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 잡담] 신이 된 관우
우리나라 사람들이라 해도 관우를 모르는 사람은 없을 듯 하다. 유비 관우 장비를 합쳐 하나의 도원결의 셋트로 기억되고, 삼국지를 읽어본 사람이라면 관우의 활약과 비장한 죽음을 기억할 것이다. 지금까지도 삼국지 관련 각종 작품들은 백 번은 우려낸 사골국물처럼 쏟아지고 있으며 - 여기서 빠지지 않는 그의 모습은 대단히 특이해서 어디든 한 눈에 알아볼 수 있다. 수염이 특히 길고 아름다웠기에 미염공(美髯公)이라 하였고 얼굴빛은 또 대추색깔처럼 붉었다던가. 그러다보니 얼굴은 낮술한 거 마냥 빠알갛고, 수염은 뭐 이거 수염이 아니라 머리카락을 턱에 달고 있는 수준으로 묘사되곤 한다. 뭔가 댄디하지도 않고 건강해보이지 않지만.
하지만 뭐 손권만 할까. 처음 삼국지를 읽을 때 보라색 수염에 파란 눈이라...니, 대체 어떤 인종이냐 하고 고민했던 사람이 필자 뿐만이 아닐 것이다. 이게 무슨 판타지나 건담 더블오의 티에리아 아데도 아니고 말이다.
어떻게 관우는 신이 되었을까?
하지만 중국의 경극에서 얼굴을 빨갛게 칠한 분장은 의리있고 충성스러운 인물이라는 뜻이니, 원래부터 얼굴이 빨간 관우는 '좋은' 인물로 여겨지는 게 당연하지 않은가.
사실 소설 삼국지연의건, 실제 역사에서건, 관우 하면 의리의 화신이고 적토마를 타고 청룡언월도를 휘두르는 천하무쌍의 무장이다. 그러다 결국 적의 야비한 계략에 말려 아깝게 죽고 마는데... 여기까진 그렇다 쳐도, 죽은 이후로 엄청난 인기를 구가하며 마침내 신으로 추앙받게 된다.
역대 중국황제들은 앞을 다투어 관우에게 길고 멋진 칭호를 내려줬다. 그 중에서도 가장 긴 칭호를 내려준 명나라 희종은 발음하다가 혀가 꼬일 것 같은 삼계복마대제신위원진천존관성제군(三界伏魔大帝神威遠震天尊関
문화대혁명 이후 수많은 사당이 철폐되고 기세가 꺾인 공자와 달리, 관우는 아직까지도 사당도 많이 있고 또 여전히 사랑받는 신이다. 뭐 이 정도면 중국사람들의 국민신이란 느낌이다. 지금도 중국은 물론이거니와 일본 등 화교들이 사는 곳곳에는 관묘, 즉 관우의 묘가 심심찮게 있다. 심지어 우리나라에도 있으니까. 이런 곳에는 황제처럼 으리으리한 옷을 차려입은 관우가 한 가운데 있으며, 좌우로는 아들 관평과 부하 주창의 상까지 꼽사리처럼 있다.
하도 인기가 많아지다보니, 관우의 각종 과거들이 발견 - 이라기보단 날조되는 일들이 꽤 많았다는 게 문제라면 문제였다. 여포가 죽은 뒤 초선을 맞아들였다가 목 베었다는 이야기는 꽤 유명하지만 그 외에 탄생설화에서부터 청년시절, 그리고 죽은 이후로까지. 이처럼 스핀오프가 난무하는 한편, 수호전이나 각종 소설에 관우의 후손이 얼굴을 내밀기도 하니 흔히 말하는 팬픽션의 홍수였다. 바다 건너 한국에까지 출장을 나오기도 했으니, 바로 임진왜란을 다룬 임진록에서였다. 여기에 따른 즉, 명나라 황제는 유비의 환생이고 조선 선조는 장비의 환생이라던가. 그래서 홀연히 하늘에서 내려온 관우가 가등청정의 목을 베거나 해서 왜군을 무찌르는 내용도 나온다. 어디까지나 사실인지 아니면 뻥인지를 따지는 쪽이 지는 것이니 넘어간다 치더라도, 왜 그렇게 관우가 숭앙받는지 조금은 신기하다. 실력있는 무장이었고, 유비를 보좌했던 충성스러운 신하였지만 800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형보다 더 높은 직위(황제!)를 가지고 더 많은 저변을 확대하고 있다는 것은 그 이전에도 그 이후에도, 그보다 더 잘나갔던 많은 사람들이 차마 이루지 못한 위업이다.
...오늘은 여기서 끊습니다.
졸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