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인도에 가져갈 단 한 권의 책



예를 들어, 당신이 지금 교보문고 한 가운데에 있는데 온 도시가 무너지기 시작합니다

음식 코너고 뭐고 이미 손 쓸 수 없게 돼버렸고 남은 건 오로지 서가 뿐입니다

마침 가방 안엔 단 한 장의 지퍼백이 들어있습니다

물과 불과 먼지의 구덩이 속에서 온전히 지킬 수 있는 건 그 지퍼백에 넣을 단 한 권의 책인 거죠

물론 그것을 가지고 무인도로 탈출할 당신만의 방도가 있다고 해봅시다

바리바리 싸들고 떠난다 해도 결국 마지막까지 무사한 상태로 유지될 수 있는 건 바로 그 지퍼백 뿐입니다

그리고 무인도에 들어가면 영영 나오지 못합니다

전기나 와이파이같은 건 물론 안 되고 손 쉽게 리더기 하나 넣는 건 무용한 거죠


이런 상황에서, 단 한 권의 책을 선택한다면 무엇입니까?



그 책은 가장 좋아하는 책이 아닐 수도 있습니다

평생을 씹고 뜯어도 말라비틀어지지 않을 책이라면 좋겠고

문장 하나 하나가 시적으로 풍부해서 어느 지점에서 멈춰도 날이 저물도록 사색에 잠길 수 있어도 좋겠죠

혹은 아주 짧은 분량이지만 백 만 번을 읽어도 질리지 않을 책일 수도 있겠고요


당신의 단 한 권은?






-이 달걀 속에는 당신 인생의 하루가 들어있습니다.

-설사 내가 당신의 말을 믿는다 하더라도, 내가 이미 가지고 있는 하루를 도대체 무엇 때문에 당신에게 산단 말입니까?

-주머니 속에 이 달걀을 가지고 다니면 불행한 일을 당할 염려가 없습니다. 다가올 날이 너무 힘겹다고 생각되면, 이 달걀을 깨뜨려서 불쾌한 일들을 완전히 피할 수 있습니다. 물론 마지막에 가면 하루를 덜 산 셈이 되겠지만, 그 대신 끔찍한 하루를 가지고 먹음직스러운 달걀 부침을 한 접시 해 먹을 수 있을 것입니다. ... 한 사람이 행복해지기 위해서 얼마나 많은 날들을 깨뜨릴 수 있을 것 같습니까?

-...그 달걀이 있으면 하루를 빼먹거나 혹은 저장해 둘 수 있다고 했는데, 물건도 그렇게 할 수 있습니까? 예를 들면 책 같은 것 말입니다

-물론입니다. 하지만 그렇게 하면 당신 자신을 위해 달걀을 이용할 기회를 잃는 거죠

<하자르 사전 中>


    • 리더기와 태양광충전기. :-P
    • 하자르 사전의 구절이 상당히 의미심장 하네요. 자신이 온전히 버텨내지 못 할 하루 하루에서 도피하기 위해
      얼마나 많은 달걀들을 깨뜨릴 수 있을까요?
      만약, 달걀하나를 깨뜨리는 걸로 세상 모든 사람들의 하루도 그걸로 끝이 난다면 어쩌면 위안이 될지도 몰라요.
      무인도에 가져갈 책 하나를 고르라면 마이클 커닝햄의 '세월'을 고를래요.
    • 피천득의 '수필'요. 작은 문고판이라서 지퍼백에 여유가 있으므로 역시 문고판인 램의 '엘리야 수필집'도 챙깁니다.
      • 여기 진리가 떴네요.
    • 그런 책 가지고 갈 마음 없고 무인도에서 사는 법이란 책 있으면
      그렇군요 하나만의 달걀 몇번을 읽어보니,마지막 날 깨먹고 갈수 있군요.
    • calmaria님/ 노빈손의 무인도 완전정복! 서바이벌 하면 노.빈.손 이죠!~~ㅋㅋㅋㅋ
    • 아주 무겁고 크고두꺼운 책이요.
    • 셰익스피어요. 리처드 3세 또는 템페스트. 여러번 읽어도 새로 읽는 느낌일 거 같아요. 단 원문으로 가져가고 가능하다면 영어사전도ㅜㅜ
    • 코스모스와 기본천문학 중에 가까이 있는 거. 앞에껀 인생의 바이블이고 뒤에껀 베고자기도 좋고 시간남으면 다시 공부해보고싶고... 둘다 못찾으면 그냥 대충 손에 잡히는거로다가.
    • 무조건 두껍고 활자 작은 걸로 잡을 것 같아요. 오래 읽을 수 있고 여차하면 무기로 베개로 쓸 수 있게.
    • 몇해 전에 나온 "영국 특수 부대 SAS 서바이벌 가이드 북" 이라고 있습니다. 무인도 같은 아무것도 없는 극한 상황에서 식용 풀 구분법부터 각종 상황에 대처할 수 있는 방법들만 충분한 그림과 더불어 서술한 두툼한 책이죠. 마스터 키튼에 감명받았던 터라, 얼른 샀었던 기억이 있네요. 전 흐뭇하게 그 책을 고를 거 같아요.
    • 미드 <오피스>에서 무인도에 가져갈 단 한권의 책을 주제로 한바탕 토론하던 에피소드가 기억나네요. 완전 데굴데굴 굴렀는데ㅎ
      • 앗 몇 시즌이죠? 보고싶어요!
        • 2시즌 4번째 에피소드 the fire 에서요. 화재경보가 울려서 다들 대피하는 내용인데 주차장에서 시간때우며 무인도에 가지고갈 책 이야기하죠~
    • 다시는 못 나온다면 전 그냥 죽을래요.;
    • 역시 서바이벌 가이드가 최고죠.



      꼭 보통?책을 뽑아야 한다면 혼자살면서 수련?하는데 도움이 되는 경전류로. 아함경이나 청정도론같은거?



      그래도 수련이고 문학이고 나발이고 우선 살고 봐야하니, 역시 서바이벌 가이드가..위에 추천해주신 영국 특수부대 서바이벌가이드 지금도 땡기네요.
    • 생존용이 아니라면 야구 룰북을 정독하고 싶어요.(생각해보니 주자가 없고 2스트라익이 아닌 경우에 포수가 타자뒤에 있을 필요가 없지 않나요? 이런 궁금증을 좀 해소하려구요)



      생존용이라면 무조건 두꺼운거. 이왕이면 식용도 가능한걸루
    • 글쓰신 분이 생존용을 의도로 물어보신 건 아닌 거 같구요 ^^



      역시 수천년의 세월을 통해 검증이 끝난 경전류가 좋겠죠. 전 금강경을 뽑겠습니다.
    • 5년째 읽고있는 황금가지.
    • 구음진경하고 구양진경중에서 고민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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