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개, 개그욕심있는 개암사 주지스님
연휴기간동안 여기저기 여행을 다녔어요.
많은 곳들이 인상깊었지만, 이번 여행의 백미는 개그욕심 충만한 주지스님을 만난 일이었습니다. ㅎㅎ
부안에 있는 개암사에 놀러갔는데, 대웅전을 슬쩍 엿보고 있었더니, 와서 절이라도 하고 가라고 해서, 들어가서 삼배를 했어요.
스님께선 절을 하시면서, 삼배하는 제게 계속 이런저런 말들을 시키더니, 급기야 와서 좀 앉으라고 하세요 ㅋㅋ
속으로 절하면서 이러셔도 되나? 싶고, 나도 삼배중인데 자꾸 말시키니 대답을 안할 수도 없고, 촘 난감했는데,
자리에 앉아마자 수다를 떨기 시작하는거예요 ㅋㅋ
그러면서 나 근데 주지야~ 주지 안같지? 라고 ㅋㅋㅋ
저는 스님은 다 점잖은 줄 알았는데 꼭 그런건 아닌가보더라구요 ㅋㅋ
영국에서 있다 오셨다면서 중간중간 영어단어를 쓰고 힙합인사를 하고! 뭔가 남달랐어요 ㅋㅋ
이제 막 템플스테이를 할거라면서, 보물이 2개나 있는데도! 입장료를 안받는 건 스님의 철학이라며 우쭐했습니다.
근데 정말 입장료 안받는 절은 오랜만이에요. 보물이 두 개나 있고! 국립공원에 있어 주변전경도 무척 아름다운데!
제가 절 입장료 내는 게 너무 과해서 신도증을 만들까 생각할 정도로 절 입장료는 어디서나 있는데요. ㅎㅎ
국립공원에 있는 절답게, 얼마나 아름답고 고요한지, 한 계단 한 계단 올라가면서 보이기 시작하는 절의 모습이, 작고 단아하면서도 웅장한 절의 모습에서 힘이 느껴졌어요. 소박한 것 같지만, 절 안에 들어가면 얼마나 또 섬세하고 화려한지, 무려 천 년이나 된 절이더라구요.
소박하게 모든 걸 내려놓을 수 있을 것 같은 착각에 휩쌓였죠.
스님께서 절을 마치고 차나 한 잔 하자면서 차를 주셨어요. 이런저런 얘기를 하고, 총무스님이 연애, 성 상담 전문이라며, 제게 또 수많은 말씀을 해주셨습니다. ㅋㅋ 연애와 결혼, 그리고 성이 어떤건지 이제 알 것 같아요 ㅋㅋㅋ
스님들께서 자꾸 자고 가라고 권하시는데, 아직 템플스테이를 시작하신 건 아니어서, 숙소방에 놓을 이불이랑 베개를 고르셨거든요. 그래서 묵는 건 왠지 폐일 것 같아 언제부터, 하시냐, 고 물었어요. 그 때 다시 오겠다고 말씀드리려고요. 그랬더니 '나우!'라고 외치셔서 빵 웃으면서 그럼 묵겠노라고 했습니다. 사실 민박을 예약하고 입금까지 마친데다, 다음 여행 일정이 있었지만, 여행의 묘미란 예상치못한 일이 겪는 거 아닐까 싶어서 과감히 민박을 버리고 절에서 하루 묵었습니다.
제가 많은 절에서 템플스테이를 한 건 아니지만, 이렇게 최신식 절은 첨이에요. 방마다 방충망문이며, 개별 화장실이며, 개별 보일러를 갖추다니!
게다가 제가 먹는 점심부터 다음날 아침까지 절에서 보기 힘든 각종 고기들이 올라왔어요.
지역 보살님들이 보낸 고기라고 ㅎㅎ
스님들이 먹을 복이 있다고 해주셨어요. ㅎㅎ 복이 왔을 때 발로 안차고 그걸 갖을 줄도 알아야한다고 하셨는데, 아마 제가 일정 취소하고 하루 묵은 걸 두고 하신 말씀이신듯 합니다. ㅋㅋ
제가 근데 진짜 먹을복이 있습니다! 어딜가나 이렇게 얻어먹고 잠도 잘 얻어자요 ㅋㅋ
주지스님께서 지금 만배중인데, 만배 끝나는 날 오라고 하셨는데, 제가 그 즈음 긴 여행을 가서 못가뵐 것 같아요 ㅠㅠ
제가 여행 간다니까 나도 여행 가고 싶은데! 라면서 저를 엄청 부러워하셨어요 ㅋㅋㅋ 그 와중에 놀러온 애기들한테 장난 걸고 ㅋㅋ
재밌는 분이셨어요. 직접 보면 진짜 웃긴데, 어떻게 묘사해야할지 난감하네요 ㅋㅋ
스님이 막 난 융통성 있는 스님이라고 ㅋㅋㅋ
암튼 밤하늘을 수놓은 쏟아지는 별들을 바라보며 묵었던 개암사의 밤을 아주 오래 못잊을 것 같아요 ㅎㅎ
이제 막 템플스테이를 시작할테니, 많은 분들 놀러가보세요!
제가 막 인터넷에 홍보한다고 약속했거든요 ㅋㅋ
스님이 한 달에 천 만원이 들어와야 절이 유지가 된다며 머리 터진다고 하셔서 ㅋㅋㅋ
휴식형 템플은, 저녁 아침 예불만 드려도 되고, 여기 예불은 다른 절보다 좀 빨리 끝나더라구요. 새벽 예불 드리는데, 뭔가 스님도 빨리 해치우고 쉬고 싶다는 느낌을 강하게 받을 정도로 너무 빨리빨리 진행하셔서 재밌었어요 ㅎㅎ
하루이틀 공기좋고 물좋은 곳에서 쉬고 싶으신 분은 가셔도 좋을 것 같아요 ㅎㅎ
저는 절에서 내려오려고 정류장에 기다리는 데 또 주민분이 읍내 가냐며 터미널까지 태워주셔서 진짜 또 편하게 왔어요. 태워주시면서, 부안 놀러왔다가 돈떨어지고 갈 곳 없으면 오라고, 음식점 한다면서 그냥 줄테니까 언제든지 오라고 하시기도 하고요 ㅎㅎ
행운이 넘쳤던, 그래서 참 좋았던 여행이었습니다. 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