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뻘글)경험치와 성숙도의 상관 관계_'잠시익명할게요'님의 글에 대한 답변

1년쯤 전부터 이 게시판을 눈팅해왔고, 가끔씩 댓글도 달곤 했지만 이 곳의 성격을 제가 너무 몰랐었지 싶네요.

 

'잠시만익명할게요'(이하 잠시익명)님이 저를 겨냥하고 쓰신 글을 좀 전에 봤어요.

간단하게 댓글로 몇 마디 남길까 하다가 말이 길어질 것 같아 새 글로 씁니다.

 

제가 쓴 댓글을 다시 한 번 읽어보았습니다.

처음에는 저도 꽤 흥분했더군요. 저와 다른 생각이라고 해서 흥분할 필요는 없었는데, 팀킬로 느껴지는

최근의 게시판 분위기가 많이 싫었었나 봅니다.

어쨌든 제가 시종 얘기하고 싶었던 요지는

'세상 그렇게 쉽게, 빨리 안 변한더라. 최선이라고 믿는 그 지향점만 잃지 않는다면

조금씩, 천천히 가도 된다고 본다. 그 과정에서 차악이든, 차선이든 최악은 일단 피하고 보는게 좋지 않겠나.'

였습니다.

만약 제가 인문학적 소양이 높은 교양인이었다면 제 주장에 대한 논거로 변화와 개혁의 역사적 사실들을 나열했겠죠.

멀리는 프랑스혁명, 볼세비키 혁명, 가까이는 87년 6월 항쟁 등을 말입니다.

워낙 인문학적 소양이 높은 분들이 많은 곳이라 깊이가 없이 그런 사례들을 들기 싫었습니다. 아니 자신이 없었던 거죠.

그래서 꺼낸 사례가 전교조입니다.

 

1989년 5월인가 아무튼 1학기 중반에 전교조는 서울 어디에서 최초의 집회를 갖고 세상에 첫 발을 내딛었죠.(순전히 기억에 의존한 거라

디테일은 조금 틀릴 수도 있습니다.)

제가 다니던 학교는 소위 지방의 명문고(그래봐야 비평준화 지역에서 커트라인 가장 높은 학교라는 의미 말고는 없습니다.)였고, 유난히

보수적인 분위기였습니다. 학교에서 활동을 허용한 동아리가 딱 하나밖에 없을 정도로 말입니다.

공교롭게도 그 학교에서 전교조 가입 교사는 세 분이셨는데, 저희 담임, 제가 속한 동아리(그 유일하다는 문학 동아리)의 지도 교사이자

시인이셨던 분, 그리고 저희 국사 선생이셨습니다.

이미 85학번, 88학번의 PD계열에서 나름 '꽃병' 좀 던지던 두 형 밑에서 기초 수준의 '의식화(아오, 이 단어 지금 들으니까 진짜 웃기네요.ㅋㅋㅋ)'는

되어 있던 상태의 저는 당연하다는듯 이런 저런 활동을 했었죠.

금방 세상이 바뀔 것 같았습니다. 일방적으로 주입시키는 교육이 아니라 함께 토론하는 수업을 하고, 머리를 길러도 되고, 약간 불손한 태도로

말대꾸를 했다고 선생한테 고막이 터지도록 싸다구를 안 맞아도 되는 날이 곧 올 거라 믿었습니다.

하지만 대부분의 아이들은 관심이 없었어요. 심지어 동문 대학생 선배들이 학교로 들어와서 시위를 할 때 그 무리에 합세한 재학생이 불과

열댓명 정도였으니까요. 그 연대 시위를 조직하는데 나름의 임무를 했던 저는 기대가 컸었거든요.

본관 앞 잔디밭에 스크럼 끼고 주저앉아서 구호 몇 번 외치던 열댓명의 재학생들은 곧 학생주임(저희 학교는 지도과장이라고 불었었습니다.)한테

싸다구 몇 대 왕복으로 순식간에 진압되었죠.

그렇게 흐지부지 끝나버린 집회 덕분에 꽤 좌절한 저는 그 동아리 지도 선생님께 좀 투덜댔습니다. 왜 세상이 이 따위인지 모르겠다고 말이죠.

그 때 그 선생님께서는 제가 댓글로도 남겼던 말씀을 하시더군요.

" 이 싸움은 10년 뒤를 보고 시작했다."

당장 무언가 가시적인 성과를 기대했던 저는 과연 10년 후가 올까, 라는 회의가 생길 정도로 실망이 컸습니다.

 

87년 6월, 우리는 세상이 확 바뀔 거라고 기대했었습니다. 하지만 그 해 겨울 노태우가 대통령이 되었죠. 그렇다고 87년의 투쟁이 의미가

없었던 건 아닙니다.

88년 총선에서 노무현이 국회의원이 되고, 청문회를 통해서 스타가 되었고, 2002년에는 대통령에 당선이 되죠.

최소한 다른 의견을 말한다고 해서 고소를 당하거나 감시를 당하지는 않는 세상을 우리는 살았었습니다.

 

민주통합당, 특히 구 민주당 쪽 인사들이 진보인 적은 단 한 번도 없었습니다. 김대중 역시 본인의 사상적 좌표를 중도우파라 얘기했었죠.

어찌된 게 이 나라는 진보와 보수(혹은 수구)를 가르는 기준이 상식의 유무입니다.

서로 다른 의견을 자유롭게 말할 수 있어야 한다는 상식, 최소한의 사회적 안전망은 반드시 존재해야 한다는 상식, 부패와 비리와 거짓말은

단죄되어야 한다는 상식, 북쪽의 정권이 또라이라 하더라도 최소한 전쟁은 피해야 한다는 상식.......

그런 의미에서 나꼼수와 민주당이 진보연할 수 있는 거고, 진보로 통용되는 거겠죠.

노무현 정권 시절에 열린우리당이 당력을 가장 집중시켰던 건 아시다시피 국가보안법과 사학법, 노동관계법이었습니다.

FTA와 강정마을을 거론하며 그 놈이 그 놈이다, 라는 논리에 제가 드리고 싶은 대답입니다.

그래서 저는 그나마 상식적인 후보 중 당선 가능성이 가장 높은 사람에게 투표를 해 왔습니다. 물론 정당은 제 지향점과 가장 가까운 데에

찍은 거고요.

 

김용민이 당선되어야 한다, 는 논리는 단순합니다. 그가 과거에 무슨 말을 어떻게 했건 지금 그가 속한 정당이 그나마 새대가리보다는 나은

집단이기 때문입니다. 설마 국회의원 김용민이 새대가리의 법안에 찬성표를 던지겠습니까?

물론 김용민의 부정적 이미지가 전체 판도에 더 큰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 는 다른 분들의 논리도 충분히 설득력이 있습니다.

다만 그 논리는 추론이며, 김용민의 사퇴는 확실한 마이너스라는 현상이라는 점에서 그런 분들과 제가 충돌하는 거죠.

 

어제 저는 댓글을 통해 단 한 번도 결혼을 하고, 아이를 기르고 있기 때문에 내가 더 성숙하다, 는 논지로 말을 한 적이 없습니다.

다만 보다 나은 세상을 지향하는 이유가 제 개인의 이익보다는 제 딸(과 그 아이의 세대들, 즉 우리 후손들)에 포커스를 맞춘 것이죠.

이제는 나보다는 내 후손들을 생각할 만큼 제가 나이가 먹었다는 거죠. 사실 이건 슬픈 겁니다. 내가 지향하는 세상으로 바꾼다고 해도

그걸 누릴 수 있는 시간이 별로 없다는 슬픈 자각입니다. 또한 이건 아이가 없더라도 충분히 공감할 수 있는 내용이지 싶습니다.

이게 왜 비혼자들을 깔아뭉개려는 의도로 읽힌 건지 사실 어리둥절할 지경입니다.

 

제가 나이를 들먹인 건 분명 하지 말아야 할 짓이란 걸 인정합니다. 댓글에서도 인정한 바 있습니다.

그럼에도 제가 굳이 자폭을 한 이유는 단순합니다.

점진적인 변화, 최선이 안 되면 차선, 그마저도 안 되면 차악의 선택, 최악과 차선(잠시익명님과 생각을 같이 하시는 분들에게는 노무현 정권이

차악이겠지만)의 그 어마어마한 차이에 대한 완전한 무시가 안타까웠습니다.

개혁이나 변혁이 아니라 혁명을 해야만 한다고 주장하던 제 예전 모습이 오버랩되었습니다.

시종 저는 잠시익명님과 제 지향점이 같다는 사실을 주지시키려 했습니다만, 방법론의 차이일 뿐이라는 점을 말씀드리려 했습니다만, 제가

초반에 좀 흥분하는 바람에 제대로 전달이 안 된 것 같습니다. 제 불찰입니다.

물론 지금 이 말 조차도 꼰대스럽게 들릴 거란 걸 압니다. 만약 그렇다면 제가 꼰대가 맞겠죠. 뭐.^^;;;;

나이로 깔아뭉갰다기보다는 나이 먹은 사람의 관점에서는 이렇게도 볼 수 있다, 정도로 봐주셨으면 합니다.

다만 제가 한 말이 어버이연합분들의 패악질과 등치시킬 수 있을 만큼 무리수였나, 에 대해서는 동의할 수 없습니다. 몇몇 분들, 좀 너무

나가셨습니다.

어찌되었든 사회 변혁을 위해 나름의 소신을 가지고 아주 작은 행동을 하며 살아온 제 경험치와 그 분들의 경험치는 완전히 다름에도

불구하고 오직 나이를 들먹였다는 꼬투리만 가지고 비난을 하시는 건 비겁하지 싶습니다.

 

 

경험치와 성숙도가 반드시 일치하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일정 부분 영향은 분명이 있습니다.  그게 악영향이든 긍정적 영향이든 말입니다.

그걸 맹신하는 건 진짜 권위주의고 멍청한 짓이지만, 완전히 무시하는 것도 그리 현명한 처사는 아닌 것 같습니다. 

그저 아 그럴 수도 있겠구나, 정도로 생각할 줄 아는 여유를 가졌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사족으로 경험담 하나 더 덧붙입니다.

제 아버지는 1950년도에, 13살의 나이로 전쟁 고아가 되셨습니다. 여운형 선생의 제자셨던 제 할아버지는 이미 1949년에 좌익 활동 혐의로

사형을 당하셨고, 할머니는 인민군 후퇴할 때 함께 월북을 하셨습니다. 그 때 저희 할머니와 큰할아버지 포함 다섯 분이 월북을 하셨고,

남쪽에 남은 큰할머니와 아버지 형제, 아버지의 사촌들은 숨도 제대로 못 쉬고 사셨습니다.

제가 이런 저희 가족사를 알게 된 것도 90년대 들어와서였습니다.

월북자 가족은 83년 이산가족찾기 방송에 나가지도 못 했었습니다.

세상이 바뀌고 13살 소년이 환갑이 넘고, 청승과부가 아흔이 넘어서야 드디어 금강산에서 해후를 하게 됩니다. 당시 상봉단 중에서도 저희

큰할머니가 최연장자셨고, 가장 서글프게 우신 탓인지 9시 뉴스 톱 뉴스로 나오시더군요.

이게 보수라고, 수구라고 싸잡아 욕 먹는 민주당 정권에서의 일입니다.

    • 글 쓰신 분의 표현대로 하자면 전형적인 나이들어 보수화된 분들(결국 꼰대죠 이게)의 논리네요.
      전부 그른 건 아니죠. 최고악보다는 차악이 낫고, 분명히 한나라당이 집권했을 때와 민주당이 집권했을 때의 차이는 있죠. 그러나 한나라당이 장기집권하던 군부독재 시절에서 목표했던 게 민주당은 아니었지 않나요? 그냥 차악, 혹은 차선으로서 민주당이 의미가 있는 거지. 그렇다면 지금 상황에서 또한 장기적인 변화를 이끌어낼 수 있는 역량이라면 님이 그렇게 우려하시는 아직 어리고 순진하고 저돌적이고 덜 보수적인 계층에 있는 거 아닌가 싶습니다만. 왜 달라진 시대를 감안치 않고 80년대 상황에 머물러 계시나요.
    • 해삼너구리/
      제 글을 다 읽고 댓글 다신 거라 믿겠습니다.
      나이들어서 보수화가 되었다는 근거는 도대체 제 말의 뭘 보고 하시는 건가요?
      제가 원했던 게 민주당이라는 말을 한 적이 있나요?
      변화는 원하던 원치 않던 더디게, 천천히 온다. 는 말이 그렇게 꼰대스러운가요?
      제가 니들은 아직 어리니까 조용히 어른들 말 들으라고 했나요? 변화를 이끌어내는 역량이 누구에게 있는지에 대해서 왜 언급을 하는 거죠?

      이런 우려를 해 봅니다.
      님은 결국 제 글을 읽고 싶은 부분만 자신의 생각의 잣대로 재단하면서 읽은 게 아닌가 하는 우려 말입니다.

      너무 동떨어진 댓글이라 답글을 달아야하나, 라는 의문까지 들었습니다만 무플에서 구해주신 게 감사해서 몇 마디 썼습니다.
      • 예전에 asylum님께서 '나이가 드니 진중권같이 논리를 앞세우기보다 조금이라도 인간적인 사람한테 끌린다'란 댓글을 쓰신 적이 있지요. 자세한 문장은 기억나지 않지만, 대충 저런 뜻으로 하신 말씀이었고 거기에 공감했던 기억이 납니다. 아마 나꼼수을 둘러싼 논쟁이 한창이었을 때였을 겁니다.

        그 댓글의 연장선상에서 이 글을 읽으니 asylum님이 느끼실 갑갑함이 어렴풋하게나마 이해가 갑니다. 한 가족을 부양하는 아버지로서, 어린 아들딸이 살아갈 미래는 지금보다 조금이라도 더 살기 나아졌으면 하는 바람에서 행사하는 한 표일 뿐인데, 그를 둘러싼 진영이니 좌우익이니 하는 온갖 논리와 그에 못지 않은 정치공학적 계산놀음들. 지겹기도하고 정나미가 떨어지기도하고, 심지어 같은 뜻을 나눈 사람들에게 그런 감정을 느끼기도 하고요.

        Asylum님 말씀대로 변화는 더디게 오는 법이니, 너무 마음 쓰지마셔요. 선거철이려니 하자구요. ㅎㅎ
    • 가만히 생각해보니, 천천히 더디게 오는 변화보다 아예 혁명적인 변화를 했으면 좋겠습니다.
      차근차근 착실하게 민주화로 진보해왔는데 순식간에 10년 20년을 후퇴하는 이 정권을 보니 말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김용민이라는 차악보다는 아예 싹 바꿔서, 완전히 새로운 후보를 미는 게 나았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차라리 김용민이 사퇴를 하고 새로운 분위기, 새누리나 MB와는 어쨌든 다르다는 분위기를 보여주는 것이
      한 석을 내주고, 국민들의 마음을 얻는 것이 더 낫지 않나 싶습니다.
    • 스터/
      쿠데타, 유혈 혁명 말고 무슨 수로 혁명적인 변화를 만들 수 있을까요?
      점진적인 발전을 지지하는 게 아니라 세상의 이치가 안타깝지만 그렇더라,라는 말을 하는 겁니다.
      그리고 김용민이 사퇴하는게 어떻게 혁명적인 변화와 맥이 닿을 수 있는지......
    • 아니요. 시종일관 나이드신 분으로서의 포지션을 잃지 않고 타이르듯 말씀하고 계시잖아요.
      전 사실 나이는 개의치 않습니다만(물론 나이 먹는다는 건 경험 축적에서 오는 노련함이 생기기도 하지요), 글 쓰신 분이 그렇게 말씀 하시니 그에 맞춰서 대답하는 수밖에요.
      변화는 천천히 느리게 오는 거란 말에 동의합니다. 당장 바뀔 수 있는 건 드물지요. 성숙된 사회일 수록 그렇게 되어야 맞고. 근데 그 변화를 만들어낼 수 있는 건 이미 현실에 적응해버린 계층이 아니라 직선적이더라도 좀 더 멀리 보고 있는 이들인 것 같다는 거지요.
    • asylum/ 혁명적인 변화이지요. 보아하니 김용민은 그냥 후보로 쭉 나갈 것 같고 잘하면 국회의원이 될 수 있습니다. 그러면 문대성이나 김용민이나... 하는 생각에 고착화됩니다. 새누리당은 뻔뻔하게 어떻게든 권력을 얻으려고 합니다. (어찌됐든 일반인의 눈에는) 김용민 역시 뻔뻔하게 권력을 얻으려고 한다는 생각이 듭니다. 이정희 의원이 사퇴를 했고 신선한 충격을 주었습니다. 김희철같은 사람이 국회의원이 되겠지만 이정희의 사퇴는 사람들의 마음에 변화를 줍니다. 김용민도 그런 역할을 했으면 합니다. 살려고 하면 죽을 것이고, 죽고자 하면 살 것입니다.
    • 스터/이정희의 사퇴가 굳이 사람들의 마음에 변화를 줬을지는 의문입니다. 사퇴 후 아예 김희철에게 양보했다면 모를까, 결국 선수 교체잖습니까.
    • 님의 개인사는 흥미롭고, 감동적일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본인은 민주주의의 암흑기와 개명기를 알고 있으므로 엄혹한 세월을 거쳐보지 않은 너희들은 참으라는 님의 태도에 근본적인 문제가 존재합니다. 대체 제가 몇 살인지 아시고 왜 자꾸 나이와 본인의 경험을 들먹거리십니까? 저는 그 세월을 겪어보지 않았다고, 아니 세월을 겪었든 아니든 상황에 대한 문제의식이 절실하지 않다고 확신을 하시는데 아주 불편합니다.

      김용민이 되지 않아야 하는 이유를 이젠 정말 백번쯤 설명한 것 같군요. 님은 듣지 않으실 거고, 거기에 님의 개인적인 경험으로, 그리고 그 경험을 바탕으로 한 환타지로 저를 설득하려 하시진 마십시오. 절더러 안쓰럽다 하셨는데, 누가 안쓰러운 순수주의자인지 모르겠군요. 김대중-노무현 정권에 대해서라면 거기엔 분명한 명과 암이 존재하고 제가 그 밝은 면을 부정한 적은 전혀 없는 것으로 기억합니다. 그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민주당은 세상 천지 패할 인간이 없어서 이명박에게 패했고, 돌이켜 보면 노무현 시절의 국민 정서란 게 그렇게 호의적이지도 않았습니다. 왜일까요? 그렇게 현실 정치, 차악론, 사표 만들지 말라는 말 좋아하는 이들이 왜 현실 정치에서 무엇을 실패했으며 타겟층이 누구인지를 고민하지 못합니까? 유권자들 대부분이 조중동 세뇌당한 등신이라서 그럴까요? 표를 주는 사람들이 체감하기에 두 우파 세력 사이에 큰 차이가 없기 때문이겠죠. 북한 문제를 제외하면 당시와 현재의 뚜렷한 차별점을 몸으로 느끼기는 힙듭니다. 님이 말씀하신 대로 세상은 뚜렷한 변화 없이도 길게 보고 가는 거라서 한나라-새누리가 권력을 잡았어도 매일매일의 삶은 그럭저럭 흘러가거든요. 자꾸 잘한 거 내세워 무능한 거 묻으려 하시는데, 그렇게 따지면 한나라당도 새대가리만 모인 집단은 아니라서 나라가 굴러가게는 하고 있거든요. 이명박 덕분에 속터지는 뉴스는 매일 터지니까 그제서야 유권자들이 그만큼의 자극을 받은 후에야 다름을 체감하는 거지요. 늘 하는 레파토리대로 잘한 것만 내세워서 실패를 되새기지 않는 한, 열우당, 민주당의 후신들은 언제까지나 한나라당의 후신들과 지리멸렬한 싸움을 벌이며 진보는 분열로 망한다며 군소정당 지분이나 삥뜯으려 하고, 김용민 같은 작자들이 독재세력을 밀어낸 민주주의의 수호자를 자처하며 성나라당 인사들과 크게 다르지 않은 여성인식을 자랑하겠지요.

      김용민은 지금까지 보여준 정치능력이 부재하며, 해당 정당의 후보가 되기까지의 절차적 정당성이 부족하며, 인터넷 방송시절뿐 아니라 최근까지 막말로 입에 오르내린 역사가 있습니다. 지금 그에게 의회 의석이 보장되어 있지도 않으며, 원내 진입을 한다고 해서 옳은 정책만을 지지하리라는 님의 환상도 추론 또는 기대에 불과합니다. 대신 김용민을 꾸역꾸역 안고 갈 때 뭉뚱그려서 말하는 반MB 세력이 부동층에게 각인하는 이미지상의 타격은 분명 존재하구요. 본인이 제게 하신 말씀대로, 현실 인식을 좀 하시기 바랍니다.
      그리고 님에게는 민주주의 환타지 때문에 전혀 불필요한 문제겠지만, 제게는 아주 중요한 생활에서 민주주의를 성취해야 한다는 기준, 꼰대가 아니며 비폭력적이며, 최소한의 상식을 갖고 말하는 사람을 뽑아야 한다는 아주 중요한 기준이 있습니다. 과거 민노당은 무조건 지지하지 않겠다고 생각한 것도 민노당 내부의 성소수자와 여성에 대한 인식이 좌절스러웠기 때문이지요. 공직자 또는 공직자 후보가 강간살해 발언을 한 과거를 대수롭지 않게 넘어가는 사회나 (트위터 초기대응과 사과문의 괴리, 김용민 지지자들의 반응을 볼 때 대수롭지 않다는 말에 무리 없겠죠) 아나운서에게 다 줄 수 있어야 한다고 말하는 국회의원이 있는 사회나 제게는 짜증나고 갈길 먼 사회 맞습니다. 이건 당위의 문제가 아니라 여성으로서, 소수자로서 차별받지 않고 사람답게 살아남아 성취를 이룰 수 있을지에 대한 절박한 문제제기입니다. 이걸 또 순수주의 순결주의 운운으로 눙치려 하신다면 미리 거절합니다. 님이 고등학교 때부터 사상화되어 가며 겪었다고 해서, 님에게 훌륭한 전교조 스승님이 있었다고 해서, 님에게 이산가족의 역사가 있다고 해서 님이 다른 사람의 가치를 예단하고 그 중요성을 낮출 자격이 주어지는 건 아닙니다.

      님은 자꾸 감정과 이성의 이분법을 내세우시는데, 이명박 당선시 이영민의 살려주이소가 딱 그 감정에 호소하는 내용입니다. 님의 글에서 제가 자꾸 님의 따님과 가족과 학창시절 얘기를 들어야 할 이유가 없습니다. 그건 애초에 비난을 하거나 논쟁에 붙일 사안이 아니거든요. 나이 문제도 그렇고, 기본적으로 논쟁을 할 때 반칙을 자주 하시는 것 같습니다. 님이 말씀하시는 대로 감정적으로 가자면, 강간피해자를 가까이에 두고 있는 사람으로서, 어떤 상황이 되었건 강간 살해가 농담거리가 될 수 있는 인간이 정치역량도 증명하지 못한 주제에 굳이 공직에 나서야 하는지가 제 문제의식이랍니다.
      나이 운운하며 인터넷상의 토론에 기본이 되는 동등함을 인정하지 않으시고, 미국에 있어 한국 상황이 얼마나 ㅈ같은지 모를 거라는 님의 답글은 논쟁 자체의 판을 깨자는 소립니다. 지금 이 긴 글에서도 제게 사과 한 마디 없죠. 계속해서 그래도 자신이 맞았고 과거의 자신을 보는 것 같아 안타깝다며 저를 부족한 철부지로 위치시키려 하시는군요. 아무리 좋은 말로 위장하더라도 사과를 모르는 님의 자세는 불쾌하고 기본적인 예의를 결여하고 있습니다. 어버이연합 운운을 멀리 갔다고 하셨는데, 김용민 발언의 맥락을 따져 하해와 같은 마음으로 품으시려는 분이라고 상상할 수 없는, 독해를 하지 않으시려는 자세네요. 님의 근거대로 경험치와 성숙도에 일정 부분의 영향이 있다면, 민증 까고 나이와 경험치가 가장 높은 사람의 의견을 따르면 그만입니다. 그렇다면 어버이연합을 무시하고 조롱할 이유가 없는 셈이죠.

      어제 논쟁에서부터 님은 시종일관 부드러운 말투를 가장하고 무례를 범하고 계십니다.여기에 반론을 제기하면 게시판을 읽는 사람들에게 제가 경직되고 나쁜 인간으로 보이기 쉽다는 점을 알고 있지만, 지적할 것은 지적하고 넘어가야겠군요. 곱게 말하는 꼰대라고 해서 꼰대가 아닌 건 아닙니다. 상대방을 윗사람의 시선으로 우쭈쭈한다고 해서 받아줄 생각은 없습니다. 동등한 위치로 인정하지 않고 구슬르며 가르치려 드는 태도는 사양합니다. 팀킬한다느니 인문학적 소양이 부족해 걱정된다느니 하면서 게시판을 자꾸 타자화하시는데, 그렇게 문제를 오도하는 태도도 사양합니다. 이건 누가 사상공부 더 많이 했는지 이름과 연도를 읊는 싸움이 아니라 동등한 입장에서 상대를 무시하거나 낮추지 않으면서 상대방이 따라갈 수 있게 논리적으로 의견을 전개하느냐의 문제가 아니었습니까?

      (+) 마지막 덧붙입니다. 님은 새누리당이 집권하는 걸 생각만 해도 속이 터질 것 같다고 무조건 새누리당만 못 뽑히게 하면 된다고 하시고, 김용민은 관타나모 수용소 건에 비분강개를 했는지 주 청취자들에게 카타르시스 주고 칭찬듣고 싶었는지 욕을 싸질렀죠. 저도 새누리당의 재집권을 생각하면 손이 떨리고 관타나모 수용소 건은 매일 뉴스를 체크하며 봤습니다. 다시 말하지만 님만 특권적으로 나라걱정 하는 거 아니에요. 그러나 깊게 생각하지 않고 욱한 다음 맥락을 봐달라고 외치는 건 비겁하거나 한심합니다. 혁명 운운하시는데, 그렇게 분풀이 한 번 하는 게 혁명으로 뒤집어 엎자는 사고입니다. 남의 가족 얘기 이런 곳에서 하는 거 싫어하는데, 따님과 다음 세대 걱정을 그토록 하시니 말씀드리죠. 사람들이 분노가 끓어오를 때 근본적인 이유와 장기전을 생각할 수 있어야, 원칙과 절차적 정의를 항상 염두에 둘 수 있어야, 나이 자랑으로 논쟁에서 우위를 점한다고 착각하고 싶어도 한 번 참을 수 있어야, 누군가에게 무례를 범하거나 상처를 주지 않을까 한 번 생각할 수 있어야 따님이 사실 세상이 나아질 겁니다.
    • "멀리 보기 때문에" 차악을 끌어안지 말아야 한다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답니다. 무슨 경험을 하건 그걸 토대로 내린 결론은 결국 개인마다 다르겠죠.
    • 가지치기만이 정답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잘은 몰라도 김용민이 이명박과 이승만을 교묘히 빗대어 풍자하는 바람에 밥줄도 날아간걸로 아는데요,
      나쁜발언으로 물의를 빚었다면, 위의 발언으로 속을 시원하게도 해줬죠,,
      그리고 누군가의 의도대로 딸려 들어가지 않기 위해서라도,,,
    • 반쯤만 동의합니다. 우리나라는 진영 논리류의 정당론과 안철수같은 이들이 주장하는 인물론이 혼재되어 있는데 최장집선생님이 늘상 말씀하시듯 갈등 축으로 작용하는 올바른 정당 정치의 회복을 위해서는 어느 한쪽만 강조해서는 안된다고 봐요. 전 '지금 시기의' 민주당은 분명 '지금 시기의' 새누리당보다 전반적으로 상식있는 집단이라고 생각합니다만 김용민 개인을 놓고 보면 새누리당의 소장파 의원에 견주어서 얼마나 나은지는 사실 잘 모르겠고요. 노무현 시기를 비추어보아서 집권후의 민주당이 과연 지금 시기의 새누리당과 얼마나 큰 변별점을 보여줄 수 있을지는 그것도 잘 모르겠습니다.

      그리고 해삼너구리님 말씀처럼 '점진적인 변화'를 원한다는 점에 있어서 의견이 갈리는 것 같은데 전 지금 혁명 수준의 급진적인 변화를 외치는건 되려 민주당쪽이라고 보는데요. 마치 이명박이 독재자의 화신인양 민주주의를 망치고 있으니까 정권이 교체되면 한번에 바뀐다고 하는데 전 그게 거의 약파는 수준이라고 봅니다.
    • 잠시익명할게요 님의 글과 리플에 구구절절 공감하면서, 왜 이렇게 한국이 느리게 변해가는가에 대한 의구심이 본문글을 보고 풀렸습니다. 노인들의 지혜에 언제나 탄복하지만, 가끔은 아리송할 때도 있죠. 나이란 참 이상합니다.
      다만 읽으면서 저는 asylum님의 나이 때(저와 큰 차이는 나지 않는 것 같습니다) 나이를 내세우기보단, 나이에 맞지 않는 무례한 말을 할까 염려하는 사람이 되고 싶군요.
    • 잠시익명/
      김용민의 사퇴 여부에 대한 논의가 여기까지 흘러왔군요.
      가르치려는 의도가 전혀 없었고, 나이와 결혼 여부로 님을 깔보고 깔아뭉개려는 의도도 전혀 없었습니다. 이 부분에 대한 사과는 하지 않으렵니다.
      나이를 들먹이고, '나도 예전에 너처럼 그런 생각을 했었다.'라는 말이 자꾸 반칙이라고 하시는데, 나이가 많다는 게 훈장도 명예도 아니라는 것쯤은 저도 압니다. 나이와 경험을 얘기하는 이유는 오직 하나입니다. 위에도 썼지만, 님보다 좀 더 산 사람들 중에는 저처럼 이렇게 생각할 수도 있구나, 라는 정도로 받아들여졌으면 하는 마음입니다.
      다만 어제 달았던 댓글 중 몇몇에서 님에게 '안쓰럽다.'라는 식의 말을 했는데, 최근의 이 게시판 분위기가 좀 싫었었나 봅니다. 감정적으로 흥분 상태에서 하지 말아야 될 말을 했습니다. 사과드립니다.

      저도 꽤 그런 편이지만 지금 이 위에 달린 댓글들 중 상당수가 '방법론에 있어서의 다름'에 대해 상당한 거부감을 가진 분들이 있는 것 같습니다.
      계속 말씀드리지만 제 지지 정당은 진보신당입니다.
      주사나 처맞고 사는 NL계열도 혐오스럽고, 결정적인 순간에 비겁하게 타협해버리는 민주당도 실망스럽고, 새대가리야 뭐 할 말이......
      지향점이 다른 사람이 그것에 대해 공격하는 건 당연한 일입니다만, 지향점을 공유하는 사람들끼리조차 그 '다름'을 인정하려들지 않는 것 같아 안타깝습니다.
    • 잠시만익명할게요님 댓글 좋아요.
    • 어버이연합이 부릅니다.'나도 예전에 너처럼 그런 생각을 했었다.'
    • 나이 먹고 결혼,육아 중인 꼰대;의 일원 입니다만, 세부적 의견에 다소 이견있는 부분도 있지만서도 어제부터 '잠시익명할게요님 글,댓글 참말 구구절절 똑부러지고 좋네요. 마음도 다잡게 되고요.
    • 다 좋은데 끝까지 걸리는 점이 있습니다. asylum님보다 좀 덜 산 사람 중에도 asylum님과 비슷한 생각을 가진 사람이 그렇게 있을수도 있구나 받아들여주셨으면 좋겠습니다. 하나 물을께요. 잠시만익명님 나이는 확실히 아시고 댓글 계속 그렇게 쓰시는건지 궁금합니다.
    • asylum님은 계속 좀 살았다는 점을 지나치지 못하시군요. 듀나님과 함께한 이 게시판에 좀 살아본 사람 많을텐데요. 게다가 그런말이 무슨 의미가 있다고. '잠시만익명할게요'님의 글과 댓글이 여름날 냉수처럼 시원합니다.
    • 잠시만익명님이 계속 나이 얘기에 반발하면서 본인 나이 얘기 안하시는거 보니 젊으신 분인거 맞네요. 뭐 그래도 20대는 아니겠지.

      그래도 어버이연합이 뭡니까...비교할걸 비교해야지. 좀 꼰대스럽다고 이렇게 하늘과 땅 차이 나는걸 같다고 하니 실소가 다 나네요. 그래도 일관성 있어서 좋군요. 이명박과 노무현이 똑같다고 생각하는 분이시니까 이 정도 발언에도 어버이연합을 끌어댈수가 있는거죠.

      잠시만익명님글만 봐도 진보진영이 대중에게 왜 안습의 지지율을 얻고 있는지 알것 같습니다;;


      개인의 과거사는 어떤 부류의 사람들을 이해하는 기본이 될 수 있죠.
      본문 글에 언급된 것 같은 참혹한 과거사 - 그것도 현대 한국사의 비극과 고스란히 맞물려있는 - 를 아무렇지도 않게 비웃을 수 있는 잠시만익명님과 댓글 쓰신 분들의 호연지기에 감탄하고 있습니다.

      그렇죠 이 정도는 되야 올곧은 길을 가는 진보인사들이라고 할 수 있죠.
      계속들 건승하시길.^^
    • Bigcat/ 유치한 관심법 나왔네요. 그럼 제가 민증 까서 asylum 님보다 높으면 제가 자동적으로 이깁니까? 여기가 무슨 현피뜨는 동네도 아니고 민증을 까야만 한다는 전제가 너무나 유치하고 진절머리나는 사고방식입니다. 그따위 사고를 하니까 야권연대가 도덕적으로 새누리당과 도찐개찐이고 나꼼수나 김용민의 설화가 당연하게 받아들여지죠. 무례한 나이 추정은 사양합니다. 그쪽이야말로 몇 살이나 먹었는지는 모르겠는데 정말 버르장머리가 없군요.

      이명박=노무현이란 님의 공식이야말로 이쪽편 조금만 까면 발끈하는 전형적인 진영주의자의 우기기네요. 놀랍지도 않습니다. 하루이틀이어야죠.

      제가 언제 참혹한 과거사를 비웃었죠? 저라고 그 참혹한 과거사에 대한 경험이 없으리라고 자신하십니까? 그러나 각자의 고생을 자랑하는 걸로는 아무런 논의가 진행되지 않거든요. 할 말 없으면 진보진당의 안습의 지지율 운운해가며 네거티브나 하시는, 십년 그 이상이 지나도록 그 자리에서 뱅뱅 돌면서 더욱 더 보수화하는, 이름을 몇 번이나 바꿨는지도 모르겠는 정체성 모호한 우파 지지자 답군요.

      님 글이야말로 asylum님이 그렇게 싫어하시던 '비아냥'입니다. 암튼 제대로 자리잡고 논리적으로 토론하는 자세와는 광년의 거리로 떨어진 무리들이군요. 계속 지지율에나 연연하면서 (그렇게 따지면 지지율로 승리해온 한나라당-새누리당에 버로우나 타시죠), 그렇다고 지지율 확보도 제대로 못해 진보정당한테나 깐죽거리면서 꼰대질하고 사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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