삐급 열일곱살 첫사랑 이야기

어제 17살 청춘의 첫사랑 이야기를 이렇게 

http://djuna.cine21.com/xe/?mid=board&document_srl=4166076 

살짝 쓰고 나서


감개무량 하게도 이런

 http://djuna.cine21.com/xe/?mid=board&page=4&document_srl=4167027  

저격글을 받고...


졸린 눈을 부비며 여고생의 가슴 저미는 뻔뻔한 짝사랑 이야기를 살짝 한토막 구워드리고 가겠습니다.


먼저 관심 가져 주신 몇 분들께 심심한 감사를 드리며. (아잉)


그리고 몇년전 살짝 그 당사자에게 이 게시판을 아는지 넌지시 물었을 때 모른다, 나는 그런거 모른다, 라고 했었는데 혹시라도 볼까봐 조금 손발이 오그라들지만 뭐...


원래 십여년 전(어머 또 연식 나온다;;;) 이야기를 풀어놓을 때는 약간의 과장과 뻥이 양념처럼 조금 첨가하고 그런거잖아요. 그래도 대부분 넌픽션입니다. 믿어주세요.





아무튼 교지편집 한답시고 우리는 무려 학교에서 교실 한칸을 하사받아 거기서 둥글둥글 놀아댔어요. 관리하는 선생님, 당근 없고요, 나름 그래도 학교에서 '겉으로' 문제 없는 모범생들을 불러 모은거라 선생님들도 터치하지 않으신거죠.


대략 구성원이 열댓명은 되었던 것 같은데 슬슬 수업 빼먹게 되는 것에 부담 느낀 사람들이나 적성에 안맞아 하는 사람들은 하나둘 빠져나가고 거의 매번 모이게 되는 멤버는 대여섯으로 추려졌습니다.


그 안에 그 선배? 당연히 있었죠. 그럼 저는 어땠을까요? 고1이 얼마나 중요한 시기인데 수업을 빼먹고 그 잘난 얼굴 바라보려고 거기에 죽치고... 있었네요. 혹시라도 나만 올까봐 문에 반틈 걸치고 있었던 적도 있어요.


그 선배는 거의 때마다 왔지만 간혹 안올 때도 있었거든요. 그럼 나는 거기에 존재할 이유가 마이너스 5만 포인트이기 때문에 누가 붙잡을까봐 문에 걸쳐 있었어요. 빠르게 교실로 튀어갈려고...아무도 그 때까지는 눈치채지 못했죠. 



앞선 글에서도 이야기했지만 제가 사실 그 선배의 친구를 살짝 좋아했던 것은 사실이에요. 모여 앉아서 진실게임 같은거 한답시고 할 때 그 이야기를 꺼냈었는데, 관심있'었'다고 그랬는데, 지금은 아니라고 했는데


제 말을 귓등으로 듣고 그 걸로 초반에는 좀 놀려먹었어요... 자기 친구에 대해 막 이야기 해주면서... 흠...별로 듣고 싶지 않았는데. 그 친구님으로 말할 것 같으면 당시 우리 학년에서 인기가 좀 있던 오빠였어요. 잘생긴 얼굴에 완전 꽃 미소!그리고 매너는 또 얼마나 좋은지!! 

목소리도 멋있었죠. 어떻게 안 반하겠어요. 그냥 근데 고등학교 올라와서 취미생활 같이 좀 관심 가졌던 건데... 하필이면 둘이 뭐 그리 절친이래요;; 거참...남사시럽게 (응?)


(나중에 공교롭게 그 오빠랑도 편한 사이가 됩니다. 황송하게도...ㅋㅋ 제가 이 선배를 좋아하는 것에 대해 조언도 해주고, 응원도 해주고! 이 잘생기고 매너좋은 오빠가! 응원을 막 해주는 사이가 되니 또 감회가 새롭더군요..)




교지편집실에서 시간을 때우면서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 한 개를 말씀드리고 마무리 지을게요.


창밖엔 눈이 쌓인 초겨울이었을 거에요.

어쩌다 보니 둘이 한 창문!을 내다보고 있었네요. 아마 수업시간이었을 거에요.

운동장은 고요했어요.


제가 서태지를  좋아하고 있다는 것을 그 선배도 잘 알았었죠. 선배도 서태지를 좋아했고요.


혼자 흥얼흥얼 노래를 부르길래 제가 이왕이면 서태지 노래로 불러달라고 그랬어요. 그러니까 흘깃 쳐다보며 웃더니


(그러고 뭐임? 하고 씹을 줄 알았는데...아흑)


"내친구야 창밖을봐~ 눈이 오잖아, 눈이 오잖아~ 모두 너를 위한거야~ 느낄 수 있니~ 느낄 수 있니~"


하고 그 다음 악기 소리도 막 흉내내고... 저 그 앞에서 얼음 동상이 된 기분이었달까요! 저 달달한 가사를 고운 목소리로 불러주는데 아 서태지가 내 앞에 있네~! 강림이다 서태지! 막 이런 기분이었죠!



본인은 이런 일을 기억이나 할까 몰라요.ㅋㅋ 제가 그 후에 친구들과도 이야기하고 당사자하고도 이야기했었는데


당신은 진짜 꾼이던가, 아니면 타고난 카사노바! 라고... 어떻게 그리 눈하나 깜짝 안하고 사람 맘을 설레게 하는지...



뭐 그랬습니다. 아오 이제 시작인데 할말 참 많네요.




그럼 다들 짝사랑의 포근함을 떠올리며 좋은 밤 되길!

    • 아오..
      아침 해가 뜨기 전에~ 그래... 보내주시던가요?
      자야되는데 뜨끈뜨끈 하다니...
      • 다..당연하죠. 순수했던 열일곱이란 말이에요. (하지만 수위가 좀 높았던 장면도 앞으로 나올 수도 있어요. 순수한 열일곱 수준에서요. )
    • ♬ 기막혀 얼굴 붉혀 하지마~ 그래도 너만 바라봐♪
      글 재밌어요. 구독할게요^^
      • 재밌게 봐주셔서 감사합니다.



        저도 이 노래 좋아해요. 나중에 이 노래 부르면서도 이 선배를 떠올렸던 것도 같고~ :)
    • 아 한여름밤인데 왜 차가운 겨울 오전이 생각날까요. 뜨끈한 난로 옆에서 유자차 마시는 기분이에요!
      • 그런 분위기까지 느낄 수 있었다니 황송한데요. 차가운 겨울 오전, 다른 친구들은 열심히 (졸면서) 수업 듣고 있을 때

        적막한 운동장을 바라보며... 물론 뒤 쪽으로 난로도 있었죠! :-)
      • 그러니까 이 글을 쓰게 된 동기 중에 하나가 라곱순님이에요. 님의 두근두근 이야기를 보다 보니, 아~ 나도 한 때(는 무슨, 사랑의 7할이 짝사랑이었으면서!)는 이런 절절한 열병같은 사랑이 있었지, 하는 생각이 들었었거든요. 감사해요~
    • 아..초저녁에 잠들었다가 지금 일어났더니 이런 선물같은 글이 떡 하니 올라와 있네요.
      풋풋한 시절 이야기 참 곱습니다.^^
      • 보리님의 긍정 피드백 덕분에 적어보게 된 글인걸요. 선물은 제가 받았죠. 곱게 봐주시니 감사, 또 감사해유.
    • 근데 아직 뻔뻔하진 않네요.청춘동화(?) 같아요.
      • 아휴 저거 뻔뻔하지 않아요? 좋아하는 남자 옆에 찰싹 붙어서는 아무렇지 않은 척, 노래를 불러봐라, 하고

        가슴은 쿵쿵 뛰는데 별일 아닌 듯 하고 있는거. ㅋㅋ
      • 아오 풋풋 그 자체죠. 이미 다른 예쁜 언니를 저보다 더 열병처럼 짝사랑하고 있는 선배를 또 옆에서 짝사랑 하고 있던 나.
    • "힐깃 쳐다보고 웃더니 내친구야.."

      이건 꾼이네 꾼! 준비된 선수의 자세 ㅋㅋㅋㅋ 잘 봤어요. 연재.기다릴게요!
    • 생강쿠키/ 약간 각색된 부분도 있는지라...ㅋㅋ 제 머릿 속에 자의적인 기억으로 자리잡은 걸 지도 몰라요.
      원래 추억이란게 그렇잖아요. 무튼 저한테만 들리는 목소리로 불러줬어요. 안그랬음 안에 있는 사람들이 뭐야~ 하고 난리 났겠죠;; 창밖은 적막하고 교지 편집실은 약간 잡담하는 소음이 있는 분위기였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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