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명관과 김영하의 신작이 나왔었군요, 이 시점에 김영하는 반드시 읽어야 할 작가일까, 라는 의문이 듭니다.

 

 

  요즘 책읽기에 대한 흥미가 많이 떨어져서 신간체크를 소홀히 했더니 천명관과 김영하의 신간 장편소설들을 놓쳤군요. 그와중에 김사과랑 김연수는 사제꼈으면서( ..)

아, 김연수 신작 『원더보이』좋았어요. 제게 김연수는 『밤은 노래한다』를 제외하고는 가독성이 지독하게 떨어지는 작가였는데, 지금의 김연수는 문청 코스프레 하려면

신간체크가 의무화된 작가인지라 꾸역꾸역 읽어제꼈죠(궁문꽈 세미나나 소설 관련 강의 커리큘럼에 김연수는 워낙 꼬박꼬박 들어가기도 하구요). 근데 이번 작품은 잘

읽히고, 좋았어요. 처음부터 3분의 1 부분까지 왠지 자꾸 울먹거리게 돼서 혼났지만 왜 그랬는지는 비밀.

 

  우짜든동, 제가 제일 좋아하는 한국 소설가 중 하나인 천명관 아저씨 신작 제목은 『나의 삼촌 부르스 리』여요. 전작 『고래』와 『유쾌한 하녀 마리사』가 제 기준에는

어마무지한 소설이었어서 '닥치고 체크!'인 작가 영순위에 등극했는데, 바로 전작이었던 『고령화 가족』은 그런 천명관에게 기대했던 것에는 좀 못 미치는 소설이었죠.

그러니 이번 소설은 더더욱 읽어봐야겠어요.

 

  그런데 김영하도 지난달 새 장편소설을 썼군요. 김영하는 한때 한국문단의 뜨거운 감자였어서, 90년대의 신경숙 은희경 권지예 공지영 등등을 거론하듯 빠질 수 없는

이름이었죠. 마치 지금 김연수를 닥치고 읽어제끼듯 김영하를 닥치고 읽어제꼈던 시기가 있었다는 말.

  고등학교때 그의 산문집 『포스트잇』을 읽고 그 재기발랄함에 반해 한참 꺄악거리며 전작을 읽던 때도 있었어요. 2012년 현재 김영하는 이미 한국 문단의 중진 작가

위치를 확립했고, 그라는 브랜드가 갖고 있는 명실상부한 위치가 있는 것도 사실인 듯해요. 그치만 전 『빛의 제국』이나 『퀴즈쇼』등등 그의 최근 장편에서는 매력을

느끼지 못했어요(동인문학상 수상작인 『검은 꽃』은 안 읽어서 판단 유보). 이상문학상 수상집을 안 읽은 게 권여선 수상 이후인데, 김영하가 이번 이상문학상을 받았단

소리를 듣고는 왠지 작년인가 공지영이 이상문학상 받았다 그랬을 때의 그 느낌이;;; 들고 말았습니다.

 

   가뜩이나 난독증 기간인 요즘은 사 놓고도 안 읽는 책이 부지기순데 문덕 흉내내려고 굳이 책장에 김영하를 꽂아놓을 필요가 있을까, 하는 의문이 듭니다.

뭐 그거야 본인 맘이니까 읽기 싫고 안 읽을 것 같으면 안 사면 되죠.

   다만, 그저 다른 분들 의견이 궁금했어요. 지금도 김영하는 여전히 '핫'하거나, 혹은 앞으로의 작품세계를 지켜볼 만한 작가라고 생각하시나요?   

 

  묻는 이유는, 만약 납득할 만한 댓글이 달린다면, 천명관 사는 김에 사려고( ..)

    • 포스트잇 저도 좋아했어요 (고등학교때시라니 흠, 이렇게 나이를 짐작..). 검은꽃 정도까지 읽었고 미국 오면서 최신작은 못읽었습니다만, 뭐 의무감으로 읽을 필요가 있나 싶은 생각은 드네요. 천명관씨는 전혀 몰랐는데 열거하신 제목이 좋아서 구미가 당기는군요.
    • ㄴ그쵸? 이게 대학 다니던 때 버릇이에요, 왠지 신작 나오면 무조건 읽어야 될 것 같은 몇몇 작가들이 있다구요;;
      천명관은 명불허전입니다. 강력추천해요:D
    • 저랑 선호하는 취향이 유사해서 댓글달아봅니다^^ 김연수 작품은 난해한데, 느낌이 오는 작품은 확 와닿고 그렇지 않은 작품은 여러번 읽어도 여전히 난해하지만 문청 코스프레에 필수적인 머스트해브고, 천명관의 전작들은 워낙 강렬해서 '나의 삼촌 브루스리'는 나오자마자 구입했고. 김영하는 '검은 꽃'이후의 장편에서는 저에게는 더 이상 매력이 느껴지지 않은 작가가 됐습니다. '빛의 제국'과 '퀴즈쇼'는 모두 매우 실망스러웠구요. 이미 김영하가 상징하던 신선함과 재기발랄함의 가치는 후배 문인들이 좀더 세분화해서 더욱 발전적으로 진화되었고, 더 이상 그의 작품에 기대는 안되더라구요.
    • 감사합니다. 나의 삼촌 브루스 리... 읽어보겠습니다. ^^
    • 7번국도/ 저 김연수의 몇몇 작품은 세미나나 학회 때문에 울면서 읽었어요ㅠㅠㅠㅠㅠ 음, 김영하는 확실히 한김 식은 감이 있는 작가긴 한데, 궁금하진 않지만 한편으로는 지치지 않고 정력적으로 작품활동을 해서 문단의 최전선을 지키는 모습을 보여줬음 좋겠단 마음도 있어요.

      스위트블랙/ 저는 결국 김영하를 빼고, 대신 존 르 카레의 팅테솔스를 넣었습니다. 영화 보다 두 번 자는 굴욕을 겪어서 원작 읽고 또 보려고-_-...
    • 연수님은 제가 읽는 속도보다 빨리 써내시는 듯ㅠㅠ 언젠가 읽겠죠. 저는 김영하 소설이 한창 잘 나갈 때도 어쩐지 그의 잡문이 소설보다 더 좋았어요. 저 또한 최근작들이 별로였고 이 작가는 소설의 앞부분이 뒷부분보다 재미있고 볼 만하다 싶었는데...그래도 앞부분은 늘 재미있고 잘 읽히니 기회가 된다면 볼 거 같아요.
    • 맞아요. 잘 모르는 제가 봐도, 김영하의 재기는 어느 시점에서부터인가 이후 젊은 작가들의 사류가 되었는데 정작 스스로는 그걸 잃어버린 느낌이었어요.
    • 푸른나무/ 저도 '산 책 다 읽으면..ㅇㅇ..봐야지..'이러면서 못내 미련을 못 버리고 보관리스트에 넣어뒀어요:D

      슈퍼픽스/ 그래도 제겐 어린 시절 읽었던 포스트잇의 재기발랄한 젊은 작가오빠(헐 진짜 딱 십년 전이네예. 강산도 변했겠다)의 이미지가 강해서, 조용히 눌러앉아 문단의 꼰대 중역(이를테면 구**씨라든지..)만은 되지 말아줬으면 하는 바람이 있어요.
    • 김영하 하락세인 건 김영하도 알 것 같네요. 저도 이번 신간은 패쓰하려고요. 저는 장편 중에서는 안 읽으셨다는 "검은 꽃"이 제일 낫더군요. 딴 작가 같으면 몇 권에 쓸 얘기 압축한 것 같아 안 지루해서 좋았어요.
    • ㄴ다들 검은 꽃이 좋다 그러던데 저는 왠지 시기를 놓쳤어요. 그것도 보관리스트에 넣어두겠어요, 잊어버리기 전에(꼼지락꼼지락 늘어가는 위시리스트).
    • 김영하는 저 어릴때는 재기발랄, 저나 부모님이 읽어도 두루 좋아하는 매력덩어리였는데 요즘 신간은 별로 안 궁금해요. 빛의 제국에서 실망을 많이 했네요. 꼰대는 안 되더라도 밉상은 가능할 것 같네요.ㅋㅋㅋ
      김영하가 이상문학상이라니까 쭈뼛쭈뼛 급 늙어가는 기분이에요.ㅠㅠ
    • 천명관의 소설 제목들이 다 마음을 끄네요. 사실 국내작가의 글들은 외면하고 살았는데, 의도적으로 피한 것 같아요. 이참에 좀 흥미를 가져봐야
      겠네요.
    • 쏘쏘가가/ 언제 쏘쏘가 되셨담! 김영하의 이상문학상이 되게 어색하고 좀 아닌 것 같다는 느낌이 들었던 건 '으...으응? 이상문학상? 김영하한테? 이제와서 뭘 새삼?' 이라는 생각이 들어서였죠. 줬을라면 진작에 줬어야지! 이상문학상 수상작이 작품으로서 이름값을 온전히 해낸 건 한강의 몽고반점이나 김훈의 화장까지였던 듯 싶어요. 무, 물롱...공지영이나 이번 김영하 수상작을 안 읽어봐서 또..모르긴 하지만-.-

      스위트블랙/ 저도 궁문꽈 현역을 뜨니 좋아하는 작가들만 찾아 읽게 돼요. 김훈 박민규 천명관 김연수 배수아 황정은 김진규 정유정 김언수 김사과 김애란 정도가 신간 나오면 찾아 읽는 작가들인데 흑흑 이 리스트도 버거워요. 연수찡 글 좀 작작 쓰시긔ㅠㅠㅠㅠㅠㅠ
    • 신작 '너의 목소리가 들려'를 읽었는데 실망스러웠던 요즘의 단편들보다는 조금 나았어요.
      소재의 한계를 느낀 것인지, 형식 실험을 하고 있는건가 싶기도 하고...
      요즘 유행하는, 어른처럼 생각하고 대화하는 애늙은이 십대 주인공들 나오는 소설들을 싫어하는 편인데
      전반부는 딱 그런 모양입니다. 당연히 좀 지루하다가,
      중간에 주인공이 폭주(말 그대로 폭주)하면서 재미가 동했다가,
      소설 전체를 감싸안는 에필로그 부분에서는
      아, 이거 김영하 소설이었지, 하게 됩니다.

      p.s 소설 내에서 시점 변환이 많은데, 어느 부분에서는 (제가 잘못 읽은건지 모르겠지만) '응? 이거 일인칭 전지적 시점이야?' 싶은 부분도 있어요. 주인공이 '神'이거나 작가가 깜박 졸았거나...ㅋ
    • ㄴ후반부에서 '아, 이거 김영하 소설이었지' 하게 되신다니 또 곰곰 생각하게 되는군요. 김영하가 '이런 게 김영하 소설!'이라고 할 만한 스타일이 있는 작가였던가..하는 주제로요. 닥슬님 설명하신 걸 들으니 이번 신간보다는 차라리 검은 꽃이나 읽어야겠다는 생각이 더더욱. 어흑, 우리 영하옵퐈가 이런 대접 받는 분이 아니었는데ㅠㅠㅠㅠㅠ
    • 저도 당연히 검은 꽃을 추천! ㅋ
    • 저는 검은 꽃이 정말로 좋았어요. 소장하고 생각날 때마다 봅니다. 속도감 있는 문체도 좋고, 인물들도 잘 살아 있고... 뭔가 완전완전완전완전 명작이 될 수준을 확 뛰어넘지는 못했는데... 참 잘 쓴 소설이라고 생각해요.
      그리고 김영하의 초기 단편을 모아놓은 단편집. 오빠가 돌아왔다인가... 그 단편집도 참... 잘썼다고 생각하면서 읽었어요.
      퀴즈쇼부터 실망하기 시작해서... 빛의 제국은 뭔가 야심이 더 컸던 소설이고. 그래도 오히려 퀴즈쇼보다는 나았다고 생각하고요.
      아마 작가님 본인도 고민이 많을 거고... 절치부심하는 중일 거예요. 아마도 퀴즈쇼 무렵부터 절치부심하던 중인 것 같은데... 그 무렵인지 그 전인지 나왔던 보물선이라는 단편도 참 좋았죠. 암튼 절치부심을 하면 할수록 뭔가 매력을 잃어가니 참... ㅠ
      저는 아직도 팬이랍니다. 좋아해요.
    • 닥터슬럼프, 보라색안경/ 두 분 얘기 들으니 이미 듀문완료 했는데 검은 꽃 사고 싶어지잖아요ㅠㅠㅠㅠㅠ
      퀴즈쇼는 많이 망작이었죠ㅉㅉㅉ 김영하 본인도 자기 자신의 작가로서의 매력을 획득했던 그 지점이 어느 순간 날긋해지고 더이상 반짝이지 않는 걸 누구보다 잘 느끼고 있을 듯해요. 그래도 멈추지 않고 꾸준히 쓴다는 게 저는 대단하게 느껴지는군요. 작가란 정말이지 슬픈 천명-_;;
      • 김영하 작품은 검은꽃과 빛의제국 사이에서 큰 사건이 있었던 것처럼 아스라져버린 느낌이에요. 단편집도 '오빠가 돌아왔다' 안에서도 작품별로 편차가 있는편이지만, 그후에 '엘리베이터에 낀...'은 '오빠가..'와 비교할수 없을만큼 인상적인 작품의 수가 줄었거든요.



        빛의제국은 쓰다가 막판에 화장실이 급해 대충 마무리한 느낌-_-일라면, 퀴즈쇼는 망한 신문연재소설의 전형이라고 생각했습니다. 끊임없이 짧은 간격으로 독자를 낚다가 막판에 결국 뭔가 보여주지도 못했는데, 그걸 장편으로 묶으니 구성도, 흐름도 이상해져버리고 결말은 여전히 많이 이상한;(
    • Paul./ 김영하의 이상문학상 수상소감 제목이 '글만 안 쓰면 참 좋은 직업' ㅎ
    • 결국 검은 꽃은 고양이들 새옴마님이 빌려주시기로 함. 와 되게 아름답고 바람직하고 적절한 마무리다..역시 듀게!
      • 맛보기하시려면 김영하 팟캐스트 최근편을 들어보세요. 소설의 첫 부분을 읽어주고 작가 생각도 좀 들려줍니다. 그리고 취향이시면 한강과 황정은의 신작도 추천
        • 팟캐스트 찾아볼게요. 희랍어 시간과 파씨의 입문 모두 몹시 즐겁게 읽었습니다. 특히 황정은은 이번 작품집으로 제 안의 순위가 확, 올라갔죠ㅠㅗㅠ
    • 참고로 김영하가 팟캐스트 '검은 꽃'편에서 말하길,
      누군가 자기에게 시간이 없어서 당신 책 9권 중 딱 한권만 읽을수밖에 없다 뭘 읽어야 되냐고 묻는다면, 주저없이 검은 꽃을 추천하겠대요 :)
    • 너의 목소리가 들려 중반부까지는 퀴즈쇼와 비교해 더 낫다고 하기 힘들었는데 퀴즈쇼가 그렇게 결말이 난 거에 비하면 결말이 좋더라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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