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에 대하여 설명하는 것에 대한 피곤함

아래 듀나인을 적어놓고 갑자기 기분이 꼬롱꼬롱해져서 

오래 전에 임시저장 해두고는 용기가 생기면 올려야지 했던 글을 올려봅니다.


오다가다 만난 사람들도 많고 얼굴도 알고 안부도 가끔 궁금한 사람들도 있는 듀게에

그리고 부딪히고 싶지 않고 외려 나를 이젠 기억못하겠지 싶은 사람들도 있는 듀게에 

그저 자기 치유라 생각하고 써봅니다.



예전에 이나영이 나온 [후아유]라는 영화를 보고 비슷한 생각이 들었던 적이 있어요. 너무 오래되어 잘 기억나지 않지만

자기가 귀가 잘 안들리게 된 것을 구구절절 설명하는 것이 싫어서 그냥 들리는 척 하며 지낸다고.



...라고 쓰고 혹시 잘 잊고 이상하게 기억하기가 특기인지라 찾아보니 언젠가 블로그에 적어둔 대사가 있네요.




"내가 못 알아들으면 다들 어쩔 줄 몰라해. 그럼, 난 더 씩씩한 척, 더 열심히 하는 척 항상 명랑 소녀가 된다. 

그래서, 새로운 사람은 절대 만나기 싫어. 날 설명해야 하잖아."


저같은 경우는 부러 속이거나 한 것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관계의 처음부터 혹은 초창기부터 "실은 나, 이런 과거가 있어." 라고 말하기는 계면쩍은 것이지요.


중학교 때  전학을 해서 생활권이 변경된 후, 그 이후의 인간관계에서 제 가정사를 제대로 알고 있는 사람들은 그리 많지 않아요. 

대학을 가고 또 취직을 해서 사람들을 만나도 사실은 굳이 설명할 필요가 없는 부분과 그러나 말하지 않았을 때 겪어야 하는 여러가지 난처함 사이에서 그냥 혼자 웃고 말거나 쓸쓸해지거나 펑펑울거나 하고 그랬어요.
저 같은 경우는 말그대로 국민학교 동창 외에는 모든 인간관계에서 늘 이런 피곤함 (아니 그저 피곤한 감정일 뿐이겠나요 이게)으로 쉽게 관계를 끊어내곤 했어요.

관계가 깊어지면 그게 동성이든 이성이든 신변잡기 외의 진지한 이야기들이 오가게 될 때 항상 이 부분이 가늠자가 되기 마련인 겁니다. 언제 이 이야기를 꺼내야 할까...하고.


바보같지만 타이밍을 잘 찾지 못하다보니 늘 이런식으로 되 버린 것 같네요.

그리고 문제는 그게 십수년이 지난 일이라도 일단 운을 띄우기 시작하면 눈물이 멈추질 않는 다는 거에요. 동정심을 유발하기 위해 내 이야기를 꺼낸 것은 아닌데

이렇게 사정없이 울다보면 상대한테도 못할 짓이구나 싶기도 하고요.

 

몇년간 알고 지낸 친구들도 아마 전혀 상상도 못하고 있을지도 몰라요.

왜 가족에 대해 물으면 몇초간 망설이며 눈동자가 흔들리며 말을 다른 쪽으로 돌렸는지.

왜 그렇게 결혼에 대해 부정적이 었는지. 집으로 친구를 초청하는 것에 식은땀을 흘렸는지.

씩씩하게 지내다가 불현듯 너에게 내가 필요했던 순간, 장례식장에 찾아가 위로하지 못했는지. 


아직도 간혹 꿈을 꿉니다. 사고현장이요.

외려 당시에는 전혀 꿈을 꾼 적은 없는데 어른이 되니 종종 꿈을 꿔요.

저는 여전히 국민학생이고 하늘은 곧 눈이 올것만 같이 잔뜩 흐린 회색. 덜 얼은 물두렁에 발이 쑥쑥 빠져도 정신 없이 달려서

어디가 젖는지 그 와중에도 이건 혹시 꿈이 아닐까, 하며 했던 생각. 지금 이건 내가 아니고 내가 꾸는 꿈 안일지도 몰라.

달리는 발보다 생각이 더 빨라서 그 생각의 소리가 시끄러워서 소리를 내지르고 싶기도 했었는데.



연휴에 일어나는 크고 작은 사고들, 신문 구석에 가로세로 4센티정도로 실린 기사를 지난 겨울에 검색해서 찾아 보았어요.

육하원칙에 의해 보도된 그 기사의 한두문장처럼, 그 때의 사건을 담담하게 사람들한테 말할 수 있게 된다면 

조금 더 편하고 행복한 생활을 할 수 있게 될까요? 


지금 불행하다거나 불편하다는 것은 아니지만 살면서 순간 울컥, 하게 되는 때가 있네요. 



업무중에 두서없이 적어서 무슨말을 하고 있는지 저도 모르겠지만 그냥 그래도 조금 후련해요.

그냥 셀프 쓰담쓰담의 글이었습니다. 

    • 설명하고 사는게 아닌거 같아요 애써 설명은 부질없는 짓이 아닐까요.
      저도 말을 그렇게 하지만,조금전에 뭘 하는데 겁이 나서 못하고,못한건 아니고 끝까지 하려 했지만 그래도 왜 설명을 자꾸 자신한테 요구하게 되는군요.
      • 가영님이 겁이 날 때도 있다니 신기한데요? 예전에 포인트 주신다고했던거 오늘같은 날 턱~ 하고 주심 좋을텐데. 닉이 좀 바뀌었어도 어차피 동종이라...:)
    • 설명하는거 귀찮고 싫고 그래요. 설명한다고 설명이 되는건지도 모르겠고. 그거랑 별도로 쓰담쓰담해드릴게요. 힘내요.
      • 쓰담쓰담 고마워요.

        (그러고보니 기한넘겨 쿠팡의 쿠키는 못샀네요. 아아...)
    • 조금 다르겠지만 권여선의 '푸르른 틈새'에 비슷한 얘기가 나오죠. '자기소개'의 폭력성에 대해서요.

      "'자기소개'는 인생의 새로운 단계, 새로운 세계로의 진입을 암시했다. 다들 자연스럽게 나를 알고 있으려니 하는 유년의 수동성을 넘어 당당히 내가 바로 아무개라고 자기를 주장해야 하는 세계, 서로의 존재를 매번 정겨운 방식으로 일깨우는 공동체가 아니라 각지고 독립된 개체의 삶을 책임져야 하는 사회, 그런 어른들의 세계로 진입하기 위해 우리는 자기소개를 해야 했다. 자기소개라는 절차는 일종의 폭력성을 내포하고 있었다. 소개자는 자기 이름을 모두가 알아들을 수 있도록 명료히 발음해야 했고, 듣는 청중은 소개자가 임의로 요약한 그 혹은 그녀의 존재성을 강제로 받아들여야 했다. 자기소개는 소극적인 자들이 도태되고 적극적이고 용감한 자들만이 살아남는 세계로의 입사식이었다. 불리기를 기다려서는 안 되고 어떻게든 적극적으로 부르심을 유도하는 방식, 다른 사람들이 자기 이름을 한시바삐 소비하도록 이름을 세일하는 방식이었다."
      • 글 좋습니다. 찾아 읽어보고 싶네요. 말씀대로 정확히 통하지는 않지만 그래도 일견 공감하는 부분도 있어요.





        서로의 존재를 정겨운 방식으로 일깨우는... 이 부분 특히 좋네요.
    • 24601/ 너무 오랜만에 권여선의 '푸르른 틈새' 문장을 읽으니 어질어질 하네요. 언제나 내가 쓴고 싶은 말을 먼저 다 그녀가 써버렸다는 (혼자만의 되지도 않는)상실감에 늘 열등했었죠.

      홍시/ 이 정도의 셀프 쓰담쓰담을 할 정도면 강하고 훌륭하신 것 같아요. 좋은 글 감사합니다.
      • 강하고 훌륭하다는 말과

        두서없이 쓴 글을 좋다해주시고



        저야말로 고맙습니다.
    • [본문]
      저는 그래서, 제가 얘기할 때까지 캐묻지 않고 기다려 주는 사람들만을 곁에 두는 경향이 생겼습니다.
      그러다 보니 잊고 싶은 기억들 중 몇 가지는 담담하게 되거나, 이야기 소재를 위해 스스로 써먹을 수도 있게 되었죠.
      사실 개드립이나 자학 개그가 취미라서 그렇긴 합니다(...)

      [개드립]
      그런데... 울컥, 하는 감정을 매년 갖게 하는 것이 있으니, 바로 이것입니다.

      아무리 반복해서 겪어도, 편하고 행복해지지 않더군요 <- 그만해;
      • 그래도 요즘 잘해주고 있잖아요. 아무래도 교만 떨 재료가 없으니 마음이 몹시 가난해진게 아닐까하고 생각해요. 두산 스윕이라니! 이런 꿈같은 일이 있으니 우린 뭐 호구잡혀 사는거죠. 그래도 어떻게해요. 더 좋아하는 쪽이 늘 을인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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