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럼비바위 흔해서 보존가치 없다"에 "진돗개는 한마리라 보존하냐?"는 적절한 대답일까요

지금 강정에서 벌어지는 일들을 어찌해야 하냐와는 별개의 이야기임을 미리 밝힙니다.

 

촌철살인이라는 말이 있죠. 주절주절 늘어놓지 않고도 한 마디 말로 상대방의 의표를 찌르고 굴복시킬 수 있다면 얼마나 멋있나요. 특히 트위터라는 매체는 140자라는 공간 제한 상 재주 있는 사람들이 촌철살인의 재주를 많이 뽐냅니다(혹은 뽐내고 싶어합니다).

 

어제 트윗에서는 국방부가 "구럼비 바위는 제주에 흔한 거라서 보존 가치가 없다"고 발표한 것에 대해 "그럼 진돗개는 뭐 한마리라서 보존하냐?"는 반격이 떴고 트위터에서 RT되며 유행했습니다. 어느 기자는 "일반인이 이런 촌철살인의 비유를 하니 나 기자질 그만둬야겠다"고 했다던데...

 

전 사실 이게 맞는 반격인지 잘 모르겠는데요. 도대체 무슨 뜻으로 하는 말인가요?

 

흔한거라고 보존가치가 없는게 아니다? 가치를 측정할 때 희소성은 분명히 의미있는 잣대 중 하나입니다. 물론 원칙적으로 정말 흔해빠졌다고 해서 가치가 없다고 말할 순 없지만(60억명이나 되는 인류 중에 하나쯤 죽인다고 뭐... 사실 아무리 하찮은 거라도 보존가치가 아예 없기야 하겠습니까), 개발 현장을 두고 논쟁할 때 국방부의 발표는 "구럼비바위의 보존가치는 파괴 후 해군기지 건설로 얻는 효용에 비해 적다"는 의미로 봐야하지 않나요? 이를 두고 마치 "세상에 단 하나만 존재하는 것이 아니면 파괴해도 된다"고 한 것처럼 몰아서 공격하는 건 좀... 찬성진영이 똑같이 비틀어서 공격하면 "세상 모든 피조물은 다 나름의 가치가 있으므로 인간이 털끝하나 건드려서는 안되고 다 원형대로 보존해야됨"이라는 의미로 해석될 수 있는 공격이라 오히려 대중들에겐 반감을 불러일으킬 수도 있지 않나 하는 생각도 들고요...

 

쓰고보니 웃자고 한 말에 너무 진지하게 달려들었나 싶기도 하네요. 요즘 강정 이야기는 뭐 웃자고 한 마디 할 수 있는 분위기도 아니고 해서...

    • 아 저도 그거 보고 논리적으로는 말이 안 된다고 생각했는데 그렇게 인기 알티였나요. ;
    • (저도 강정에서 벌어지는 일과 별개로) 저는 문화재청이라는 곳에서 "흔해서 보존가치 없다"라는 표현에 동조한다는게 좀 어이가 없었어요(제가 본 기사가 맞나요? 요즘 워낙 자주 낚여서). 아주 짧은 표현이지만 관점이 드러난다고 할까요. 부처마다 자연, 환경, 유적을 바라보는 시선을 다를 수 있겠지만, 그래도 문화재청이 이런 관점을 드러내는게 맞는지 모르겠어요.
    • 유머를 이렇게 설명하시면;; 세상에 단 하나밖에 없는 존재가 아니라도 천연기념물로 보호하고 있다는 점을 포인트로 한 유머요.
    • 적절한 말은 아니죠. 그냥 그런 말이 인기RT가 될 정도로 구럼비를 보존하고 싶고, 정부의 방침이 마음에 안들고... 이런 공감대의 결과라고 생각했습니다.
    • 적절한 비유는 아니지만 효과적 비유일 수는 있겠죠. 사실 딱 들어맞는 대상을 찾더라도 이렇게 효과적이긴 힘들 겁니다.
    • 제가 봤던 최고는 이거였어요



      @4chal_bot 국민의 권리, 당연히 최대한 보장해야 하지만 군사지역에 함부로 침입하는 건 용납할 수 없습니다. 아, 그리고 지금부터 니네 집 앞마당은 군사지역입니다.
    • 역시. 웃자고 한 말에 죽자고 달려든 거였군요. 민망 ㅠㅠ 다만 이 트윗이 '기자 수준'이라고 할만한 촌철살인의 적절한 비유로 받아들여지는 것 같아서 제 감각이 이상한가 싶었습니다.
    • 설득을 위해 압축된 문장은 그 의도와 맥락을 읽어야죠. 논리가 모든것의 답은 아닙니다. 설득의 효과가 큰 문장들은 비논리적인 경우가 많습니다.
      가령 이회창씨가 대통령 후보시절에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가 말했습니다, 빨간 안경을 쓴 사람에게는 세상이 빨갛게 보이고 파란안경을 쓴 사람에게는 파랗게 보인다고.'라는 발언을 가지고 오현제 시절의 로마에는 안경이 없었다, 명상록을 읽기는 한거냐? 라고 꼬투리 잡는 사람도 있었는데, 이건 아우렐리우스의 명상록을 읽어 보지 않아도 충분히 어떤 의도로 한 이야기인지 알수 있습니다. 아우렐리우스는 안경이란 물건을 본적도 없다는 팩트의 오류만 붙들고 늘어지면 바보가 되는거죠.
    • 저는 이것보다 "문화재청도 흔한 건물이니 폭파하자"라는 트윗이 더 웃겼어요.
    • 제주도라는 섬 자체가 유일한 존재 아닌가요?
    • (저도 제주 해안에 해군 기지를 건설하는 건 부정적인 느낌을 갖고 있지만 그것과는 별개로요)
      설득의 효과가 큰 문장들은 비논리적인 경우가 많긴 하지만 그렇다 해서 그 말이 다 옳은 건 아니고, 짧고 임팩트있는 말이기에 쉽게 마음이 그리로 움직이는 건 사람이기에 어쩔 수 없는 면이 있긴 하지만 그래도 가능한 경계하는 편이 좋다고 생각해요. 간결하며 비논리적이고 감성에 쉽게 와닿는 시같은 말을 읊는 편이 좋을 때도 있긴 하지만 이런 사안은 보다, 사람으로서 한계가 있을 수 밖에 없다 해도 가능한 이성적이고 논리적으로 접근해야하는 것 아닌지요.
    • 문화재나 자연의 가치를 효용성의 관점에서 보는 것도 잘못된 거죠.
      효용성의 관점이라면 숭례문 복원식은 뭐하러 했을까요. 그 자리에 쇼핑몰을 새로 짓죠.
    • 한 사회가 사실과 논리 정합성에 얼마만한 가치를 두느냐에 달린 문제죠. 혹은 얼마나 합리적이냐로 바꿔 말할 수도 있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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