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메테우스 감상(스포있음)

1. 에일리언 프리퀄 맞습니다. 다만 접점은 미미하고, 스토리적으로 긴밀하게 연결되었다기 보다는 에일리언 시리즈의 팬을 위한 서비스 내지는 죽어가는 에일리언 프랜차이즈(?)의 부흥을 위한 눈물겨운 노력 정도로 보입니다. 줄거리랑 아무 상관없는 지점에서 접점이 툭 튀어나와요.

2. 당연하다면 당연하지만 스콧이 감독을 맡은 1편을 제외한 2,3,4편과는 아무런 접점도 없습니다. <프로메테우스>는 1편에 얼핏 등장했었던 외계인의 사체, 스페이스 자키의 정체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시기적으로 에일리언 1편보다 앞서있고요. 어떻게 보면 후반부의 일부 시퀀스는 에일리언 1편의 자체 오마주라는 생각도 듭니다.

3. 이야기가 부실하다거나, 제대로 된 설명없이 영화는 끝을 맺는다고 말할 수도 있는데... 이는 다분히 의도된 것으로 보입니다. 꾸준히 등장하는 '십자가' 모티브에서도 알 수 있지만 '엔지니어'는 '신'을 상징합니다. 그들은 인간을 만들었고, 내버려두었고, 심지어 증오하기까지 하지만, 결코 그 이유를 설명하지 않습니다. 극중 '엔지니어'는 곧 '삶'이고 '생명'이고, '죽음'이며, '자연의 섭리' 그 자체입니다. '섭리'는 결코 우리에게 이유를 설명하지 않지요. 해답도 존재하지 않습니다. 다만 괴롭고, 누군가 끊임없이 고통받으며 죽어갈 뿐입니다. 리들리 스콧이 생각하는 세계란 이런 곳이고, 그가 생각하는 신이란 '엔지니어'와 같은 모습인 모양입니다.

4. '엔지니어'가 왜 인류를 창조했는지 적당한 설명을 붙이기란 쉬울겁니다. 실험이라던지, 전쟁을 위한 병기라던지, 이야기에 결론을 내 주는 것은 굉장히 쉬운 일입니다. 하지만 그런 답변은 우리 삶에 어떠한 영향도 끼치지 못하겠지요. 하지만 '도무지 알 수가 없다'는 소름끼치는 결론은 관객으로 하여금 삶에 대하여 다시 한번 생각하도록 하는 힘이 있습니다.

5. 마찬가지 이유로 마지막 결말은 그저 상징적인 의미에서의 여행일 뿐 후속작을 위한 클리프행어는 결코 아니란 생각이 듭니다.

6. 대사가 굉장히 많은 영화이고, 대화가 이야기의 주를 이룹니다. 격투도 있고 싸움도 있지만 액션은 아예 없다고 보아도 무방합니다. 아마도 상업적인 이유로 많은 대화가 잘려나갔을 거라고 쉽게 추정할 수 있고, 무삭제 감독판이 기대될 수 밖에 없네요. 여기저기서 지적되는 캐릭터의 얇음을 보충할 수도 있겠죠. 안그래도 감독판 꼼꼼하게 내놓기로 유명한 리들리 스콧인데.

7. 그렇다고 대화만 주구장창 하는 철학영화냐 하면 그렇지는 않고 에일리언 스타일의 호러SF임에는 틀림없습니다. 그것도 굉장한 레벨의 서스펜스로 가득찬 영화로요. 중반부의 임신과 출산 관련한 장면들에서는 엄청난 몰입감이 있었습니다. 거기에 더불어 '엔지니어'의 심연과도 같은 증오는 현존하는 영화중 러브크래프트적 공포를 가장 완벽하게 표현하고 있다 생각되고요.
    • 저는 에일리언의 프리퀄이라기보단 에일리언 팬들의 흥미를 끌어서 새로운 시리즈로 몰고가려는 떡밥(?) 영화로 보이더라구요. 영화 자체로도 완결적이긴 하지만 후속편 생각을 안할 리는 없을 것 같습니다. 대사가 적은 것도 떡밥 던지기의 일환 아니었을까요? 시나리오를 로스트 작가가 썼다던데;;; 2012 스페이스 오디세이 냄새도 좀 나고... 3번은 대공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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