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수] 오늘 게시판을 보고 든 감상
글을 다 쓰긴 했는데 횡설수설이네요.
(횡수란 말 오랜만에 쓰네요-_-;; 시삽들 담배피던 시절 이후로 처음인 듯..)
민감한 문제라 안 쓸까하다가 그냥 쓰는데
혹시 불편하시거나 문제될 부분이 있으면 말씀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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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게시판을 쭉 지켜보면서 저는 조금 얼떨떨합니다.
제가 기억하기로는 여은성님에 대한 이 게시판의 반응은 지금처럼 호의적이지 않았거든요.
예전에 한 번 탈퇴하신 것도 그런 반응 때문이고요.
제 기억이 잘못됐나 해서 다시 좀 찾아봤는데 아니나다를까 예전 탈퇴글과 그 즈음에 쓰신 글에는 온갖 비아냥과 악담들이...
물론 예전 탈퇴하실 때쯤 쓰셨던 그 글을 여은성님이 다시 올리신다면 듀게의 반응은 아마 그 때와 거의 같을 겁니다.
'듀게인'들이 딱 싫어할 내용이었거든요. 정치관련.
어쩌면 황당전사욜라세다님도 조금 황당하셨을 수도 있어요. 갑자기 왜들 이래? 하면서;;
아 이건 꼭 짚고 넘어가고 싶은데, 회원 개개인이 달라진 건 아닐 수 있습니다.
제가 대충 관찰한 바로는,
어떤 집단(게시판 포함해서 단일한 호칭으로 불릴 수 있는 모임)이 분위기가 바뀌었다는 얘기를 들을 때는
실제로 개개인이 달라졌을 때도 있지만
대부분은 어떤 이슈에 대해 찬성하는 사람들이 말을 하고 반대하는 사람들이 침묵하던 상황에서
찬성하는 사람들이 침묵하고 반대하는 사람들이 목소리를 높이는 상황으로 바뀌는 경우더라구요.
이 경우 개개인의 입장은 전혀 달라지지 않아도
집단 관점에서는 입장이 완전히 달라진 것으로 보일 수 있으니까요.
훑어보니 그 때 댓글 다신 분들과 지금 댓글 다시는 분들은 거의 겹치지 않네요.
굳이 이 말을 하는 이유는,
지금 여은성님께 호의적인 분들께 '너네 안 그러더니 갑자기 왜 착한척이야! 이 이중인격자야!'라는 의도가 아님을 밝히는 거고요.-.-
그리고 물론 '여은성님은 원래 욕먹던 사람이에요! 황당전사님은 죄가 없어요!'라는 의도는 더더욱 아닙니다.
황당전사님이 처음 올리셨던 '답변'글에는 비판적인 답글도 달았고요.
그러면 이 글은 왜 쓰고 있느냐.. 저도 잘 모르겠습니다.
그냥.. 궁금합니다. 무엇이 사람을, 혹은 집단을 전과 다르게 행동하게 만드는지.
요새 특히 '일관성'이란 것에 대해 생각을 많이 해요.
트위터에 유시민봇이라는 계정이 있는데 요즘은 안 그러시지만
예전에는 유시민 어록을 많이 올렸어요.
보통 서로 다른 상황에서 나온 두 개의 발언을 한 트윗에 올리는데
각각의 발언은 그 맥락속에서는 괜찮아 보였는데 붙여놓으면 모순이거나 모순처럼 보이는 거죠.
그걸 보면서 유시민처럼 합리적인, 또는 '합리적인 이미지의' 정치인도 역사가 쌓이면 비일관성이 드러나는구나 생각을 했습니다.
예전에는 어떤 사람이 전과 다른 행동을 하면 변절했다거나 잇속 챙기는 데 빠져서 신념을 버렸다거나 하며 비난했는데
요새는 잘 모르겠다는 생각도 들어요.
횡설수설하고 있네요;;
암튼 뭐 그런 궁금증이 들었습니다.
직접적인 요인을 들자면, 얼마전에 어떤 회원분이 올리신 여은성님의 작업이 분위기를 이렇게 반전시킨게 아닌가 싶어요. 확신은 못하
지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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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한가지.
제가 여은성님을 기억하게 된 건 하나의 개그가 계기였습니다.
예전에 그런 글 올리신 적 있어요.
롯데리아 문을 양 쪽으로 열고 들어가면서 '내가 왔다!'고 말하셨다구요.
이거 처음 읽을 때는 그냥 풉 하고 넘겼는데
나중에도 자꾸자꾸 생각나고 생각날 때마다 상상하게 되면서 풉 하게 되더라구요.
아마 그 후로 지금까지 백만 풉 정도 했을 겁니다.
이건 진짜 개그의 신기원이다! 생각했죠. 저 이런 개그 진짜 좋아하거든요.
얼마전에는 트위터에서 이런 걸 봤습니다.
엘리베이터를 타고 문 쪽 가까이에 서서 올라가다가,
갑자기 뒤로 돌아서 사람들에게 진지하게 얘기하는 거에요.
'제가 여러분들을 이 자리에 모은 이유가 궁금하실 겁니다'
풉.
안 웃긴가요?;;
암튼 저는 이런 개그 좋아하기 때문에 여은성님의 개그를 지켜봤는데
그 후로 이런 개그는 잘 안하시더라구요.
뭔가 개그를 자주 하시긴 했는데
반응이 안 좋고 아슬아슬한 경우가 많았습니다.
뭔가 좀 애매하다 싶으면 아니나다를까 댓글 반응이 안 좋고 설왕설래하시고..
예전 탈퇴도 그렇게 쌓인 게 표출된 게 아닌가 생각하고요.
반응이 안 좋다는 건 재미가 없다는 반응이 아니라 애초에 농담인지 진담인지 헷갈리는 거죠.
새삼스러운 얘기지만
유머에는 스펙트럼이 있잖아요.
모든 사람들이 웃을 수 있는 인류보편의 유머에서
특정한 사람들만 웃을 수 있고 심지어 그 외 사람들은 불쾌해할 수 있는 것도 있고요.
그 다른 쪽 유머에 웃을 수 있는 건 두 가지 경우라고 생각합니다.
1. 애초에 코드가 맞거나 2. 함께해온 역사가 있거나.
불특정 다수가 모이는 게시판에서 모두가 1번이길 바라긴 무리겠고
그렇다면 2번이라도 있었어야 하는데 그렇질 못했어요.
탈퇴하신다는 글에 빅뱅이론과 몽크를 언급하시면서 그렇게 개그도 하고 싶으셨다는 글 보면서 그런 아쉬움이 남더군요.
그냥 그랬다고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