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번국도// 대략 예상해본다면, 진중권식 논법대로라면 그 어떠한 유토피아적 전망을 제시하는 것도 의미 없다, 고로 그냥 민주당 들어가서 보이지 않는 난쟁이 역할 하는 게 옳은 것 아닌가? 그렇다면 평소 민주당에서 독립적인 진보정당에서 활동하는 당신의 태도는 어떻게 설명할 것인가? 대략 이정도를 줄거리로 삼지 않을까 싶네요.
크게 휘두르며// 제가 뭐 진중권 주장에 적극 반박하자는 건 아니고 좀더 첨언하자면, 좌파의 유토피아적 전망은 거의 언제나 집단적 이상이죠, 그런데 이 집단적 이상을 구성하기 위해선 필연적으로 발화가 필요합니다. 결국 개인의 내면에 남겨놓은(그래서 신학적인) 유토피아는 결국 좌파의 정치를 개인의 윤리적 차원으로 축소시킬 수 있습니다. 즉, 이것은 '정치'에서 '도덕'으로의 후퇴죠.
"유토피아는 촉매와 같은 것이어야 한다." 참 좋은 표현이고 문제의식이고 동의합니다. 김규항을 까는것보다는 결국 그건 소재 혹은 핑게일뿐 자기 할말 다하고 마는 진중권이 훌륭하네요. "유토피아를 그림에 비유하자면 그것은 삶에서 유리된 정치적 수도원에 사는 몽상가들이 그리는 유화 작품이 아니다. 그것은 삶을 사는 수많은 이들의 꿈의 조각으로 이루어진 퍼즐이다." 이 역시 미학자 다운 멋진 표현이고 머리에 쏙쏙 들어옵니다.
크게 휘두르며// 그러니까 진중권씨의 '보이지 않는 난쟁이와 같은 유토피아'라는 주장은 실제에서 그러한 결과(정치에서 도덕으로의 후퇴)를 가져올 수 밖에 없다는 얘깁니다. 그 지점에서 김규항과 진중권은 (최근의 논쟁에도 불구하고) 생각보다 훨씬 가까운 입장입니다. 김규항이 요새 주력하고 있는것은 좌파의 '영성'에 관한 탐구죠. 그리고 그는 실제로 내면의 유토피아적 추동력으로 '어린이 잡지' 발행에 전력을 다하고 있고요.
그렇기에 이번 진중권의 글은, 김규항의 문제제기에 정면으로 대응했다기보다는 약간은 우회적으로 '네가 뭔데 내 정체성 갖고 뭐라 그래' 이정도 이상의 말이 아닙니다. 그래서 한편 실망하기도 했고요. 제대로 논쟁하려면, 역시 필요한 것은 우리는 무엇을 '자유주의'라고 부르며, 그 자유주의가 현실의 개선에 어떤 역할을 할 수 있고, 아니면 못 하는지를 밝히는 것이라고 생각해요.
유토피아를 '정치적 선전'으로 하는 문제도 퇴행적이지만....그것을 '마녀사냥식' '딱지붙이기'와 '정파싸움질'에 써먹는 좌파의 고질적인 병폐를 문제 삼는거겠죠. 사실 자유주의가 무엇인지 등등을 규정하는 80년대식 사구체논쟁이 20여년이 흐른 시점에 어떤 실천적 유효성이 남아 있는지 의구심이 듭니다. 그저 편가르기 용도로만 쓰였던게 현실 아니던가요?
24601 / 1. 진중권 얘기는 그 유토피아적 이상을 발화하지 말라는 것이 아닐 겁니다. 그 발화가 구체적이고 개별적인 정책으로 이어져야 한다는 것이겠지요. 유토피아적 이상이 구체적 현실과 조우하지 못한다면 그것이야말로 좌파의 정치를 개인적 윤리적 차원으로 축소시킬 뿐일 겁니다.
2. 저는 진보신당 내에서 제가 가장 오른 쪽에 위치하고 있는 당원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럼에도 저는 소위 심상정식 구상에 반대하며 금민 후보 지지에 찬성합니다. 이걸 김규항 식으로 따져본다면 심상정이나 정종권씨 같은 분들이 저보다 자유주의적이기 때문에 그렇다는 건데 말도 안되는 얘기죠.
자유주의가 뭐고 사회주의가 뭐냐를 따지는 건 이 논쟁에서 중요한 논점은 아니라고 봅니다. 실제 진보신당 내에서 정책을 두고 사회주의자들과 자유주의자들의 치열한 대립이 있던가요? 있다면 너는 구식 좌파니 개량 자유주의니 하는 식의 유토피아적 이상향을 두고 벌이는 뜬구름 잡는 논쟁들만 있을 뿐 이것이 구체적인 정책 논쟁으로 이어지지는 못했죠. 왜냐하면 정작 현실의 구체적 정책에서는 양집단이 별 차이가 없었기 때문일 겁니다. 그래서 김규항식의 자유주의 비판이나 진보신당 당게의 사회주의자니 자유주의자니 하는 논쟁은 무의미해 보입니다.
말줄임표// 구체적이고 개별적 정책으로 이어져야 한다는 점에는 동의합니다만, 제 말은 김규항도 그러한 주장을 하고 있다는 것이죠. 누구나가 동의할 수 있는, 그래서 실상은 아무것도 아닌 주장이란 겁니다. 그렇기에 개별 정책이 그토록 중요하다면, 이미 '무상급식'과 같은 정책에서 한 발 더 가까워진 진보정당들과 민주당이 따로할 이유는 없어진다는 주장도 옳다는 것입니다. 저는 김규항 혹은 제3자가 이러한 모순을 지적할 수 있다고 말한 것입니다.
자유주의냐 사회주의냐를 '딱지' 붙이는데 사용하는 것이 문제지, 그 자체를 따지는 건 여전히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더구나 '자유주의'를 문제시 삼아 촉발된 논쟁에서 그 '자유주의'가 무엇이냐에 대한 얘기가 나오지 않는다면 그것보다 기괴한 논쟁은 없을 듯 싶네요.
더군다나 이 문제가 중요한 것은 우리는 '자유민주주의'라는 말을 아무런 의심도 안한체 사용하고 있지만 여기서 말하는 '자유'라는 게 누구의, 무엇을 위한, 어디까지의 자유냐는게 지금 문제가 되기 때문입니다. 현재의 민주주의의 한계를 논하며 많은 학자들이 자유주의 혹은 공화주의적 이념의 재성찰을 촉구하거나 그에 힘쓰고 있는 것도 그 때문입니다.(급진적 학자들은 사회주의 혹은 공산주의에 대한 재성찰까지 얘기하고 있고 실제로 마르크스에 관한 책도 근래 쏟아져나오고 있죠.)
그런데 막상 '자유주의'를 주제로 강하게 붙은(언론에서는 최근 학계의 최장집 교수를 중심으로 한 논쟁과 함께 김규항-진중권의 갈등을 중요한 논쟁으로 다뤘습니다) 김규항과 진중권이 '자유주의'에 대한 말을 피한다면 좀 웃기는 거죠.
24601 // 김규항이 그러한 주장을 하고 있다기 보다는 김규항도 당연히 그러한 주장에 동의를 한다는 것을 추정 할 수는 있겠죠. 말씀하신대로 누구나가 동의할 수 있는 얘기니까요. 문제는 김규항의 글에서는 그러한 태도가 보이지 않는 다는 것이지요. 민주당과의 문제도 마찬가지입니다. 민주당의 정책이 구체적으로 이러이러해서 부분적으로 유사한 부분도 있으나 전체적으로 볼 때 진보정당과 다르다며 연합정치를 비판할 수 있고 또 그렇게 해야하지 자유주의 운운하는 건 불필요한 일이죠. 더군다나 이러한 구체적 내용도 없는 상황에서 김규항 처럼 자유주의 타령만 하는 건 누가 더 선명하느냐를 따지는 이단 사냥밖에 되지 않는 것이구요.
이 논쟁은 자유주의의를 문제시 삼아 촉발되었다기 보다는 심상정 사퇴 이후 진보신당의 향후 진로를 두고 촉발된 논쟁으로 봐야할 겁니다. 이것이 자유주의 논쟁과 연계될려면 먼저 심상정식 구상이 자유주의 이념과 연관되어 있음을 밝혀야 하고, 심성정식 구상에 찬성하는 이들이 자유주의자임을 밝혀야 하는데 김규항의 글에는 이런 게 전혀 없습니다. 하다못해 진중권이 심상정식 구상에 찬성하는지 조차도 김규항의 글을 읽고는 확인할 길이 없습니다.(진중권은 심상정의 사퇴와 그의 구상에 부정적인 견해를 여러차례 밝혔고 당의 진로와 관련해서도 심상정에 비판적이었던 이장규 씨의 글이 자신의 생각과 가장 일치한다고 말하기도 했지요. 반면에 심상정에 대한 출당이나 징계에 대해서는 부정적인 걸로 보입니다. 이러한 그의 견해가 모순된다고 판단하여 비판할 수는 있겠으나 이런 비판 역시 자유주의자냐 아니냐의 사상검증으로 흐른다면 그 건 쌩뚱맞은 일일 겁니다.) 그러니까 김규항의 글은 허수아비 논증이고 딱지붙이기 밖에 되지 않는 다는 것이지요. 진중권의 씨네21 글도 이런 식의 태도를 비판한 걸로 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