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경원 - 김재호 부부, 본의아니게 법조 개혁에 기여하겠는데요 ㅡㅡ;;
냉정하게 생각해보면, 그냥 '전화 한 통'입니다. 김재호 판사는 박은정 검사에게 위협을 가하지 않았고, 돈을 주지도 않았습니다. 누군가의 청탁을 받아 댓가를 받고 이야기하는 브로커짓을 한 것도 아니고, 자기 아내의 일에 대해 검사에게 전화를 걸었습니다. 그냥 전화 한 통 입니다.
이게 '기소 청탁'이 되어 대형 사건이 되는걸 보면서, 뜨끔할(뜨끔 해야할) 법조 인사들... 엄청 많을 겁니다. 그 바닥에서 '전화 한 통'은 정말 엄청나게 흔한 일이기 때문입니다. 제가 판사나 검사는 아니지만, 판사나 검사 경험이 있는 사람들의 회고에서 그런 '전화 한 통'이 오간 이야기는 수없이 많습니다. 판사건 검사건, 심지어 변호사에게도 "내가 아는 동생이 이번에 잡혔다. 관대하게 처리될 수 있게 담당 검사한테 전화 한 통 좀 해주면 안될까?" 혹은 "나 이번에 넘 빡치는 일이 있어서 한 넘 고소했다. 잘 검토해 달라고 검찰에 전화 한 통 넣어주면 안되겠니?" 라는 부탁은 흔하게 오가는 것들입니다. 판사를 대상으로도 마찬가지죠. "이번에 검찰이 내 동생한테 구속영장 청구했는데, 영장 담당 판사한테 기각해달라고 부탁하면 안되겠니?"
분명히 원칙적으로 보면, 이게 법원과 검찰을 오갔다면 3권 분립이 깨진 것이고, 같은 조직 내에서 처리되었다고 해도 독립성을 해치는 일입니다. 분명히 잘못된 일인데, 수십년동안 관행처럼 '있을 수 있는 일'로 취급되어 왔고, 이걸 일거에 없애겠다고 드는 것은 비현실적인 것이고 한국 특유의 '정' 문화를 모르는 거라고 취급받아 왔습니다. 물론 그들의 변명은 "그런 부탁은 흔히 오간다. 부탁하는 사람한테 싫은 소리 하기 싫으니 알았다고 하고 전화 한 통 거는 거다. 걸면서 이게 꼭 받아들여 질거라고 기대도 하지 않고, 내가 그 전화를 받을 때도 그대로 처리해줘야겠다는 부담따위는 느끼지 않는다. 그냥 립서비스로 네네 잘 검토해 보겠습니다 하고 끊는거다." 이거죠.
판검사들의 인식도 그렇지만, 국민들의 인식도 사실 선진적이지 못했습니다. 집안에 누구 하나 잡혀갔다고 하면, 온 친척이 동원되서 검찰에 전화 한 통 해줄 수 있는 '사법고시 합격한 친구나 친척'을 찾는 풍경은 아주 흔했습니다. 그게 있는 사람들은 그게 특별히 비리라고 생각하지도 않고 죄책감을 느끼지도 않으면서 전화 한 통을 걸 수 있었고, 없는 사람은 상실감을 느껴야 했지요.
흔한 일이었다고 해서 잘못이 아닌 것은 아닙니다. 게다가 이렇게 크게 비화되는 꼴을 봤으니, 이제 부탁하는 사람도, 부탁을 전하는 사람도, 부탁을 받아들이는 사람도 한 번 더 생각해야 되겠습니다. 사실 많은 법조인들은 그런 부탁을 받으면 "알아볼게" 하고서 실제로는 전화 하지 않는 방법(-_-)을 쓴다는데, 그런 문화가 더 확산될지도 모르겠군요.
본의아니게 고시 제도 폐지 철회에 기여한 유명환 외교부 장관 부녀에 이어, 나-김 부부는 법조 문화 개선에 기여한 위인이 될지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