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작 소설을 보시면 주인공의 심리 상태가 더 잘 이해되실 텐데요. 완전무결한 새 삶을 얻고자 살인까지 저지르며 신분을 가로챈 여자가 자신과 다를 바 없는 신용불량자라는 걸 알고 절망한 거죠. 영화와 다르게 약혼자가 직접 추궁했기 때문에 더욱 궁지에 몰리기도 하고요. 주인공 형사가 나중에 자초지종을 알고는 '두 사람은 서로를 잡아먹은 거나 마찬가지다'라고 표현해요. 상대의 신분에 대해 철저히 조사했으면서 파산 내역은 몰랐던 부분에 대해서도 나름 논리적인 추리를 전개해서 이를 통해 둘의 관계를 유추해내는데, 영화에서는 아무래도 세세하게 묘사하기 어려웠겠죠.
소설 느낌으로는 이성적 판단도 있겠지만, 감정적으로 용납하지 못해서가 아닐까 싶었어요. 파산 자체에서 벗어나려 했는데 다시 파산이라. 리스크 생각하면 애초에 살인보다도 다른 나라로 가거나(밀항이라도) 뭔가 더 살인보다 리스크 적은 게 있지 않았을까, 그 생각부터 먼저 들기도 했었죠.
원작에서는 개인파산이라는것 자체가 제3자가 쉽게 알수 있는 정보가 아니라 숨기면 숨겨질수 있는 것이라는 정보가 있었구요. 파산신청이라는 제도를 제대로 알고 행하면 바닥까지 추락하지는 않을텐데 의외로 그런 제도들이 많이 알려져 있지 않는 사회의 탓을 하기도 해요. 철저하게 개인을 추락시키면서도 최소한의 제도적 장치도 잘 알려주지 않는 사회를 말이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