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이 되니 배가 고프군요

배가 고픈 차에 그 냄새들은 반할 만한 것이었다. 그것은 격이 낮은 남프랑스 요리 특유의 신선한 기름과 마늘을 혼합한 냄새였다. 게다가 그 라탕구이를 한 생선 냄새에, 특히 육두구와 정향의 콕 쏘는 남새가 났다. 그 모든 것이 두 개의 화덕 위에 놓여 있는, 뚜껑이 있고 움푹한 접시 두 개와 주철 난로 속에서 부글부글 끓고 있는 냄비 속에서 나는 것이었다.

옆방에는 제법 조촐한 식탁이 놓여 있는 것이 눈에 띄었다. 식탁 위에는 두 사람 몫의 식기와,  노란 병 하나 파란 병 하나의 포도주 병 두개가 따지 않은 채로 놓여 있었다. 그리고 브랜드가 들어 있는 유리병 하나, 또 도기 접시 위에 예쁘게 깔아 놓은 커다란 캐비지 잎사귀 위에는 야채 샐러드가 가득 담겨 있었다.


몽테 크리스토 백작의 한 부분입니다. 라탕구이가 뭔지 모르겠지만 안드레아가 부러워요. 대화가 한참 이어지다가 뒤쪽에는 부이야베스와 기름과 마늘로 구운 대구라고 추가 설명이 나옵니다. 스읍~


토지에서 홍이가 영팔노인네 집에 가서 식사 대접받는 장면도 참 좋아하는데ㅎㅎ 그 장면이 따뜻하고 정이 넘치면서도 어른과 함께 식사하는 단정한 자리라고 한다면, 이 장면은 속내를 감춘 두 악당이 그래도 배포편하게 좋아하는 음식을 와구와구 먹는 장면이죠. 


맛있는 장면 나오는 소설 속 대목이 또 뭐가 있을까요? 초원의 집처럼 시종 배고프게 하는 책도 있지만, 덤덤하게 읽었는데 나중에 배고플 때 떠오르는 책들도 있더라구요. 바람 산들 부는 가운데 창문 활짝 열어놓고 기름과 마늘에 구운 생선과 토마토... 아 배고파라

    • 조오기 아래 Yul님 게시물 추천드려요!!
    • 사실은.. 배가 고프니 밤인거죠 : )
    • 얼마 전에 다시 읽은 <상실의 시대>에서 미도리가 와타나베를 위해 요리하던 장면이 문득 떠오르네요.
    • 우리는 계속해서 먹었다. 쉬지않고 먹었다. 우리는 그날 밤 영국인의 명예를 걸고 먹었다. <프로방스에서의 1년> 피터 메일. 소설은 아니지만 지존급/
    • 저는 언제나 해리포터 1권에서 맨 처음 연회가 떠오릅니다. 츄릅

      異人 // 헉. 뭔가 큰 깨달음을 얻었습니다.
    • tari/ 제가 회를 안 먹어서 염장이 많이 상쇄되었습니다ㅎ
      이인/ 그런 걸까요? 근데 왜 저는 환할 때도 배가 고플까요>.<
      우질라/ 엄... 상실의 시대는 안 읽었어요() 무슨 요리였나요?+_+
      김전일/ 아, 그 대목 기억나요ㅎㅎㅎ 어느 멋진 순간에도 맛있는 얘기들이 제법 나왔던 것 같은데 너무 많이 나왔는지 잘 기억이 안 나네요.
      달비/ 해리 포터 연회장면>.< 근데 조금 아쉬웠던 것이, 나이들어서 읽어서 그런지 단 음식이 중심인 것아 아쉽더라구요. 나이가 어렸다면 천국같은 연회장면이었을텐데요.
    • 예.......전에 비슷한 글 올라와서 답 달았던거 같은데...전 먹부림 글을 좋아하거든요 ;)
      찾았어요. http://djuna.cine21.com/xe/?mid=board&search_keyword=%EB%A8%B9%EB%8A%94+%EC%9E%A5%EB%A9%B4&search_target=title&document_srl=3544324
    • 생강쿠키/ 오 이런 좋은 게시물이 있군요+_+ 저두 먹부림 글이 좋아요/ㅅ/
      레이몬드 카버의 뚱뚱보는 친구가 추천해줬는데 아직 안 읽어봤어요. 달콤 쌉싸름한 초콜릿과 바베트의 만찬은 같은 이름의 영화로 나온 소설인가요? 바베트의 만찬은 꼭 읽어보고 싶네요. 한나 스웬슨 시리즈는 저는 좀 그랬어요. 특히 제목들은 그렇게 맛있게 생겼는데 과자 얘기가 적어서 분노(.....) 요리장이 너무 많다에도 요리얘기가 많이 나오긴 했지만 책을 덮고 기억나는 건 쉴새없이 궁시렁거리던 울프ㅎㅎ

      저는 이런 대목을 찾았습니다.
      우리는 집으로 돌아와서 기름 묻은 옷들을 갈아 입었다. 그동안 에베레트는 어딘가 갔다가 돌아왔고, 테이블 위에는 김이 나는 봉지가 놓여 있었다. "여기 열 두개의 햄버거를 가져왔네." 그가 말했다. "그리고 생맥주 1갤런도. 이 정도면 충분하지 않겠나?" -우리들은 리처드 바크의 친구들인 전현직 비행사들. 따끈따끈 김나는 햄버거에 맥주...
    • 아, 미식예찬이라는 책이 있습니다요!!!!!!!!!!!!
    • 초콜렛이랑 바베트는 소설이 원작입니당. 목요조곡까지해서 진짜 먹는 이야기가 어우우우우.. ㅋㅋㅋ 이미 침대 쏙한지라 찾아서 타이핑하기는 좀 구찮은데 한번 읽어보셔요. 먹부림 좋아하시면 후회하지 않을거예요.
    • 1월 크리스마스 파이, 2월 로사우라의 결혼식에 쓰인 차벨라 웨딩케이크, 3월 헤르트루디스의 인생을 바꾼 장미꽃잎을 곁들인 메추리 요리, 4월 티타와 페드로의 뜨거운 눈빛으로 완성된 칠면조 몰레, 5월 북부식 초리소, 6월 티타와 존을 이어준 성냥 만드는 법, 7월 티타의 정신을 되돌아오게 한 소꼬리 수프, 8월 존이 청혼하러 온 날의 참판동고, 9월 헤르트루디스와의 재회를 가져다 준 초콜릿과 주현절 빵, 10월 크림튀김, 11월 칠레고추를 곁들인 테스쿠코식 굵은 강낭콩 요리, 12월 에스페란사의 결혼식에 놓인 호두소스를 얹은 칠레고추요리 



      이게 초콜릿 소설 목차예요. 각 장마다 저 요리 레서피가 나옵니다 ....게임 오바. :)
    • 그리스인 조르바가 빠질 수야 있나요. 온갖 방면으로 육감적이지 않습니까. 거장과 마르가리타에서 숙취 후 브런치 씬도 좋고요.
      서재결혼시키기에서 이것과 같은-심화된- 주제의 글이 있던 게 기억나네요. 극한 상황에서 상상하는 만찬에 대한 에세이였던 것 같아요.
    • 저도 몽테크리스토백작에서 좋아하는 부분이에요 :). 가도루쓰와 안드레아 둘다 정말 능구렁이같이 서로 눈치를 슬슬 보는 장면이었죠. 또 생각나는 장면이 당구랄이 굶주리는 동안 밖에서 맛있게 먹던 간수들의 식사에요. 뭔가 양파와 콩, 소세지 이런 요리였던것 같은데. 생각해보면 당구랄이 악의 근원이었는데, 그가 제일 관대하게 '처벌'받았던것이 참 아이러닉해요.
    • Diotima/ 아, 맞다 그 장면도 있었죠ㅎㅎ 그 장면도 참 배고픈 장면이었는데요.
      백작이 그 이유로 당그라르의 '처벌'을 제일 뒤로 놓았을텐데, 결국 백작도 자신의 복수에 피로해졌다고 해야 하나, 절대 연민을 느끼지 않겠다고 맹세한 대상들에게 연민을 느끼게 되었다고 해야 하나. 말씀처럼 참 여러가지 생각을 하게 하는 대목이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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