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사 학위에 대한 단상

저는 박사 학위가 없습니다. 미드 '빅뱅 이론' 대사를 인용하면 누구나 다 갖고 있는 석사학위만 있을 뿐이에요. 그것도 직장을 다니면서 어렵게 취득했어요. 논문지도해 주시던 교수님이 박사 과정까지 밟는게 어떠냐고 권유를 하셨지만 엄두가 나지 않았죠. 어찌 어찌 수료는 할 수 있겠지만 직장 생활을 하면서 도저히 박사 논문을 쓰고 통과시킬 자신이 없었던거에요.  그런데 최근 젊은 시절 운동에만 전념을 하다가 불과 몇년 사이에 박사학위를 취득하거나, 국회의원에 여당의 정책위원장이라는 중책을 수행하는 와중에도 박사 논문을 써서 통과가 됐다는 얘기를 듣고 제가 너무 안이하게 인생을 살은게 아닌가란 의구심 까지 들더라고요.

미셸 푸코의 불세출의 저작물 '광기의 역사'가 1961년도에 소르본 대학에 제출한 박사학위 논문이란 것을 얼마 전에 알았어요. 분량도 900 페이지가 넘는다고 하더군요. 이 정도의 걸출한 결과물이 아닐지라도 최소한 박사 학위는 이제부터 학문을 시작해도 된다는 증표는 되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언제부터인가 우리나라에서는 박사 학위도 자신의 경력을 포장하는 액세서리처럼 된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요. 학문을 지속할 의지도, 능력도 안되는 사람들에게 박사 학위 수여를 남발하는 것은 이젠 지양해야 하지 않을까 생각이 됩니다.  너무나도 당연한 얘기겠지만 말이죠.

    • 분야마다 나름의 기준은 있겠지만, 제가 속한 곳에서는 보통 박사 논문은 약간의 수정, 추가를 거쳐서 책으로 출판되어서 나오고, 특정 분야에 대해 누가 박사 논문을 냈다 그러면 최소한 그 분야에 대해서는 그 사람보다 더 많이 아는 사람은 없다고 봐도 된다고들 합니다. 확고한 자기만의 전문 분야가 생기는 거지요. 저는 그렇게까지 할 자신은 없어서 우선은 누구나 가지고 있는 석사 학위라도 따려고 노력 중입니다만.
    • 해삼너구리/

      좋은 곳에서 공부를 하시는 것 같네요.
    • 찔리네요. 석박통합과정에 재학중인데...이건 뭐 수료만 하면 석사도 아니고, 어중간...
      박사수준의 논문을 갑자기 쓰려고 하니 찔리네요.
    • 문대성 사태를 보고 있으니 서구에서 왜 우리나라 석박사를 인정 안 해주는지 알 것 같은 기분마저 들더군요.ㅠ_ㅠ
      이런 처참한 상황에 대해서 문제의식도 희박한 것 같고.
    • 진짜 한심합니다. 허례허식만 가득차서 본질을 훼손 시키는데도 전혀 부끄럼도 없고, 오히려 박사랍시고 권위만 내세울려고 하죠. 근본적으로 학원 잘못이죠. 연예인 특기생 뽑는것도 그렇고 최소한의 품위와 도덕도 사라져버렸습니다. 하기사 언론이고 정치인고 지 이득만 챙기는데 교육계라고 다를리가 있을까 싶네요.
    • 술자리에서 문박사,김박사 이러면서 점잔 떨며 놀거라고 생각하니 웃음이 절로 나옵니다.
    • 한국의 대학은 양질의 연구가 가능한 대학원이 몇개 되지 않는데, 대학원은 많아서 이런 일이 생기지요.

      아.. 그리고 '광기의 역사'는 불세출의 역작은 아니고, 푸코의 저작중에서 그래도 이해도 잘 되고 논지도 아주 명확하지요.

      '말과 사물'같은 베스트셀러가 불세출의 역작이지만, 읽기도 힘들고 이해하기도...
      • 예 어쨌든 박사학위를 받으면서 학문적 완성까지 한건 놀라운 일이죠
    • 쉽게 주어진 학위..
      망할!! {지도 석사면서 (???)}
    • 이공계는 국내에서 학위받고 외국가서 교수하는 사람도 꽤 됩니다. 국내 몇몇 대학들의 박사학위 기준은 미국의 주립대(도 다양하지만) 수준보다 오히려 더 높을 때도 있어요.
    • └ 그쵸 그래서 윤종용 망언이 더 어이없었던ㅋ
    • 요즘도 해묵은 국박 해박 논쟁이 지속되는지는 모르겠는데 이공계는 국내 대학원이라고 무시해서는 안되게 성장한 걸로 압니다. 논문을 빡세게 빨리 생산할 수 있는 환경이고 일상에서의 영어 장벽이나 과중한 영어강의 등이 없으니 논문수는 많고 졸업은 빨라서 외국 유수대학으로 박사후과정을 가기도 쉬워요. 국박이라고 물박사가 아닌데 문대성 같은 인간이 여러 사람 복장터지게 하는 거죠.

      Carb 님 말씀엔 어폐가 있는 게 아무리 경제상황 때문에 주립대가 버로우타는 중이라지만 너무 천차만별이라-예를 들어 코넬을 제외한 아이비리그 공대-좀 위험한 발언 아닌가 싶습니다. 전문대학원이나 인문계는 전통적으로 유명한 사립 랭킹대로 가는 법이 많은데 이공계는 그게 다가 아니더군요.
    • 공감해요. 형편이 그렇게 여유있지는 않아서 석사과정도 주저하고 있는 학부생인데요. 내가 그렇게 하고 싶은 공부와 거기에 따라 오는 학위가 저렇게 쉽게도 얻어질 수 있는 거구나, 싶어서 조금 서글프네요.
    • 그 미국 대학 랭킹이라는 것도 서열 좋아하는 한국 사람들이나 신봉하는 것이죠. 학계에서는 어느 대학에서 공부했느냐도 참고 사항이지만 정작 그 사람이 얼마나 잘했느냐가 더 중요하죠.
    • Carb/ 본인이 하신 말씀과 배치되네요. 그 사립대와 주립대의 대비 공식이야말로 굉장히 한국적인 단순화인데 말입니다. 별로 중요하지도 않은 얘길 수 있지만, 너무 아무렇지 않게 사립대와 주립대를 나누시기에 해당 학계, 업계를 아시는 분인가 의아했습니다. 어느 대학에서 공부했느냐도 참고 사항이지만 정작 그 사람이 얼마나 잘했느냐는 말은 너무나도 당연하죠. 공부하는 사람 중에 전교 랭킹보다는 내가 속한 학과의 랭킹, 교수의 지명도, 그리고 무엇보다 내 실적이 중요하다는 걸 모르는 사람도 있습니까. 그런데 님이 굳이 국내 대학의 학위 검증 기준이 주립대 (저는 이걸 미국에서 top-tier 가 아니라는 뜻으로 이해했습니다) 보다도 높다고 언급하실 때 그걸 의도하신 건 아니잖아요.

      무슨 유학사이트에서 랭킹놀이하는 꼬꼬마도 아니고 원글과도 상관없는 내용 같으니 다른 분들 보기 안좋으실 것 같네요. 더 하실 말씀 있으면 쪽지 주시면 될 듯합니다.
    • 무슨 말씀이신지? 주립대라고 이야기하는 것은 사립대야말로 천차만별이지만 주립대는 그나마 그 주에서 가장 나은 편이기 때문인데요. top-tier하고는 상관없습니다. 그리고 높은 경우도 있다고 했습니다.
    • Carb/ 그러니까 왜 주립대를 특수 카테고리로 비교대상 삼으시는지 이해가 안갔습니다. 사립 주립 할 것 없이 천차만별이지요. 사립 공대로 엠아이티 칼텍 스탠포드, 주립 공대로 미시간 버클리 조지아텍 일리노이 좋은 대학 널렸는데 굳이 주립대라고 말씀하시는지 궁금했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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