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낭

면접 가려고 정장을 사러 갔어요. 

정장이 한 벌도 없거든요. 먼산...

전 살이 엄청 쪘기 때문에 맞는 옷이 있을까 걱정했는데... 다행인지 불행인지 불행 중 다행인지 (?) 있긴 있더라고요. 간신히 맞긴 했지만. 

아마 오래 입으면 터질거에요. -_-;

어무이는 당장 팩을 하라는 둥 머리하러 미용실에 가라는 둥 화장을 해야 한다는 둥 달달 볶기 시작하셨어요.

허허참...

지금껏 꾸미지도 않고 화장 한 번 안하고 살았는데 말이죠.

왠지 씁쓸하네요. 

세상 살려면 나보다 남의 맘에 들게 살아야 하나 하는 생각이 드네요.

자아 실현을 목표로 살라고들 하는데, 정작 그 자아 실현의 기회란 게 다른 사람과 타협하지 않으면 얻을 수가 없다니...



자기 자신을 꾸미지 않는 것은 잘못된 것일까요?

저는 한번도 꾸미지 않는 게 나쁘다고는 생각하지 않아요.

누구나 어떻게 하고 살든 어떻게 하고 다니든 자기 자유라고 생각했거든요.

남한테 피해만 주지 않는다면 어떻게 해도 상관없다고 믿었고 누구에게 뒷손가락질을 당할 일은 아니라고 생각했어요. 

다른 사람을 해치거나 하지만 않으면 된다고 믿었죠.

하지만 살다보니 제 믿음과는 대치되는 상황이 너무 자주 일어나네요. 

사람들은 살쪘다는 것도 자기 관리가 부족하다고 욕을 하고.

심지어는 못생겼다고 비웃거나 그 사람의 인격까지 폄훼하고.


어렸을 때 일이 생각나네요. 학급에 좀 모자라다는 애가 있었는데(아마 일종의 지체장애였던 듯) 생김새도 예쁘지 못했어요. 

그래선지 학급 애들이 그 애를 비웃거나 하는 일이 잦았어요.

한번은 그 애의 자리 의자의 냄새를 맡으면서-_- 킥킥 웃는 거에요.

전 일어나서 소리를 질렀어요. 그러지 말라고. 늬들이 뭔데 그러냐고.

그러자 목소리 큰 사람에 약한-_- 애들은 그냥 흩어졌었죠. 

하지만 요즘이라면 왠지 더하면 더했지 덜한 일이 일어나리란 생각은 안 드네요. 


    • 소리를 지른 것도 용기입니다
    • 맞아요. 남에게 피해만 안되면..
      마지막 문단은 멋지네요. 용기. : D 와!!
    • 용기라기보단 단순히 '그러면 나쁜 놈이다'라고 생각해서 소릴 질렀던 거죠. 그땐 뭐 학교폭력이나 왕따 같은 것도 전혀 몰랐으니.
    • 그것이야말로 순전한 용기지요. 나이먹을 수록 사라지는 것 중 하나구요
    • 에아렌딜님의 믿음과 대치되는 상황에서도 믿음을 고수할 수 있는 것이 용기 맞아요 :)
    • 정의감이랄까 도덕감? 아니 선악에 대한 분별이 어릴때부터 강하셨군요. 아이들은 대걔 님같지 않고 다소 잔인하죠.
      다른사람을 돕는 일같은거 하시면 꽤 잘하실지도...제 추측이지만요.
    • 김전일// 글쎄 그럴까요? 그때랑 지금이 다른 점은 지금은 내가 나섬으로써 오히려 내가 불이익을 당할 수 있다는 것을 인지하고 있다는 정도인데 말이지요. 용기라는 것에 심히 회의적인 느낌이 들어버리네요...ㅠㅠ
      침흘리는글루건// 하지만 지금은 바야흐로 현실과 타협하려고 하거나 타협하지 않으면 안 되는 시점 같네요 OTL 엉엉...
      쇠부엉이// 어떻게 보면 어줍잖은 정의감이었는지도 모르죠. 그때 제가 뭘 알았겠어요. 단순히 자기가 옳다고 생각하는 일이었기 때문에 고함을 친 것 뿐이고, 웃고 있던 애들은 남을 비웃는 게 당연하다고 믿었기 때문에 그렇게 행동했는지도 몰라요. 단지 그 믿음의 차이였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해요. 그 애들이 뭘 알았겠어요, 제가 뭘 알았겠어요. 누가 어떤 것이 좋고 어떤 것이 나쁘다고 정의하기 전까진 선악이란 걸 처음부터 알고 있는 사람이 과연 있을까요.
    • 이것은 나쁜일이고 이것은 좋은 일이다라고 생각하고 그래서 고함을 치게되는, 행동을 하게되는 그 과정을 말한거였어요. 그냥 분별이라 뭉뚱그렸네요. 나쁜일이나 좋은일은 누구나 나름대로 분별할거에요. 하지만 고함을 치는건 아무나 안하는거라고 생각했어요. 제가 말한 정의감이나 선악얘긴 그걸 말한 거에요. 아이라고 아무것도 모른채 '행동' 하지는 않죠.
      그 행동의 순수함을 말한건데 뭘 알았겟냐고 너무 심각하게 환원해버리시니 조금 무안하기도 합니다.ㅎㅎ님 말마따나 처음부터 아는 사람 없죠. 하지만 그런식으로 말하면 뭐가 남죠? 객관이나 주관도 그런식이면 구별이 없어져요. 전 그냥 그 행동의 순수함에 눈이 갔던거 뿐이에요. 전 그리고 아이들이라고 아무것도 모른다고 생각하지도 않고요.
    • 그랬어야 하는데 못한 것들이 너무너무 많아요 더 많이 모아지면 한손에 다 움켜지고 버릴까 아마 서랍 속에 던져버릴거 같은
    • 도장찍어드려야겠는데요 열 개 모으시면-
    • 쇠부엉이// 헙 죄송합니다. (__);; 저 자신을 정의감이 강하다고 생각해본 적이 없어서 뭔가 반박처럼 말해버렸네요. 생각해보면 전 정의감이 강하다기보단 그냥 자기 주장이 쓸데없이 강한 편인 거 같아요. 저 자신은 아무 생각없이 그냥 행동한 후에, 나중에서야 그 의미를 곱씹으면서 이래야 했었나? 저래야 했었나? 끝나고 나서 이리저리 재보고 따져보는 바보이니 말입니다... OTL
      가끔영화// 포킹의 말씀은 뭔가 추상적이어서 그 의미를 헤아리기 어려워요. T_T 아아 시인 그 이름은 가끔영화...
      충남공주// 충남공주님이 주시는 건가요? =ㅂ=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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