 배우들이 인생 별거 있냐는 표정으로 쭈그리고 앉아서 상한 통조림 먹을 때 흘러나오는 올드팝..! 저는 좀 오글거렸어요.. 라기보다도 저에겐 그다지 '재미' 있는 영화가 아니었어요. 뭔소리야 이런 느낌.. 심하게 말하면 장편 뮤직비디오 같았어요. 90년대가 또 뮤직비디오 인기가 대단했던 시대잖아요. MTV 와 채널 V도 인기 많았고. 허무주의를 스타일리쉬하게 담아낸 왕가위에게 젊은이들이 열광할 수밖에 없었어요. 그나마 마음의 여유가 있었던 90년대니까 가능했던 정서지 요즘 그런 영화가 나왔으면 다들 먹고 살기 바쁘고 힘들어서 (대중적인) 인기를 못 끌었을지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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