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낭] 뒹구작...


뭔가 게시판에 쓰려면 기합 빡! 넣어서 소재 찾고 잘 다듬어서 재밌는 걸 올려야 한다는 강박에 시달리고 있는 1人입니다...

그런데 오늘은 아무리 생각해도 안 나오네요.
이런 날도 있는 거죠.

 

지금도 완성 직전 원고의 서문이 2시간 째 안 쓰여져서 뒹구작대고 있거든요.
이럴 땐 딴 짓이 고프죠.

무한도전도 보고 싶고, 이름을 보는 것만으로도 두통이 날 것 같은 모 정치인들은 보기 싫고. 속은 쓰리고, 그렇다고 뭔가 먹기는 그렇고.

 

그러니 갑자기 옛날 이야기나 해보겠습니다.
오래전 게시판에서 "특이하다"란 말을 들었던 분이 경험담을 적은 적이 있는데 저 역시 비슷한 경험이 있네요.

이전부터 아는 사람이 하나 있었습니다. 연하이고, 저 나름으론 호의를 가지고 있었지요. 제 책도 선물해주고 같이 놀러도 다녔습니다.

마침 그 분의 친구가 놀러왔다기에 시내로 놀러나갔다가... 갈데가 없어 박물관에 갔지요. 마침 르네상스 관련 특별전시가 있었습니다.

 

...왜 거길 갔던 건지.
저 나름으론 가이드를 해줬지요. 비슷한 일을 한 적도 있었고요.
당시 몸이 안 좋았기 때문에 그리 열성적으로 하진 못했습니다만.
아, 그러고보니 수족관에도 갔던가.

 

나중에...
그 친구란 분이 저를 두고 "이상한 사람"을 봤다며 싸이월드에 떠벌려서 안줏감으로 삼았다더군요.

뭐, 그럴만도 한 게 제가 잡지식이 오죽 많아야지요.

지인은 그것 때문에 자기가 친구와 싸웠다며, 친구가 잘못하긴 했지만 당신이 특이한 건 사실이잖아요, 라고 하더군요.

 

"당신은 좋은 사람이지만, 더 평범해져서 더 친해지도록 하죠."

 

그런 말을 다이렉트로 듣고 나니 환멸이라는 두 글자를 마음 한 가운데다가 볼록 돋움체로 박박박 새겨놓은 듯한 기분이 들더군요.

사실 평범하면 제가 좀더 안정적인 직장을 다니지(!) 왜 글을 쓰고 있겠습니까...

그 분은 지금도 잘 먹고 잘 살고 있는 것 같지만 연락은 안 합니다.
따지고보면 언제나 먼저 연락한 건 제 쪽이었네요. 그 분이 타지에서 혼자 지내며 외로울까 걱정했는데 왜 그런 어리석은 생각을 했나 모르겠어요.
 
이후로 타인에게 과도한 친절은 베풀지 않기로 했습니다.

사실 그 쪽이야 말로 특이한 사람이네, 하고 넘어가면 될 일을 아직까지 마음에 두고 있는 건. 저 나름으로 호의를 베풀었는데, 그게 보기좋게 배신당해서 그런 것 같습니다.

솔직히 더 생각하고 싶지 않고 깔끔하게 잊어버리고 싶은데 아직 안 되네요. 아직까지 득도의 길은 멉니다.

 

아, 이제 서문 써야하는데...

이 글은 예고없이 폭파될 수도 있습니다.

 

    • 아.. 뭔가 공감됩니다. 호의를 배풀었는데 그게 보기좋게 배신당했을 때. ㅠㅠ 아는 데 힘들고! 서문 잘 쓰시길 바라요! 건투를 빕니다.
    • 득도 그거 먹는건가염 ㅋ 전 굶은버섯스프님 의견에 (아무 이유없이~ 괜시리)반대표 똭! LH님의 강박증이 양질의 글을 읽게 하는 동력 중 일부라고 생각하면 그 강박 고마워 절하고 싶어져요. 뫈, 이런 사담도 즐겁네요. 가벼운 글, 기합 빡 들어간 글 모두 올라오면 기쁘겠어요. LH님 화이팅! 자주 오세요~
    • LH님이다!! 반가워서 저도 급로그인했습니다ㅎㅎ 근데 박물관 일화, 저는 정반대의 경험이 있어요. 지인이 그쪽 전공이라 함께 박물관 갔을 때 조선시대 그림들에 대해서 쫘악 썰을 푸는데, 저는 박물관이 그렇게 재밌는 곳인 줄 그 때 처음 알았거든요. 제가 이 경험을 제 다른 지인들에게 했더니 다들 흥분하여, 그 친구에게 자신들도 한 번 데리고 박물관 구경시켜달라고 하면 안 되느냐, 그러면서 굉장히 부러워했었답니다. 제 친구들이라면, LH님은 금방 인기남이 되셨을 것을! 그런 이상한 사람은 기억에서 탈탈 털어버리시고, 이렇게 LH님의 잡지식(이라지만 사실 고급지식)을 좋아라 하는 사람들이 많은 곳에서 놀아주셔요:D
    • 세상엔 이상한 사람 참 많죠. 그런 사람들 때문에 우리가 누군가를 믿고 사랑할 수가 없나봐요. 저도 조금 슬프네요. 기운내시고 언제든 마음 편하실 때 또 뵙길 바랍니다.
    • 에피소드보면서 본능적으로 제가이상하다고생각하면서도;; 한눈에 반하는 타입이란 생각이 들었어요.. 그 친구분은좀오만한스타일같네요
    • LH님이시다!!반가워요.역사 이야기 다시 보고 싶어요.

      근데 참 어이없는 사람이네요.고마워는 못할망정 뒷담화라니.그냥 인연 끊고 잊어버리세요.
    • 축구하고 싶다고 해서 축구해줬더니 축구 재미없다고 하는 사람들 있지요.
    • 하나도 안 특이하면서 특이하단 말 듣고 싶어 엉뚱한 짓 일부러 하는 사람도 종종 있어요. 포인트가 이게 아닌 줄 알면서 괜히 댓글 써보는 건요. 성격이 어떠신지는 안뵈어 모르지만 LH님은 멋진 분입니다. 지루하고 재미없다고 생각했던 역사 이야기를 처음으로 푹 빠져서 재밌게 읽게 만든 책을 쓰신 분인데요!
    • 저한테 그런 가이드를 해주셨으면 수랏상을...만들지는 못하고...사드리며 고마워하겠구만요 무슨 그런 말씀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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