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이타닉 3D 봤슴다.





주말을 이용해서 제임스 카메론 감독의 타이타닉 3D를 관람하고 왔습니다. 이미 1997년에 만들어지고 전 세계에 개봉하여(국내에서는 98년 개봉) 제목인 Titanic(아주 거대한, 엄청난)에 
걸맞게 18억 4천 달러라는 기록을 만들어내면서 훗날 카메론이 시상식에서 스스로 "I'm king of the world"라고 외치게 했었죠.

하지만 저는 다른 이들이 타이타닉이라는 작품에 엄지손가락을 추어올리는 시기에 이 영화를 관람하지 못했습니다. 당시에 여러 가지 가정사 탓에 극장에 간다는 것은 상상하기 어려웠습니다. 
그래서 한참 개봉일 당시에 포스터만 줄기차게 봤었고 이후에는 타이타닉을 보려고 하면 급한 일이 생기거나, 비디오 플레이어가 고장 난다든가, DVD를 빌려 왔더니 집 컴퓨터에서는 DVD를 
재생할 수 없는 등…. 7번 정도 실패담만 가진 저와는 인연이 없는 영화였죠.

이 영화가 개봉하던 당시 초등학생이었던 저는 어느덧 20대 후반이 되었고 3D 입체 제작이라는 직업을 가지게 된 지 2년 차를 맞이하였습니다. 그리고 그런 저에게 타이타닉의 3D 입체 전환은 
상당히 시선이 갈 수밖에 없는 프로젝트였죠.

드디어 오늘 처음 접한 타이타닉은 정말 거대한 성공을 거두기에는 충분한 영화였습니다. 10년이 넘은 영화라고 느껴지지 않는 연출과 감동은 당시 사람들이 이 영화를 왜 사랑했는지 온전히 
저에게 느끼게 해줬습니다. 주연 배우들의 지금과 다른 젊은 모습도 중요하지 않았고 종종 발견되는 어색한 CG도 상관없이 영화에 자연스럽게 빠져들어 정말 재미있게 보았습니다.

하지만 직업병은 어쩔 수 없더라구요. 영화를 보면서 마음은 영화에 따라가는데 머리와 눈은 입체를 분석하기에 바빴습니다. 그리고 이 영화는 좋은 입체 영화일까에 대한 제 답을 나름 적어 보게 되었습니다.

제임스 카메론이 입체 영화 시장에 포문을 열었던 [아바타]를 만들며 누구도 건들지 못할 것 같았던 타이타닉의 흥행 기록을 스스로 꺾어버렸고 그는 3D 입체 영화의 시대를 열었습니다. 하지만 이후에 
아바타의 감흥을 이어나가는 명작은 나타나지 않았고 많은 이들에게 실망감을 안겨줬고 카메라 촬영이 아닌 인위적으로 입체 값을 만드는 3D 컨버젼의 경우 "별로 튀어나오지 않네", "자막이 입체다.", 
"이 영화는 왜 입체로 만들어서 돈을 더 받는가?" 등의 비난 대상이 되었습니다.

그런데 이 타이밍에 맞춰 3D로 전환한 타이타닉 개봉소식이 들려온 것입니다. 이를 두고 언론은 왕의 귀환이라며 반겼고 카메론은 최고의 퀄리티 입체 전환을 보여주겠다며 1800만 달러(약 200억원)의 
돈과 60주 이상의 시간을 투자하며 타이타닉을 입체로 만들었습니다.

제작하는 처지에서 느끼는 타이타닉의 3D 입체의 퀄리티는 긍정적인 요소가 많았습니다. 기존 입체 전환 영화에서 놓치는 완급조절을 하려고 노력한 흔적이 보였고 최대한 자연스러움을 살리는 것에 
주력한 흔적이 보였죠. 입체 값 또한 기존 영화보다 보여줘야 하는 부분에서는 확실하게 표현해서 만족스럽더군요.  

하지만 제가 작업에 일부 참여하게 되었을 때 밀린 스케쥴에 힘들어하는 하청업체가 많았던 것으로 기억하는데 그 여파 때문인지 완벽하게 처리하지 못한 부분이 보이긴 하더군요. 물론 이 부분은 입체를 
자주 보는 작업자나 눈썰미가 좋아서 순간 잡아내는 분이 아니시라면 느끼지 못하는 부분이지만, 카메론이 최고를 보여주겠다고 큰소리 떵떵 치던 것에 비하면 분명 아쉬움으로 남는 오점이었습니다.

게다가 영화 관람 이후 주변에서 들리는 소리나 인터넷에 올라오는 감상평에는 아직도 3D 입체에 대해서 부정적인 의견이 많이 보였고 대부분 타이타닉이라는 영화 자체를 다시 극장에서 보게 된 것을 
소중하게 생각하는 분위기였습니다. 

이러한 소식은 영화를 보려는 관객만큼 저와 같은 업계 사람들도 귀를 쫑끗 새우고 있습니다. 이유는 분명 앞으로 많은 미디어가 3D를 향해 나아갈 것이고 많은 영화사는 자신들이 소유한 영화를 3D로 
전환하여 추가 수익을 올리고 싶어 할 것입니다. 

실제 디즈니의 [라이언 킹]의 경우는 3D 개봉으로 미국에서만 기존 3억1000만달러 (3850억원)에서 9400만달러 (1085억원)를 더 벌었고 그에 비하면 입체로 변환하는 비용은 생각보다 크지 않았기 때문에 
좋은 수익 모델로서 평가받기에는 충분했을 것입니다.

하지만 성공사례에 반하여 낮아지지 않는 관객과 제작사 사이에 온도차이는 단순하게 입체 전환은 추가적인 수입과 영화팬들의 주머니를 털려는 수작으로 비치고 있습니다. 
(이 부분에 대해서는 나중에 한 번 따로 적어보려고 합니다.)

영화사는 추가 수익 외에 보유하고 있는 좋은 영화를 어떻게 하면 더 관객들에게 다시 선보이기에 부끄럽지 않게 할 것인지 고민을 해야 하는 시점에 나타난 것이 타이타닉이고 이 영화의 흥행 여부는 많은 
영화사가 앞으로 입체 변환을 어떻게 하면 좋을 것인가에 대한 선택에 지표가 될 것입니다.

이런 여러 짐을 잔뜩 싣고 3D 입체라는 새로운 기관의 힘을 받아 다시 출항하는 타이타닉은 과연 3D 입체 변환에 대한 편견의 빙산을 부수고 순항할는지, 아니면 다시 깊은 바다로 가라앉을지 참 궁금해 집니다.
뭐 미래는 여자의 마음처럼 바다와 같아서 알 수 없겠지만 말입니다.
    • 저도 지금 피카디리 조조로 보러가고 있어요. 생각해보니 타이타닉 온전히 전체를 본 적이 없어서 이번이 제대로 된 첫 관람이라 기대가 큽니다.^^
    • <타이타닉>의 3D가 퍽 만족스럽기는 했지만 확실히 애초에 3D를 염두에 두었더라면 그렇게 찍지 않았을 장면들이 수두룩하더군요. 그나마 <타이타닉> 정도면 꽤나 원경 근경이 겹겹으로 중첩되는 식으로 짜여진 미장센이 많은 편이라 볼 만한 거지 그렇지도 않은 수많은 영화들이야 말할 것도 없고요. 애니메이션이야 셀도 아니고 CG 기반한 것이라면 그닥 어렵지 않게 아예 새로운 앵글로 재탄생할 수 있겠지만 아무래도 실사 영화에는 고개를 젓게 됩니다.
    • 3D 작업을 하시는 업종에 계시군요. 잘 읽었습니다.
    • 7번의 실패라니 ㄷㄷㄷㄷ 칠전팔기란 이런건가유 ㄷㄷㄷ
    • 꼼데// 저도 참 많은 기대를 하고 갔었는데 만족하고 있습니다.

      dos// 어차피 기존 영화자체를 입체로 만들어 놓는게 3D를 기반으로 생각하는게 아니라 명작을 다시보는데 이게 또 3D네? 라는 느낌으로 가져가는 거라 그렇죠.

      cosmos// 감사합니다.

      사람//그렇죠. ㅎㅎㅎ 정말 어렵게 관람했습니다.
    • 참 3D 업종 계시다니까 묻는 건데, "타이타닉"이 근래 "휴고"는 말할 것도 없고 예전 "아바타" 때보다도 훨씬 노출이 떨어지던데 그게 뻥튀기 3D에 필연적으로 따르는 단점 같은 건가요? 아니면 순전히 제가 관람한 상영관이 후져서인가?
    • dos// 3D로 변환할 당시에 영화 원본을 최대한 살리고 가기 때문에 원본과 색감 같은 부분의 차이는 없습니다. 그리고 뻥튀기 3D라는 표현보다는 그냥 컨버젼이라고 해주세요.-_-
    • 큭. 넵, 컨버전이요. 그런데 색감 말고 밝기는 당연히 차이가 있지 않나요. 3D 안경이 떨어 뜨리는 값만 해도 상당할 텐데요. 혹시나 해서 상영 중 3D 안경 벗고 스크린 보니 밝긴 하던데요. 그게 시신경이 덜 적응되서인가? 만약 밝기가 그대로라면 그 말은 동시에 엄청 어둡게 볼 수밖에 없단 얘기잖아요. 특히 로우 키 씬에서는 심하던데요.
    • 정말 심한 고스팅(입체시 주변에 생기는 잔상)이 생기지 않는 이상 밝기 역시 손대지 않습니다. 파일을 영화사에 보낸 이후 어떻게 손 보는지는 모르지만 작업 할 당시에는 그런 일이 없기 때문에
      컨버젼으로 인해서 그런 일이 생기는 것은 아닙니다.

게시판 2012

번호 제목 글쓴이 조회 날짜
[공지] 게시판 규칙, FAQ, 기타등등 462,407 01-31
[공지] 게시판 관리 원칙. 147,940 12-31
제 트위터 부계입니다. 3 122,151 04-01
130354 새해복 많이 받으세요 10 187 12-31
130353 아바타 3를 보고 유스포 2 192 12-31
130352 [핵바낭] 올해 잉여질 결산 잡담 14 334 12-31
130351 아바타: 불 과 재 보고 왔어요 짤막 소감 6 228 12-31
130350 [영화강추] '척의 일생' 8 249 12-31
130349 흑백요리사 2 8~10회, 싱어게인 4 탑 4 결정 6 285 12-31
130348 Lacombe Lucien(1974) 7 131 12-31
130347 [관리] 25년도 보고 및 신고 관련 정보. 15 324 12-31
130346 Isiah Whitlock Jr. 1954 - 2025 R.I.P. 2 138 12-31
130345 [왓챠바낭] 우편배달부 말고 '포스트맨은 벨을 두번 울린다' 잡담입니다 12 267 12-31
130344 [넷플] 말 많고 탈 많은 '대홍수' 드디어 봤습니다 14 453 12-30
130343 [반말주의] 다들 올해 고생 많았어!! 새해 모두 건강하고 복 터지길 바래!! 12 186 12-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