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봉주 전 의원 판결의 문제는 이렇습니다

하도 말이 많아서 판례를 찾아봤습니다.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서비스에서 2006년 이후까지 판례들인데, 그 이전 것은 검색이 안 되더군요.
내용을 일일히 적으면 끝이 없으니 간략하게 정리하겠습니다.

우선 진중권의 말대로 판결 자체의 문제점은 없다고 봅니다.
그동안 공직자 선거법 250조 2항의 "허위사실유포죄"의 적용예들을 보니, 대부분 납득할만 했습니다.
그에 대한 부분은 정봉주 전 의원 건도 마찬가지였고요.
다만 문제가 된 점은 그게 아닙니다.
정리하자면,

1. 검찰이 허위사실유포죄로 기소한 전,현직의원은 2006년 이후 정봉주 전 의원이 거의 유일합니다.
2. 1년 징역을 판결하였는데 이게 상당히 과합니다.

1번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이렇습니다.
검찰은 국회의원들이 자기들 바운더리에서 재기한 문제들은 어지간하면 건드리지 않습니다.
가령 이번 서울시장 보궐선거만 하더라도 나경원 측에서 여러 의혹들을 검증이라는 이름으로 내밀었었죠.
그 뿐만 아니라 선거 철에는 온갖 의혹과 검증론들이 난무하지만 검찰이 이것을 건드릴 때는 거의 없습니다.
현실적으로 그것을 일일히 조사하기가 어렵기도 하고, 함부로 조사했다간 국회의원의 독립성을 침해할 수도 있죠.
나쁘게 말하자면 일반인들은 만만해서 기소가 쉽지만 국회의원은 결코 만만한 상대가 아니거든요.
이 지점에서부터 검찰이 앵무새처럼 말하는 '성역 없는 수사' 라는 잠언은 없는 거나 마찬가지입니다.
이런 점에서 정봉주 건이 기획 기소였다는 의혹은 충분합니다.

2번은 이렇습니다.
사실 정봉주 의원 징역 1년 판결, 이게 많고 적은지 판단하기가 힘듭니다.
왜냐하면 정봉주 전 의원이 2006년 이후로는 거의 유일한 예거든요.

비등할만한 예를 찾자면 허경영이 박근혜를 상대로 비밀 결혼을 했느니 어땠느니 하는 사실을 유포해서,
박근혜 측으로 부터 고소, 이후 검찰이 기소한 사건이 있었습니다.
이 건은 허경영이 모 언론인에게 금품을 주어 기사를 쓰게 했던 점도 포착이 되었습니다.
사적인 이익으로 간주될만한 일로 금품이 오갔으니 이는 공직자선거법(그러나 당시 선거철이었는지는 잘 모르겠습니다.)이나 그에 준할만한 법을 심각하게 위반한 겁니다.
거기에다 민사에다 형사까지 겹쳤으니 상당히 형량이 클만했죠.

이 사건으로 허경영이 받은 형량이 1년 6개월입니다.
그러나 정봉주는 최소한 사적인 이익이 될만한 일은 저지르지 않았습니다.
선거철이었음을 고려하면 다시 재기할만한 의혹이었다는 거죠.
양형 기준을 어찌 잡아야할지 감은 안 옵니다만, 허경영 건과 비교하면 실형 6개월 이내가 적절할 겁니다.
1년은 과해도 너무 과하죠.

이러한 점에서 단지 판결만 놓고 이야기하는 건 말이 안 됩니다.
검찰과 사법부가 정당하려면 검찰은 헛소리하는 의원들 다 찌르고 다녀야하고, 사법부는 정치인들 왕창 감옥에 보내야 합니다.


PS: 제가 검색머신은 아니므로 2006년 이후 판례라도 빼먹은 부분이 있을 수는 있음을 밝힙니다.
    • 더 문제가 되는게 피선거권 10년간 박탈이라는 겁니다. 요즘같이 빠른 세상에서 정치인에게, 그것도 초선에게 10년씩이나 공직에 나올 수 없다고 형을 확정하는건 그냥 정치생명을 끊겠다는것과 다름없는 것이죠. (그리고 이전에 이와같은 사례가 없었다면 이 대법원 판결 자체가 '판례'가 되겠네요.)

      저 개인적으로 봉도사 건에 대해 분노하게 된 지점이 바로 이 때문입니다. 이 판결 때문에 이제는 어지간한 각오 - 진짜 죽을 각오 아니면 유력 정치인들에 대해서 의혹 제기라는걸 할 수나 있을까요? 이런 문제는 제쳐놓고 '감옥 안가려고 버티냐, '감옥 가서 꼴 좋다' 어쩌구 사석에서 나오는 소리에 이제는 참을성이 마비되는 지경에 이르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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