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낭]하루 휴가중입니다.
어제 회사에서 재밌는 일이 있었습니다.
저만 딱 빠진 채 파트회의를 하더군요. 기분이 좋지는 않았지만 그러려니 했습니다.
그러다가 팀 리더가 아주 큰 목소리로 "뿅뿅아, 우리 커피 좀 먹자." 하더군요.
순간 매우 당황했습니다. 같이 회의하던 파트원들도 당황한 눈치였습니다.
제 눈치를 보며 모두 일어나더군요. 다른 파트원이 자신이 타겠다며 나섰습니다.
"뿅뿅아. 조과장이 탄대. 너 올 필요 없겠다 야." 이러시더군요.
순간 속에서 무언가 치받고 올라왔습니다.
저는 회사 8년차입니다. 대리입니다.
3년차일 때 우수사원상을 받았습니다.
한가지 일이 익숙해지면 그 일을 다른 후배 사원들에게 가르쳐 주고 새로운 업무에 늘 도전했습니다.
그 이유로 저는 저희 파트의 대부분의 직무를 수행 가능합니다.
파트원들이 업무 수행하다가 문제가 생기면 제게 먼저 물어봅니다.
스스로의 일에 대한 자부심도 있었습니다.
근데 저는 팀 리더에게는 그냥 커피셔틀 뿐인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간 커피 심부름이 없었던 것은 아닙니다.
하지만 대부분의 경우 임원들이나 외부 손님들이 왔을 때 커피를 내어 갔습니다.
제가 포함되지 않았고, 저보다 어리거나, 제 후임들이 포함되어 있는 회의에 커피를 내어 오라는 얘기를 들은 것은 어제가 처음이었습니다.
남편에게 전화를 했습니다. 제가 과민한 것이냐고.
아니랍니다. 당장 사표를 써도 놀랄 일이 아니라고 합니다.
아빠에게 문자를 했습니다. 커피배달 짜증난다고.
아빠한테 이른다고 전하랍니다. 덕분에 조금 웃었습니다.
왜 그자리에서 바로 반박하지 못했을까에 대한 자책도 있습니다.
위와 같은 이유로 오늘 하루 연차내고 쉬고 있습니다.
내일은 식목일이라 회사가 쉽니다. 이틀 연달아 쉬게 됩니다.
남편은 아무 생각하지 말고 쉬기만 하라며 아이를 할머니댁에 맡겼습니다.
늦잠자고 일어나 피자를 데워먹고, 밀린 미드를 봅니다.
미드 저장 위치를 찾다가 남편의 야동 콜렉션도 찾았습니다.
남편은 정리벽이 있습니다. 야동도 그렇게 정리해놨을 줄은 몰랐습니다.
지금의 이 고요가 너무 좋습니다.
이 고요를 느끼게 하기 위해 어제의 일이 일어난 게 아닌가 할 정도로 마음이 편합니다.
팀 리더에게 복수할 수 있는 방법을 어제 밤새 생각해보았지만 부질없습니다.
다만 금요일에 출근해서 누군가가 커피를 부탁하면 얘기해야겠습니다.
커피는 다방에서 시키라고요.
아니면 돈을 달라구요. 바리스타 자격증이라도 따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