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느슨한 독서모임] 양을 쫓는 모험

오늘 이야기 나눌 책은 무라카미 하루키의 양을 쫓는 모험 입니다.

 

거의 15년만에 이 책을 다시 읽은 것 같네요..

 

처음 보는 책을 읽는 기분으로 이 책을 읽었습니다.

 

좋아하는 하루키 책으로 양을 쫓는 모험을 꼽긴 했지만 기억력이 형편없다보니 좋았다는 막연한 이미지 뿐이지 구체적으로 어떤 내용이었는지는 기억이 나지 않았거든요.

 

다시 읽었더니 형편없이 재미없으면 어쩌나 걱정아닌 걱정도 했었는데 역시나 하루키는 잘 읽힙니다.

 

다들 어떻게 읽으셨나요..??

 

하루키는 역시나 변태인가요?? ㅎㅎ

 

 

 

 

PS . 지난번 책 공지 글을 다시 읽으니 저녁 7시라고 해놨네요.. 어떻게 된 정신머리인지... ㅡ.ㅜ;

 

    • 21살 무렵에 처음 읽었고, 이 소설의 주인공이 양을 쫓아 여행을 하는 나이와 비슷한 나이대까지도 가끔 꺼내서 읽었는데 마흔을 바라보는 시점에서 다시 읽으니(좀전에 서점에서) 음.. 나이들어서까지 읽을 수 있는 류의 책은 아닌 듯도 해요. 물론 사람따라 다르겠고, 어떤 지인은 마흔아홉에 상실의 시대를 처음 읽고 몹시 좋아하시기도 했는데요, 여하간 제게 이 책은 이십대용 동화책 같아요.
    • 그런데 하루키의 수많은 책들 가운데 이 책을 고르신 이유가 더 있으신지요? 이 책은 이 책만 가지고 얘기하기 보다는, <바람의 노래를 들어라>를 전편으로, <댄스 댄스 댄스>를 후편 쯤으로 잡고 해야 더 얘기나눌 거리가 있는 책이라고 생각하는데..
    • 귀가중입니다. 곧 도착하는데 샤워하고 본격적으로 댓글을. 우선 좀 전에 날린 제 트윗 먼저.



      [책] 양을 쫓는 모험 (무라카미 하루키, 1982, 447pages) *** Fair



      듀게 '느슨한 독서 모임'에 하루키 책이 올라와 한 번 읽어볼 요량으로 영문판 주문. 국내에 없다며 이미 결제했으니 해외배송을 기다리라는 교보문고. 책장에 꽂혀 있는 국문판 읽기 시작. 1996년에 읽었던 듯. 16년만이라.



      초반엔 잘 읽혔지만 갈수록 읽는 재미가 줄어듦. '느슨하게' 시작했지만 약간 의무감으로 끝까지 읽음. 누군가는 하루키 초기 '쥐 3부작'이 그의 최고 작품들이라 하지만 개인적으론 동의할 수 없음. 수필이나 단편보다는 장편이 나와 더 잘 맞는 듯. 길면 길수록 좋다?



      후반부가 그나마 괜찮았지만 전체적으로 그저 그랬음. 그래도 영문판은 계속 읽을 생각. 천천히, 정말이지 '느슨하게'. 이제 곧 21시군! 듀게에 접속!!!
    • 제가 십오년동안 품어 왔던 궁금증이 있어요; 대체 하루키는 어떤 이유, 무슨 맥락으로 가끔 단어들에 방점을 찍어 놓는 걸까요? 가령, 50쪽의 '비늘'과 '아가미', 131쪽의 '졸참나무'와 '잠잠', 혹은 교회와 '잘 맞지'않는, 등 말예요. 그냥 내키는 대로 찍는 걸까요.
      • 저도 그 점이 많이 궁금했는데, 강조라기보다는 이탤릭체를 그렇게 표시하기도 한다는 생각이 드네요.
    • sae rhie/ 제 짧은 생각으로는요, 하루키 읽는 재미가 준다면 점점 나이가 드는 걸 수도 있어요.:p
      • 아니에요. 초기작을 원래 별로 안 좋아했어요. '세계의 끝과 하드보일드 원더랜드', '태엽 감는 새', '해변의 카프카', '노르웨이의 숲', (그리고) '1Q84' 등은 읽는 재미가 쏠쏠해요. 지금까지도요. 영문판으로도 읽고 있습니다. 최소 두 권 이상의 시리즈물을 좋아하는 건가요? '댄스댄스댄스'는 잘 기억나지 않긴 하네요.



        아, 샤워하고 나와서 다시 들어올게요.
    • 오랜 만에 접속했는데 쪽지왔다는 팝업은 지금도 계속 뜨네요 -_- 귀찮아라.
      저는 좋아하는 하루키 작품과 싫어하는 작품이 비교적 분명한 편인데요.
      바람, 핀볼, 양을 쫓는 모험, 세계의 끝, 노르웨이의 숲, 언더그라운드, 대부분의 단편선을 좋아하고요,
      댄스, 어둠의 저편, 도쿄기담집, 신의 아이는 모두 춤춘다, TV피플, 카프카를 싫어합니다.
      태엽과 1Q84, 국경, 스푸트니크는 미덕도 있지만 열광하지는 않는다 정도.

      거칠게 말해 초기작을 좋아하고 후기작을 싫어하는데요. 하루키의 작풍이 점점 스케일은 커지고 있지만, 질적으로는 부실해지고 있다고 생각해요. 자기복제를 하고 있달까요. 게다가 하루키의 어떤 완고함, 편협함 같은 게 점점 더 견고해지고 강해졌다고 느꼈어요. 전 하루키를 좋아하지만 제가 좋아한 건 그의 "약함"이었지 그런 강고함이 아니었거든요. 세계의 끝의 노박사 같은 인물보다는 '쥐'가 좋다고요. "나는 나의 약함을 좋아해" 같은 나이브하기 짝이 없는 대사, 브루넷님이 말씀하신 20대를 위한 동화 같은 면이 좋았던 건데. 예전에 환상동화였다면 지금은 교훈동화랄까요. 하고 싶은 이야기가 너무 분명해져서 거리감 들어요.
      • 화양적님 저랑 취향이 비슷하시네요
    • 태엽감는 새는 무척이나 좋아하고, 초기 3부작은 태엽감는 새와 연장선상에 있기는 하고, 작가본인의 원형질적인 이야기를 다루고는 있지만, 아무래도 소설자체의
      재미는 좀 떨어진다고 생각해요. 뭐 하지만 대학교 신입생이 읽기에는 하루키 본인 말마따나 짜릿짜릿한 뭔가가 있었죠. 위 리플에서 나온 단어에 방점을 찍는 것이나
      독특한 문체 (이건 나중에 원문을 읽어보니 번역체라서 더욱 그런 것 같기는 했지만) 의 매력도 있고요. 근데 이게 안맞는 사람은 또 굉장히 거슬리는 모양입니다.
      하루키 얘기만 나오면 여지없이 공격성을 드러내는 글들도 워낙 많이 봤고요. (물론 인기있는 문화컨텐츠의 숙명이기는 합니다만)

      하루키는 방점도 그렇고, 폰트의 크기변화를 활용해서 표현을 다양하게 하기도 하고, 사실 그건 해석나름이기는 하지만 저는 일종의 뒤틀기 혹은 훼이크라고 생각
      합니다. 사실 어딜봐도 거기에 강조점을 둘 필요가 없음에도 그렇게 함으로서 뭔가 타자화를 시도하거나 낯설게 만드는 그런 의도 아닐까 싶은데요.

      어쨌거나, 양을 둘러싼 모험은 초기 3부작의 마지막편으로도 의미가 있지만, 하루키 최초로 스토리텔링을 시도한 작품으로서 독립적으로 읽어도 문제는 없다고 생각
      합니다. 물론 그게 성공했느냐의 여부는 저는 좀 회의적이지만 좋게 봐주면 절반의 성공?

      아무튼 나이 들어서 보는 것 보다는 일반 사회연령적 공식으로 보면 아무래도 사회에 진출하기 이전의 정서가 좀 더 잘 맞는 작가가 아닌가 하고 생각 중
    • 앗 다음주인가 했는데 오늘이었군요. 다 읽었는데!
      변태는 아닌 것으로 저도 판단을 내리기로 했습니다 ㅎㅎ 역시 미인이 은근히 쉽게 넘어온다는 특색이 있었으나 이건 건강한 판타지지 변태 아니라고 봅니다 ㅎ
      하루키 저도 정말 오랜만에 읽는데, 기억하고 있던 것보다 비유 쓰는 솜씨가 좋네요. 페이지에 하나씩은 근사한 표현이 있어서 읽는 보람이 느껴질 정도였어요.
      다만, 좋긴 좋은데 하루키 이후 너무 범람해서 그런가 비유가 먹히는 방식이 모던하다하는 느낌은 이제 안 나더라고요. 하긴 30년 전이니 당연한 거겠지만.
      • 예전에 수업시간에 김영하도 칭찬하던 기억이 나요. 직유를 특히 잘 한다고. 남들이 하면 느끼하기 십상인데 절묘하죠. 봄날의 곰 같은 거 ㅋㅋㅋㅋ
    • 소설 속의 캐릭터들이 모두 금방 사라질 것 같은 느낌을 계속 준다는 것, 그리고 주인공 화자가 그걸 담담하게 그러나 피아노 낮은 음처럼 여파가 크게 받아들인다는 것, 요것도 하루키 소설의 특징으로 볼 수 있을까요?
      양을 쫓는 모험이랑 상실의 시대는 그게 크던데.
    • 화양적/ 하루키는 숲이 아니라 나무 하나하나를 그리는 편이 낫다고 한 분도 계셨는데. 초기작 '극복'같은 거(여기서 말하는 초기작은 <상실의 시대> 정도일 거에요) 제발 안 하는 편이 좋겠다고요. 저는 초기 삼부작(바람, 핀볼, 양을 쫓는 모험)이나 초기 수필집들보다는 최근작들(도쿄기담집,1Q84)이 더 잘 쓴 글이라고 생각해요. 좋아하기로는 아무래도 한창 때 읽어서 그런가 상실의 시대나 먼북소리 같은 게, 작품 완성도를 떠나 제일 좋지만요. 자기복제는 하루키처럼 많은 글을 쓰는 사람이라면 과연 피할 수 있는 걸까 싶기도 하구요. 한 개인이 죽을 때까지 관심을 갖고 탐구할 수 있는 주제의 폭이 넓어봤자 얼마나 넓겠나 싶은..
      • 먼북소리 좋죠. 수필은 실망해본 적이 없는듯.

        제가 말하려던 건. 소설의 화자 자체가 단호하고 가차 없어졌다는 거에요. 카프카의 페미니스트 묘사 같은 걸 보라고요. 노르웨이 숲의 돌격대나 국기게양 2인조도 어리석기 짝이 없게 그려지지만 애정이 담겨 있잖아요? 근데 하루키는 점점 더 몰인정해진다고 해야할지. 물론 그는 한결같이 그런 걸 싫어했죠. 근데 그게 더 삐뚤어진 방향으로 심해지고 있다는 느낌이라는 거죠. 심술보가 점점 커지는 영감님 같아요.
    • 그리고 하루키 소설은 읽는 사람에게 소설을 쓰고 싶게 만드는 뭔가가 있는 것 같아요.
      음.. 그러니까 '아 저런 건 나는 절대로 쓸 수 없어' 라는 생각이 들지 않으면서도 소설적인 매력을 느끼게 해준다는 말이죠.
      서사가 약한데다가 개별 문장,문단도 오로지 필링으로 쓸 수 있을 것 같이 만만하게 보이는? 명확하게 전달하고자 하는 바가 없어도 태도 자체로 이해받을 수 있을 거 같은?? 실제로 일상 블로거 같은 아마추어 글쟁이들의 글쓰는 방식에 많은 영향을 줬다고, 제 마음대로 생각하고 있어요.
      • 당장 90년대 한국소설가들에게 끼친 영향만 봐도.... 하루키의 영향이라는 건 농담의 차이는 있지만 너무 광범위해서 지적이 무의미하단 생각이 들어요
    • 벌들의고향/ 90년대 초반 대학생들한테 많이 읽힌 작가로 하루키도 있었지만, 밀란 쿤데라도 그 못지 않았는데 아무래도 하루키가 쉬워서 그런가 유독 많이 씹히지요.
      양을 둘러싼 모험의 스토리텔링은 환상적인 부분을 걷어내고 실제로 일어났음직한 일 위주로 정리해보면, 단순해서 좀 귀여울 정도에요. 그럴듯하지만 맥락없고 사념적인 얘기들이 몇 페이지씩 이어지고, 마법같은 인물들과 사건들도 꽤 지면을 차지하는데, 그런 것들 싹 빼고 보면 이혼한 서른살 남성이 고립된 시골집에서 겨울을 나면서 자아와 만나는 얘기 정도?로 보이기도 해요.
    • 샤워하고 나와서 '문학동네' 64호(2010 가을)에 실린 하루키 인터뷰를 훑어봤습니다. '하루키, 하루키를 말하다'라는 제목의 151쪽에 달하는 꽤 긴 인터뷰인데 하루키 작품 좋아하는 분들이라면 재미있게 읽을 수 있을 거예요.

      '양을 쫓는 모험'에 대한 언급을 찾아보려고 빠르게 훑었지만, 지나가는 말로 언급한 것 말고는 없네요. '1Q84'가 대박을 치고나서 이루어진 대담이라 그 작품에 대해 여러모로 이야기하고 있지만, 다른 작품도 많이 얘기되는 것에 비해 '양을 쫓는 모험'은 그다지.
    • 호레이쇼/ 하루키 정도를 변태라고 하는 건 변태에 대한 모욕이죠.

      화양적/ 구효서 소설집 중에(도라지꽃 누님이던가) 바람의 노래를 들어라의 한 대목(라디어 디제이가 하이퍼톤으로 막 떠드는 장면)을 표절에 가깝도록 비슷하게 적은 단편을 본 기억이 나요.
      • 설정을 취한 것 문체를 취한 것 뉘앙스나 분위기를 빌어온 것 헤아리자면 한이 없을 듯해요. 정말 왕가위와 하루키를 빼고 90년대 초반을 말할 수가 없는데. 전 둘다 좋아하지만 그 아류는 정말이지 전부 질색이었습니다.
    • 글 올리고나서 아이랑 놀아주고 아이 재우고 어쩌고 저쩌고 하고보니 어느새 11시네요..
      댓글들을 주욱 읽다가 brunette님 댓글에 정말 빵 터져서 한찬 웃었습니다.
      "이혼한 서른살 남성이 고립된 시골집에서 겨울을 나면서 자아와 만나는 얘기"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양을 빼버리다니 너무해요!! 하지만 인정할 수 밖에 없다?!!;; ㅋㅋㅋㅋㅋㅋㅋㅋ
      • 저도 대폭소. 하루키 소설 한 문장으로 요약하기 해봐도 재밌을 것 같아요.


    • 하루키가 쓴 책을 꽤나 많이 가지고 있는데, 쓰여진 순서대로 배열하면 어떨까 싶어서 위키피이아 검색했어요. 놀랍게도 그가 쓴 소설 모두를 가지고 있네요. '1Q84', 'A Wild Sheep Chase' 영문판은 연구실에서 읽고 있는 중이라 제 책장에는 부재중이고요.

      우연찮게, '1Q84' 1권 가장 뒷장을 봤는데 제가 포스트 잇 위에 '2009. 10. 11. 일.'이라고 쓴 것 바로 밑에 '2011. 12. 27. 화.'라고 쓰여있네요. 지금 처음 봤어요.
    • 굳이 이 책을 고른건 특별한 이유는 없어요.. 하루키를 읽었던건 사실 10대 후반 20대 초반의 일인데다 기억력이 좋은 편도 아니고.. 소설책 스토리를 유심히 기억하는 편도 아니라.. 전체 스토리가 비교적 상세하게 기억이 나는건 몇몇 기억에 남는 단편들 - 100%의 여자아이라던가.. 한밤중 기차 소리 어쩌고 라던가... 빵가게 재습격이라든가.. - 뿐이고 어렴풋한 기억속에 이 책이 마음에 들었던 건데 아무래도 제목 때문이지 싶습니다. 일단 제목부터 양이 들어가서...
    • 다른 작가가 하루키 소설의 주인공 말고 다른 인물 시점에서 하루키 소설의 주인공을 묘사하는 글을 읽어보고 싶어요.
      예를들면 이 소설의 이혼한 아내 입장에서는 주인공 남자가 어떻게 보일지. 막 쏘아 붙여도 담담하게 맥주를 마시고 완전 답답할 것 같기도 해요.
      • 비슷한 이유로 태엽 결말에실망. 집안의 반대라니 상투적이지 않나요. 그냥 너라는 인간이 싫어. 딱히 집어 말할 순 없어서 쇠고기볶음에 화풀이했지만 실은 니가 싫다고. 이런 게 아내의 본심이었다면 좋았을텐데.

        그리고 태엽 남주가 아내를 되찾고자 하는 게 딱히 와닿지 않았어요. 걍 아내 없이도 잘만 살 것 같았음.
    • 하루키 책에는 양이라던가 공주라던가 고등어라던가 하는 말도 안되는 판타지적인 이야기들이 많이 나오는데 그런 황당한 비유를 사용하면서도 거부감이 들지 않는다는게 좋아요. 문장이나 비유 자체도 재미있거나 훌륭한 것들이 많지만 이런 식의 환상적인 비유를 사용하게 되면 대부분의 책들은 난해해지기 마련인데 하루키는 그렇지 않거든요. 하루키 이야기가 나오면 많은 분들이 또다른 무라카미인 무라카미 류 이야기를 많이 하시는데 제 취향에는 무라카미 류의 이야기는 너무 직선적이에요. 류의 이야기가 독특한 사람의 평범한 이야기라면 하루키의 이야기는 평범한 사람의 독특한 이야기 같달까...
      이 책을 읽으면서 왜 하루키를 좋아하는 걸까 라는 생각을 해봤는데 평범한 사람이 자신의 일을 관조적인 어조로 이야기하는게 가장 매력적이었던게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보았습니다.
      • 동감해요. 허무맹랑한 이야기를 일상어로 푼다는게 강점. 그래서 무리없이 읽혀요. 그가 좋아하는 크로켓처럼 평범한 메뉴지만 완성도가 극상인 꿈의 크로켓 뭐 이런 느낌. 류는 생선 이리니 달콤한 악마가 들어오니 마니 하고 있어서 정말 정반대라는 느낌.
    • 화양적/ㅎㅎ 델리스파이스의 소년에서 아저씨로~를 배경음악으로 깔아야겠는데요. 저는 하루키가 부실해졌다..완고해졌다..가차없다..까지는 잘 모르겠고요, 막연히 1995년 옴진리교에서 도쿄 지하철에 사린가스를 살포한 것을 르포한 이후로 작품세계가, 그 분위기가 좀 어두워진 것 아닌가 싶었어요(그 전에도 물론 첫사랑이 자살하고 방황하고 하는 것들이 소설에 나오긴 해도 기본적으로 그건 좀 달콤한 느낌이었고). -->아, 이 댓글은 하루키가 심술보 가득한 영감님 같다는 얘기에 쓴 거임. 대댓글 다는 법 까먹어서 그만..
      • 그쵸. 원래도 싫어하고 있었는데 실체가 없던 것을, 지나치게 자세히 목도한 후 짜증과 분노가 샘솟았다 + 늙었다 뭐 그런 것 같아요. 심술궂은 하루키도 나쁘진 않은데 전 옛날이 더 좋아요. ㅋㅋ 저도 한창 감수성 폭발하는 중고딩때 읽어서인지.
    • 레옴/ 저도 그런 점을 좋아했어요. 다른 분들 말처럼 그게 20대의 정서와 맞는 거 같고, 그래서 나이 먹고 보니 이제 하루키는 마음 속에 동화로 묻어둬도 되겠다는 생각도 드네요.
    • 레옴/ 양을 좋아하시나봐요. 그럼 양에 대한 얘기를 나누어볼까요. 오늘 하루키 얘기는 많이 나왔는데, 정작 이 소설 <양을 쫓는 모험> 내용으로는 별 얘기 안 나눈 것 같아요. 양사나이, 나중에 <댄스댄스댄스>에서도 한 역할 하시는 양사나이, 어떻게 보시는지요?
      • 하루키의 양은 야성의 힘 그 자체 같아요. 저한테 양은 걍 머리 나쁘고 못된 ㅋㅋ 짐승일 뿐이지만. 양사나이는 세븐 스타를 피우고(독하고 싼 담배) 말도 잘 못하죠.

        사회에 적응하고 궤도에 맞춰 돌아가면서 깎이고 제외된 부분들. 미숙함. 불완전함. 세련되지 못함. 비사회성. 투박함. 이런 부분들이 뭉쳐져서 양사나이라는 존재로 보여졌다고 생각해요.

        전공투 세대가 관료나 샐러리맨이 되면서 놔두고 온 것들. 세계의 끝에 그림자처럼요.
    • 화양적/ 오.. 표현이 근사하네요. 그렇게 생각하면 양사나이가 귀가 예쁜 그녀를 쫓아 내려보냈다는 건 어찌되는 이야긴가요. 응어리진 과거로 처박혀서 현재를 유지하는 달콤한 환상을 버려버렸다? ㅎㅎ
    • 복잡하게 생각 안했어요. 원래 찌질한 옛날에 어울렸던 친구들은 잘나가고 쌔끈한 요즘 어울리는 친구들 싫어함 ㅋㅋㅋ

      그런데 키키는 자본주의 사회에 잘 적응했을 때 따라오는 트로피같은 존재이긴 해요. 설정 자체가 고급 창녀고. 걍 봐선 별거 없는데 알고 보면 고급품이고. 꼭 브랜드 같죠. 모든 면에서 양사나이로 대표되는 가치들과 배치돼요.
    • 양이 '선생'에게 들어가 한 일이 우익정당과 광고업계를 장악한 거고, 양이 그 안에 들어가면 멀쩡한 사람도 망가지길래, 반지의 제왕의 반지같기도 하지만 그렇게 판타지적이라기보단 현실풍자적이라고 생각했어요. 1Q84에서는 리틀피플로 변주된 것 같고요.
      양사나이가 마법의 귀를 가진 여성을 쫒아버린 것은 어떻게 읽으셨어요? 그 여성도 선생의 비서처럼 양을 원하고 있어서(양이고 뭐고 그냥 배째겠다던 남자를 귀 열고 섹스로 어르고 해서 양찾으러 가게 만들죠), 양사나이와는 대립되는 인물이어서 그런가보다 했어요.
      • 양 리틀피플 다 비슷하죠. 세계의 끝에 나오는 지하에 사는 애들. 하루키 필수요소. ㅋㅋㅋ 현실세계 옴진리교 같은 것들.

        전 침묵이라는 단편을 좋아하는데 거기 보면 선동하는 자보다 선동되는 자들이 더 두렵다고 그 침묵에 질식할 것 같단 내용이 나와요.

        저도 정말 무서워하는 거라서 포풍공감 ㅠ

        하루키는 사람들이 집단적으로 또라이짓하는 걸 진짜 싫어하는 거 가틈.
    • 문득 든 생각인데 닥치고 정치에서 한국 우파 설명할 때 겁먹은 동물이라 하잖아요. 자기밖에 모르는 공포에 질린 동물이라고.

      문득 하루키의 양에 대해 제가 갖고 있던 느낌도 비슷하다는 생각이 드네요. 역시 우파의 본질은 "양" 인 건가...

      김어준 하루키 이 통찰력 있는 놈들 ㅋㅋㅋ
    • 저는 항상 제 상황 위주로 소설을 읽어서, 소설의 상황 자체가 어느날 갑자기 가정과 직장을 모두 때려치고 자기 안에 처박혀버린 남자 이야기로 읽혔어요. 양사나이는 그래서 당연히 자폐적인 나고요. 귀가 예쁜 여친은 엉망인 현실을 애써 외면하게 해주는 환상? 양이 들어갔다는 건 사람이 갑자기 자기 내부에서 동인을 찾기 시작했다는 뭐 그런 이야기 아닌가 하고요. 아귀가 딱 맞지는 않지만.

      그러고보면 은근히 전쟁 이야기가 과거 암시로 나오지 않던가요? 양사나이가 산에 온 것도 전쟁에 나가기 싫어서라고도 했고.
      • 예. 첨에 양이랑 양사나이가 뭔 관계가 있을 거 같아서 헷갈렸는데 양사나이야말로 양이랑 먼 거 같아요. ㅋㅋ
    • 태엽감는 새의 와타나베 노보루 같은 인간도 진짜 혐오하죠. 야구배트로 얼굴을 짓이겨놓을만큼.
      제가 오독했는지도 모르겠지만, 제게는 양을 쫓는 모험의 키키가 태엽감는 새의 와타나베 노보루와 아내 구미코를 섞어놓은 인물처럼 보였어요. 양사나이와 완전히 대립적인 인물, 자본주의의 트로피같은 인물로만 본다면, 양을 쫓는 모험의 후속작이랄 수 있는 댄스댄스댄스에서 주인공이 키키를 그토록 애틋하게 찾아헤맨 것이 잘 이해되질 않아서요. 태엽감는 새에서 오카다 도루가 아내를 구하는 결말은 댄스댄스댄스에서 키키를 구출하는데 실패한 데 대한 작가 나름의 심리적 보상 아니었나 싶기도 해요.
      • 위에도 썼지만 태엽도 댄스도 싫어합니다. ㅋㅋ 저도 변했으니 지금 읽으면 달라질 지도 모르지만.

        전 도무지 하루키 소설 남주(전부 같은 사람이라고 생각함)가 누굴 그토록 구하고 싶어한다는 설정이 어색해요. ㅋㅋ 전부 지독한 에고이스트들인데. 붙잡아 놓고 "진심이냐 너" 물어보고 싶어진다니까요. "어쩌려고 그래 너. 그 여자를 되찾은들 끝이 좋을 거 같애?" 협박도 해가면서 말이죠. ㅋㅋㅋㅋ
    • 화양적/ 댄스댄스댄스에서나 태엽감는 새에서나 누군가를 '구한다'는 걸 비유로만 봐서, 저는 하루키 주인공들이 에고이스트라는 생각은 안 해봤어요. 키키도 양사나이처럼 하나의 관념이지 실제 존재하는 인간은 아닌 걸로 여겼구요. 내가 실재하는 것처럼 보이냐고 묻는 장면 같은 거 보면요. 그러니까 한동안 타자화했던 존재 혹은 과거를 현재화해서 다시 관계맺는다는, 즉 내가 변화한다는 뜻으로 읽어서 저는 그 설정 괜찮았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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