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일러&바낭] 건축학개론을 보고 왔습니다. 좋긴 한데...

- 아니 도대체 수지-한가인의 인생은 왜 저 모양인가요. 어려서 어머니 잃고 제주도에서 동네 학원 다니며 죽어라 공부해서 연대 음대 들어갔더니 촌놈이라고 왕따 당하고. 짝사랑하던 선배는 양아치에 큰 맘 먹고(?) 좋아했던 녀석은 난데 없이 '꺼져줄래?'라면서 떠나 버리고. 그나마 시집 잘 가서 인생 피나 했더니 금방 이혼에 혹시나 해서 찾아간 첫사랑은 강제 고백 시켜놓고 결국 결혼한다고 떠나 버리고. 나름대로 '어른의 해피엔딩'스럽게 끝나긴 하지만 그 인생 역정이 너무... orz


- 가족 중에 '봄날은 간다'를 아주 싫어하는 분이 계신데, 말인즉 등장 인물들이나 벌어지는 사건들이 너무나도 현실적이어서 꼭 동물의 왕국 같은 자연 다큐멘터리를 보는 것 같아서 그렇답니다. '수컷이 구애의 노래를 부릅니다. 교미를 하고 있군요.' 라는 나레이션이 나올 것 같았다고. -_-;; 근데 저는 엉뚱하게 이 영화를 보면서 좀 그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특히 이제훈-엄태웅 캐릭터가 그래요. 따지고보면 찌질하다고 욕을 많이 먹는 것 같긴 한데... 그냥 뭐 그 당시 기준으로 평범한 숫기 없는 대학생 캐릭터를 과장 없이 보여준다는 느낌이었어요. 사랑에 빠지는 것도 짝사랑을 하면서 하는 행동도 오해-_-후의 찌질한 반응도 모두 그냥 전형적이면서 현실적이었죠. 특별히 찌질한 놈이란 생각은 전혀 안 들었습니다. 물론 그게 잘 한 짓이라는 얘긴 또 절대로 아니지만...;;


- 친구 캐릭터도 마찬가지. 어쩌다 남자애들끼리 모인 술자리에서 누군가의 연애 상담 분위기가 조성되면 꼭 그런 식의 말도 안 되는 조언을 불변의 자연의 법칙이라도 되는 양 자신있게 떠들어대는 놈이 한 두 놈씩은 있었죠. 게다가 그 와중에 정말 그런 얘길 진지하게 듣고 그대로 실행에 옮기는 녀석도 가끔 있었고. 물론 그 결과는(...)


- 사실 전 웹상의 반응을 보고 '본격 90년대 추억팔이 영화' 같은 걸 생각하고 보러갔었는데. 생각만큼 열심히 팔진 않더라구요. 기껏해야 삐삐, CDP, 전람회와 015B, 마로니에 노래 정도. 그나마 영화 속에 나온 노래는 모두 96년 이전 곡들이었죠. 등장 인물들의 옷차림은 꽤 신경을 쓰긴 했는데 (특히 선배와 친구는 머리 모양부터 옷차림까지 거의 완벽하더군요 ㅋ) 수지 의상이 좀 걸렸습니다. 홀로 80년대 삘의 의상이었는데...; 뭐 '오래된 첫사랑의 이미지'를 보여주는 게 수지 캐릭터의 역할이었으니 그냥 그러려니 하구요.

 제게 이 영화에서 시대 재현이 가장 잘 되었다 싶었던 건 의상이나 소품들보다는 등장 인물들의 사고 방식, 행동 방식 같은 부분들이었습니다. 정말 그 당시 대학생들 같았어요. 그래서 그런지 옛날 생각도 많이 나고 전람회 노래도 땡기고 그러네요.


- 그리고 또 한 가지. 96년의 서울 대학생들의 학교 생활이나 연애 생활치곤 너무도 순수(?)하단 느낌이 들기도 했어요. 하지만 애초에 이제훈과 수지가 만나서 데이트할 일이라곤 건축학개론 수업 과제 하러 다니는 것 밖에 없었으니 또 그냥 납득 합니다.


- 정말 영화 제목 잘 지었죠. 둘이 만나게 되는 계기가 '건축학 개론' 수업이고 수업 과제를 통해 연애 감정을 싹 틔우고 수업 종강과 함께 헤어지잖아요. 게다가 다 하지 못 하고 남겨둔 감정을 건축을 통해 해소하고 끝내는 영화니까. 시나리오도 영리하게 잘 짜여졌다는 느낌이고 제목도 맘에 듭니다. '불신지옥'으로 인한 기대치가 있었는데 그걸 충분히 충족시키고도 남는 작품이었어요.


- 배우들도 만족스러웠습니다. 네 명의 주연들 모두 본인 역할에 잘 어울리든 소화를 잘 하든 어쨌든 훌륭했구요. 선배, 친구도 훌륭했고... 특히 한가인은 '해를 품은 달'에서 까인 게 안타까울 정도로 와방 예쁘고 연기도 무난하더군요. 사실 한가인의 미모에 대한 칭송들을 볼 때 살짝 공감 못 하고 있었는데, 이젠 납득하기로 했습니다. -_-;; 역할을 잘 만난 덕을 감안하더라도 수지도 괜찮았구요. JYP 소속 가수가 영화에 나온 건 '뜨거운 것이 좋아'의 소희와 이 작품의 수지 밖에 못 봤는데 둘 다 작품이 괜찮아요. 시나리오 잘 보는 직원이 있는 건가... 라고 생각하다 보니 애초에 영화에 출연한 경우가 별로 없네요;

 그리고 감독이 연기 지도를 잘 한 것 같단 느낌도 조금. 이제훈-엄태웅도 그렇지만 외모상 전혀 비슷해 보이지 않는 수지-한가인이 대충 같은 인물처럼 느껴지더라구요.


- 근데 찾아 보니 수지와 이제훈이 열 살 차이네요. 옴마야;;;


- 감정을 그리 쥐어짜내는 영화는 아니어서 눈물이 나거나 하지는 않았지만. 그나마 가장 슬펐던 장면은 한가인이 '니가 내 첫사랑이었으니까!'라고 외치는 장면이었습니다. 맨 처음에도 적었지만 이 분 인생이 너무 암울해서 그 상황에 몰입이 확 되는 것이; 엄태웅이야 예전에도 자기 오해 때문에 삽질했던 거고 (첫 눈 올 때 만나자며 장소까지 정해주는 얘기 들었음 알아서 눈치를 챘어야지 인간아...;) 현재도 상황이 딱히 나빠 보이지 않아서 슬플만한 부분은 없었는데. 자기가 옛날에 부숴 놓은 문짝 꾹 꾹 누르면서 우는 장면은 그래도 좋았습니다. 뭔가 영화 제목과 잘 어울리는 것 같기도 하고(...)


- 은근히 가난(...)을 강조하는 영화였다는 생각도 조금. 이제훈이 사는 동네를 굳이 그 쪽으로 설정했다든가. 수지가 무려 음대생(?)임에도 불구하고 도시 출신 동기들에게 무시를 당한다는 설정이라든가... 재수 없는 부잣집 선배 캐릭터나 그 캐릭터의 대사들도 그렇고. 전작에 의한 선입견 때문인지 감독이 아무 생각 없이 그렇게 설정을 짰을 것 같진 않아요.


- 한가인이 살 집은 참 예쁘고 좋더라구요. 특히 그 윗층이 바깥 환경과 자연스럽게 이어지는 부분이 좋았습니다. 다만 겨울철 난방비 때문에 부담 좀 되겠다는 생각...;;


- 마지막 장면의 CDP야 뭐. 알아서 수리하고 배터리 새 걸로 넣어 보냈으려니 합니다. ^^;


- 엄태웅 여자 친구('내 마음이 들리니'의 그 분이더군요)가 한가인에게 결혼 사실을 털어놓는 장면을 보고 가족분께서 '여우 같다'며 감탄하시길래 '갑자기 어떤 싱글 학부모가 나와 동창이라며 찾아와서 친한척 하는데 얼굴이 한가인이야. 어떡할래?' 라고 물어봤습니다. 바로 납득하더군요. 당연하죠 뭐 한가인인데.


- 역시 가족분과 대화 중에 이견이 있었던 부분이 두 가지가 있습니다.

 1) 엄태웅과 한가인이 첫 대면하는 장면에서, 전 정말로 엄태웅이 잠시 알아보지 못 한 거라고 생각했습니다만 가족분께선 일부러 못 알아보는 척을 한 걸 거라고. 글쎄 뭐 일부러였을 수도 있겠지만 전 그냥 못 알아본 게 맞다고 생각해요. 첫사랑이라곤 하지만 딱 3개월간 얼굴 봤던 사이고 둘이 무슨 사진을 남기지도 않은 것 같구요. 그리고 16년이 흘렀으니까.

 2) 과연 그 날 밤 수지와 그 강남 선배 사이엔 무슨 일이 있었는가(...) 전 결국 별 일은 없었을 거라는 쪽이고 가족분께선 그럴리 없다(...)는 쪽. 전혀 중요한 부분이 아니라는 건 알지만 어떻게들 생각하십니까!?


-  ...라는 뻘 질문을 던지며 끝입니다.

    • 2) 저는 별 일없었을 거라는 쪽. 대학생 때 그런 '불발탄'이 몇 건 있지요.
    • 2) 수지에겐 중요한 일이죠. 저도 별일 없었길 바랍니다만, 그래도 이제훈이 한 행동은 용서 불가.

      90년대의 찰나적 유행보다는 강북/강남의 비교와 같은 지리/역사적 의미가 더 큰 거 같습니다. 특히 수지 캐릭터가 강남으로 이사가서 한가인으로 변신하는 과정은 흥미롭죠. 어차피 유행 재현에 관심 있는 영화는 아닌 거 같고.
    • 2) 별일은 없었고 그 선배는 후배들에게 과장섞어 무용담처럼 떠들고 다녔을듯? 출교처분 되어야 하는데.
    • 몇가지 공감가는 평이 있습니다.
      1. 단순히 노래나 패션코드 이런게 아니라 사고방식이나 행동방식을 정말 잘 그렸습니다.
      2. 제가 90년대초중반 학번인데, 이때만 해도 연애는 대학때와서 하는 것이야 이런 생각하는 사람이 많았습니다. 그리고, 친구들 보면 물론 영악하고 잘 놀던(^^) 친구들도 많았지만 순수하다기 보다는 뭘 모르던 시절이였습니다. 좋은 말로 하면 순수, 뭐 객관적으로 보면 늦되었다고나 할까요...
      3. 주인공 친구 캐릭터는 정말 현실성 백프로이지요.. 이 친구 말을 단순히 웃음코드로만 보시면 안됩니다:;
      4. 가난.. 이런게 고딩때까지는 잘 몰랐지만, 대학때 와서 생각이 정말 어떤 커다란 현실적인 벽으로 느껴지기 시작했습니다. 저에게는.. 주인공이 어머니한테 하는 것, 전 너무너무 공감가더라구요 :; 지금 시점에서도 썩 사이좋지 못한것.. 메이커 입고 싶었던 것들.. 이런 것들 전 제법 공감이 가요..
    • 1)전 못알아보는 척 했을꺼 같아요ㅋ 처음 건축의뢰도 일부러 피하려고 하고 15년동안 CDP까지 간직하고 생일까지 기억하는 거 보니 마음속에서 계속 품고 살았을 거 같아요. 원망도 좀 섞인 그리움?
    • 바닷가 횟집에서 둘이 술먹다 한가인이 욕하는 장면이 좀 튀더라고요.
      제가 욕설에 거부감 있어서인지 몰라도 저렇게 격한 언어가 필요한가 싶은;
    • 이 영화 보기싫은 이유가 다 들어있네요.

      가난, 돌이킬 수 없는 오해 그런데 시작이 찌질, 과거에 대한 애증, 이불속에서 하이킥을 부르는 어이없는 말과 행동...쳇
    • 그니까 남자들한테 집주소 알려주는거 아닙니다.
    • 2) 이제훈이 문에 대고 귀를 기울였을때 들은 정보로 판단했겠죠. 그걸보고 간접적으로 유추할수 밖에 없을듯
    • 많은 부분 공감해요. 특히 모 사이트에선 평범한 90년대 추억팔이라고 비하하던데..
      전 오히려 추억팔이는 생각보다 별로 없어서 놀랐어요. 사고방식이나 행동방식이 추억을 불러일으켰다는 점에 공감해요.

      그리고 2번은 많이 논란이 되는데 저는 별일 없었던 것 같아요.
      이제훈과의 뽀뽀가 첫뽀뽀라고 한다면 그날 별일이 있었다면 수지의 첫경험이 될텐데..
      첫경험을 강제로 당한 여자가 그렇게 아무렇지도 않게 담날 쓰레기봉투 버리고..
      좋아하던 남자찾아가고 그럴 수 없을 것 같아요.
      여러가지 충격과 복잡한 마음에 뒤덮여서...좋아하던 남자한테도 찾아갈 수 없었을 것 같아요.
    • 2) 저도 다음날 수지가 봉다리 달랑달랑 흔들며 집에서 나오는 거 보고 좀 안심(?)했어요.
      것보다 한가인의 '니가 내 첫사랑이었으니까' 이후 둘이 잤는가 안잤는가 하는 문제때문에 동행과 설전을 벌였는데
      이건 저희 말곤 아무도 안 궁금해하더라고요; ^^
    • 저는 농담이 아니라 정말 강남 가서 의학의 도움을 받은 걸로 서브 스토리를 짜며 캐스팅한 것이라고 짐작하며 봤습니다. 캐릭터와도 잘 맞는 배경 설명이고요.
    • 2) 저도 수지와 선배사이에는 아무일 없었을 거라는 데 한표..

      그런데 마지막에 엄태웅과 한가인의 키스 후의 일은 쿨럭.. 이상하게 궁금해 하는 분이 많지 않은 듯..-_-;
    • 1) 두번째 볼때 확신했습니다. 승민은 서연을 단번에 알아봤어요. 최소한 엄태웅은 그런 감정을 가지고 연기를 했습니다.
      • 저도 두번째 볼때 그 부분을 유심히 봤는데 처음 만나는 순간 알아챘다고 생각해요 전혀 모르는 사람보고 짓는 표정이 아니었어요
    • 저도 초반에 엄태웅이 못 알아보는 장면이 이상했는데, 전 못 알아본 건 자연스러웠는데 다시 알아보는 제스쳐가 너무 꾸민것 같아서 민망해서 알아본척 하는건가했어요.

      질문에 대해서 저도 안 됬을 것 같아요. 그게 그렇게 쉽게 되는 것도 아니죠. (보통 안된 건 굳이 영화에 넣거나 얘기하지 않아서 그렇지 않나 생각이 들고..)
      특히 둘 중 하나라도 다른 사람이 마음에 있을 때는요.

      저는 모든 ㅈ들어간 욕이 불필요하게 격하다고 생각했어요. 실제론 그래도 영화에선 잘 안쓰니까요
    • 단호박전/ 아, 저는 욕하는 장면에서 울컥 했는데. 그게, 여자입장에선 그렇게 첫사랑 찾아내는 일, 쿨하긴 해도, 나름 자존심 일단 접고 가는 일 아닌가요? 난 구질구질해 죽겠는데, 걘 너무너무 멀쩡히 잘 지내구. 괜히 상대적으로 비참하고. 술이 들어갔으니 더 짜증났겠죠.
    • 아무 일 없었다 쪽이 우세로군요. 우하하. 지금 가족분께선 패배감에 좌절하고 계십니다. ^^;

      DJUNA/ 강북/강남의 대조가 그리 잘 드러나진 않는다고 생각했었는데, 수지 -> 한가인 캐릭터의 변신을 생각하니 그럴듯 하네요.

      잉명12/ 그렇죠. 절대 개그 코드가 아닌데 말입니다. 정말 저런 놈들 많은데 여자들 앞에선 몸을 사려서 그런지 개그로 받아들이는 반응들이;

      비밀목욕형사/ 근데 그 CDP는 소중하게 어디에 박아 놓았다가 잊어 버리고 10년 이상 지냈을 것 같습니다. 그런 경험들 한 두 번쯤은 다들 있으시잖아요(?)

      단호박전/ 한가인이 욕하는 장면은 전 괜찮았어요. 맘 속에 맺힌 걸 풀어내기 위해 '일부러 더 격하게' 욕을 하고 소리를 지르고 그럴 때 있잖아요. ageha님 말씀대로의 이유도 있을 것 같구요.

      살구/ '결국 하지 못 한 고백'이라는 짝사랑 스토리의 필수 요소도 있습니다. 하하; 그렇게 정리해서 적어 주시니까 정말 별로긴 하네요.

      kiwi/ 평범한 추억 팔이치곤 그냥 봐도 퀄리티가 높은 작품이라고 생각하는데 말입니다. 그렇게 보일 수도 있나... 싶네요;

      high, 가오가오/ 아, 정말 그 생각은 못 했습니다! -_-;; 근데 이건 금방 결론이 나네요. 가족분과 대화 결과 '했다'쪽으로(...)

      쵱휴여, lonelylune/ 흠. 그렇군요. 저도 혹시 두 번 보게 되면 눈여겨 봐야겠습니다.

      dlraud/ 그런데 이 영화에서 ㅈ들어간 욕은 거의 친구 캐릭터의 것이었는데... 뭐 그냥 리얼리티라고 생각했습니다. 가난도 얘기하고 강남/강북도 얘기하는 영화이니 그 정도는 괜찮을 듯 싶구요. 또 제 옛 친구들을 떠올려보면 정말 그 정돈 그냥 일상이었기 때문에...;

      dos/ 따지고 보면 리얼리티가 있는 상상이긴 한데 그렇게까진 생각하고 싶지 않아지는 마음입니다. ^^;
    • 1) 저도 확실히 알아본 거라 생각했어요. 그 캐릭터는 그저 자기 속내를 들킬까봐 감추기만 해왔잖아요. 처음 서연에 대해 선배에게 전혀 모르는 척 굴었던 것도 그랬고..
      2) 다음 날 서연의 자연스런 모습을 보곤 별 일 없었겠다고 추측하긴 했지만 사실 그 선배 했던 짓으로 봐선 매너 좋게 두고 왔을 것 같지 않죠. 그 선배, 지금쯤 현모양처의 내조를 받으며 가정적으로 잘 지내리라는 것에 한 표.
    • 원글님이 답글 달아주셨지만 저도 끼어 보자면...
      저는 그 시대에 중학생이었는데 아마 이 시대 쯤이 어린 애들한테조차 강남-강북 구도가 참 첨예하게 대두된 때가 아니었나 싶어요. 이 때보다 약간 더 지나면 강남힙합-강북복고 구도가 확고해지죠. 그리고 브랜드 의류들이 한참 90년대 초반부터 부상해서 교복 분위기가 된 것도 이 때 굉장히 보편화된 현상이고...감독이 시대를 잘 그려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리고 한가인이 ㅈ 들어간 욕을 하는 건 저는 반반...저도 술 먹으면 객기 부리면서 욕 좀 하는 편인데 ㅈ 들어간 욕은 입에 영 안 붙거든요. 근데 로이배티 님이 써 주신 것처럼 인생이 너무 고달픈 사람이니까 그런 욕 할 법도 한 것 같네요.

      저는 1은 알아봤다, 2는 아무 일 없었다 쪽입니다. 그 선배가 말이야 술 먹으면 어쩌고 저쩌고 했지만 아무래도 그 나이대 남자애들 특유의 과장도 있었겠지요. 더군다나 사귀던 사이라면야 밀어붙일 만도 하지만 그렇게까지 해선 안 되겠다는 생각도 있을 테고 아직 아무 사이도 아니고 입 좀 갖다대는 데도 고개 돌리는 후배를 굳이 어떻게 하는 건 나름 잘나간다는 자의식 있는 입장에서 꽤나 자존심 상할 일일 것 같아요.
    • 움찔움찔 했었는데 이 글 보고 확신.. 이 영화는 안 보는게 맞네요.
    • 저도선배가 키스하려고 할 때 고개돌리는 거 보고 안잤겠구나 싶었지만...시라노의 엄태웅처럼 이미 찌질해질대로 찌질해진 이제훈에겐 진실이 중요한 건 아닐테죠.



      나중에 한가인과 엄태웅은...잤겠죠
    • 요즘 쓰는 말로 '케바케'입니다. 지금도 마찬가지죠. 순수한 사람은 순수하고 아닌 사람은 아닌거죠. 저도 90년대 후반 학번인데 대학가서 첨으로 연애란걸 해봤거든요.
      요즘 인터넷에 '마법사'라는 말들 있듯 연애 못하는 사람은 여전하죠. 물론 그들이 모두 '순수'한건 아니겠지만 연애에 쑥맥이라는 점에서 영화속의 이제훈처럼 상대방 마음 캐치
      못하고, 과감하게 고백이나 스킨쉽 등 들이대지 못하고 주변을 맴도는 이들이 예나 지금이나 있는거죠. 특히... 누구나 첫연애 시도는 능숙하지 않을테고요.

      가난 강조인지는 모르겠고, 어짜피 과거라 현재는 엄태웅도 유학가고 부인될 사람 어느 정도 사는 것 같고, 한가인은 이혼합의금을 많이 받았는지 제주도에 근사한 집도 짓고 하니
      뭐 전 부럽기만 하던데요. ㅎ 전 과거나 지금이나 별볼일 없어서 솔직히 부럽던데요.
    • 저도 나중에 영화 되새기면서 CDP 재생되는 건 살짝 억지 아닌가 싶었는데, 예고편 다시 보니 보조밥통 붙어있더라고요 - AA 두개 들어가는.
      집에 똑같은 CDP 있는데 생각나서 꺼내보니 잘 돌아갑니다. 소니가 잘나가던 시절이죠ㅋ
      아무튼 그래도 엄태웅이 깨알같이 배터리까지 바꿔넣어 보내준 건 사실^^
    • 당시의 강남/강북을 바라보는 시선이랄까요. 그런 분위기를 담긴 했는데, 그게 가난 강조까지 연결되는건 아니었던거 같아요. 이제훈이나 수지나 '가난'이라는 타이틀이 붙을만큼의 수준은 아니었죠. 어디까지나 상대적인 부의 차이랄까요.
    • 엄태웅이 하정우 디음으로 질나가는거 깉아요. 별로라고 생각했는데.
    • 저도 당시 대학생으로 강남/강북의 이야기 같았어요 이제훈도 수지의 욕망을 다 채워줄 수 없다는걸 알기에 선배와 잤냐 안잤냐는 중요치 않았던 듯...그리고 수지는 술 취했지만 키스 거절을 하는걸로 봐서 인사불성도 아니고..이제훈이 나서기가 참 애매한 상황 같았어요 찌질하긴한데 성폭행을 보고도 못본척하는 모습같진 않았어요
    • 1)확실히 알아봤다고 생각합니다. 과거의 이승민도 자기가 불리하면 모른척하는 캐릭터로 그려지죠.
      2)감독 인터뷰에서 기자가 질문을 하니까 관객의 성윤리의식에 맞긴다는 대답이 있던데. ㅎㅎ 저도 별 일 없었을 거라 생각합니다. 어떤 분은 이제훈이 문에 귀 대고 있을 때 철썩하는 따귀 소리를 들었다고 하던데, 선배가 음흉한 짓을 하려다가 수지가 정신차리고 따귀 때리는 장면을 조금 상상했습니다.
    • clancy/ 글쎄요. 보셔도 될 것 같은데. ^^; 연애 경력이 얼마나 되고 그 시절 사람이고 아니고가 그리 중요한 영화는 아닌 것 같거든요.

      Virchow/ 그렇죠. 그저 배신당한(?) 자기 마음이 중요했을 뿐. 그래도 좀 딱하긴 했습니다. ^^;

      wonderyears/ 엄밀히 따지면 wonderyears님 말씀이 다 맞긴 합니다. 하하; 하지만 아무리 그래도 한가인은 별로 행복해보이지 않더라구요.

      커팅엣지/ 제 주변 사람들은 다 그 보조 밥통을 붙이고 다녀서 전 그게 원래 디자인인줄 알았습니다. ^^; 참 이상한 타이밍에 세심한 배려를 보여준 엄태웅 캐릭터죠. 혹시라도 안 들을까봐!

      elecwhale/ 상대적인 부의 차이라는 표현이 더 적절한 것 같습니다. 그냥 극중에서 둘 다 불쌍해 보여서-_-그만 가난이란 표현을;

      살구/ 성공 타율은 높지 않은 것 같지만 참 많이 찍고 열심히 활동하는 덕에 한 편씩 얻어 걸린다는 느낌;이긴 하지만 그만큼 많이 활동할 수 있다는 것 자체가 잘 나간단 의미겠죠. 사실 저도 좀 신기하긴 합니다.

      질투는나의힘/ 자기 좋아하는 거 뻔히 알면서 부자한테 시집가서 집 짓고 어쩌고 하는 얘길 하는 게 좀 얄미워 보이긴 했습니다. 이제훈의 입장을 그렇게 생각할 수도 있겠네요. ^^;

      눈씨/ 관객의 성윤리 의식에 맡긴다면 뭔 일이 있었을 거라 생각한 제 가족분의 성윤리는...;; 사실 전 그냥 영화의 분위기상 별 일 없었을 거라고 쉽게 생각한 거였어요. 그런 상황(?)이 어울리는 것 같진 않아서.
    • 로이배티/ 저를 대입해서 그런지. 요즘에 아 자기 집 있는 사람 참 좋겠네 싶은 생각을 하니까 첫사랑도 실패하고, 결혼도 실패했지만 저런 집에서 살면서 먹고 살 정도의 돈이라도
      벌면 그래도 좋겠는걸 싶었지 뭡니까. 아..집집집.. 사람은 왜 집이 없으면 살 수가 없단말입니까. 사랑 없인 사람도 집이 없으면 노숙자... ㅎ
    • 저도 정말 그 집 너무 좋았어요! 바다가 눈앞에 탁 트인 것도 좋았고, 창문도 좋았고... 냉난방비가 장난 아니게 들겠지만... 옥상도 좋았구요.
      어디서 본 집 같이 생기긴 했지만, 그래도 참 좋았어요.
    • 읽다보니, 수지야 왜 그랬어~~하던 마음이 제훈아 왜 그랬어~~로 바뀌는 듯.
      참, 꺼져줄래 로 끝이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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