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영박물관에서 경악했던 일

몇 일 전에 런던을 다녀왔는데, 런던 여행 사진 포스팅을 보니 반갑네요!

갑자기 대영박물관에서 뜨악했던 일이 떠올라 몇 자 적어봅니다.


작년에 사회학 강의를 들었었는데, 교수님께서 "대영박물관은 지금 존재하지 않는 문명들이 죽은 채로 만나는 유일한 곳"이라면서 미국 이전의 영국이 가졌던 파워를 설명하셨던 게 아주 인상깊었습니다. (교수님께서는 더 멋진 언어로 설명하셨던 것 같은데 제가 기억하는 방식이 영 초라하네요.) 역시 대영박물관은 대단했습니다. 이렇게 다 가져와 버리면 도대체 이집트에는 뭐가 남나 싶을 정도로 이집트관이 화려하고 컸고, 심지어 신전을 통째로 갖다가 전시하기도 했더라고요. 네 시간 정도를 있었는데도 이집트/고대세계 가이드 투어밖에 못들었어요. 


그런데, 정말 제가 한 번도 박물관에서 경험해보지 못한 충격적인 장면을 목격하고 말았습니다. 

워낙 전시물들이 거대해서 하나하나 유리를 씌우기 쉽지 않았을 것이고, 유리를 씌우지 않는 편이 관람하는 쪽 입장에서는 더 좋습니다만... 유리가 없으니까 사람들이 그냥 만지고, 심지어는 유물에 걸터앉기도 하더라고요! 물론 옆에는 시각장애인만이 신청할 수 있는 touching tour에서만 만질 수 있으니까 만지지 말라는 경고가 써 있지만, 그런 글 뿐인 경고가 먹히나요... 조그만 갤러리들에도 직원들이 한 룸에 한 명 정도씩은 있는데 대영박물관에서는 직원들이 있는 경우도 있고 없는 경우도 있고 그렇더라고요. 어떤 유물들은 제주도 돌하르방들이 하도 만져서 코가 닳아없어지듯이 코부분이 없기까지 하더라고요. 


그러고 나서 파르테논 갤러리에 들어갔는데 오디오 가이드 설명이 가관이더군요. 

기억이 희미한데, 외교관으로 가 있던 영국인이 신전을 영국으로 가져왔는데 그것이 문제의 소지가 있기는 하지만 그렇다 해서 이 유물을 돌려줄 수는 없다는 주장을 펼쳤어요(오디오 가이드가). 그에 대한 근거로 대영박물관이 그 유물을 더욱 잘 전시해서 많은 사람들이 관람할 수 있게 할 수 있다는 것과, 대영박물관이 아니었다면 이 유물을 이렇게까지 잘 보존할 수 없었을거라는 이유를 들더라고요(오디오 가이드가). 마지막으로는 어차피 이 유물을 돌려준다 하더라도 파르테논 신전에 이 전시물이 실제로 전시될 일은 보존의 문제로 없기 때문에 기왕 있던 자리에 전시되지 못할 거 보관 잘하는 우리가 보관해야 한다고 주장을 하는데(오디오 가이드가), 정말 얼척이 없더라고요. 


몇백년 전 일이라고는 하지만 남의 물건 훔쳐다가 전시하는 건데, 이런 식으로 허술하게 관람객들의 무분별한 행태를 방치하면서 자기들이 더 잘 보존하니까 돌려줄 수 없다고 주장하다니 참 뻔뻔하다 싶었지요.  

박물관 자체는 정말 재미있었어요. 한 번 더 영국에 갈 기회가 주어진다면 다시 가고 싶은 곳이에요. 

    • 전시물보다 오디오가이드 말이 더 재밌겠어요 ㅋ
    • 잘 보존해주는거 아니군요 하하 얼척이
    • 대영박물관에 가려다가 동행이 싫다해서 못 갔는데 아쉽네요. 오디오 가이드는.. 허허허
    • 전 그런 박물관이 공짜라 더 경악. 거기서 산 로제타 스톤 열쇠고리 귀여웠는데요ㅎ
      근데 저는 자연사박물관을 더 좋아했죠ㅋ
    • 신전 통째로 전시한 건 베를린에 있는 페르가몬 뮤지엄이 더 좋았어요.



      전 회화 좋아해서 내셔널 갤러리 가고 싶어요. 3일 연속으로 갔더니 민박집에서는 미대생이냐고 물었죠. 아아 옛날이여ㅠㅠ
    • 지들이 아직 대영제국인줄 아나 봐요, 스뚜피잇~
    • 폴라포// 로제타 스톤 열쇠고리라니 ㅠㅠ 갖고싶네요
    • 찬란했던 제국주의 시대의 영광을 끌어안고 있는 곳이 그런 박물관인듯 합니다. 영국이나 프랑스나...
      전 솔직히 역겹네요 저런 주장들이. 약탈품은 돌려줘야 옳은건데.
    • 유럽 박물관이나 갤러리는 보통 그렇더라구요. 저도 내셔널 갤러리에서 유리한장 없이 명작들이 그냥 걸려있길래 가짜 아닌가 싶었거든요. 시큐리티한테 이렇게 해놔도 괜찮냐고 했더니 그래서 자기가 있는거라고-_-; 하더군요. 바티칸에서는 가짜 아닌가 의심하신 한국 아저씨 한분이 그림에 손댔다가 한동안 한국인 가이드 단체투어 출입이 금지됐었다는 소문이 있더군요(믿거나 말거나입니다).
      대영박물관 잘 보고 나중에 파르테논 가봤더니 썰렁하더라구요. 정면 측면 부조들을 영국애들이 다 떼어갔으니 원.. 그런데 영국이나 프랑스나 다 잘나가던 때 타국에서 글어모은 것들로 박물관 만들어놓은 터라 하나 돌려주기 시작하면 대영박물관이건 루브르건 그냥 텅 빈다고 하더라구요. 그게 무서워서 되도 않는 궁색한 변명하면서도 못돌려주는것 아닐까요
    • 쩝...몇년동안 대영박물관 근처에서 학교를 다녔는데, 심심하면 찾아갔었어요... 그냥 사람 구경하러.. 근데 전시를 제대로 본건 한 두어번 될까 하네요... 후회되네요.. 제대로 안 보고 돌아온 것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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