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도림역에서 낯선 여자와

신도림역 출구. 

평범해 보이는 젊은 여자가 길을 물었습니다.


"저어, 이 근처에 아울렛 있나요?"
"저도 여기 잘 모르는데요."
"딱 여기 아니라도 가까운 데...그냥 옷 사고 구경할 만한 데요."
"동대문...?"
내 뻘대답에 상대방은 웃었습니다.
"파핫, 거긴 너무 멀지요."
"그럼 홍대? 홍대 여기서 십분 밖에 안걸려요. 이대도 괜찮고...아, 당산에도 아울렛 하나 있어요."
옷가지가 담겨있는 내 쇼핑백을 가르키며 여자가 물었습니다. 
"그럼 이건 어디서 사셨나요?"
"아, 이건 쇼핑한 거 아니예요."
(웃으며) "혹시 학생?"
"아뇨."
(약간 놀라며) "몇살이세요?"
"XX살이요."
(놀라며) "어? 그럼 결혼하셨어요?"
"아니요."
"그럼 남자친구는요?"
"없어요."

....이쯤에서 뭔가 이상해지고 있다고 생각했지만, 이미 저는 대답하고 있었습니다 ;;

"저...혹시 남동생 있어요?"
"아니요."
"그럼 오빠는요?"
"없어요."
(왠지 실망하며) "어..그러면...생일은 언제예요?"
"이월인데요."

정신을 차려보니 어느새 호구조사 중. 자리를 떠야겠다고 생각했고 마침 전화가 걸려왔습니다.

"아, 그럼 저는 바빠서 이만."
"아, 이것도 인연인데 다음에 언제 시간되시면 ....."

여자가 핸드폰을 찾아 내밀려는 사이 나는 전화를 받으며 달아났습니다. 


뭐였을까요? 
왜 어쩌다가 신도림역 출구에서 
나이와 남자친구/남동생/오빠 유무와 생일까지 
낯선 여자에게 다 말하게 된 것이었을까요....

헌팅? 신흥종교? 순수하게 친구하고 싶어서? 하지만 기묘한 상황이었습니다. 갸웃갸웃.

    • 신흥종교에 삼백칠십원 걸겠습니다.
    • 삼백칠십원 받고 다음 대사는 관상이 참 좋은데 수심이 있으세요...였다는데 이백원 추가합니다.
    • 신도림역에 디큐브시티항 테크노마트 있는데ㅎㅎ
    • 방법 진짜 다양해지고 있네요.
    • 이런 대화를 큰 의심 없이 나눌 수 있는 세상이면 좋을텐데.
    • 이미 쇼핑백을 캐치하고 아울렛운운하며 접근한거네요-_-
    • 신흥종교치고는 너무 쭈뼛쭈뼛하며'평범'포스인데
      질문이 점점 평범해지지 않고 있었어요...;;;

      안썼는데 중간에 다른 대화도 약간 있었습니다.
      제가 나이 이야기한 다음에
      "아, 저는 XX살이예요, 죄송해요, 저보다 어린 줄 알았는데 언니였구나..."
      "하긴, 결혼 늦게 하는 게 좋죠."
      "이사온지 얼마 안되었어요, 원래 부산 살았거든요." 같은...자기 정보 밝히는 대화도 있었고.
    • 저도 그... 아주 없진 않을 거다! 라는 가능성을 믿고 살아왔는데 지금까진 100%의 확률로 종교였어요 ㅠㅠㅠㅠ
      너무 신경쓰지 말고 그냥 잊어버리세요. 종교였을 거예요 -_-;;
    • 코엑스에서 혼자 다니면 종종 비슷한 레퍼토리로 말 거는 사람들 있는데 대순진리회입니다. 제가 들고있던 쇼핑백 보고 그 매장 어디에요? 잘 모르겠는데 같이 가주면 안돼요? 하는 케이스도 있었고, 원글처럼 이런 옷가게들 말고 아울렛 같은 거 없나요? 하고 말 거는 케이스도 있었어요. 지방에서 와서 잘 몰라서... 는 그들의 필수 멘트인 것 같네요. 처음 몇 번 뭣모르고 친절하게 안내해주다 보니 은근슬쩍 요즘 피곤하시죠? 기가 허해져서 그래요. 조상님이 약해지셔서 그래요.. 하고 넘어가더라구요. -_-;
    • ....남동생이 있는지, 생일이 언제인지 묻고 핸드폰을 꺼내며 접근하는 포교;;; 그런 것은 왜 물어볼까요??
    • 저 몇년전에 교보문고 근처 가는데
      낯선 사람이 와서
      "저... 애인있으세요? "
      "넵?"
      "지금 애인 만나러 가세요?"
      "아뇨, 친구.. 왜요?"
      "아, 인상이 참 좋으셔서... 블라블라~"

      그리고 계속 옆에서 따라오면서 학교 어디다니냐 뭐 이것저것 묻더니..
      알고보니 결국
      '도를 아십니까' 였어요. ;
    • 도란도란 다 대답하주는 hybris님이 더 웃겨요.^ ^ 처음 아울렛 질문에 예상하지 못한 대답으로 흘러 당황한 그 낯선분의 중구난방 찌르기 질문에도 말이죠.
    • 몇해 전에 종로,명동 부근에선 밀레오레가는 길 아세요?가 유행이었죠.
    • 이런 수법이 너무 흔해서..그냥 길게 이야기 안 하고 지나가버립니다.
    • 저 혼자 헌팅이라고 생각했군요 ㅎㅎ 수법도 참
    • 저 명동에서 자라 물어보는 2명에게 무지하게 친절한 루트를 알려주고 그 외에도 H&M이니 뭐니 실컷 알려주고 나니 대순진리회더군요. ㅋㅋ 이 언니들이 나의 10분을 앗아가다니!!!
    • 전 "이 근처 서점이 어디있어요?" 였죠 바로 길건너 교보문고를 알려주니 그곳에 책이 다양히 많은가 미술서적도 있는가 거기서 무슨책을 사본적이 있는가 묻는데도 계속 대답하다가 "근데 혹시 인상이 좋다는 말 들어 보..." 이말이 나옴과 동시에 말없이 저 가던길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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