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하고 있는 좀 의문스러운 과제

 

오늘은 공연 볼 게 하나 있어서 이것만 후딱 쓰고 나가야겠어요.

제가 요즘 듣는 수업이 하나 있어요. 수업 이름은 비밀입니다. 심리학 수업이에요.

영화 분석을 합니다. 그게 저희 같은 사람들을 위해서 좋을 거라고 생각하세요. 선생님은 좋습니다. 열정적이에요.

그런데 오! 와! 그렇군! 우왕! 굳! 이런 마음이 안 생기는 건 왜죠...?

예를 들면 박찬욱감독의 박쥐 얘기가 나오잖아요? 그럼 박쥐에서 김옥빈에게 왜 송강호가 신발을 신겨주는지 우리한테 물어봐요.

그러면서 신발을 예로부터 여성기의 상징이라나 (시간이 좀 지나간 이야기라 정확하진 않습니다 저는 나쁜 학생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어쩌고 저쩌고 신발이 계속 영화에서 등장하는 것은 그런 심리학적 이유기 때문이다!

이 영화에서 신발이 나오는 것은 다 이런 이유가 있다!

그러면서 우리에게 여러분은 예술가니 더욱더 심리학을 알아야 합니다. 좋은 예술가가 되려면 심리학을 알아야 한다고요. 말씀하시죠.

저는 정말 그런 정의 내리기가 아주 싫어요.

아마추어 예술가 아니 세미 예술가 지망생인 제 입장에서는 (늘 프로의식을 가지라고 하지만 쉽지 않군요.)

연극, 영화, 미술을 심리학적으로 다시 풀어서 보는 건 재미있고 유쾌할 순 있어요. 해석의 시야가 넓어지죠.

하지만 예술가가 그런 심리학적 상징물들을 끼워맞춰서 어떤 작품을 만들어야 하나요.

순서가 잘못 된 기분이에요. 이미 있는 작품에서 심리학적으로 통찰력있는 이미지를 발견하는 거야 나쁠 것 없지만...

여튼 이런 식으로 작품 분석을 해오라고 하시는데 정말 고민되네요.

소포클레스의 오이디푸스 왕에서 오이디푸스 컴플렉스를 발견해오는 꼴인데 이거 좀 이상하지 않음요?

제시된 심리용어에 알맞는 작품을 찾고 있는데 아무리 생각해도 뭔가 앞뒤가 이상한 기분이...

 

 

      • ㅎㅎ할인받아서 큰맘먹고 젤좋은 자리에요!!!
    • 일단 '좋아요' 한 번 누릅니다.
      저도 학부시절 작품분석하면서 에이씨 은희경 소설 읽으면서 무슨 얼어죽을 구조주의고 기호학이야 다 주옥가라그래!!!!
      이랬드랬어요. 거칠게 이야기하면 창작자는 그냥 토해놓으면 된다고 생각해요. 그럼 내가 알아서 주워먹지 뭐...
      • 드라마터그랑 대화하다보면 작품에대한 입장이 완전 다르다는걸 느낄때가 있는데 좀 그거랑 비슷한 기분? 서로 중요한게 다르고 가끔은 생각지도 못한부분에 인문학적 의미 부여하고^^
    • 심리학 수업이니까 심리학의 관점에서 연구를 해보는게...당연한것 같은데요;;;;
      심리학을 알아야 한다고 하셨지 심리학적으로 근거를 두고 창작하라고 안하셨으니 말이죵
      여러가지 관점을 배워두면 도움이 될것 같은데요.
      • 네 쓰고보니 과제는 별루 이상하지 않네요. 선생님이 수업하실때 작품에서 나오는 행동이나 도구들을 일종의 지식적도구처럼 예술가가 '깔아놓았다' 식으로 해석할때 괴이하다 느낀것같네요. 하하;;
    • 공감해요. 저도 요즘 문학 분야에서 심리학 노래하는 수업을 듣고 있는데 죽겠습니다.
      나아가 어설픈 지식 갖고 심리학에 관심 있다고, 심리학과 갈 생각이 있었다고 떠드는 사람들도 같잖아요. 그런 사람들 치고 섬세한 관찰력을 지닌 사람을 못봤어요. 몇 안되는 정보로 타인을 거칠게 평가해놓고 뿌듯해하곤 하더라고요.
    • 재해석 하는 건 재미있고 의미도 있다고 생각해요. 근데 그건 그걸로 그쳐야지 감독이 그런 의도로 만들었을 것이다 확신하는 건 갑갑하죠.
      심리학은 아니지만 예전에 정성일이 그런 식의 해석을 많이 해서 좀 짜증이 났던 기억이 납니다.
      왕가위 감독과의 인터뷰에서 이 장면은 어쩌구 저쩌구한 의도가 아니었냐고 자꾸 물어보는데 왕가위가 그냥 그 상황에선 그게 자연스러운 일이었다, 혹은 촬영장비가 고장나서, 특별한 의도 없이 그냥 더 나을 것 같아서...이런 단순한 대답으로 꼬박꼬박 대꾸해줘서 어찌나 통쾌하던지요.
    • 저도 어디서 신데렐라의 유리구두가 여성기의 상징 블라블라하는 해석 들었는데 과하다는 생각 했었어요
    • 심리학 과제를 위해 텍스트를 찾고 있는데 남얘기가 아니네요. 흠. 근데 본문이나 댓글을 읽어보니까 대부분 프로이트나 융 식의 해석 같은데.. 실제로 심리학과에서는 프로이트나 융 많이 안 배워요.. 프로이트나 융이 더 재미있는데ㅠ,ㅠ
    • 우앗 공감합니다b 저도 예전에 들은 철학수업에서 '오이디푸스' 희곡을 한 줄 한 줄 읽어가면서 그걸 전부 심각하게 분석하는데 뭐랄까.. 좀 우스꽝스럽달까 괴이하달까 그랬어요. 과연 소포클레스가 정말 그런 의도로 썼을까.. 뭐, 의도 아니었어도 그의 무의식이 드러난 것이다 해버리면 끝이긴 하지만. 문학작품이든 영화든 실제 꿈이든 그걸 고정된 상징으로 해석하기 시작하면, 그건 그냥 전통적인 꿈해몽이나 타로카드 읽는 그런 거랑 뭐가 다른가 싶어요. 아, 다른 점 있죠. 프로이트의 정신분석을 들여오면 훠얼씬 과학적인 것처럼 들리고, 그래서 그 설명에 권위가 팍 실린다는 거. 근데 전 이 점이 더 짜증납니다;;
      제가 생각하는 진짜 멋진 예술가는 기존의 답습된 상징들을 뛰어넘어서 아직 다 상징화 언어화되지 않은 무언가들을 포착해내는 사람들이에요. 그러려면 차라리 아예 기존의 상징들에 대한 지식이 없거나 아니면 그걸 정말 잘 알아서 넘어설 수 있어야 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드네요. 그렇게 생각하면, 그럭저럭 참고 배워주실 수 있지 않을까, 갑자기 긍정적인 결론이 나오네요ㅎㅎ
    • 츠키아카리님 말씀대로 현대심리학에서 정신분석은 그닥 중요하게 다뤄지지 않고 있고요... 프로이드와 융의 영향력이 너무 지대했던 나머지 심리학 전체가 많은 오해 아닌 오해(?)를 받고 있단 생각이 전공자로서 듭니다...
    • 묘하게 공감합니다.
    • 당연히 창작자는 '그냥' 쓰는 경우가 많겠죠. 그렇지만 심리학자(특히 정신분석학자)나 비평하는 사람들은 또 그걸 쪼개 보는 맛이 있어야 하지 않겠습니까. 소포클레스가 '우힣힣 눈을 찔러서 거세를 상징해야지!'라고 썼을 리는 없지만, 그걸 그렇게 해석하고 비평하는 것은 텍스트에 새 의미를 부여하는 새로운 창작 행위라고 말하면 너무 거창할까요;;
      물론 '신발을 신겨주는건 이런 심리학적 상징 때문이야!'라고 확언하는 게 웃기다는건 동의하지만, 박찬욱이 영화 <박쥐>의 의미를 혼자 쥐고 있는건 아니니까요.
      뻘소리 덧붙이면......박찬욱은 진짜 한 1g은 의도적으로 여성성기를 상징하며 썼을 수도 있을거 같애요..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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