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희롱이 아니라 타자화가 문제

성희롱이 아니라 타자화가 문제

 

 

대입 준비를 하면서 모 유명 논술학원에 다녔었습니다.

대치동 한가운데 있었으면서도 반골중의 성골인 운동권 출신 선생님들로 바글바글 차 있었어요.

개량한복을 입고 정말 개혁적인 얘기들을 많이 하셨습니다.

 

수시 결과발표가 나고 친하게 지내던 친구 하나랑 선생님께 인사를 갔어요. 삼겹살을 사 주시고 '너희들도 어른이니 한 잔씩' 하시며 소주도 따라 주시고 2차로 노래방을 갔습니다.

 

남자 선생님이 저한테 마이크를 주시면서 "아바의 세븐틴을 불러보라"고 하셨어요.

전 그 노래 간신히 후렴구만 안다면서 고사했는데 강권을 하셔서 어쩔 수 없이 불렀습니다.

 

부르면서 정말 기분이 나빴어요.

 

 

 

당시에는 왜 그렇게 기분이 나빴는지 몰랐는데 몇 년 지나서 생각해보니 그때 왜 짜식었는지 문득 깨달았어요.

전 선생님들이 절 지적 대화가 가능한 동등한 인격적 개체로 보고 계셨다고 생각했는데

그 선생님들 눈에는 제가 동등했던 게 아니라 '어린 '여'학생'이었던 겁니다. 차라리 그냥 학생이었으면.

 

대충 가사가 "저 아이를 봐 열일곱살 정말 예쁜 나이 저 아이의 한창이지" 같은 내용입니다.

 

 

그 뒤로 꺼려져서 여자 선생님들만 가끔 따로 만나뵈었는데요,

저한테는 약간 트라우마로 남았습니다. 소드나 쌍코 여자분들이 어느 맥락에서 화가 나셨는지 저는 알 것 같습니다.

    • 음! 적극 공감해요. 이게 궁극적인 원인같아요. 성희롱뿐만 아니라 대부분의 남녀문제 or모든 종류의 차별에서 볼 수 있는...
    • 우리는 싸잡아 분류를 경계해야합니다/ 같은 뜻 다른 표현 맞죠? 동의합니다
    • 제가 모르는 아바의 노래일 수 있겠지만 노래가 댄싱퀸 일것 같네요.



      어디 노래 한번 불러봐라 하는 태도는 기분 나쁘죠.

      저도 그래서 회식 때 노래방 가는 거 안 좋아해요.
    • 댄싱퀸은 한국인들이 가장 좋아하는 팝송 1위 입니다. 그 강사도 좋아하는 곡일수 있고 마침 나이가 비슷한 여학생과 노래방에 갔으니 부르는 거 듣고 싶었겠죠. 아무것도 아닌 것에 너무 큰 의미를 부여하는 것 같군요. 박지윤의 성인식 부르라고 했다면 불쾌한 기분 이해합니다만 -_- 이건 너무 오버인 듯 싶습니다.
    • 어른-아이, 선생-제자, 상사-부하 등의 수직적 권력관계가 큰 문제입니다.
      특히 어른-아이나 선배-후배의 경우 한국사회의 문제점인것 같아요. 전 저보다 나이든/어린 외국인과는 즐거운 친구관계를 만들지만, 나이든/어린 한국인과는 그러기가 쉽지 않더라구요. 어린 이에게는 나의 언행이 나이라는 권위를 이용한 폭력이 될까 주저하고, 나이든 이에게는 윗사람에 대한 무례가 될까 저어하게되죠. 뭡니까 이게ㅠㅠ
    • 불쾌한 심정 공감합니다. 이런 문제는 뭐 공개적으로 화낼수도 없고 찝찝합니다 그려. 본인이 그렇게 느꼈다는데 오버라는 분은 뭔가요.-_-
    • camper님의 글에서도 선생-제자나 어른-아이의 권력구도가 없다면 그런 문제도 발생하지 않았을겁니다. 누군가 '나에게 댄싱퀸을 불러줘'라고 하면, '싫은데?' 하고 대답할 수 있는 수평적 관계가 되어야 할 텐데요.
    • 듀게잉여/ 같은 말이라도 상대와 어조와 상황에 따라선 진심어린 좋은 충고로 느껴질 수도 있고 혹은 오지랖으로 느껴질 수도 있는 것처럼 저 상황에서 저 분이 그렇게 느꼈다면 그럴만한 이유가 있었을 거라는 생각이 듭니다. 저도 이 상황을 잘은 모르지만 그 자리에 남학생들도 있는 데 유독 이 분만 지목해 강권하며 불러보라 했을 경우 충분히 떨떠름했을 수도 있었을 것 같고 어조에 따라선 이 사회에 만연한 어떤 클리셰적인 장면들이 머릿속을 스치며 불쾌한 기분이 들었을 수도 있었을 듯 합니다. 그런 부분들을 저 강사분도 술이 덜 취했더라면 사회 생활 오래 한 사람 답게 미리 오해할 여지를 주지 않고 처신을 잘 하셨을 텐데 술이 들어가 판단을 잘 못하셔서 상황이 좀 묘해진 듯 하네요.

      타자화에 대하여 공감을 합니다. 한 편 저도 제가 속하지 않은 부류를 너무 쉽게 일반화하고 타자화하는 건 아닌 지 가능한 되돌아보고 그러함을 경계해야겠다는 생각도 듭니다.
    • 다 좋은데 왜 앞에 운동권 어쩌고가 붙는지 모르겠어요. 전 저 삼국지 어쩌고 하는 분들이 현장에서 기존에 운동을 지켜오셨던 분들을 어떻게 대하고 반응하는지 봤는지라 이런식으로 접근하는 글들이 불편해 죽겠군요.
    • 매우 동의 대폭 공감
    • 유디트/ 운동권이셨어요;;
    • drpain/그런 자리에서 굳이 '여학생 노래 한번 들어보자'는건 이상하게 읽힐 소지가 많아 보이네요.
    • 자기가 좋아하는 노래면 자기가 부르면 돼죠. 노래의 주인공이 열일곱이든 마흔일곱이든, 지금 같이 노래방에 온 사람이 여학생이든 남학생이든 하등 상관이 없어요.

      설령 내가 좋아하는 노래인데 나는 음치라 못 부르겠고 누가 한번 불러줬으면 싶다면 부탁은 한번 해볼 수도 있겠죠. 근데 모른다고, 싫다고 거절했으면 거기서 끝 아닌가요?

      이게 막 한국인 팝송 취향과 노래의 주인공 연령대와 기타 여러가지 상상이 필요한 일인가 싶네요.
    • drpain/그 남학생이 장작 패본적도 앖고, 도끼질은 영 자신없어 못하겠다고 거절하는데, 억지로 시켰다면 그 남학생도 불쾌했겠죠.
      특히 나무를 꼭! 패야하는 생황도 아닌데 말이죠.
    • 아바의 좋은 노래가 성희롱에 연류되다니, 스티그마야 붙지마.
    • drpain / 여자는 남자선생님을 위해 노래부르기, 남자는 장작패기가 보통 자연스럽게 용인되는 시각은 아닌 듯.

      관습결핍증 / 이 글 자체가 '성희롱이 아니라 타자화가 문제'인데 아바 노래가 성희롱에 연루되었다는 건 좀 뜬금없네요. 타자화에 연루되었다면 모르겠지만.
    • drpain/당연히 여선생이 남학생 노래 들어보자.했어도 이상하게 느껴질 여지가 많죠.다만 일반적인 역학상 남선생-여학생의 관계보다 덜 진부해 보일지언정.
      이왕이면 예쁜 여자 목소리가 낫다는 그런 선상은 잘 모르겠구요.그건 drpain님 취향..좋은 남자 목소리나 예쁜 여자 목소리나..
      좀더 진지해지자면 이런 패턴이 불쾌하게 느껴진다면, 흔히 여흥을 일으킨다며 여성이 노래를 부르며 흥을 돋우는 행위.가 역사적으로도 뻔한 레파토리로서 이어져왔잖아요.사실 이왕이면 이쁜 여자 목소리.운운하는것도 그런 시선의 연장선 같고요.
      게다가 '이왕이면 여자 목소리 들어보자'며 선생님이 여학생을 대상으로 그런 지목을 한다는건....물론 그건 drpain님의 판단이지 그 선생님의 판단은 모르는거지만.정황상 그렇게 읽힐 여지가 많다는거에요.
      지금의 저라면 그런 자리에서 따지지는 않겠지만 사춘기시절의 저라면 또 모르겠네요.

      장작을 팰 일과 노래를 부르는건 잘 매치가 안되요.장작은 힘을 필요해서 효율성때문에 남성을 시킬수 있는 문제인것 같은데..노래는 여성이 부르는게 효율적인건가요?;;
    • 촤알리/
      제목은 타자화인데, 타자화에 대한 언급은 별로 없어 보입니다.
      운동권 출신(?) 남교사가 어린 여학생에게 17살 소녀가 등장하는 노래를 시킨 행위로 인한 불쾌함을 드러낸 글 아닙니까.
      행위에 의한 불쾌함을 보고 희롱이라 합니다. 글쓴 분의 얘기를 들어보니-글쓴 분 입장에서-성희롱이라 간주되네요.
      저는 이 글 내용 자체를 뭐라 하는 게 아니라, 제가 좋아하는 노래고 아바를 좋아하는데 팬 입장에서 좀 항변한 거예요.
      물론 본문 쓴 분에게 있어서 기분 나쁜 노래일 수 있지만, 그냥 괜한 선입견같은 게 생길 수 있잖아요.
    • 관습결핍증 / 저 상황이 글쓴 이가 성희롱으로 느꼈다면 성희롱으로 볼 수도 있지만, 그렇지 않다면 제 3자가 굳이 성희롱까지 거론할 상황은 아닌 것 같네요. 이 글만 보고는 댄싱퀸 노래를 시킨 것과 성희롱의 연관성이 크게 느껴지지는 않거든요. 글쓴이가 느낀 불쾌감은 성희롱에 대한 불쾌감이 아니라 자신을 동등한 인격체가 아닌 '어린 여학생'이라는 3인칭화된 대상으로 보고 있는데서 오는 불쾌감 아닌가요?
    • 촤알리/
      타자화를 언급했으나, 실제 사회적 합의로는 성희롱인 경우로 보여집니다.
      젠더에서 말하는 타자화는 배제, 제한을 의미하는 것이고-예컨대 남성중심, 남성우호로 인해 부속적으로 치부당하는 여성같은 경우 말이죠.

      그런 타자화가 이뤄진 과정이 저 교사에 의해서가 아니라 본인 스스로 그렇게 환기한 것인데 왜 그런 용어를 선택하시면서까지
      성희롱은 아니고 타자화라 하셨는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같은 말을 계속 반복하게 되는데, 그 불쾌감이 희롱입니다. 이런 말 계속 반복하기도 그렇네요. 댓글로는 이쯤하고 저한테 뭐라고 하시려거든 쪽지 주시길.

      그나저나 '대충 가사가 "저 아이를 봐 열일곱살 정말 예쁜 나이 저 아이의 한창이지" 같은 내용입니다.' 라고 띄어놓고 마지막에 안 붙이셨으면 제가 가벼운 어투로 피딩을 안 했을 텐데 말이죠. 스테레오타입으로 봐도 댄싱퀸은 퀴어, 페미니스트 취향 노래인데 아무리 상황 때문이라 그래도. ㅠㅠ
    • 이게 이 사태와 어떻게 같습니다. 나꼼수가 권력관계입니까? 무슨 비키니사진 올린 사람은 억지로 성상납 했나요.
      운동권 남자들에 대한 반감을 이상하게 확장시키고 있습니다. (겉으로는 민중민중 거리고 집에서는 가부장제의 화신이었던 그 아저씨들 저도 혐오하고, 어렸을 때 뭣모르고 저런 짓 해준 찝찝한 과거 저도 있지만 이거랑 그건 다르죠)
    • 관습결핍증 / 그냥 님 말에 공감이 안가서 한 말이지 님에게 뭐라고 할려는 생각은 전혀 없구요. ㅋ 그냥 댓글로 주고 받는게 꺼려지신다면 굳이 님에게 댓글을 달지는 않겠습니다. ^^ 심각하게 받아들이지는 마세요.
    • 운동권이었으니 운동권이라고 단서를 붙이는 것(본 글을 쓰신 분이 어떤 함의를 품고 쓰셨던간에)에 굳이 뭐라하는 것도 이상하고, 여학생더러 모른다는 노래 굳이 강권해서 부르게 하는 것도 이상합니다.

게시판 2012

번호 제목 글쓴이 조회 날짜
[공지] 게시판 규칙, FAQ, 기타등등 462,404 01-31
[공지] 게시판 관리 원칙. 147,938 12-31
제 트위터 부계입니다. 3 122,148 04-01
130354 새해복 많이 받으세요 10 185 12-31
130353 아바타 3를 보고 유스포 2 190 12-31
130352 [핵바낭] 올해 잉여질 결산 잡담 14 331 12-31
130351 아바타: 불 과 재 보고 왔어요 짤막 소감 6 226 12-31
130350 [영화강추] '척의 일생' 8 248 12-31
130349 흑백요리사 2 8~10회, 싱어게인 4 탑 4 결정 6 284 12-31
130348 Lacombe Lucien(1974) 7 129 12-31
130347 [관리] 25년도 보고 및 신고 관련 정보. 15 323 12-31
130346 Isiah Whitlock Jr. 1954 - 2025 R.I.P. 2 137 12-31
130345 [왓챠바낭] 우편배달부 말고 '포스트맨은 벨을 두번 울린다' 잡담입니다 12 266 12-31
130344 [넷플] 말 많고 탈 많은 '대홍수' 드디어 봤습니다 14 452 12-30
130343 [반말주의] 다들 올해 고생 많았어!! 새해 모두 건강하고 복 터지길 바래!! 12 185 12-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