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낭] 요령 없음

어렸을 때 동네에는 나와 동갑인 여자아이 둘이 있었습니다.

같은 아파트에 살고, 어머니들이 자주 왕래했기 때문에 같이 노는 일이 잦았습니다.

둘은 사이가 좋았습니다. 늘 누군가와 어울리기보다는 혼자 책을 읽는 걸 좋아하던 저는 셋이서 놀고 있어도 그 둘만큼 사이좋지는 않았습니다.

그런데 그 둘은 사이가 좋은 만큼 자주 싸우곤 했습니다. 싸운다기보단 가벼운 다툼이었지만, 둘이 잘 놀다가도 뭔가 틀어져서 한쪽이 나에게 와서 다른 한쪽의 악담을 늘어놓곤 했었습니다.

또 신기한 것은 다음날이 되면 둘은 멀쩡해져서 함께 놀곤 했던 것이었습니다. 나에게는 도통 알 수 없는 일이었습니다.

왜 맨날 싸우면서 또 시간이 지나면 잘 노는 걸까. 이해하기 힘들었습니다.

 

그때는 몰랐지만 지금은 그편이 훨씬 나았던 것이었구나, 그래서 인간관계가 잘 굴러가는구나 하는 생각을 하곤 합니다.

나는 뭔가 틀어지면 절대 없던 일로 할 수가 없습니다. 뭔가 잘못된 것이 있으면 말해야 직성이 풀리고, 틀어진 것이 있으면 아무것도 없었던 일로 돌리고 편해지는 것 자체가 불가능합니다.

마음에 안들면 얼굴에 다 드러나 버립니다.

내가 생각해도 참 요령이 없습니다.

이제서야 알았습니다. 때로 마음에 들지 않는 것이 있어도, 그냥 없었던 셈치고, 모르는 척하고 웃는 얼굴로 또 다시 만들어가야 하는 인간 관계라는 것.

지금에 와서는 조금은 안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동시에, 나는 절대로 그렇게 재주좋게 세상살이는 못할 것이라는 것을 알았습니다.

 

 

그날 이후 나는 또 어머니와 마주 앉았습니다.

어머니는 나를 붙잡고 미친듯이 울고 소리를 질렀습니다.

내가 병원을 가겠다는 걸 견딜 수가 없다고요.

네가  우울하다, 병원을 가겠다는 소리를 할 때마다 답답해서 미쳐버릴 것 같다고요.

마치 세상 모든 것이 잘못된 것처럼 울고 비명을 지르는 어머니를 보면서 나보다 어머니에게 더 병원이 필요한 것이 아닌가 생각했습니다.

여기서 받아들이는 척이라도 하지 않으면 모든 것이 끝장나 버립니다.

어차피 어떤 말을 하더라도 이해해 주지 않는다는 것은 알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나는 그냥 납득한 척 하기로 하고, 알았다고, 병원에 가지 않겠다고, 내가 잘못했다고, 어머니 말대로 하겠다고 했습니다.

어머니는 한참 동안이나 온갖 말을 쏟아내고, 내가 굽힌 것을 받아들여 주었습니다.

 

그후로, 다시 아무일도 없었다는 듯이 지내오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것은 그냥 임시방편일 뿐이지요.

상처가 나은 것은 아닌데도, 당면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현재의 상처를 봉합했을 뿐.... 상처는 안에서 서서히 곪아들어가고 있지요.

괴로운 일은 모르는 척한다고 없어지는 것도 아닌데...

하지만 나에게는 용기가 없습니다.

이 모든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 재료가 아무것도 없지요.

 

모르는 척 하고 있으면 편했습니다.

아무일도 없었다는 듯이 웃고, 떠들고, 즐거워하는 척을 하고.

 

이대로 좋은 걸까요.

아니, 좋을 리가 없는데.

당장 아무것도 달라지지 않았는데.

나는 어떻게 해야 좋을지 모르겠네요.

 

나도 어머니가 화내는 모습을 보기 싫으니까, 그냥 이대로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과 하지만 앞으로 닥쳐올 일들, 또 스트레스 상황이 되면 울고불고 미친 사람마냥 발광할 나를 생각하면...

 

마음이 점점 마비되어 가는 듯한 기분이 듭니다.

차라리 아무것도 느끼지 못하게 되면 행복할까요.

    • 왁 에아렌딜님 안녕하세요. 글쓰신 부분은 무거운 문제고 제가 뭐라고 도움되는 얘기는 못할 것 같지만 일단 반가운 척 친한 척 해보고 싶었어효. :)
    • 몇 번이고 에아린딜님 글에 댓글을 달고 싶었지만 알 수 없는 이유에서 참았다가 오늘에서야 겨우 다른 이의 글을 옮겨요.


      그리고 나는 우연히 그 곳을 지나게 되었다/눈은 퍼부었고 거리는 캄캄했다
      움직이지 못하는 건물들은 눈을 뒤집어 쓰고/희고 거대한 서류뭉치로 변해갔다
      무슨 관공서였는데 희미한 불 빛이 새어나왔다/유리창 너머 한 사내가 보였다
      그 춥고 큰 방에서 서기는 혼자 울고 있었다!/눈은 퍼부었고 내 뒤에는 아무도 없었다
      침묵을 달아나지 못하게 하느라 나는 거의 고통스러웠다
      어떻게 해야할까, 나는 중지시킬 수 없었다/나는 그가 울음을 그칠 때까지 창 밖에서 떠나지 못했다

      그리고 나는 우연히 지금 그를 떠올리게 되었다
      밤은 깊고 텅 빈 사무실 창 밖으로 눈이 퍼붓는다
      나는 그 사내를 어리석은 자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아주 오래전에 한 번, 댓글로 같은 시를 남긴적이 있어서 객쩍기도 하지만 저 같은 심성의 소유자로서는 이런 남의 글 밖에 남길 수가 없네요.
      힘내세요 같은 말은 금방 흩어져 버리는 것 같아서요.
      올리시는 글은 언제나 유심히 감사하게 보고 있답니다. 다음 글도 기다리고 있을게요.
    • 폰으로 쓰는 거라 오타가 많아요. 오타 죄송하단 말씀먼저. ^^



      1.어머님께 알리지 않고 병원에 가실 수 있다면, 어머님 모르게 치료를 받으세요.

      2. 어머님 도움이 필요하시다면, 다시 한번 어머님과 부딪히셔서.. 도움을 받아내세요. 필요하다면 조선 천지 에아렌딜님보다 더한 불효자는 없을 정도로, 소리치고 울고 물건을 뒤짚어 엎으셔서라도 병원에 가셔요.

      3. 어머님과 싸우시기 두렵다면 병원 이야기는 그냥 없던 일로, 서로 모르는 척 덮어둘 수도 있습니다. 그런데요.. 이대로 가만히 계시면 상태가 점점 나빠진다는 걸 누구보다 에아렌딜님이 느끼시잖아요.

      1,2번은 잠깐만 어머님과 불화하지만 에아렌딜님 상태가 점점 나아지면서 희망이 생기지만

      3번은 지금은 조용해도 답이 안나와요.

      저도 사람 사이의 불화가 일어나는 상황에서 3번을 택했습니다. 당장은 평온해도 끝내는 답이 없는 상황으로 가더라구요. 나중엔 수습하기가 더 힘들었어요. 싸움을 두려워하지

      말란 말. 이제서야 좀 이해가 됩니다

      전 에아렌딜님이 사실은 아주 현명하고 의지도 강한분라고 생각합니다. 치료를 받을 결심을 하셨고, 어려운 상황에서도 공부에 집중하셨잖아요. 그러니 지금 물러서지 마세요.

      힘 내세요.
    • loving_rabbit// 사랑스런 토끼님 반가와요. 저도 토끼님을 아는 척하고 싶은데 이렇게 맞아주시니 황송하네요.

      벚꽃동산// 고맙습니다. 제 견식이 짧아 전하고자 하시는 진의의 반도 파악하기 어렵지만... 제 마음대로 해석해도 된다면, 힘내라는 격려로 생각할게요.

      그냥저냥// 이대로 있으면 안 된다는 것을 알지만... 어머니와 싸우고 싶지 않아요...

      어머니 몸도 안 좋으시고, 그게 아니어도 우울할 일은 가득 있고... 무엇보다 제 자신이 기력이 없어요.

      요즘들어 감정이 필요한 일은 극도로 자제하게 될 만큼 기력이 없어졌어요.

      전 원래 싸우거나 언성을 높일 일을 좋아하지 않아서... 그냥 피해버려요.

      후우. 산적한 문제가 끝도 없어 갑갑합니다...

      조언과 격려 고맙습니다.

      굶은버섯스프// 방법은 여럿 있겠지만... 어느 쪽도 쉽지가 않네요. 마음만 졸이고 있습니다... 고맙습니다.
    • 그냥 어머니께는 비밀로 하고 병원에 가보면 안될까요?
      기록에 남으려나...
      저도 요령없기로는 한 없음 하는터라 많이 공감하네요 '~';
    • 이인// 지금 어머니가 일을 그만두셔서 집에 죽 계시고... 전 수중에 한푼도 없어서... 시일이 지나야 병원에 가볼 시도라도 할 수 있을 것 같아요.
    • 아 어머님 정말 답답하네요 에아렌딜님말고 어머님을 설득할 다른분은 안계신가요? 정신건강분야에 지식이 있는, 제3자가 와서 잘 설명해도 마찬가지 반응이실까요? 일단은 어떻게든 병원을 꼭가세요 경험상 약이 직빵이예요!믿을건 약밖에 없습니다
    • 글을 읽다보니까 어머님 상황도 안됐고 안타깝다는 생각이 들어요. 치료에 저항감이 너무 크신 것 같아요. 저도 지인에게 우울증 치료를 권하고, 손잡고 처음 병원 가는 길을 같이 한 적이 있어요 (다행히 병원 가는 거에 저항감은 적었습니다). 상담치료도 그렇지만 약물만으로 증세가 많이 나아졌어요. 구체적이고 도움이되는 얘기는 다른 분들이 더 해주시고, 앞으로도 해주시길 바랍니다. 저도 댓글에서 많이 배우고 있고요.
    • 당장 병원에 가는 것이 어려우신 상황이시라면 매우 힘드시겠지만 그래도 조금만 더 힘을 내보세요.
      전 이렇게 자신의 상황에 대해 솔직하게 글을 쓰시는 것만으로도 매우 큰 용기를 가지신 분이라고 생각합니다.
      또한 어머님과 또 다시 마주하신 것도 아주 큰 용기를 보이신 것이라 저는 생각해요. 비록 그것이 지난번과 같은 패턴이고 결과는 똑같다 하더라도 포기하지 않으신 거잖아요.
      그리고 짧은 제 생각에 에아렌딜님은 요령이 없으신 것이 아니라 그냥 살아가는 방식이 조금 다른 것 뿐이라 생각해요.

      음. 조금 다른 얘기일 수 있겠지만 전 모든 관계에서 각자의 몫이라는 것이 있다고 생각해요.
      서로에게 어떤 형태로든 영향을 주는 관계에선 누가 더 잘하고 잘못하고 이런 것을 떠나서 각자의 몫이라는 것이 있고 그것을 스스로 감내하거나 한발 더 나아가기 위해
      스스로 자신이 할 수 있는 최선의 선택을 하는 것이 자신에게도 가장 좋고 궁극적으로는 타인에게도 잘하는 것이라 생각한답니다.
      또한 내가 정말 힘든 상황에서 하는 선택은 그것이 설령 타인에게 조금은 해가 되는 행위가 되더라도 정당 방위라고 생각해요.

      저는 님이 매우 지혜로운 분이라는 생각을 전부터 하고 있어요. :) 괜히 듣기 좋으시라고 드리는 말씀이 아니라.
      매우 힘든 상황이지만 회피하지 않고 마주하고 계시고 힘들지만 개선을 하려고 현재의 상황에서 할 수 있는 노력을 열심히 하고 계시잖아요. 지혜와 용기가 없다면 쉽게 할 수 없는 일이죠.
      힘내시길!
    • 요령있으면 유리하긴한데, 애초에 밉보이기 시작하면 요령있음도 여우같은 영악함으로 둔갑되기 쉽죠.
      상대방 입장에선요. 에아렌딜님이 못나고 둔해서가 아니라.
    • 조심스럽지만 무료상담이라도 찾아 꼭 받아 보시길 바라요. 사람 특성인진 모르겠지만, (특히 제 경우엔)혼자서 한 생각을 곱씹고 곱씹으면 자꾸 극단적으로 발전하더라고요. 예를 들어 "나는 예쁘지는 않아" 로 출발해서는 "나는 못생겼어, 살 가치가 없지" 로 발전한다거나.. 이를테면 생각에 제동장치가 없는 상태가 되어 버려요. 약물치료도 좋은데 여력이 없으시다면 상담치료라도, 긍정적인 쪽으로 생각을 바꾸어 주는 연습을 계속 같이 해 줄 누군가가 옆에 있는 것으로도 도움이 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해요. 게시판에 글 쓰시는 것도 좋고요. 이렇게 댓글로라도 남길게요.
      인간관계에 요령 없고, 매일같이 요령있는 척 하는게 부담스러운 사람들 꽤 있을 거예요. 물론 저도 포함;.. 근데 어떻게든 살아가지더라고요. 살다가 요령을 배우기도 하고..
    • 지인 중에 우울증과 홧병으로 치료를 받고 싶은 분이 있었는데 부모님의 반대가 너무 심해 가지를 못한 분을 두 명 알고 있습니다. 두 분 모두 에아렌딜님처럼 경제적 원조가 필요했구요. 한 분은 순종적이고 분란을 싫어하는 성격이신데 아버지가 내 병을 낫게 하지 못하게 해서 원망스럽다 에서 출발, 너무 많은 생각을 하다가 결국 아버지가 없어졌으면(죽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고는 이런 스스로가 무서워져서 아버지께 지금 심정을 고백하고 결국 병원에 갔습니다. 다른 한 분은 부모님과의 사이가 원만하지 않았는데요, 애초에 우리 부모님이 순순히 병원을 허락할 사람이 아니다 판단하고 처음부터 일부러 공격성을 표출하거나 비정상적인 행동을 해서 정말 부모님이 자진하여 병원행을 권하도록 하시더군요. 두사람 모두 제게 "내가 곧 죽을 것 같고, 살아야겠다는 생각을 하니 눈에 뵈는 게 없더라. 그 때 내가 왜그랬는지 모르겠지만 지금도 그 때의 행동에 후회가 없다." 고 하셨어요.지금은 치료를 받고 나아지셨어요.
    • 보건소에서 심리상담 및 치료를 하는 프로그램을 운영합니다. 1:1상담은 물론이고 집단, 가족과 같이 참여하는 것들도 있습니다. 무료고요. 잘 알아보세요. 뻔한 말이지만 어떤 병이든 본인의 의지가 가장 중요합니다. 왼손은 거들뿐이라잖아요.
    • 전 잘 모르지만 혹시 대학생이시라면 학교에 무료심리상담 해주는 곳이 있는지 알아보고 이용해보는 것도 좋을 것 같아요. 힘내셨으면해요. ㅠ
    • 토닥토닥. 글로나마 안아드려요.

      에아렌딜님 어머님은 상담 자체에 대한 편견과 거부감 자체도 크시지만 어쩌면 에아렌딜님이 병원에 가시는 걸 '자신의 양육 실패'라고 받아들이시는지도 몰라요. 자식 하나 바라보면서 동동거리고 살았는데 그 자식이 자신은 문제가 있다고 말을 하니까 그게 어머니 본인을 공격하는 것 같고 또 본인 탓인 것 같은 거죠. 자식 입장에서야 부모자식을 분리해서 생각하지만 부모님 입장에서는 그게 아닌가 봐요. 주변에 보면 자식이 결혼이 늦어져도 부모 능력 부족 탓, 자식의 결혼 상대가 나이 차이가 많이 나도 좋은 혼처를 알아보지 못하는 부모 능력 부족 탓... 이렇게 자책을 하시더라고요. 그게 자식에게 솔직하게 전달되면 좋은데 화와 공격성으로 표출되는 게 문제겠죠. 어머님이 이제 나이 드셔서 몸도 예전같지가 않고 일도 쉬고 계셔서 걱정이 많으시고 불안하실 것 같아요. 그래서 더욱 날선 반응이 나오는 게 아닌가 싶어요.

      많은 분들이 말씀하셨지만 상담 꼭 받으시고, 상황이 좋아지면 어머님도 상담을 받으시면 좋겠어요. 그리고 독립도 조심스레 권해 봅니다.
    • 에이렌딜님, 저도 요령없음 1인인데 그만큼 살기 고달프다 생각많이한답니다.

      없었던일이라기보다도 있었지만 어쩔수없는일로 넘어가버리면 어떨런지요?

      힘든일상들 가운데 도저히 내가 해결할수없는 것들은 그냥 놓아버리고 모른척해버리면 될때도있더라구요

      그럴땜 다 됐고 나라도 나를

      챙기자 그런생각이 들어요.



      어머니를 이해시키려고도 하지마시고 이해못받는데 신경을 좀 줄여보세요

      그리고 차곡차곡 본인이 하려던것들을 하세요 치료도 뭐도,, 잘못하는건 못하는대로 두면 되요.



      저도 미흡하면서 이런댓글달기 조심스럽지만 에아렌딜님이 덜 고통스러우셨으면 좋겠어요
    • 어머니는 바뀌지 않아요. 에아렌딜님이 원하는, 바라는 그런 얘기, 그런 공감과 지지는 앞으로도 없을 겁니다. 지금 할 수 있는 것은 에아렌딜님이 달라지는 것이고 그것은 병원 상담 밖에 없어요. 스스로는 절대 할 수 없는 거죠. 왜냐하면 나는 지금 내가 생각하는 우울한 방식 외에는 다르게 생각할 방법을 모르기 때문이에요. 병원 간다고 할 때 우리 딸 많이 힘들었구나 라는 말 들을 수 있다면 병원에 가지도 않을 겁니다. 하지만 그렇지 않기 때문에 돈 주고 스스로 달라지는 법을 배우는 거예요. 어서 가셨으면 좋겠어요. 보건소, 학교에서 무료 상담 있으니까 꼭 가보세요. 졸업한 학교도 졸업생이라고 하니까 무료로 해주기도 하더라고요.(제 친구는 그렇게 했어요) 제가 치료 받고 달라지고 난 후에 얘기했더니만 저희 엄마, 이제는 다른 분께도 정신과 상담을 권유하는 경지에 오르셨어요. 무엇보다 가장 크게 싸우던 문제에 있어서 동의를 하고 공감하는 때에 이르게 되었고요. 달라지는 건 가만히 있어선 절대 달라지지 않아요. 다른 사람이 도울 수 있지만 결국 하는 건 자기 자신이라는 것. 그러니 어서 움직이세요. 하셔야 해요.
    • 부모님들은 종종 그래요. 제가 숨겨두었던 우울증 병원 약을 처음 들켰을 때 저희 어머니도
      "내가 너를 어떻게 키웠는데, 내가 뭘 잘못했는데"라고 울부짖으며 제 머리채를 휘어잡으셨...
      모든 상황이 부모님의 탓은 아니지만, 힘들 때 의지할 수 없는 가족의 태도는 우울증의 요인 중 하나이기도 하죠.
      어머님의 태도는 에아렌딜님의 우울증의 원인중 하나라는 생각으로, 우울증을 극복하려는 시도를 하는 데 있어서
      거기에 얽매이지 않으셨으면 좋겠습니다. 쉽지 않으시겠지만 아르바이트 등으로 떨어져있는 시간을 만들고
      또 그 돈으로 병원도 가고 하셨으면 좋겠어요. 비용 문제는 주위 지인들에게 잠시 빌려서 해결할 수도 있으니까요.
      힘내세요, 잘 될거예요. 한 사람이나마 관계의 악영향을 끊을만큼 굳건해지면, 다른 사람도 그 영향을 받아
      오히려 이전보다 나은 관계가 될 수도 있어요. 그러니 당장 어머님을 거스르는게 반드시 나쁜 결과를 가져오는 일은 아닐겁니다.
    • 어차피 모든 것을 다 바로잡을 수는 없고, 누구나 각자의 사정 때문에 저지르는 실수이고, 누구나 약간의 인정만 받으면 활짝 마음을 열 사람들이라고 생각하면 싸울 일이 적어지긴 하나봐요.
      친구 말로는 사회생활 경험이 없는 대학생들까지는 인간관계에서 갈등이 생기면 그걸 집요하게 물고 늘어져서 부담스러울 때가 있다고 하더라구요. 덮는다는 것이 나쁘지만은 않고 꼭 필요할 때도 있다면서.
      저는 그 대학생에 더 맞는 사람이지만, 공감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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