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죄와의 전쟁"에서의 조단역들 (쓰다 보니 김혜은 위주?)

영화를 보다 보니 반가운 얼굴들이 많이 눈에 띄더군요. 바로 이창동 영화에 출연했던 일반인스러운 경상도 출신 배우들.

 

"밀양"  디비디의  코멘터리와 메이킹 필름도 샅샅이 보고 들었기 때문에 여기 나왔던 경남북의 지방 연극계 출신의 배우들을 인상깊게 기억하고 있었는데, 범죄와의 전쟁에서 무더기로 나오더군요.

최민식의 세관 동료 주임은 밀양에서 송강호의 친구로 나왔었고,

 

조검사의 상관 중 하나로 나왔던 유약해 보이는 검사는 목사역할을 맡았던 분이었죠. 초반의 뇌물 찔러주는 대머리 아저씨는 전도연을 전도하는 약사의 남편(그도 약사죠)이었고요. (전도연과 야외에서 벌이는 당혹스런 정사신은 잊기가 힘들죠...)

그리고 세관원 시절 최민식의 상관인 계장은 역시나 이창동의 "시"에 나왔던 경찰 아저씨. (이분은 그 영화에서는 아주 비중이 큰 역할이었죠. )

 

사투리가 자연스럽고 얼굴은 덜 알려진 배우들을 찾다보니 자연스럽게 캐스팅이 된 건지... 이창동에 대한 일종의 오마쥬인지는 모르겠지만 어쨌든 반가웠습니다. 연기들도 다들 좋았고요.

 

완전 무명임에도 불구하고 큰 역할을 맡은 이라면 역시 하정우의 부하로 나왔던.. 그 80년대 양복이 기가 막히게 어울리는 장발 아저씨를 들 수 있겠죠. 씨네21을 보니 실제로는 동료 조폭역할의 배우들보다 어린 80년생이라서 막내 대접을 받았다는데... 나름 카리스마가 돋보이는 배우였습니다.

(제주감귤님의 게시물에서 이미지를 퍼왔습니다.)

 

그리고 조검사 역할을 맡은 안경쓴 배우는 "황해"에서 유도 전공한 교수로 나왔던 배우라면서요? 그 이야기 듣고 보니 기억이 났습니다. 이 배우도 강직한 (그러나 현실적인) 검사 역할을 아주 잘 해냈습니다.

 

남자들만 득시글거리는 영화다 보니 여사장 역의 김혜은이 눈에 띄었는데... 어디서 본 것 같기는 해도 기억은 안나는 배우였습니다만... 저는 이분 목소리가 개그맨 김숙과 완전히 똑같이 들려서 등장 때마다 김숙 얼굴이 아른거리더군요. 그러고보니 얼굴형도 약간 비슷합니다. 원래 얼굴형이 비슷하면 목소리도 닮은 경우가 많더군요. 물론 외모에서 풍기는 분위기는 완전히 다릅니다.  처음에 얼핏 봤을때는 이 영화에 최화정이 나온다고 했었나? 하는 생각이 들기도.

 

궁금해서 검색해 봤더니 놀랍게도 김혜은은 MBC 공채 아나운서 출신의 배우였습니다. 부산 출신에 학교는 서울대 성악과를 졸업했고요. 아나운서 출신 배우는 임성민과 최송현 뿐인줄 알았더니 이런 인물이 있었군요. (그런데 아나운서가 아니라 기상캐스터였다고도 하네요)

 

개인적으로, 위 사진의 장면에 이어지는 김혜은의 "오빠야, 쫄았제?" 하면서 다리를 벌리는 장면은 상당히 충격적이고 묘한 장면으로 인상에 깊이 남았습니다. "타짜"에서도 김혜수가 팬티를 보여주는 장면이 나오지만 그건 앞에 앉은 남자에게서 뭔가를 얻어내기 위한 수단으로 자신의 몸을 이용하는 것으로, 딱히 새롭거나 전복적인 느낌을 주지는 않습니다.

 

그러나 여기서의 김혜은은 자신의 권력을 확인하는 제스처로 다리를 벌려 보입니다. 미니스커트를 입은 여자가 거리낌없이 흐트러진 모습을 할 수 있는 것은 눈 앞의 대상이 자기에게 아무런 위협이 되지 못하는, 어린아이이거나 애완동물일때 정도일 것입니다.

물리적 혹은 금전적 힘으로 남성이 여성을 지배하는 것과 비교하기는 힘들겠지만, 여성의 미모는 때로 남성을 지배할 수 있는 권력적 속성을 지닐 수 있는데, 이 장면에서 김혜은은 미모권력과 물리적 권력을 동시에 행사하고 있습니다. 이자리에서 너는 X도 아닌 존재다 라는 것을 거리낌없이 다리를 벌리는 제스처로 말해주는 것이죠.  

 

윤종빈의 이전 영화가 호스트들을 다룬 영화였다는 점에서... 아마도 취재과정에서 호스트바에 오는 언니들을 관찰하면서 나온 디테일이 아닐까 짐작해 봅니다.

    • 김성균이 가장 인상적이더군요
    • 주인공들이 하나같이 피부가 나쁜 사람들만 뽑은것 같더군요. 김혜은은 이미 유부녀라네요. 독실한 기독교인이라서 역할 하기가 힘들었다고 하더군요.
    • 박창우씨는 개그맨 김진수의 마른 버전 같아요.
      그리고 저분 확실히 눈에 띄었죠. 근데 80년생...

      김혜은의 쩍벌 장면은 저도 기억에 남더군요.
    • 정말이지 다양한 조연들이 참 인상적이었어요. 저는 검사 역 한 분이 굉장히 인상적이었는데 진짜 80년대의 검사가 저렇지 않았을까...그런 느낌이었어요. 정석 코스를 밟고 올라왔으며 자기 길 앞에 뭐가 들어서는 건 못 견디는 그런 성질 더러운 엘리트의 느낌?
    • 정말 조연들이 강한 인상을 남긴 영화였습니다. 박창우 역할의 김성균씨의 무성의해보이면서도 자연스러운 행동과 카리스마있음이 영화흐름에 좋은 요소가 되었습니다.
      뭔가 보고 나서 여운이 많이 남네요. 폭력성 강한 깡패영화로만 남진 않을거 같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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