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듀9) 우울합니다.

요 며칠간 이런저런 사정으로 무리를 했더니 골이 빠개질 것 같습니다. 추적추적 비도 오고 마침 방사능 바람도 분대니 기회는 찬스다 싶어 불을 끄고 창문도 닫고 커텐을 친 후 생각을 곱씹고 있어요. 배불뚝이 소가 와도 새끼를 놓지 않고 닭도 꾸르륵 소리만 내며 달걀도 안낳을 것 같은 심란한 우리집구석에 누워서 침만 줄줄 흘리며 천장의 희미한 곰팡이무늬를 헤고 있습니다. 

황해를 극장에서 보며 한 번 울었어요. 구남이가 방구석에 쪼그리고 앉아 멍하니 벽을 보는 장면이었는데, 벽의 곰팡이무늬가 세상에나 곽희의 조춘도처럼 보이는 것이 아니겠어요. 루벤스의 그리스도의 하강을 보며 죽음을 맞은 네로처럼 벅찬 기분에 눈물을 뚜욱뚝 흘렸었는데요. 지금 천장의 곰팡이무늬를 보니 그 때와 똑같은 기분이 듭니다. 

요즘 종종 별 일도 아닌 것에 신경이 예민합니다. 어젯밤엔 분명 고독에 씌인 사람처럼 우울하게 시내 한복판을 휘젓고 다녔으면서 카톡 알림 소리는 징그럽게 짜증납니다. 닭이 웃는 얼굴로 뚝배기 안에 들어앉아 엄지손가락을 치켜 올리거나 돼지가 행복한 표정으로 불판 위에서 뒹구는 음식점 간판을 볼 때 마다 인간의 자기합리화같아 유난히 서글픕니다. 이런 때는 사람을 만나지 않고 게시판도 들어오지 않는 것이 좋은데, 듀게는 물리적으로 시간이 없을 때를 제외하고는 틈틈이 들어오게 돼요. 

여의도, 신촌, 시청, 용산, 종각, 사당 근처에 이런 날 책 읽을 만한 데 어디 없을까요? 도서관도, 카페도, 공원도 좋습니다. 아끼는 장소를 공유해 주시면 애정을 듬뿍 담은 핫멜트를 하나씩... 이 아니라 행복을 기도해 드릴게요. 도와주세요.
      • 으헝 듀게칭구 쑤우님ㅠㅠㅠ 허세봇이 오글거리지가 않아영ㅠ
    • 신촌에서 조금 떨어진 연희동의 프라시아 커피 추천합니다.

      요즘은 COE원두 및 스페셜티 커피를 활용하는 곳이 늘었지만
      개인적으로 작년과 올해 먹었던 수많은 커피들 중에서 가장 향긋하고 마음 편해지는 한 잔을 그곳에서 마실 수 있었습니다.
      지금도 당장 가서 정성스런 그 한 잔의 커피를 마시고 싶네요.
      • 만약에님 감사해요. 마음 편히 한 잔 하고 오겠습니다.
    • 종각 근처? 종로 3가 '뎀셀브즈' 창가 자리 좋아요 이런 날시엔 더욱 :)
      • 지나가며 본 적이 있는 곳인데, 정말 그렇겠네요. 가볼게요. 고맙습니다, 까만눈님!
    • 홍대는 어떠세요? 주차장골목쪽에 토끼의 지혜도 좋은데...아니면 상수쪽으로 자리를 옮긴 이리까페도 이런 날 딱 좋죠. 이리까페는 후미진 곳으로 이사가서 더 좋아요..이런.벌써 나가신건가요?ㅎㅎ
      • 나가긴요! 글 써놓고 완전 뻗어버렸어요. 정신을 차리고 보니 감기에 걸려있네요ㅠ 우울한 날이 오늘 하루는 아닐 테니 들를게요. 조언 고맙습니다 :)
    • 홍대의 후마니스트가 운영하는 책다방도 괜찮아요. 넓진 않지만 홍대의 다른 북까페에 비해 조용하고요.
      • 후마니타스..잘못 썼어요.
        • 고맙습니다! 여기도 찾아갈게요~ 푸른나무님의 무병장수를 기원해영 :)
    • 뎀셀브즈는 케이크도 정말 맛있어요............
      • 이런 날 꽁치 데리고 산책나오면 배가 다 젖겠어요. 뎀셀브즈 케이크도 추가하겠습니다 :)
    • 그런 기분에 무슨 책이에요. 훌쩍 기차라도 한번타고 와요. 멍하니 창밖을 보면서.
      • 따숩님 감사해영 조만간 책 들고 기차 한 번 탈게요! :D
    • 카페 뎀셀브즈 3월 말까지 리뉴얼 공사중입니다.
      • 스파키님 이런 중요한 정보를! 감사합니다 복 받으세요 두 번 받으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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