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고 전화를 끝까지 받은 이야기
아까 버스를 타고 가는데 032 국번의 모르는 전화번호로 전화가 걸려왔어요.
모르는 번호에서 전화가 오면 '모르는번호'라는 앱이 작동하면서 그 번호로 전화를 받은 사람들이 그 번호를 싫어하는지 좋아하는지, 그 번호에 어떤 태그를 달았는지를 보여줘요. 광고전화는 대개 광고라고 태그가 뜨거든요. 그런데 아까 전화를 받은 곳은 3G 데이터가 잘 안 터지는 구간이었어요. 매일 같은 노선을 지나면 음영지역이 어딘지 알게되잖아요. 마침 그 음영지역에 있을 때 전화가 걸려오는 바람에 '모르는번호'가 검색을 해주지 못했고, 그래서 전화를 받았죠.
아니나 다를까, 하이마트에서 걸려온 아웃바운드 콜이었어요. 안녕하세요 고객님 하이마트입니다 저희가 이번에 블라블라블라.
그냥 끊을까 하는 찰나에, 상담원이 '고객님 바쁘실테니 금방 말씀드릴게요' 하길래 갑자기 궁금해져서 그냥 '네-'하고 들어봤어요.
아웃바운드 상담원들은 몇초 이상 통화를 해야만 콜수로 잡혀서 수당을 받는다는 말이 생각나기도 했고요.
이번에 어느어느 제품들을 최대 80%까지 할인하고 또 어떠어떠한 행사가 있다는 얘길 우다다 하더니, 관심있는 상품 있으신가요? 하고 묻길래 여름에 사려다가 못 산 제습기 생각이 나서, '제습기도 할인 품목인가요?' 했더니 설마 전화 받는 사람이 진짜로 물어보리라고 기대한 건 아니었던지, '아 네 고객님 저는 행사홍보팀이라 자세한 내용은 모르고요, 다른 부서에서 다시 전화드리도록 해드릴까요?' 하더라고요. 됐다고 했더니 하이마트에 등록된 제 주소지가 맞는지 확인하고 전화를 끊었어요.
총 통화 시간은 3분 남짓? 아웃바운드 콜을 받을 때마다 그냥 아무 말도 안 하거나 바쁘다고 하고 금방 끊어버리는 편인데, 그때마다 좀 미안했거든요. 제대로 통화를 하니까 마음이 좀 후련해지는 느낌적인 느낌이 드는 게, 좀 재미있는 경험이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