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담: 다문화, 타이타닉 IMAX 3D, 화분, 너의 기억 끝에서

- 오늘 주말이라 해도 글이 엄청 안 올라오네요. 기회를 틈타 바낭. ㅎㅎ

 

1. 얼마 전에 입사시험을 보러 갔었어요. 1차 필기시험이 논술이었는데 문제를 보고 잠시 고민에 빠졌었죠.

[다문화 가정의 문제점을 사회복지의 관점에서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을 논하시오] 

문제를 적어왔었는데 지금은 없고 대강 기억나는대로 적자면 위와 같고 본래 문제와 크게 다르지 않을거예요.

아무튼, 이 문제를 처음 읽었을 때는 문제가 의미하는 바를 금방 이해했어요.

다문화 가정에서 특히 엄마가 결혼이주여성일 경우, 사회 적응의 어려움이라던가, 아이를 낳았을 때 언어 교육이 제대로 안 돼서 그 아이들이 학교에 진학했을 때 겪는 학습부진, 왕따 등

또 더 심각하게는 단순히 사회 적응의 문제가 아니라 남편의 폭력 등으로 법적 구제를 받아야 하는 처지에 놓인 경우도 있고...

그래서 실제 사회복지단체들이 다문화가정의 모계지원에 다방면으로 힘쓰고 있다는 걸 알고 있고요. (또 제가 지원했던 곳도 사회복지단체였어요. )

 

그런데 문제를 곱씹을수록 미궁에 빠졌죠.

1) '다문화 가정의 문제점'이라고 다문화 가정에 문제가 있을 것이라고 당연하게 전제한 것도 영 이상하고

2) 다문화 가정은 어떤 가정을 말하는가? 아시아계 결혼이주여성이 있는 가정도 다문화 가정이고, 영미권 등의 백인이랑 결혼한 가정도 다문화 가정 아닌가? 하는 궁금증

3) 다문화 가정에 문제가 있다면 그건 사회제도 및 인식의 부족 때문에 발생하는 게 많고 심각할텐데 사회복지측면에서 접근하는 게 맞나?

4) 대체 사회복지란 무엇인가? 등등

 

문제는 달랑 한 줄이었는데 혼자서 생각을 막 뻗어나가다가 정신을 대충 수습하고 그냥 간단하게 적어냈어요.

 

'다문화' 혹은 '다문화 가정'을 학문적 혹은 법률적으로 어떻게 정의하고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일단 제가 너무나 자연스럽게 아시아계 결혼 이주여성을 떠올린 게 마음 속으로 좀 꺼림칙했어요.

무슨 동화책이었는지, 아니면 캠페인이었는지 모르겠는데

주인공인 다문화가정의 2세 아이들이 "야, 다문화"가 아니라 "누구누구야"라는 이름으로 불리고 싶다는 내용을 본 게 뒤늦게 떠오르기도 했고요.

 

소수자/소수자그룹을 명명하는 게 분명 필요한 일이긴 한데, 가끔 그 이름이 다른 모든 것 위에서 군림한다는 생각을 할 때가 있어요. 낙인 찍힌 것 같은 그런 느낌도 좀 들고요.

(혹시 사회학 책 중에 이런 걸 다룬 책이 있으면 추천 좀 해주세요!!)

 

 

 

2. 지난 주엔가 타이타닉 IMAX 3D를 봤어요. 전 개봉했을 때도 영화관에서 봤는데 15년 만에 다시 봐도 좋더군요.

전 그 동안 티비나 DVD 등으로 다시 보질 못했어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영화를 보면서, 맞아 이런 장면이 있었지!!하고 새록새록 떠오르는 기억과 감정들이란. 후훗.

개봉 당시에 저는 레오의 팬이었기 때문에 케이트윈슬렛을 보면서 '저렇게 뚱뚱한 애가 어떻게 여주인공이 되었나?!' 엄청 불만이었는데

다시 보니까, 별로 뚱뚱한 줄도 모르겠고, 정말 고혹적인 아름다움이 넘치더라고요.

15년 전에는 레오만 눈에 보였던 것 같은데, 오히려 지금은 케이트 윈슬렛만 나오면 눈을 뗄 수 없었어요. 이렇게 미의식도 나이를 먹어가나 봐요. ㅋㅋ

또 여배우들은 참 좋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자신의 가장 아름다운 때를 이렇게 영상으로 남길 수 있다는 게요.

배우 개인은 늙어가는 모습이 대중에게 그대로 보여진다는 게 분명 부담스러울 것 같긴 한데, 영상으로 남은 아름다움은 시공을 초월한다는 점에서 분명 부러워요.

 

 

 

3. 화분을 키우기 시작했어요.

함민복 시인의 '눈물은 왜 짠가'에 정확하지는 않지만, 이런 구절이 나왔던 걸로 기억해요.

[이 방에 살아있는 것은 오직 나 하나 뿐입니다.]

아 뭐, 늦봄만 되어도 이제 각종 날벌레와 모기와 바퀴 등이 출몰하면 살아있는 생명체가 저 혼자는 아니겠지만

어쨌든 봄이고, 화분에라도 기대고 싶은 마음이 들어서 하나 사 왔죠.

잘 키워야 할텐데 제가 워낙 화분 죽이는 데 일가견이 있어서 걱정 반, 기대 반, 그래요. ㅎㅎ

 

 

 

4. 앗. 동영상 올리기 실패. ㅠㅠ

가사에 일요일이 들어가는 좋아하는 노래예요.

아스트로 비츠의 너의 기억 끝에서.

http://youtu.be/otmqiJ3_x2k

 

 

    • 2.당시의 기준으로는 원래 그런 정도 살집이 있는게 미모의 기준이었다고 해서 케이트 윈슬렛이 일부러 살을 찌운것도 있죠.
    • 앗. 아스트로 비츠 저도 좋아해요! 너의 기억 끝에서도 좋아하고요. 정기적으로 생각날 때 듣는 노래들 중 하나.
    • 화분하나 잘 키우는 재미가 강아지나 고양이 키우는 재미만은 못하겠지만 금붕어 정도는 훨씬 능가하죠ㅎㅎㅎㅎ(금붕어는 영 바보라서ㅠㅠ) 부디 햇볕을 많이 쪼일 수 있는 환경이시길. 대부분의 식물이 죽느냐 사느냐는 물 이상으로 햇볕에 달렸으니까요. 그런데 함민복 시인은 반지하에 사셨나봐요...(제 방에 살아있는 건 저 외에도 곰팡이가 있었지만 별로 위안이 되는 식물은 아니었던ㅠㅠ)
    • stardust/ 네. 당시 미의 기준도 그렇고 케이트윈슬렛의 얼굴과 분위기는 좀 살집이 있는 편이 전체적으로 어울리고 예뻐요.



      Mott/ 앗. 좋아하시는군요. 전 한동안 잊고 있다가 오늘 갑자기 생각이 났어요.



      이요/ 집이 남서향이라서 지금부터 늦가을까지 햇빛은 잘 들어와요. 제가 화분 죽이는 게 1)물을 많이 주거나 2)가을에서 겨울로 계절 바뀔 때 관리 소홀 때문인데 다육이라서 어지간하면 잘 살지 않을까 싶어요.
    • 다문화...제 생각도 제도상의 문제가 큰데 일단은 사회복지 쪽에서 많이 다루더라구요.
      주로 이주여성들의 가정폭력 위주인데 하다보면 정말 열불나고 슬프고 화딱지 난다고들....
    • 의지할 친정과 친구가 없음으로 더욱더 무시와 경멸을 쉽게 받는 것 같아요. 부부개선 프로그램에서 탈북자 아내가 집을 나갔더니 "벙어리 삼년 귀머거리 삼년 장님 삼년"어쩌구 하는 문자를 날리는 남편을 보면서 기가 막혔던 기억이 있습니다. 세상에 공짜는 없다지만 와이프라고 데려다놓고 하녀 부리듯이 하는 남자들이 많다는 것이 쓰디쓰네요.
    • 저도 15년 만에 타이타닉 ㅠ.ㅠ 다시 보면서도 수도꼭지처럼 눈물이 줄줄...
      신기하게 저 역시 케이트 윈슬렛 나오는 장면에 홀리듯 집중했어요. 15년 전에는 별로 눈에 들어오지 않았던 것 같은데.
      15년 후쯤, 다시 극장에서 볼 수 있겠죠? 요즘도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 카사블랑카 특별상영같은 걸 가끔 하듯 말이죠. 되도록 작은 화면으로는 다시 안 보고 극장에서 할 때 다시 볼래요. 15년 후에 보고, 또 30년 후에 다시 한 번 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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