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인생의 첫 파업 이야기

 

안녕하세요. 7번국도입니다.

 

근 1년동안 업무에 죽을만큼 치어서 스마트폰으로 겨우겨우 글을 읽던 제가 이 시간에 한가로이 앉아서

글을 쓸 수 있는건, 오늘부터 제가 다니는 회사의 노동조합이 파업에 들어갔기 때문입니다.

 

직장생활 6년차에, 지금 다니는 회사가 3번째 회사이니 연차에 비해서 다양한 경험을 했다 생각하는데

파업은 처음이에요. 처음 다닌 회사는, 정규직만 7천명이 넘는 회사였는데 노조가 아예 없었고,

두번째 회사는 규모는 작지만 꽤 강경한 노조가 있었지만, 제가 다니는 동안 크게 사용자 측과 충돌할 일이

없었어요.

 

이에 비해 작년에 이직한 현재 회사는 오래전부터 노동조합이 강성인걸로 유명한 회사이고,

조합원의 이익이 걸린 문제뿐아니라, 정치적 이유와도 결합하여 자주 목소리를 내고 쟁의가 일어나는 회사입니다.

 

그래서 조합원들의 파업을 대하는 의식이나, 이를 대응하는 비노조원 (대부분 부장급 이상의 자동 탈퇴자)들의

의식 역시 매우 자연스럽니다. 오래전 일이지만 파업에서 사측에 크게 이기거나, 승리에 가까운 양보를 받은 적도

있다고 들었구요. 문제는 가장 최근의 파업입니다. 제가 입사하기 이전엔 2년여 전에 큰 규모의 파업을 진행하였는데,

사측에 패배하였습니다. 파업 39일만에 얻어낸거 없이 (명목상으로는 검토하고 함께 상의하겠다..라지만)

현장 복귀를 선언하고 파업을 종결하였다고 합니다. 이후 당시 파업을 주도했던 존경받던 노조위원장은 해고되었고,

더 큰 문제는 파업에 참여했던 노조원들의 트라우마랄까, 패배주의랄까..싶은 상처가 깊게 남은거 같습니다.

 

이번 파업 같은 경우에, 제가 속해 있는 파트는 파업의 직접적인 이슈와 관계가 없습니다. 다른 파트에 경영진의

부당한 행위들이 도가 지나쳐서 시작된 업무거부가, 노동조합의 총투쟁으로 이어져서 총파업이 되었기에

제가 속한 파트도 조합원으로서 연대의식으로 파업에 참여하게 되었거든요. 

 

그래서 제가 속한 파트의 조합원들은 파업과 투쟁에 적극적인 편은 아닙니다.  

저 같은 경우는 오히려 더 골치아프고 파업 직전의 업무강도만 엄청나게 높아졌습니다. 파업으로 대부분의 조합원이

업무에서 빠지는게 예상되던 지난주 후반부터, 부장급 이상들이 감당해야할 실무들에서 구멍이 생길게 뻔해져서,

파업이 시작되는 이번주에 해야할 일들을 금요일 밤늦게까지는 물론, 주말까지 출근해서 미리 해놔야 했거든요.

 

지난주 목요일에 꼬박 밤을 새워서 다음주에 해야할 업무를 마치고, 아웃풋을 타 부서에 인계하러

밤새고 떡진 머리와 추리닝 복장으로 회사 1층 로비를 들어서는데, 타 파트 조합원들이 양쪽으로 도열하여 피켓 시위를

하고 있더라구요;;;;; 아는 얼굴도 많은데, 마치 투쟁 이탈 세력처럼 스스로 느껴져서  민망해 죽는줄 알았습니다.

뭐 그래서, 오늘부터 저도 파업에 들어가는데, 오늘 마무리하고 정리해서, 이제 직접 실무에 들어가실 부장님께;;

인계해야하는 업무들이 있어서 일단 회사에 나왔습니다. 내일부터는 업무 현장 대신, 투쟁 현장에 참여해야겠죠.

 

이왕 하는거 회사에 타격을 제대로 주면서 성공적인 파업의 결과가 나왔으면 좋겠습니다.

제가 속한 파트는 경영진의 잘못된 판단과 지시와는 거리가 있는 편이었지만, 다른 파트를 대상으로한 경영진의 뻘짓 때문에

회사의 전체적인 브랜드 이미지가 크게 추락한 상태, 어디가서 그 회사 다닌다고 말하기 부끄러운 때도 최근에는 종종 있어서

좀 제대로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인생에서 첫 파업 참여를 시작하는 기록을 남겨보고 싶었어요.

 

한줄 요약 : 오늘 부터 전 업무 안합니다. 잇힝.

 

 

 

 

    • 어느 회사인지 너무 쉽게 유추가 되는데요 ㅎㅎ

      꼭 승리하시길 기원합니다!
    • 지난번 파업이 아무 소득도 없는 거였던가요? 아직도 강렬하게 기억하고 있는 파업인데.
      이번 파업은 더 열심히(?) 하셔서 사장 퇴임 쟁취 하시길. (회사 이름은 안쓰셨지만 대강 유추 가능하게 써놓으셨으므로...)
      그나저나 위탄도 생방 안들어가겠네요. 갑자기 생각나는 그 이름 위탄.
    • 힘내시고, 꼭 승리하시길! 응원하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날씨가 다시 추워진다는데 건강 꼭 챙기시구요.
    • 승리를 기원합니다.
    • 승리하세요! 저의 바람입니다.
    • 무도 몇주 못보더라도 괜찮습니다. 이번엔 꼭 잘라(?)주세요.

      위탄 생방송은 걱정되네요..
    • 남의 얘기라고 너무 쉽게하는 말이겠지만요, 정권말에 구색맞추기라는 시선도 있으니, 꼭 더 나은 회사 만드는 승리로 그렇지 않다는 걸 보여주시길 빌겠습니다.
      7번국도님 다치지 마시고요 ㅎㅎ
      • 스마트폰이라 댓글이 안되서 댓댓글로 씁니다. 응원해주시는 많은 분들께 감사드립니다.



        위탄은 오늘 나온 임시편성표를 보니 이전주는 결방될 확률이 높아보입니다. 다만 일반인 출연자들을 합숙시키면서 진행하는 프로그램이라는 특수성때문에 마냥 파업 종료까지 잡아놓을수는 없는 현실이라 어떻게 진행할지 노조측과 제작진 측이 협의 중에 있더군요.



        정권말 구색맞추기..라는 비판도 있지만 오늘 노조 간사분과 간담회를 가져보니, 집행부에서도 지난번 실패의 경험을 교훈삼아 나름 전략적인 타이밍을 골라서 파업시기를 잡은게 느껴졌습니다. 예컨대 2년전에 정권의 서슬이 퍼렇던 시기와 달리, 레임덕이 본격화된 지금은 실질적인 성과물을 얻어낼수 있는 상황이라 판단하고 있는거 같습니다. (예상치 못항 최시중 사퇴도 좋은 환경이구요) 그외에도 사내의 부서간, 직종간 여러가지 이해관계가 복잡한데, 어쨌든 적이 약할때 카운트펀치가 필요한게 맞다면 시기적으로는 나쁘지않다고 생각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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