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키니엔 문제가 없는데...

* 비키니를 입고 시위한다? 비키니 사진을 시위의 의미로 웹상에 올린다?

그 이야기를 듣고 들었던 생각은 딱 하나입니다. "왜?"

 

정봉주가 '성'과 관련된 사건으로 들어갔거나 관련된 누명을 뒤집어썼다면 의미가 있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합니다.

사건이 성과 관련되어있다면, 여성의 가슴;보편적으로 특정 성의 상징으로 다뤄지는 신체를 이용한 시위가 어떤 상징마냥 여겨졌을지도 모르죠.

 

하지만 그외에는?

시위는 정치적인 행동입니다. '그냥 올리고 싶으니까'  '그냥 입고 싶으니까'따위는 없어요.

진중하고 지루하고 고매하며 하품나오기만할 필요는 없지만, 방법이 무엇이 되었건 거기엔 어떤 의미가 부여되어 있어야하죠.

의미도 그냥 어거지로 끼워맞추는 의미 말고, 여러 사람...최소한 방향을 같이하는 사람들간이라도 공감대를 형성할만한 의미 말이죠.

 

그런 의미에서 단순히 이슈거리가 되기위해,  '자극'을 위해서만 어떤 방법론이 사용된다면 그 행위가 옳으냐 그르냐를 떠나 그 방법은 불필요한 반감을 살 수도 있습니다.

그리고 불필요한 반감을 사는 방법론은 옳고 그름을 떠나 효과적이지 못한 정치적 행동이죠.

 

이건 여성의 가슴이 화두에 올랐다라는 것 자체에 대한 문제제기가 아니에요.

단지 1차적으로, 정봉주의 석방과 여성가슴의 상관관계에 대한 의문입니다.

몇몇 인물들의 문제될 수 있는 표현들엔 눈쌀이 찌푸려지며 그 자체로 이미 충분한 문제거리라고 생각하지만, 어쨌든 말입니다.

 

개인싸이에 비키니사진을 올려 몸매를 자랑하는거, 어떤 비난도 할 필요가 없죠. 개인 홈페이지고, 그 사진의 목적은 말그대로 개인용도 이상도 이하도 아니니까요.

그러나 정봉주 의원 석방 시위나 관련 발언을 하기위해 어떤 문구가 적힌 사진을 올리는 행위는 해수욕장 갔다와서 수영복사진 올리는 선에서 둘 수 있는 행위가 아니거든요. 의도했건 그렇지 않건 말입니다.

 

사람들이 시위를 하는건 결국 자기 주장을 하는 것과 더불어 다수의 사람들과 공감대를 형성하고 그 공감대를 기반으로 한 정치적 힘을 만들기 위해서 입니다.

본인들은 심각하게 생각하건 말건 시위는 대단히 심각한 작업이죠. 시위문화에 즐거움이 섞이는건 분명 필요하지만, 그 즐거움이 메시지를 가려버린다면?

그건 주객이 전도된...아니, 그냥 그건 시위도 뭣도 아닌게 되는거죠.

 

물론 이런 생각을 하지 못하니 그런 사진을 올렸겠고, 저와 같은 생각을 하는 사람들에겐 근본주의자라는둥, 정치를 지나치게 심각하게 생각한다는 둥..따위의 이야기를 할겁니다. 

 

 

* 아래 관련 글들을 읽다가 몇몇 리플들이 대단히 튀더군요.드는 생각은 한가지.

나꼼수의 팬덤은 그 방송이 가진 가능성과 긍정적 의미를 죄다 갉아먹을지도. 의도했건, 그렇지 않건. 하긴, 원래 긍정적 의미나 가능성 같은걸 지녔는지도 의문이지만.

 

 

    • 처음 수영복 사진을 봤을 때는 적잖이 당황스러웠지만, '가슴으로 외친다' '풀어달라' 하는 문구와 결합되니 신선하고 재밌더라고요. 정봉주 석방 여론 환기용 전략으로도 그다지 나쁘지 않았습니다. 당장 당일 트래픽 과다로 홈페이지가 마비될 정도였으니.
    • 제가 이해하는 게 맞다면 가슴사진 문화(?)는 여기서 처음 나온 것도 아니고, 블로그나 게시판에서 "인증" 내지는 "축전" 명목으로 사진을 보내면 대개 남성으로 짐작되는 다른 유저들이 가슴크기나 모양에 대해 -_-;;; 칭찬의 커멘트를 하는 게 하나의 셋트로 알고 있습니다.

      저도 그렇게 엄숙한 사람은 아니지만, 전혀 신선하고 재미있지 않은 저질 문화 (이런 걸 뭐 문화라고 부를 수 있을지 모르겠으나)라고 생각합니다. 같이 즐길거면 남성들도 벗은 몸에 글씨 써서 보내라고 해야죠.
    • loving_rabbit/

      그게.. 남자 사진도 있긴 있더라고요. -.- 전혀 신선하지도, 재미있지도 않은 저질이란데엔 생각을 같이 해요.

      http://www.freebongju.net/index.php?mid=Authenticshot&document_srl=71306
    • 전 오히려 자극적이다, 반여성적이다 하는 지적은 이해를 합니다만 이 글은 수긍할 수가 없네요.

      freebongju.net 가보셨나요?
      거기 사용자들이 올린 사진 보면 일인시위하는 사진 이외에도 온갖 잡다한 것들에 '나와라 정봉주' 메시지를 적어놓고 찍은 사진들이 올라옵니다.
      방바닥에 쓴 거, 티셔츠에 쓴 거, 아이패드에 쓴 거, 미니홈피에 쓴 거 등등..
      말씀하신 대로라면 이것들도 모두 잘못된, 의미없는 시위인가요? 정봉주랑 방바닥, 티셔츠, 아이패드, 미니홈피는 관계 없으니까?

      애초에 이 시위는 기존 1인 시위의 외연을 확대해서,
      꼭 거리에서 피켓 들고 1인 시위를 하지 않더라도,
      아무데서나 자신이 할 수 있는 방법으로 정봉주 석방 메시지를 전달하자는 의도로 기획된 걸로 보입니다.
      일종의 생활시위죠.
      그럼으로써 거리로 나설 용기가 부족한 사람들에게도 참가의 문을 열어두고 또 각자 자신만의 매개체를 선택함으로써 하는 사람이나 보는 사람이나 재미를 찾을 수 있는 부수적 효과도 있고요.

      여기서 비키니 사진 한 장만을 떼어놓고 정봉주와 가슴은 무관하므로 나쁜 시위, 라고 규정하는 것은 시야가 좁으신 겁니다.

      그리고, 전달하려는 메시지와 방법론이 긴밀하게 연관되는 건 '좋은 시위'의 요건이지 모든 시위의 요건은 아니라고 봅니다.
      김진숙씨가 85호 크레인에 올라간 것은 85호 크레인이 갖는 상징성때문에 더욱 효과적이고 훌륭한 시위가 되었지만
      그냥 평이하게 텐트에서 시위하고 단식했다고 해도 나쁘고 의미없는 시위는 아닐겁니다. 한진중공업과 텐트, 단식은 상관이 없지만요.
      또 김진숙씨와 김여진씨는 트위터를 효과적으로 활용했는데 트위터는 한진중공업 정리해고와 무슨 긴밀한 관계가 있나요?
      아니죠. 트위터는 그냥 효과적인 메시지 전달 수단이니까 활용된 겁니다. 무슨 연관같은 게 있는 게 아니고.
      그리고 비키니 시위에서는 트위터 대신 사람의 몸이 사용된 거고요.

      말씀드렸듯이 사람의 몸을 시위의 수단으로 사용했다는 것 자체에 대한 비난이라면 전 인정하겠지만,
      의미가 없다거나 상관이 없다거나 하는 이유로 비난하는 것은 이해가 되질 않네요.

      별 설득력 없는 근거 없이 '왜?'냐고 묻는다면 '왜 안돼?'라는 답변밖에는 듣지 못할 겁니다.
    • 저도 글쓴 이가 너무 심각하게 의미를 둔다는 생각은 드네요.
    • 시위는 단지 정치적 의사표현을 위한 한가지 수단 중 하나 아닌가요. 그런 수단에 너무 큰 의미를 부여하고 제약을 두신건 아니실지.
    • 전 지금 그 수단이 단순히 '직접적 관련성이 없는 다른것'이기때문에 이런 얘길하는게 아닙니다.

      직접적 관련이 없는 것도 글씨를 쓰는 흰종이마냥 수단으로써 아주 효과적으로 쓰일 수 있죠. 단식으로 쓰러지거나 자기몸을 해하는 방법은 어떤가요? 물론 안타까운 일이지만, 자기 생명을 바쳐가며 무언가를 주장한다는 것은 굉장히 큰의미와 힘을 가집니다. 그냥 "이거랑 저건 상관없는 주제잖아"라고 단순하게 얘기할 수 없어요.

      하지만 여성의 가슴;구체적으로 말해 비키니를 입은 여성의 가슴은 어떤가요? 물론 여성의 가슴 자체에 절대불가침의 성역같은 의미를 부여해야만한다라는건 아닙니다. 이건 본문에서도 밝혔죠.

      다만, 아직 우리사회에서 성적함의가 담긴or담길 가능성이 있는 수단을 이유없이 사용하는건 조심해야할 행동 아닌가요? 여기에 "왜 우리가 그래야 하는데?"라는 질문은 의미가 없어요. 지금 논란자체가 이미 '비키니'라는 소재에 사람들이 어떻게 반응한다는 결과로써 존재하니까요.

      공산당 빨갱이 싫어하고 노조는 죄다 빨갱이들식으로 생각하는, 한마디로 '시위'라는 개념자체에 거부감을 가진 답없는 사람이라면 모를까, 아주 평범하고 보편적으로 사람들이 거부감없이 받아들일 수 있는 방법을 이용하지 않고 비키니라는 논란의 소지가 있는 소재를 이용한 결과가 이거 아닙니까? '방법'에 대한 거부감과 소모적인 논란 말입니다. 논란의 소지가 있다면 하다못해 그 논란을 꾸며줄만한 그럴싸할 이유라도 있어야하는데, 아시다시피 감옥에 갇힌 정봉주와 비키니는 별다른 상관관계가 없고요. 혹시 그 질떨어지는 농담처럼 주고받은 이야기들이 상관관계의 근거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하시는건 아니겠죠?

      사실 전 이 사건에서 임재범 나치 복장 사건을 떠올렸어요. 뜬금없이 왠 나치? 나꼼수-진중권-파시즘 따위를 이야기하려고? 아뇨. 다른 좋은 방법 다 놔두고 왜 굳이 저런 방법이지? 저건 도대체 누가 기획한거지?....라는 생각이 떠올랐다는거에요.
    • 메피스토 / 본문에서처럼 '의미'나 '상관관계'를 빼고, '논란이 될만한 방식'으로만 따지면 님 말이 맞습니다. 다만 나꼼수의 요청이 없이 단순하게 몇 명이 비키니 시위 했다면 화제는 됐겠지만 이정도 논란이 됐을 지는 모르겠네요.
    • 저도 그냥 "왜 안돼?"라고밖엔 드릴 말씀이...
    • 아니 뭐 외국에서는 알몸시위도 하는데...
    • 전 처음의 그 비키니 시위는 그래 그럴수도 있다고 생각해요.
      하지만 그 사진을 소비하는 자들의 저질스런 소비 행태가 싫어요. 주진우가 코피를 조심하라? 이딴 식으로 소비하지 말았음 좋겠어요. 모피반대 누드시위 사진에다가 누가 댓글로 코피 조심하라고 쓰면 이거 또라이냐는 소리 듣지 않겠어요?
      그리고 그 뒤에 올라온 사진들, 비키니와 브래지어는 엄연히 다릅니다. 첫 사진은 임팩트용으로 활용 가치가 있었다면, 그 뒷 사진들, 심지어 자기 어린 아들 엉덩이에 와이프 브래지어 걸쳐놓고 찍은 사진까지 보고 있자니 지금 잡혀간 사람이 정봉주인지 김본좌인지 혼돈이 올 지경입니다.

      우리 사회가 아직까지 이런 말초적인 마초이즘에 절어 있는데(심지어 여성들조차 구분 못하는 사람들이 있는 이 마당에) 비키니에 그라비아 각도로 찍은 사진을 공개적으로 올리는 시도는 차라리 안하는게 낫다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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