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식 포기+철의 여인
1. 어제 성과금을 받아서 라식을 할 생각으로 바로 검사를 예약하고 오늘 병원에 갔습니다.
1시간 반쯤 걸린다던 검사를 10분쯤 하다 중단하고 들은 얘기는 라식이 가능은 하지만
제가 초고도근시라서 다시 안경을 써야 할 만큼 눈이 나빠질 확률이 높고,
그 때는 이미 각막을 너무 많이 깍아내서 재수술은 불가능하니 라식보단 렌즈삽입술을 추천한다-였습니다.
수술을 하면 10년은 안경 없이 영화관의 자막을 볼 수 있어야 한단 생각이라 이런 얘기를 듣고도 라식을 하진 못하겠네요.
렌즈삽입술은 제 예산의 3배 정도가 들기에 일단은 그냥 안경 쓰고 살면서 몇달 더 돈을 모아야겠습니다.
사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500씩 들여서 굳이 안경을 벗어야 하나? 라는 입장이었는데
몇달 동안 벼르던 라식을 퇴짜 맞고나니 이거라도 해야겠단 생각이 드네요.
병원에서 나올 때까지도 마음을 정하지 못했던 주제에 지금은 할부로라도 지를 것 같은 심정입니다.
2. 병원이 영화관이랑 같은 건물 같은 층에 있어서 용무도 빨리 끝났으니 영화라도 한편 보고 가야겠단 생각에
시간표를 봤더니 10분 후에 <철의 여인>이 하길래 냉큼 표를 끊었습니다.(원래는 빅 미라클이랑 달아서 내일 볼 계획)
영화는 예상대로 그냥 그랬어요. 평이 안 좋아서 기대치를 낮추고 갔는데도 100분 남짓한 상영시간이 2시간 반은 되는 것처럼 느껴지더군요.
무엇보다 '마가렛 대처+메릴 스트립으로 저것밖에 못 만들어? 진짜?' 이런 생각이 자꾸 듭니다.
대처의 소녀(?) 시절부터 치매노인이 된 현재까지 긴 시절을 다루고 많은 사건을 보여주지만
감명 깊은 장면은 딱 하나뿐이었고(남편이 양말만 신고 나가는 장면요)
당대의 사건들은 거의 다 자료화면으로 떼워서 무성의하단 인상도 받았어요.
<밀크>의 자료화면은 아주 짠하게 봤으니 이중잣대라고 해도 할말은 없습니다만.
전 마가렛 대처 시기를 처음 제대로 접한 게 <빌리 엘리어트>였고 또 이 작품을 격하게 사랑하니 당연히 대처를 고깝게 보는 면이 있지만
제 호오와는 별개로 한 편의 영화로서는 이보다 훨씬 괜찮은 결과를 내놓을 수 있는 소재라고 생각해서 아쉬움이 많이 남네요.
뭔가 이 영화가 언젠가 나올 수 있었을 훨씬 더 훌륭한 마가렛 대처 전기영화의 출현 가능성을 막아버린 것 같아서 더 그렇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