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번국도의 식탁] 초보자를 위한 요리비결 ① 프롤로그

안녕하세요. 7번국도입니다.  어제 살짝 운을 띄운바, 초보자를 위한 음식 조리 방법을 몇가지 공유해보고자 합니다.

일단, 절대 특별한 비법 따위는 없다는 것과, 초급 이상 주부 분들이 보시기에는 당연한 내용이라는 점을 쉴드치며,

자취생 및 막 살림을 시작하려는 초보 집밥 요리사 정도 분들을 위한 몇가지 원칙이라는 점 강조해봅니다.

 

자아, 먼저 여러분은 어떤 음식을 할줄 아시나요? 라면? 계란후라이? 김치볶음밥?

자취 경력이 10년에 가깝지만 저도 얼마전까지 할줄 아는 조리는 저 정도가 다 였습니다. 거기에 더해서 된장에

야채를 썰어넣고 푹푹 끓인 된장찌개 내지 된장국..은 워낙 좋아해서 가끔 끓여먹는 정도. 배고픈데 집에 반찬거리

가 없을때는, 쌀과 자잘한 식재료들이 있음에도 라면을 끓이거나, 김밥천국에 가서 김밥 한두줄을 사와서 먹거나..

 

굉장히 쉬운 것처럼 얘기하지만, 가장 어려운건 '마음먹기'입니다.

사실 밖에서 사먹기 시작하면 '주방'이란게 필요가 없는게 현대 사회입니다. 어찌보면 1-2인분의 음식을 만드는 일은

비용으로 볼떄도 밖에서 사먹는 것보다 더 많이 들어갈 수도 있구요. 제가 요리를 시작한건, 밖에서 사먹는 음식의

조미료 맛을 싫어하는 와이프 덕분입니다. 같이 조미료가 덜들어간, 안들어간 음식들을 먹다보니 조미료 민감도가

높아졌습니다. 먹어보면, 아 인공조미료가 많이 들어갔구나, 안들어갔구나 정도는 구분이 됩니다.

 

그렇더라도 직장인이기에 하루에 점심 한끼는 밖에서 사먹을수 밖에 없습니다. 가끔은 저녁도 사먹고 야근을 하게 되죠.

그렇다면 최소한 주말에 집에서 챙겨먹는 끼니만큼이라도, 직접 만들어서 건강한 요리를 해먹자..라는 생각으로,

결혼하고서 처음으로 조리를 시작해보았습니다.

 

처음에는 있는 반찬(구입해온 반조리 식품, 부모님댁에서 보내주신 밑반찬들)을 적당히 차려서 상차리는 걸로 시작했습니다.

 

 

 

제가 결혼하고서 처음 차린 밥상입니다. 별거 없죠? 내 별거 없습니다.

국부터 반찬까지 모두 부모님이 주신 메뉴들이었습니다.

 

그런데, 저렇게 차려놓고나니 반찬 하나 꺼내놓고 대충 때울때보다 훨씬 밥맛이 돕니다.

그럴싸하게 한끼 먹은거 같기도 하고 든든합니다.

 

그래서 하나씩 하나씩 음식을 해보기 시작했습니다.

 

 

다음 사진입니다. 역시 별거 없죠?

위 사진과 별로 달라보일꺼 없지만, 그래도 위 사진과 비교해서 노력이 많이 들어간 상차림입니다.

가운데 4칸짜리 밑반찬 접시와, 가까운쪽에 김치, 백김치는 부모님께서 보내주신 거지만,

된장국을 끓이고, 계란후라이와 베이컨을 구웠고, 가장 먼쪽에 양상추와 두부로 샐러드를 만들었습니다.

 

이렇게 하나씩 하나씩 차려놓고 먹다보면 점차, 어? 이런거 해먹어보면 어떨까? 싶은 생각이 듭니다.

 

 

****************************************************

 

제가 여기서 이야기하려는 음식은 '집 음식'입니다.

 

세상에는 맛있는 음식이 참 많습니다. 돈주고도 못먹는 음식...같은 것도 없지야 않겠지만 그래도 자본제 사회에서

엥간한 음식은 돈주면 다 먹습니다. 싸게 먹을수도 있습니다. 김밥천국의 천원김밥이 처음 등장했을때 저는 정말

깜짝 놀랐습니다. 어렸을때 김밥은 소풍갈때만 먹을 수 있는 그야말로 별식이었습니다. 김밥 한번 싸는 것도 무지

복잡했습니다. 어머니가 새벽같이 일어나서 야채를 볶고, 지단 부치고, 햄이랑 맛살 길게 자르고, 밥에 양념을 해서

도마에 김밥말이 발에 꺼내놓고 하나씩 싸서 잘라서...저희 어머니는 본인이 김밥을 굉장히 잘 만드신다는 자부심이

있었습니다. 90년대말인가 2000년쯤이었나, 쿠궁 하고 등장한 천원김밥은 그 모든 자부심을 일거에 폐기했습니다.

편의점에 가면 온갖 종류의 도시락이 있습니다. 저는 사먹어보지 않았습니다만, 가격을 보면 대충 3천원 정도 하는거

같습니다. 싸게 먹으려면 삼각김밥에 행사상품의 음료수 하나면 1500원에도 해결할수 있습니다.

 

그런데도, 집에서 조리를 해먹는 이유는? 인공조미료를 넣지 않고, 맛과 함께 건강을 생각해서 만들 수 있고,

무엇보다 내가 만든 요리를 가족들과 함께 맛있게 먹을 수 있다는 기쁨에 있습니다. 물론 혼자 먹을때도 마찬가지입니다.

저는 치킨을 좋아합니다만, 치킨을 먹을때마다 죄책감을 느낍니다. 아- 이 기름덩어리들을 튀겨서 다시 내몸에 축적시키

고 있구나..라 생각하면, 눈물이 나지만, 그래도 계속 먹습니다.

 

얘기가 잠깐 샜는데...식단을 조절하고, 건강한 영양소를 섭취하기 위해서 집에서 밥을 조리해 먹는 것은 굉장히 좋습니다.

물론 밖에서 건강한 음식을 사먹을수도 있지만, 집에서 조리를 하다보면, 어떤 영양소가 어떻게 배분되어 섭취되고 있고,

어떤 식재료 들이 좋은 것들인지 등이 보입니다.

 

시간이 없죠? 집에오면 피곤해서 늘어져 자기도 바쁘고, 무한도전도 봐야하고, 듀게에 글도 써야는데 어느 세월에

뭘 만들어 먹나싶죠? 그냥 사먹는게 역시 편하긴 하죠.  미식가라고 할수 있는 수준인지는 모르겠지만, 밖에서 먹는 음식들을

고르는 기준과 선호도는 저도 있습니다. 밖에서 먹는 좋은 음식의 중요한 요건은 '식재료의 맛'을 잘 살린 음식입니다.

 

소고기와 돼지고기와 닭고기와 오리고기는 모두 맛이 다릅니다.

뭘 넣어도 비슷한 요리는 이미 저 식재료들의 특성을 살리지 못하는 요리입니다. 즉 나머지 양념이나 소스 들이

고유의 식재료 맛을 잡아먹고 있습니다. 그런 요리를 먹고 싶을때도 있지만, 그럴때는 가장 저렴하고 간단한

메뉴를 골라서 먹으면 됩니다. 김밥천국처럼 메뉴가 30개 이상인 분식집들의 맛은 대부분 이렇다고 생각하면 됩니다.

네, 바로 조미료로 낸 맛들이 주를 이루게 되죠.

 

하지만, 집음식을 만드는 기준은 조금 달라야 합니다.

여기서 집음식와 밖에서 사먹는 음식의 차이가 발생해야합니다. 집에서 만드는 음식은 간편하고, 빠르게 조리되어야 합니다.

저도 식재료의 맛을 잘 살린 좋은 음식들을 좋아합니다. 전문 요리사의 좋은 솜씨로 빚어내는 맛있는 요리도 좋아합니다.

걔네들은 저도 사먹습니다. 그걸 어찌 흉내냅니까. 다만 매 끼니를 그렇게 먹을수는 없으니, 집에서 대충 먹어야 하는 끼니들.

먹을게 없어서 대충 라면 끓여먹을까, 뭘 시켜먹을까 싶은 평일 늦은 저녁이나, 주말의 식사들을, 직접 해먹는 조리로 대체할때

훨씬 양질의 식사를 먹을 수 있습니다.

 

자, 프롤로그는 이쯤에서 마치고,

본격적인 글 (아마도 끽해야 2-3개 정도겠지만)에서 집음식을 만드는 요령들을 얘기해보겠습니다.

...만 핵심은 위에 이미 썼습니다.

 

 간편하고, 빠르게  입니다.

 

- To be countinued

 

 

 

 

    • 잘 읽었습니다! ㅋ

      1년 후 글 제목 예상 :

      안녕하세요. 제가 이번에 '7번국도의 식탁'이라는 책을 내게 되었어요(부끄;;).
    • 닥터슬럼프// 직장 파업이 올해 내내 계속되면 생업으로 그런방법도 있겠나..생각도 해봅니다;; 음식점을 차릴 실력과 자본은 모두 안되고;;
      생업이 되면 "안녕하세요. '원숭이도 차리는 저녁식탁'의 저자 7번국도입니다"라고 글을 써야나;;
    • 그러다 책광고는 다른데 가서 하셈 그런 말도 듣게 되는데
    • 김전일// 물론 농담입니다;; 나무를 잘라만든 종이 낭비할 내용까지도 안되고, 바이트 낭비면 충분합니다^^; 초보 요리 방법이란게 어차피 원칙은 몇가지없거든요. 나머지는 조리하는 사람의 창의성의 문제!
    • 그런데 직접하면 진짜 육류는 손대기 싫어지던걸요??/ 특히 생닭은...끄응
    • 일하고 집에 오면 라면 끓여먹을까 vs 달걀을 삶고 양상추와 두부를 손질해서 샐러드 해 먹을까의 고민을 1년 넘게 반복하는 입장에서 좋은 글이라고 생각합니다.
    • 김전일// 그런게 없지 않아 있습니다. 저도 어렸을때부터 지금까지, 생선은 살았든 죽었든 조리하기 전까지는 손을 아예 못댑니다.
      붉은 고기류는 그렇지 않은데, 생닭도 마찬가지로 손대기 껄그럽긴 하죠. 손을 안대고도 할수 있는 음식을 하시면 됩니다^^
      닭도리탕은 해봤는데 거의 손대지 않고 할수 있더라구요.^^ 육류나 생선의 경우 파는 곳에서 대부분 조리 목적에 맞게 잘라주니까요.
    • 음... 전 실전적으로 두가지만 적고 싶습니다.

      1. 국을 끓일 때는 절대 물을 처음부터 많이 넣지 말고 조금씩 넣어보고 재료의 양에 맞는 국물의 양을 가늠할 것

      2. 찌개류는 가급적 메인재료를 볶다가 끓일 것 (생선류 제외) 카레나 스튜도 마찬가지.


      나머지야 뭐 레시피 찾아가며 하다보면 됩니다.
    • 김전일/ 오리탕을 끓인답시고 통오리를 사다가 칼날이 안 들어가서 양손으로 잡고 날개죽지를 부러렸던 기억이 떠오르는군요. 으으으.
    • 그리고 약간 소녀틱한 분들이 집착하는 게 너무 예쁘게, 색 알록달록하게 인데, 거기에 요상한 퓨전드레싱, 소스 과다
      기본에 충실하는 게 좋습니다. 7번국도님도 강조하셨다 시피 재료의 맛을 살리고, 재료의 맛들의 조화 이런 건 어느나라 요리든
      수백 수천년간 조합이 검증되어 온 게 많으니까 퓨전으로 창의성 발휘는 클래식을 마스터 한 다음에 도전합시다.
    • 그러고 보면 여자가...독한가요..끄응
    • 굶프님 소환해서 논란에 종지부를
    • 시간이 없죠? 집에오면 피곤해서 늘어져 자기도 바쁘고, 무한도전도 봐야하고,---->완전 동감.
      자취 나름 10년이 넘어 가는데 할줄아는 요리라곤 모든 걸 다 넣고 볶는다 외엔 없는 저로선
      7번국도님이나 굶버섯님의 글을 보면 진짜 자괴감까지 느껴집니다. 요리를 안하다 보니 집에 굶버섯님처럼 어여쁜 그릇도 없고
      뭘 하나 튀길려고 해도 튀김팬도 없고---->물론 핑계에 불가하지만서도.

      엿튼 완전 열심히 볼 예정이고 미리 감동했다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 제가 해본, 가장 열악한 조리 환경에서 솟아나온 최상의 결과물은...
      배낭여행 중 영국에 어학연수 중인 친구를 방문해서 만들어줬던 닭도리탕(또는 닭볶음탕 블라블라)이었습니다.

      닭 한마리를 스위스 아미 나이프(휴대용 맥가이버칼--;)로 해체하여 그 친구의 주방에 있던 유일한 거의 양념인 고추장과 케찹을 적당히 섞고 소금/후추를 뿌린 물건이었는데... 의외로 결과물은 맛이 있었다는 전설 아닌 레전드의 간편요리.
    • 그간 게을러져서 포스팅을 더디 하고 있었는데

      왠지 이 글을 보니 간만에 밀린 사진 정리를 하고 싶군요!

      음식 사진 좋아요. 마음 먹기가 가장 중요하다는 말씀도 동의합니다

      다음 글 기다릴게요 :D
    • 아... 마음먹기가 제일 중요하단 말은 정말 진리입니다. 전 아직도 마음을 제대로 못 먹어서 (요리하는 데 수고를 하느니) 조리 전의 재료를 따로따로 먹어도 그게 그거 아니냐-_-는 사고방식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어요. 그러니 가족과 음식을 나누는 즐거움을 만끽할 단계가 너무 머네요...
    • 4칸짜리 밑반찬 접시 어디에서 파나요? 쪽지 기능이 없어서 댓글로..
    • 화양적/ 저것만 따로 산건 아니고 결혼하면서 그릇을 세트로 마련할때 함께 구입했던걸로 기억합니다.
      랜드는 한국도자기의 '젠 클라우드' 시리즈였을꺼에요.
    • calmaria/ 저는 혼자 먹으려면 마음먹기가 너무 어렵고 힘든데, 맛있게 먹어주는 가족들 생각하면 의욕이 생기더라고요. '누군가 먹어주는 입'이란 건 저에게는 충분한 동기부여가 되어줘요. 그러니 저처럼 반대로 생각해보시는 것도. :-)
    • 화양적/'플레이트 캬트르'라는 요상한 이름으로 검색하시면 나옵니다(..) 저도 애용하고 있어요 좀 무겁긴 하지만!
      글 좋네요 흐흐 초보불량주부 입장에서 정독하겠습니다 ㅠ.ㅠ/
    • 하앗, 저는 세 번째 글부터 읽었네요~! 막 요리하고픈 욕구가 솟구쳐요!
    • 성찰을 깨우는 글입니다. 덕분에 앞으로는 웬만하면 직접 요리해서 먹게 될 것 같습니다.
    • 잘 읽었습니다. 마음 먹기가 최우선이군요 ^^
    • 아... 제가 쓴 글인 줄 알았습니다. 싱크로율 98%에 육박하는 내용이라 가슴이 막 두근두근해요. 아...마음먹기가 왜 이리도 어려운건지... ;ㅅ;
      그래도 7번국도님이 불러일으킨 동기부여를 힘입어 이번 주말에는 반드시, 무언가, 밥상 요리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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