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어던저버린 보르헤스책, 다시 읽어보고 이런 생각이...

모호성을 즐기지 못하면 카프카, 조이스, 푸르스트를 읽지 못할것 같다는 그런 생각

픽션들 읽으면서 100페이지 바벨의 도서관 부분 읽다가 집어 던저버렸습니다.

많은 주석과 횡설수설하는듯한 내용들 때문에.

 

그러나 갑자기 울림이 왔습니다.

리얼리즘, 진실 그딴것은 진짜 집어던져버리라는것 해체주의까지 보르헤스 책은 주장을 하는데

나같은 합리주의적, 목적주의에 사는 사람은 이런책은 엄청 위험한 책이겠다 싶었습니다.

모호함을 즐기지 못하면 이책을 읽을수가 없다가 결론이었습니다.

 

모호함....

살면서 이말처럼 곤란하고 골치아픈 단어가 있을까 싶습니다.

경영학 출신이다 보니 살면서 직업을 얻은 모든 일들이 뚜렷한 목적성이 있었습니다.

특히 개량경영학에서는 의사결정 자체도 계산된 수치에 의한 의사결정도 내릴정도이고(but 대체로 참고자료)

이익창출의 기업존재와 문화 자체도 합리적목적성이 뚜렷하지 않으면 기각해버리는 삶속에 살아왔습니다.

원가계산을 하다보면 상상초월입니다. 기업의 비용인자를 만들어놓은기준과 적용으로 계산해나가게 됩니다.

 

그러나 인간으로서 모호한 매력을 느꼈습니다.

머리통은 쥐어짜듯 고통이 밀려오지만 진실의 경계에서 그 경계를 허무는 희열은 또 다른 행복감이었습니다.

일단 이 두권의 책을 읽고 그의 작품을 접근해봐야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얼마전 보르헤스 작품선을 지를까 생각도 했지만 안지른게 다행이라는 생각입니다.

소화할 자신도 없고 우선적으로 이 보르헤스에 대해 더 알고 읽어야 겠다는것입니다. 민음사 픽션들 역자 송병선의 후기 글은 저에게 나름 인상깊은 흔적을 남겼습니다.

국내 보르헤스 통이 누구인지 검색하다가 송병선 이사람을 선택했는데 괜찮은지 모르겠습니다.

보르헤스책은 제임스 조이스 율리시스 읽는데 분명 많은 기여를 할거라 봅니다.

 

 

    • 무슨 주의 따위는 다 나중에 붙인 거고, 보르헤스는 판타지/SF/추리/액션/갱스터 소설 작가라니까요.
    • 그러게요.
      보르헤스만큼 재미난 장르문학 작가가 또 어디있다고...ㅋ

      아무래도 무비스타님은 '카프카-보르헤스' 라인보다는 '체호프-헤밍웨이' 라인을 타셔야할 듯!!
    • 그런가 봅니다. 일단 이해못하는 이런 특이한 현상도 재밋네요. 100페이지 정도 읽다가 하도 혼란스러워 트친중에 출판사 여자분이 한사람 계시는데 하도 답답해서
      질문을 핼프 맨션으로 날렸습니다. 온 답변은(그대로 적어보면)
      " 굳이 이해하려고 하지 마시고 그저 음악을 듣듯 그의 문장과 분위기를 음미하시는것도 독서의 한방법이 될 것에요 " ㅎㅎ 미치겠드만요. 일단 해보자 싶어 다시 읽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위에 같은 겨론을 내렸습니다.
      듀나님과 슬럼프님의 주장을 이해하기에는 아직 제가 그림을 다 못본것 같습니다. 이해 할수있는 그날이 올거라 봅니다. 아직 코끼리 다리만 만지고 있지만...
    • 보르헤스의 작품은 쉽게 읽히지는 않아요. 읽어도 이거 뭐하자는 이야기인지 이해도 잘 되지 않고...
    • "보르헤스를 처음 접한 독자 가운데 상당수는 난해하다는 인상을 받곤 하는데, 사실은 보르헤스 특유의 현학성을 난해함으로 오해한 것에 불과하다. 그는 평생 백과사전을 애독했으며, 알파벳순으로 열거된 갖가지 특이하고 단편적인 정보를 토대로 이야기를 만들어냈다. 따라서 겉보기와는 달리 각각의 작품에 담긴 정보의 넓이나 깊이가 대단하지는 않다. 움베르토 에코와 마찬가지로 보르헤스는 현학성을 마치 커튼처럼 한 꺼풀 더 둘러서 깊이에 대한 착시 현상을 불러일으키는 작가라고 평가해도 무방할 것이다" -네이버 캐스트에 보르헤스에 관한 글입니다(http://navercast.naver.com/contents.nhn?contents_id=7566&path=|462|570|&leafId=842 )
      이 내용도 참고해서 읽어보시면 좀 도움이 되지 않을까 싶네요. 저도 보르헤스 작품 재미있게 봤는데 무비스타님 취향에는 안맞을수도 있겠네요.
    • 무비스타/
      보르헤스 작품 중 대부분은
      '메타픽션'에 가깝기 때문에
      여러 가지 문학 이론들을 알고 있다면
      더 흥미롭긴 합니다.

      하지만
      해설서를 읽어서 이해가 된다고 하더라도,
      재미없는 책이 재미있는 책이 되진 않을 겁니다.
      공부하듯이 읽어봤자 남는 것도 없어요.

      참고로 말씀드리면, 저도 보르헤스 책이 재미가 없어요.
      세상에 재미도 있으면서 작품성도 높은 책이 엄청나게
      많은데, 재미도 없는 책 굳이 붙잡고 씨름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합니다.
    • 자기와 뭐가 왜 안 맞는지를 발견해나가는 것도 독서의 즐거움인 것 같아요 ㅎㅎ
    • 그리고 보르헤스 소설이 어렵게 느껴지는 건 문체 문제도 있다는 생각이 드네요.
      원문을 해석할 도리가 없으니 원문도 그런 문체인지는 모르겠지만,
      문장 연결이나 구성 자체가 자연스럽지가 않아요.
      스페인어 문장 구조에서는 그게 자연스러운 걸 수도 있지만,
      한글로 번역된 작품들만 봤을 땐 문장이 엉망이라고 할 수밖에 없네요.
      항상 읽을 때마다 안 다듬어진 '초벌번역' 같다는 인상을 받습니다.
    • 보르헤스 글이 전혀 이해가 되지 않으면서 흥미를 느끼는게 보르헤스를 이해를 하면, 풀려지는 문제가 엄청 많을것 같다는 생각 입니다.(1타 3피?)
      이 사람 영향을 받은사람이 한두사람이 아니고 엄청나더라니까요. 포스트모던으로 연결되면서 장뤅고다르등등...
      아마 보르헤스만 잘읽어도 의외의 수확이라는 어드벤티지는 엄청날거라는 거죠.
      물론 세르반테스의 돈키호테와 다른 돈키호테의 시간의 흐름에 따른 서술식 의미해석은 정말 새로운 시도라고 봅니다.
      흥미롭기도 하고 기발했으니까요. 저는 일단 카프카, 제임스 조이스도 넘어야할 산이기에 짝사랑이지만 이사람 작품세계를 한번 파볼 생각입니다.
      듀나님이나 여러분들의 접근 방식은 저와 다를지라도 저의 방식으로 시도를 해볼생각입니다.
      보르헤스의 작품세계뿐아니라 진실의 경계, 그 모호성의 유희에 대해 풀리는 부분이 한두가지가 아닐거라는 생각때문이죠.
      사실 여짓껏 살아오면서 진실을 최고선이라고 여겼는데 보르헤스의 글쓰는 방법(문학은 생산과 재생산이 가능하다는 개념)은 이를 완전히 깨부수는것 같아 저는 문화적 충격이 저는 큽니다.
    • 무비스타/ 보르헤스는 항상 '작가들의 작가'였죠.
      포스트모던 소설 기법에 보르헤스가 미친 영향이 굉장히 크니까요.

      좀 더 자세히 설명하면, 소설을 쓰려면 이야기나 갈등 구조뿐만 아니라
      주제를 형상화할 '아이디어'가 필요합니다.
      작가들이 보르헤스에 열광한 건, 보르헤스의 소설 속에는 그 아이디어가
      굉장히 풍부했기 때문이죠. 한 마디로 보물창고였던 겁니다.
      보르헤스 소설에 영향받은 작가들이 많다는 건 그런 부분이죠.
      반대로 말하면, 문체나 이야기 스타일에 영향받은 작가는
      거의 없다고 봅니다.
      그런데 사실 독자들이 작가한테 매력을 느끼는 부분은
      문체나 이야기 스타일인 경우가 많죠.
      당시에도 보르헤스가 꽤 유명했던 작가이긴 했지만,
      대중적 인기는 별로 없었어요.

      그 이유로는 몇 가지를 들 수 있는데,
      첫째로는 '감정적 깊이'가 없다는 것이고,
      둘째로는 '갈등 구조'가 거의 없다는 겁니다.

      대다수 소설들은 인물 간의 갈등을 통해 이야기를 구축해 갑니다.
      그 갈등이 크면 클수록 자극적으로 느껴지고,
      인물에게 닥칠 위기가 크면 클수록
      긴장감이 생겨나죠.

      아내의 유혹 같은 드라마처럼 그게 너무 작위적이고 지나치더라도
      문제겠지만, 갈등구조가 명확하지 않다면 재미가 없는 건 당연한 겁니다.

      뛰어난 부분도 많지만, 모자란 부분도 많은 작가였다고 생각해요.
      물론 그 단점은 보르헤스가 의도한 것이라고 할 수 있겠지만
      매력이 없는 건 없는 거죠.
    • 작가들의 작가라는말은 동감합니다. 픽션들이라는게 세상에 처음 나온게 70년인데 유럽은 60년 미국은 50년이 되었습니다.
      그런데 보르헤스의 이런 작품성향들이 사조(영화,문학etc)에 반영된게 절묘하게 일치하는것 같았습니다.
      간단한 예로 고다르의 누벨바그도 보르헤스의 작품성의 변형이 아닐까 이런생각이 들었습니다.
      기존 리얼리즘 사조에 젖어있다가 영화와 소설에 담겨서 은연중에 퍼저 나갔는데 그게 히트를 친겁니다. 그러나 우리는 그중심 핵심을 몰랐던거구요.
      생각이 여기까지 미치니 닭살이 돋더군요. 누벨바그 자체도 그 원류는 보르헤스다. 이런 비약까지 하면서..
      팀버튼의 베트밴 영화를 보면 잭니콜슨 조커가 유명 미술관에 가서 유명작품에 페인트 칠하는 장면이 기억 나실겁니다.
      원색의 사이코적인 조커의 만행도 만행이지만 그 유명작품에 페인트가 덧칠해지면서 또 다른 작품성향과 즐거움이 나온다는겁니다.
      그 작품성은 보르헤스 방법처럼 재가공되는 작품의의미인데 솔직히 다빈치의 모나리자 였다면 더 현대적인 의미가 추가되어 더 풍부한 의미를 즐긴다는거지요.
      그 원류가 보르헤스라는겁니다. 생각이 여기까지 미치니 미치겠더군요. 혼자만의 새로운걸 발견한것 같아...
    • 닥터슬럼프/
      카프카와 보르헤스는 같은 라인이 아니라고 봅니다.
      카프카는 '스타일'이 뛰어났던 작가였지, 아이디어가 풍부했던 작가는 아니거든요.
      그의 아이디어가 뛰어나지 않았다는 뜻은 아닙니다. 하지만 아이디어가 많지는 않고
      몇 가지 아이디어를 계속 반복하고 있다는 것이죠.
      그리고 보르헤스와는 달리 카프카를 추종하고 있는 작가들을 보면
      그의 스타일 자체를 그대로 베껴 오는 경우가 많고요.

      보르헤스처럼 카프카도 재미없다는 사람이 많지만,
      그건 스타일 상의 문제라기보다는 일종의 취향 문제가 아닐까 생각합니다.
      전 카프카가 모호한 작가라고 생각하지 않아요.
      일상과 현실의 '무의미'를 그렇게 '명확한 비유'로 표현한 작가는 드물다고 생각하죠.

      개인적으로 카프카 소설의 재미는
      사도마조히즘적 흥미에 가깝다고 생각합니다.
      그의 모든 소설은
      자신의 인생이 왜 고통스러운지에 대한
      의문을 해결하기 위해 삽질을 반복하는 현대인에 대한 알레고리니까요.
      카프카 소설이 공포스러운 건,
      고통을 주는 게 그저 한 인간에 불과하다면
      그 사람을 피해 버리면 되지만,
      그의 소설 속에서 고통을 주는 주체는
      현실 그 자체, 인생 그 자체라는 것이죠.
      그래서 그의 소설이 주는 재미에는 아이러니한 느낌이 있어요.
      살아야 한다면 고통을 피할 수 없으니,
      인생을 견딜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고통을 즐기는 법을
      깨닫는 것이라는 얘기가 되거든요.

      그래서 자신의 고통을 즐기는 사람은
      카프카 소설의 재미를 아는 거고,
      그렇지 않은 사람은 카프카 소설의 재미를 못 느낄 수 있다는 겁니다.
      일종의 자포자기적 쾌락이라고 할 수 있죠.
    • 무비스타/
      그건 좀 지나친 생각이네요.
      보르헤스 소설 속 아이디어나 개념들은 보르헤스가 '발견한' 게 아닙니다.
      기호학, 철학, 문학이론, 평론에서 이미 언급되고 체계화된 것들이 많죠.
      그리고 그렇게 '개념'을 소설화한 작가가 보르헤스 하나도 아니고요.
      누벨바그 감독들 인터뷰 찾아 보세요. 보르헤스 언급하는 사람은 하나도 없습니다.
      고다르 같은 경우는 롤랑 바르트의 영향을 많이 받았죠. 심지어 '알파빌'에는 출연까지 시켰어요.

      보르헤스가 작가들의 작가라는 건
      대부분 '소설가'에만 국한됩니다.
    • 지푸라기/
      작가들을 임의로 분류할만큼 제 지식은 그렇게 넓지 못하구요,
      저명한 문학평론가 해럴드 블룸의 견해를 빌려왔어요.
      그는 현대 소설(특히 단편소설)이 두 개의 전통, 즉 '체호프-헤밍웨이 양식'과 '카프카-보르헤스 양식'에 뿌리를 두고 있다고 분류한 바 있죠.
    • 지푸라기/ 자신의 고통을 즐기는 사람은 카프카 소설의 재미를 아는거라는 문구가 묘하게 와닿네요.
      사실 요즘 예전의 영화들 티란티노의 데스프루푸에서 캔러셀과 혹시 이영화 아세요?
      크로넨버그의 크래쉬라는 영화. 사고 내서 육체적 고통을 즐기는 그런 영화들 스토리가 이해가 되더라니까요? :)

      그런데 고다르 부분은 비약이라고 하시면 저야 뭐~ 논증을 못하니 할말은 없습니다. 그러나 그런 느낌은 지울수가 없습니다.
    • 닥터슬럼프/
      닥터슬럼프님이 말씀하시는 게 '상식'에 가까울 겁니다.
      저도 카프카와 보르헤스를 같은 라인으로 분류하는 분에게 배웠죠.
      거칠게 얘기하자면, '지적인 소설'과 '감각적인 소설'의 분류법이라고 할 수 있죠.
      앞에 적은 내용은 그냥 제 주관적인 의견일 뿐입니다.
    • 생강나무/
      그러니까, 제 의견은 카프카가 그런 작가가 아니라는 겁니다.
      통찰력으로 인생을 꿰뚫는 지성적인 작가라기보다는,
      감각으로 경험을 표현하는 '감각적인' 작가에 더 가깝다는 거죠.
      전 카프카 소설 속의 세계가 그에게는 '현실 그 자체'였을 거라고 봅니다.
      그의 눈에 비친 세상은 그런 모습이었을 거예요.
      단지 그 눈은 객관적인 것이 아니라 주관적인 것이었을 뿐이죠.
      카프카를 '상징주의 소설가로' 이해하는 건 그를 오인하는 관점이 될 수도 있다는 겁니다.
    • 어디에 방점을 찍느냐에 따라 작가를 분류하는 방법은 무수히 많겠죠.
      그 중 하나일 해럴드 블룸 선생의 견해는
      "체호프파 단편소설이 현실에 대한 우리의 갈증을 충족시켜 준다면, 보르헤스파 단편소설은 현실을 넘어서는 것에 대해 우리가 아직도 얼마나 갈구하는지 가르쳐준다."는 문장에 집약되어 있어요.
      이 기준에 비추어보면 카프카와 보르헤스는 좋은 짝이 되겠죠.
      문체나 주제의식 등을 기준으로 삼는다면 또 한참 멀어질 사이겠지만ㅎ
    • 무비스타/
      제가 비약이라고 말한 것의 의미는 비슷한 맥락을 가지고 있다고
      그 작가에게 직접적으로 영향을 받았다고 볼 수는 없다는 것이죠.
      보르헤스의 영향력은 현대에 와서 지나치게 과대평가되고 있고,
      보르헤스처럼 글을 쓴 사람이 그 혼자는 아닙니다.
      그런 식으로 '원조'를 따진다면, 고다르는 로렌스 스턴의 '트리스트럼 샌디'에게서
      영향을 받았다고 해야 되겠죠. 보르헤스와 비슷한 맥락을 가진 작법을 구사한
      소설가는 이전에도 얼마든지 있었습니다.
    • 앗, 제가 댓글을 지운 사이에...저도 카프카의 소설 속 세계가 그에게 '현실' 그 자체였을 수 있다는 말에는 동감합니다. 그렇지만 그건 그의 '머리'가 작동한 것이고 '감성'이 작동한 건 아니라는 거예요. 모호하기도 하고 미묘하기도 한 차이인데...어쨌든 기본적으로 카프카는 보통 사람들과 매우 달랐을 겁니다. 뇌기능적인 면에서 말이에요.ㅋ 저는 카프카가 자폐스펙트럼장애가 있었을 것이라고 추측해보기도 합니다. 재미로 해보는 생각이에요.

      그리고 대체로 분류는 독자에게 넘겨진 소설 자체로 해야 하는 것 같아요. 카프카가 어떤 사람이었든 그 사람의 작품은 지적인 통찰로 읽히는 부분이 있으니까요.
    • 닥터슬럼프/
      전 카프카가 '현실에 대한 우리의 갈증을 충족시켜 주는' 쪽이라고 봅니다.
      체호프도 기계적인 의미의 '리얼리즘' 작가와는 거리가 멀죠.
      그가 쓴 단편들을 보면, '현실을 그대로 그리진 않지만
      결과적으론 현실을 잘 표현하는' 공포소설에 가까운 작품들도 많아요.
    • 지푸라기/
      그런 면에서 민음사의 체호프 단편선 표지 그림(일리야 레핀의 '아무도 기다리지 않았다') 선정은 탁월했다고 생각합니다!
    • 생강나무/
      음, 좀 오해하신 거 같은데요.
      전 카프카 인물론을 펴는 게 아니라, 소설만 갖고 얘기하는 겁니다.
      전 카프카 소설을 읽을 때 그가 그 구절을 어떤 고통 속에서 썼을지 절절히 느껴지거든요.
      소설에서 그게 안 느껴지신 분은 카프카가 쓴 '아버지에게 보내는 편지'를 읽어 보신다면
      그의 고통을 어느 정도는 느끼실 수 있을 거 같네요.
      뭐랄까, 이건 개인차일 수도 있는데 전 카프카 소설 속 현실이 어떤 리얼리즘 소설보다도
      더 '진짜' 같다고 느낍니다.

      그리고 지적인 통찰이 있다고, 다 '지성적인 소설'로 분류할 수는 없겠죠.
      체호프나 헤밍웨이 소설에도 통찰은 있으니까요. 단지 감각적인 부분이 더 클 뿐이죠.
      물론 카프카 소설을 '상징주의 소설'로 볼 여지는 충분합니다.
      하지만 전 카프카 소설 속에서 '지성적 통찰'보다 '감각의 재현'이라는 측면이
      더 크다고 보는 거죠. 아고타 크리스토프의 소설처럼 말이죠.

      그리고 카프카가 좋아했던 소설가는 지성적이라기보다는 감각적인 소설가들이었습니다.
      특히 그가 좋아했던 작품이 플로베르의 '감정교육'이죠.
      이 작품은 당대 사교계와 상류층 사회를 극사실주의적으로 묘사하고 있는 작품입니다.
    • 지푸라기/ 제가 오해했나 보네요. 아무래도 모든 글이 자기 깜냥으로만 읽히니까요. 소설가들이 단지 지성만, 또는 감성만으로 글을 쓰는 건 아닐 거에요. 솔직히 지성과 감성의 명확한 경계를 나누기도 어려우니까요. 다만 제 느낌은 독자들의 입장에서 지성을 작동시키지 않으면 읽기 힘든 소설이 있다는 의미였고, 학술 서적이 아닌 이상 소설은 당근 감성적인 부분이 많을 거고요. 저는 아고타 크리스토프 라는 사람의 소설은 잘 모릅니다. 다만 플로베르의 소설을 감각적이라고 하기는 어렵지 않나 싶어요.
    • 생강나무/
      플로베르는 감각주의의 대표적인 작가입니다.
      그렇게 말하기 어려운 게 아니라, 플로베르야말로 그 분류에 딱 들어맞죠.
      여기서 감각주의라는 건 현실의 고통이나 느낌을 문체나 스타일을 통해 표현하는 데
      집중하는 작가들을 말하는 겁니다. 체호프나 헤밍웨이나 지성적 통찰보다는 '표현력'이 더 돋보이는 작가들이죠.
      그리고 플로베르는 소설의 표현력을 극단적으로 추구한 작가입니다.
      현대소설에서 문체라는 개념이 중요해지게 된 가장 큰 계기를 제공한 사람이 플로베르니까요.
      그리고 그 표현의 목적은 현실의 느낌이나 모습을 '사실적'으로 표현하는 데 있었죠.

      전 지성과 감성이 본질적으로는 같은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다만 지성이든 감성이든 그것을 통해 표현하고자 하는 게 무엇이냐,
      에 따라 결과와 분류가 달라진다는 거죠.
      거칠게 표현하자면, 감각주의와 지성주의는 묘사하고자 하는 것이 '구체적인 현실'이냐,
      '추상적인 개념'이냐에 따라 구분될 수 있다고 봅니다.
      그 점에서 카프카가 소설을 쓴 목적은 '추상적인 개념'을 설명하기 위한 것이 아니라,
      비참하고 끔찍한 현실을 묘사하는 데 있었다는 거죠.

      그리고 제가 앞서 언급했듯
      카프카 소설은 호불호가 많이 갈립니다.
      하지만 제 의견은 대다수 사람들이 생각하듯,
      카프카 소설이 '지성적'이라서 재미없는 게 아니라
      카프카의 '감성'을 사람들 대다수가 이해할 수 없기 때문이라는 거죠.
      그런데 카프카 소설에 뛰어난 점이 있는 건 분명하기 때문에,
      블룸처럼 부분적인 특질을 전체적인 특질로 오인해 구분했다는 겁니다.
      그리고 그 잘못된 구분 때문에 아직도 사람들이 카프카 소설을 오해하고 있는 거고요.
    • 보르헤스 얘기 보니 문득 장률 감독이 정성일과의 대화에서 "내가 글을 그만둔 계기 중 하나는 보르헤스 책을 읽은 것이었다. 이 사람이 다 썼는데, 내가 또 뭘 쓰겠나 싶었다"라고 말했던 게 기억납니다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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