혈액형별 성격 사상의 놀라움

퇴근 시간을 기다리며 잠시 막간을 틈타 바낭성 글 하나 올립니다.



얼마전 업무상 알게된 모 인사들과 간단한 친교 모임을 가졌습니다.


이 사람들 다 사람 구실 잘 하면서 각자의 분야에서 잘 하고 있는 매우 멀쩡한 사람들이었습니다.


어찌저찌하다가 친교 모임에서 사람들 혈액형 알아 맞히기 시간이 찾아 왔습니다.


하늘이 혈액형별 성격 사상을 싫어하는 저를 돕는 것인지...


공교롭게도 그 자리에서 실제 혈액형과, 사람들이 혈액형별 성격으로 짚은 혈액형이 줄줄이 정반대로 나타났습니다.


그러니까:


평소에 말 없이 수줍고 순하던 사람 --> 다들 너 A형이지? A형일꺼야 라고 함 --> 사실은 B형

평소에 특이하다고 평 받던 사람 --> 다들 저 사람은 AB형일꺼야 라고 입을 모음 --> 사실은 A형


이런 사례만 계속 줄창 나온 겁니다!


저는 하늘에 감사하며, 드디어 이 몇몇 사람들로부터는 혈액형별 성격이 허튼소리라는 것을


모두 마음 속에 좋은 교훈으로 배울 수 있겠구나... 라고


팍팍한 인생에 한 줄기 작은 휴식과도 같은 삶의 작은 축복을 느꼈습니다만...


왜 인걸, 놀랍게도 이어지는 반응은,


"아... 저 B형 사람이 사실은 욱하는 성격이 있는 건데 그걸 항상 억누르고 살아 오느라 말이 없었구나."

"저 A형 사람은 사실은 굉장히 소심한 건데 그게 정도가 심해서 특이해 보였던 거구나."


라고, 현실보다 오히려 혈액형별 성격을 더 진짜라고 생각하고,


그게 그 사람의 진정한 성격이라고 믿으면서,


"의외네. 누구누구씨, 그래서 그때 그랬구나."


라면서 갖가지 심리학 용어들을 써서 혈액형별 성격을 그 사람의 "진짜 성격"으로 다들 마음속에 새겨두는 놀라운 일이


나타났습니다.


중요한 정보라고 생각해서 전화기나 수첩에 메모해 두는 사람도 많았음.


이후, 그에 따라 실제로 그 사람을 대하는 방식도 변화...!!



... 이게 뭐야...


혈액형별 성격이 헛소리라는 것은 둘째치고, 그냥 재미로라도 너무 함부로 이야기하면 실례라는 것 또한


세상에 전파된지 한 10년은 되지 않았습니까?


왜... 왜... 아직까지도 세상에서 이렇게 굳게 뿌리를 내리고 있는 것인지...


도대체 뭐가 그렇게 매력적인 건지...


다들 무슨 비밀 시설 같은 곳에서 혈액형별 성격은 굳게 믿어야 하고 영원히 배신하면 안된다고 세뇌 교육이라도 받고 사는 건지...



아아아... 살려주십시오. 혈액형별 성격을 이렇게 굳게 믿는 세상. 너무 답답합니다.


혈액형별 성격 이라는 것은 대한민국의 어떤 부조리가 응축 된 마의 본체인 겁니까?


혈액형별 성격이 타파되면 지구평화가 이루어지고 노인문제가 해결되고 실업문제, 인구문제, 종교갈등 등등이 다 사라져 버릴 것 같은


그런 느낌마저 듭니다.


제발, 이 글을 읽으시는 분 계시다면, 그저 저를 위해서라도 그냥 저한테 적선하는 셈 치고


혈액형별 성격은 죄스럽게 생각하도록 하면 정말 제가 먼 곳에서라도 평생 동안 한 구석에 감사한 마음을 품고 살겠습니다.


언제 어디서건 "그래, 이 세상은 나를 위해 혈액형별 성격을 미워하는 사람도 지평선 저편 어딘가에 있는 곳... 아름다운 곳 아닌가?" 라면서


항상 꿈과 희망을 잃지 않고 살겠습니다.


듀나 게시판 여러분, 한 불쌍한 사용자의 애절함을 어여삐 여기시고 부디 혈액형별 성격을 미워해 주세요~~~

    • 멘붕 하지 마세요. 혈액형별 성격 따위 개나 주라는 사람 여기 있습니다. 그 외에도 개에게나 줄 것이 많다는 게 문제라면 문제죠;
      쑤우 // 로그인이 필요하다고 나옵니다.
    • ㅠㅠ 본문 너무 슬퍼요.. 혈액형별 성격 이거 너무 싫은데 으악! 으악!
    • ㅋㅋㅋ 저도 그 자리에 있었다면 멘붕했을 듯. 아니 어쩌다 결론이 그리 가나요? 게다가 메모하는 사람은 뭔가요?
    • 이쯤 되면 거의 종교 급이네요...
    • 관심 없는 사람이 그런 이야기 하면 그러려니 하는데, 제가 호감을 가진 사람이 그러면 좀 민망해요...
      혈액형 성격이 '썬데이 서울'에서 유래했다는 것을 얼른 전국민이 알게 되기를..
    • 메모해뒀다 나중에 혹시 사고가 생겼을때 헌혈이라도 해주려고 그러나봐요;;
    • 저는 이십대초반인 B형 성격을 가지고 살다 나이가 들고 O형성격으로 변해버린 A형입니다!
    • 혈액형별 성격이 레벨업하면 별자리별 성격... 좀 더 강해지면 사주... 하지만 전 사주 믿는데염 (...) 죄송..
    • 글을 보니 곽재식님 A형 이신듯.
      • 이런 글을 읽고 덧글로 곽재식님의 혈액형을 유추하면 글의 의도에 완전히 엇나가는 거겠네요... 근데 왠지 맞춰보고 싶어져요. 저도 태공님 의견에 한표! ㅎㅎ
    • '알고 보니 그런 성격을 숨기고 살았구나'라는 반응 나왔을 때 그 자리에 있었던 사람들이 기분나빠 하지는 않던가요? 이건 특정 지역에 대한 고정관념과 반대되는 사람이 그 특정지역 출신인 걸 알게 되었을 때 '** 출신인 걸 위장했구나'라는 식의 반응 아닌가요?
    • 전 각 혈액형별 성격의 특성이 애초에 어떻게 시작된건지 궁금해요. 왜 하필 에이형은 소심,내성이고 비형은 활발,개방인지 ..
    • 쑤우 // 이번엔 다운 됩니다.
    • 혈액형별 성격에 이토록 진지할수가! 이거 굳게 믿고 처세하는 것은 자칫 타인을 향한 차별이 될텐데요. 정말 걱정입니다.
    • 걍태공, 베이글/ 님들하.... 제바아아아아알... 온 세상을 울리는 멘붕하는 소리 영창

      저는 당산대형 입니다.
    • 전 양산형입니다. ...

      저같은 경우는 안 믿는데, 또 주변 사람들한테 대입해 보면 다 맞는 것 같은 아이러니함이 -_-;;;;;;
      아.
      근데 정작 '내가' 안 맞는구나. ㅋㅋ
    • 곽재식님 주변에는 과학과 관련된 사람들 많을텐데 저러니 깝깝하네요.
    • 노닥거리다가 이런 글 발견했어요. AB형이라고 면접도 못보게 했다는군요. 저런 회사는 안들어가는 게 이득이겠지만 이상한 사상이 취업에까지 영향을 미치고 있어요. 저도 AB형인데ㅋㅋㅋㅋㅋ



      http://m.pann.nate.com/talk/pann/315648527?currMenu=today&page=1
    • 뭐 제 주위에서도 과학전공자 의학전공자 학사 박사 뭐 그런거 상관없이 헛소리해대면서 상대방에겐 얼마나 짜증나는 이야기일 수 있는지 상관하지 않더군요ㅋ
      그렇다고 그러는 데에 두고 대놓고 짜증내면 재미로 하는 거에 왜 그렇게 오바냐고 역시 X형답다고 으악....
    • 이상한 거 좋아하는 영국애들이 조사한 걸 책에서 봤는데
      서양애들은 13일의 금요일을 기피하잖아요. 근데 실제로 사고발생률이 올라가더래요.
      문제는 이게 서양애들만 그러고 동양에서는 별차이가 없더랍니다.
      즉, 저런 미신이 실제로 맞아서 영향을 미치는게 아니고 심리적으로 오늘은 위험한 날이라는 인식이 영향을 미치는 거다라는 추측을 하더군요.
      비슷한 예로 동양권에서는(동북아) 숫자 4와 죽을 死 가 발음이 유사해서 4일을 기피하는데 실제로 이 즈음에 사망률이 올라간다고 해요.
      재밌는 건 서양애들은 영향을 안받더라는거죠. 이 역시 역설적으로 실제로 4일이 안좋아서가 아니라 그렇게 믿기 때문에 일이 생기는거죠.
      (왜 이렇게 되는지에 대한 메카니즘을 자세히 설명한 책은 아니었습니다.)
      마찬가지로 다른 미신들도 그게 맞기 때문이 아니라 맞다고 믿는 사람들에게 영향을 미치는 거죠. 그것도 대체로 좋지 않은 영향을 말이죠.
      혈액형 성격론도 잘 보면 별로 좋은 말이 없어요.
      성격이 소심하다 특이하다 바람 핀다 등등 다 부정적인 것 투성입니다.
      그렇게 타자화 하고 배척하게 만들어요.
      이런 미신 중에 긍정적으로 작용하는 걸 본 적이 별로 없습니다.

      그래서 전 이런 미신이 타파되어야 하는 대상이라고 생각해요. 쓸데 없이 사람을 가르고 피해를 줘요. 실제도 아닌 유령이 현실에 상처를 주는 형국이죠.

      그 책에 따르면 이런 미신, 징크스를 많이 믿게 되는 환경은 굉장히 불안한 환경이라고 합니다. 예를 들어 가자 지구 같은 데서는 집 밖을 나갈 때는 어느 발 먼저 이런 식의 징크스도 있다고 합니다.
      즉 불안한 세상 속에 무언가 이해하기 쉬운 잣대가 필요한거죠. 부조리한 세상을 명쾌하게 설명해준다고 생각되는 무언가가 필요한 거에요.
      운동선수들이나 수험생이 징크스에 민감한 것도 스트레스가 심해서 그렇다고 하고요.
      즉 스트레스를 통제해야 하고 사회적으로 그 수치를 낮출 필요가 있습니다. (한국은 아이엠에프와 명박이 이후로 점점 고스트레스 사회가 되고 있죠;;)

      점을 보며 위안을 받는다 어쩐다 하지만 그러려면 전문 상담가를 찾아야죠. 더많은 대화를 가족들과 해야 하고요.
      아무 자격증도 없고 책임도 지지 않는 점쟁이들의 말이나 학위도 없는 인간들의 혈액형 심리학 같은 건 세상을 혹세무민에 불과한 거라고 봐요.
    • 나보코프/ 오오 그렇군요. 유령이 현실에 상처를 주는 형국!
    • 저는 A형인데 다들 A형인지 못맞춰요. 나중에 혈액형 이야기하면 AA형이 아니라 AO형이라서 그렇다네요;;;;;
      • 누가 혈액형 물어보면 '(너의) 이상형~' ... 죄송합니다.
    • 나름 재밌지 않나요?



      제가 보기에는 정말 혈액형에 대한 믿음이 실제로 대단히 영향력이 있다기보다는, 혈액형이라는 화젯거리가 끊임없이 반복 소비되고 있는 것 뿐 아닌가 싶습니다.



      그런 미신들. 사람이 네 종류로 분류된다니 얼마나 단순무식명쾌미가 있나요. 딱히 그 안에 위계가 있는 것도 아니고 예로 드신 것처럼 어긋나는 경우들조차 죄 두리뭉실 퉁칠 수 있을 만큼 섬세하거나 까다로운 분류 체계도 아니고요. 혈액형 땜에 눈 앞의 미인을 차버렸다던가 그런 사람 못 본 거 보믄 사실 다들 별로 믿지도 않는 것 같습니다.



      공통 화제라고는 별로 없는 사람들이 공통으로 얘기해야 하는 상황이 유난히 빈번한 문화권에서 각광받게 된 일종의 궁여지책 아닌가 싶기두 합니다. 차라리 삼뉵구나 하지! 싶기두 하지만, 실은 그것만 해도 순발력 딸림 곤란해요.
    • 우리도 이제 당하고 있을께 아니라 효과적인 퇴치방법을 연구할 때 라고 생각합니다. 점도 재미로 본다고 하고 TV도 재미로 본다고 하면서 신봉하는 사람들 많더군요. 그나마 교양교육이 되서 미신이라는거 살짝 인식하지 그나마 없었다면 쩝...
    • 혈액형이 한국에 와서 고생하고 있는거죠.
      근데, 전 혈액형 외에도 사상체질(어떤 데서는 팔체질)도 비슷한 것 같습니다. 의학의 외피를 쓴 심리테스트 용 도구.
    • 아니 그러니까 궁금해요. 각 혈액형 별 성격의 특성이 만들어진 배경이..누구 알려주실 분?
      • 아이폰으로 첨 쓰는 댓글이라 어떻게 하는지 모르겠어요

        대댓글로 글 써서 죄송합니다

        ㅜㅜ



        곽재식님 단편이나 여기에 쓰시는 거 보면 철저한 공대생이신거 같아서 재밌고 그래요

        사람의 심리를 너무 분석하시려는 느낌?



        사람들이 미신이나 선입관에 물드는 건 학력 성격 상관없고 특별히 갖다붙일 만한 이유도 없다고 생각해요

        혈액형 미신 유행도 그냥 자연스러운 맥락? 흐름? 이죠.



        왜? 라는 의문을 갖는 것도 좋지만 오히려 그런 현상이 심리나 행동에 미치는 영향, 거기서 튀어나오는 에피소드.

        이런걸 주시하는게 더 흥미롭지 않나 생각해 봄니다 ㅎ
    • ㄴ 제가 원하는 답변은 아니지만 댓글 감사합니다. 그래도 궁금하네요;; 왜 각 혈액형별 성격이 매뉴얼처럼 정해져 있게 된건지..미신도 왜 나름의 이유를 갖고 있잖아요.그게 설득력이 없고 비논리적이여서 그렇지..걍 호기심이에요
      • 왜 상대방의 특성을 인지할 때 매뉴얼에 맞추는 편이 쉽고 편하니깐 그런게 아닐까요?

        일일이 만나는 상대의 모든 사소한 면을 인식하려면 뇌가 피곤하니까



        누군가가 무슨 말이나 행동을 해도

        아 이사람은 삐이-- 형이니깐 이러는거야 하면서 공식에 끼워 맞추면 단순하고 명쾌하거든요.

        큰 틀 네가지에 사람들을 각각 넣어 놓으면 반응할때나 그 사람을 떠올릴때나 좀 더 편하죠. 저도 가끔 사용하는 뇌 속의 인맥카테고리 방법입니다.

        물론 그냥 아는사람 정도에서 써먹지효
    • 발광머리 / 70년대인가 60년대인가 기억이 가물가물 합니다. 저질기억력이라.
      일본의 한 집필가 혹은 르포라이터? 하여간 그 사람이 연예인들의 혈액형을 조사하고 아주 오래전에 일본학자에 의해 발표된 혈액형과 성격에 관한 상관관계에 대한 학설을 토대로 혈액형별로 성격을 파헤친(?) 책을 낸적이 있었답니다.
      그게 대유행을 했고 한국으로 수입(?)되면서 퍼져나갔다고 들었습니다.
      앞서 말씀드렸다시피 저질기억력의 소유자라 제말은 믿을만한게 못됩니다.
      아, 일본에 비하면 한국은 양반이라 들었습니다. 혈액형에 대한 맹신은.
    • 저도 혈액형별 분류로 사람의 성격을 단정짓는 것은 싫어하지만
      처음 만나서 서먹서먹한 사이의 사람에게는 친교의 수단으로
      곧 잘 써먹습니다. 주로 제 혈액형의 부정적인 부분을 들어서
      제 스스로를 희화화 해서 분위기를 부드럽게 만드는 용도로요.
    • ㄴ 댓글들 감사합니다. 일본인의 성향이 일반적인 사람들의 혈액형 성향으로 둔갑해버린거군요.
      흥미로울 수는 있는데 너무 멀리간거 같네요.
    • 갑자기 이명박과 박근혜의 혈액형이 궁금해지네요.
    • B형 같은 A형 얘기 나올 거라고 생각했는데 역시네요.--;;;
    • 바넘, 포러효과. 이미19세기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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