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디로 숨으면 좋을까요?

문득 아무 것도 안 하고 가만히 앉아서 물끄러미 나무가 움직이는 그림자를 바라보고

개미의 움직임을 관찰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좀 유치하게 들릴지 모르지만 자연 틈에 섞여서 그 하나가 되는 경험을 해보고 싶은 그런 욕구요.

그런데 현대인의 삶은 너무도 번잡하고 정신을 빼앗기기 쉽지요.

너무 해야 하는 일에 둘러쌓여 정작 하고 싶은 일이 뭔지 곰곰히 생각해볼 겨를이 없잖아요.

그래서 어디 조용한 산에라도 들어가고 싶다고 생각했습니다. 

꼭 산이어야 하는 건 아니지만, 아무래도 자연에 폭 둘러쌓인 느낌은 산이 제일 강하죠.

가장 먼저 떠오르는 템플 스테이를 알아보려니 이쪽은 의외로 너무 많은 것을 해야 하더라고요. 

별다른 프로그램이 없는 경우라도 공양과 예불 참여 정도는 의무로 되어 있고요.

무엇보다 비용이 너무 비싸요. 이건 정말 사찰 체험을 위한 프로그램이 대부분이라 그런지; 하루밤에 일인 4-7만원 정도의 비용을 받네요. 

산 속의 공간이란 그렇게 높은 비용을 요구하는 건가요?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저녁에 안심하고 휴식을 취할 수 있는 안전한 실내 공간(물론 화장실은 있어야 겠고, 세면도 가능하면 더 좋겠지만) 뿐인데요.

식사도 제공되면 물론 편리하긴 하겠지만, 그다지 이에 대한 높은 기준은 없습니다. 

그저 삶을 유지할 수 있을 정도로 약간의 음식물을 섭취할 수 있으면 돼요. 

그리고 다른 건 아무 것도 필요없고(심지어 전기도 굳이 없어도 될 듯; 휴대폰은 꺼놓을 거고, 그밖의 전자기기는 안 가져갈 거니까)

그냥 아무 것도 신경 안 써도 되고 안 해도 되는 게 필요한 조건입니다. 

다음으로 생각한 건 휴양림인데, 아무래도 여름이라 휴양동은 너무 번잡할 거고; 

(지금 당장 갈 수 있는 게 아니라서 6월 말쯤으로 생각 중입니다. 주말을 최대한 피해 주중에 3-5박 정도)

산속 독채인 숲속의 집을 알아보니 이미 예약이 많이 차 있어 이쪽도 쉽지 않아보입니다.

더욱이 국립 휴양림은 화요일은 전체가 휴무인데다가

성수기를 위한 준비 기간이라 그 기간에 수리 들어가는 곳이 너무 많아요.

불가가 아닌 다른 종교의 산속 시설들도 잠시 고려해봤지만, 딱히 아는 곳은 없고.

그 다음으로는 이제 민박이나 펜션인데, 이건 너무 변수가 많아서 차마 어떻게 접근해야 할지 조차 감이 안 잡힙니다.

더욱이 펜션은 짧게 팀을 꾸려 놀러가서 고기궈먹고 술마시고, 아니면 커플이 오붓한 시간 보내러 가고 이런 느낌이 너무 강해서. 

물론 그렇지 않은 곳도 더러 있을 줄은 압니다만, 제가 아는 곳은 없네요.

그래서 말인데 잠시라도 속세를 떠나 숨어보셨던 적이 있으신 분, 기억과 경험이 있다면 나누어주세요. 

결코 유명한 관광지가 아닌 곳에, 그렇게 편리하지는 않아도 상관없지만, 너무 시끄럽지 않고, 마음에 거칠 것이 없는 그런 곳이요.

아니면 그냥 아무 산이나 마음에 드는 곳을 골라서 대충 간 다음에 현지에서 적당한 민박을 찾고, 

민박 주인과 비용을 조율할까 하는 생각도 해봤습니다만; 이건 위험 부담이 좀 있지요. 

무엇보다 저희는 자가용이 없어 대중교통만 이용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어렵게 산 속 깊이 찾아갔다 갈 곳은 없고, 차 끊기고 어두워지고 이런 상황은 좀 곤란하지요. 

    • 자연은 원래 위험하기도 하고 불편하며 알 수도 없는 것이죠. 자연의 편안한 부분만 보고 취하려 하시는 것 같다는-그런 의미에서 자연에 대한 굉장히 도시적인 관점이라는 인상이 듭니다. 그냥 들이대보세요.
    • 이 글 보니까 저도 속세를 떠나고 싶어지네요 ^^
      돈만 있으면 이 회사를 떠나 호텔에서 2박3일 아무것도 안하고 있고싶ㄷ
    • 예수/ 아마 제가 아직 비교적 젊은 나이의 여성만 아니었다면 그냥 들이댔을지도요. ^_^; 거기서 만난 사람도 다 자연이다.. 하기에는. 글쎄요.
      • 나이 들면 이젠 나이 많아서 그러지 못하노라, 하실 거잖아요.



        설악산에 비선대 대피소(산장)이라고 있어요. 침낭 준비해 가시면 될 거고 산장이니만큼 주말의 경우는 부대낄 거고, 벌레도 나올 수 있지만, 요금은 찜질방보다 조금 높은 수준일 겁니다. 헤어드라이어는 없지만 변소와 얼굴 씻을 물은 있죠.
    • 숨는게 아니라 마음 편히 좀 보낼데를 찾으시는군요.
      숨을데는 달로 가도 없죠 참 달에 나무가 없으니 더 없겠죠.
    • 장태산 휴양림이 싸서 좋았던 기억이 나요. 숲속의 집 6인실이 1박에 5만원 막 이랬어요. (대전시민 숙박료 50% 할인의 위엄이긴 했습니다;;).
      여긴 사유림이라 주중에도 쉬지 않았던 것 같고요.
    • 말씀하시는 걸 보니 도시가 오히려 나을 것 같은데요.
      신경쓰고 싶지 않고 싶으시면 서울이나 부산 등지의 일반 레지던스가 나을 것 같습니다.
    • 가끔영화/ 으휴 다 아시면서 뭘...
      주안/ 아, 그러게요. 지자체 휴양림도 여러 군데 있죠. 근데 장태산은 일단 6월 중에는 빈 방이 거의 없네요. 정보 감사. :-)
      두리/ 그러게요. 근데 사람 감정이란 게 워낙 뻔해서 그런가, 잠시라도 속을 떠난다 하면 일단 자연으로 들어가야 할 것 같잖아요. 번다한 곳에서 오히려 조용한 깨달음이 찾아지는 그런 경지는 제겐 아직 먼 이야기.
    • 지리삼 세석산장에서 2박3일간 등산안하고 그렇게 보낸적 있어요. 멍하니 산책하고 다음 코스를 향해 부지런히 가는 사람들 구경하고..문제는 거기까지 등산해서 올라간다는거...



      요새는 정선애인에 갑니다...밥도 주고 공간도 별도고 시가 잘 잡으면 혼자 있고
      • 정선애인은 가면 인터넷 안되고 핸드폰 죽습니다. 읽을 만화책과 책도 제법되고요. 들어가는게 문제인데 2시간 평지를 걷는거라 산장보다는 쉽더군요. 여기가면 멋진 고양이도 있어요. 전 이 곳을 참 좋아합니다...
    • 저도 템플스테이 같은 거 막 찾아보고 그랬는데, 내렸던 결론은 혼자서 휴양지에 묵는 비용이 생각보다 많이 든다는 거였어요-_-;; 돈 좀 벌어야 속시원하게 혼자 떠날 수 있을 것 같더라구요. 템플스테이가 그나마 합리적이었지만, 다른 사람과 함께 자야하고 식사제한이 있는 게 싫어서 포기했었죠.
    • 친구가 얼마 전에 김천에 있는 직지사로 갔다왔는데 거긴 1박에 3만원이었어요. 독방 쓸려면 2만원 추가라고 하지만 다른 손님이 별로 없으면 3만원에 독방도 가능하죠. 친구도 그랬었고요. 공양은 어차피 밥 먹는 거고 예불도 굳이 안 드려도 됐었다고 하더라구요. 전 선운사에서 템플스테이 해봤는데 거긴 새벽 예불하고 오후 예불은 어지간하면 참가해야 했었고 그 외에는 차 마시면서 얘기하는 시간을 가졌는데 그다지 강제성이 있는 것도 아니었어요. 전 템플스테이 꽤 좋은 경험이었어요. 그리고 제가 얘기하는 건 휴식형 기준이에요. 체험형은 보통 돈도 더 내고 해야할 것도 많죠~
    • 가본 적은 없지만 언젠가 이런 마음이 들면 가봐야지 하는 곳이. 전남 곡성에 여행간 적이 있었는데, 압록강유원지 부근에 조태일 시문학관이 있어요. 태안사 계곡 밑에 있는데, 거기서 숙박을 할 수 있다고 하더라구요. 1박에 2만원인가 굉장히 저렴했는데, 숙박하면서 시를 지어내야 2만원에 묵을 수 있다. 뭐 이렇게 들었어요. 지도상으로 봤을 땐 근처엔 아무것도 없고, 태안사와 계곡이 좋다고 하더군요. 아마 꽤 조용할 듯 싶고요. 자주는 아니지만 버스가 다니는 곳이니까, 버스타고 주변 관광지를 잠깐 다녀와도 좋을 법합니다. 주변 관광지라 해도, 섬진강 천문대랑 기차마을 정도라.
    • 예수, 마른김/ 등반로 중에 있는 대피소/산장들 말씀이시군요. 이 또한 하나의 대안이 될 수 있겠네요. 정선애인도 좋아보입니다. 감사해요. :-)
      가슴검은도요새/ 무슨 일을 하든 비용 문제에서 자유롭기 힘들죠. ㅠㅠ
      kirihi/ 사실 템플스테이도 나름의 매력이 있기는 할 거에요. 제가 불교도는 아니지만, 산에서 오래 수련 생활한 분들을 가까이서 뵐 수 있기도 하고. 김천 직지사도 한번 확인해볼게요.
      28번/ 좋은 정보 알려주셔서 감사. 근데 전남은 고향 땅이라 구석구석 안 가본데가 거의 없어 가급적이면 안 가려고요. 헤헤;
    • 와~ 해삼너구리님 이 글 지우지 말아주셨으면 좋겠어요. 댓글보다가 정선애인이란 곳 검색해봤더니 정말 숨어있기 딱 좋은 곳 같아요 +..+

      봄에 선운사 템플스테이 휴식형으로 다녀왔는데 새벽 예불 말고는 꼭 해야하는 거 없었어요. 절 뒤에 산세가 좋아서 고무신 신고 산 꼭대기까지 갔다왔는데 힘들지도 않았고, 그곳 스님들도 사람들한테 어렵게 대하지 않으셔서 다음에 또 한 번 가고싶은 곳입니다. 무엇보다 공양이 너무 맛있어서 숙박, 샤워, 세 끼 합치면 참가비가 싸다고 생각했거든요.
    • 국립 자연휴양림이나 유명한 절은 대중교통편이 나쁘지 않을거 같아요. 말씀하신걸 보니 휴양림이나 절 근처 민박이 적합해 보이네요(템플스테이는 해본적이 없어서 전 패스). 절근처 민박은 절을 정해서 인터넷 서치를 해보는게 더 빠를듯 하구요.

      오래되긴 했는데 속리산 자연 휴양림(속리산이 맞을거야..)에서 등산로 따라서 쭉 걷는 코스도 좋았고 고즈넉한 분위기도 맘에 들었어요. 그리고 충남 수덕사 절 아래에 수덕여관(유명하신 화가분이랑 연관있는 장소예요)이라고 있는데 민박해본적 있어요. 등산은 안했는데 산도 있으니 등산가능한지 체크해 보시는것도 좋을 듯. 개인적으로는 부석사(&다른분들이 말한 선운사도 아름답고요)를 좋아하는데 바로 근처에 민박시설은 보지 못했네요. 차가 있으시면 근처 안동에 가서 병산서원에 누워보는 것도 참 좋은데…
    • 제가 선호하는 자연휴양림 중에 옥화자연휴양림이 있는데요, 서울에서 버스로 근처까지 2시간 이내로 가고(속리산 방향 청주 경유 버스), 거기서 택시로 몇천원 이내로 자연휴양림에 갈 수 있어요.
      제일 작은 숲속의집 1박당 3만원이구요. 좀전에 예약현황 보니까 6월도 널럴하네요. 다만 제일 작은 숲속의 집은 두 동씩 붙어있어서, 옆방에 예약 없는 곳으로 예약하시는 게 편해요. 아무래도 옆방 소음은 좀 들리더라구요.
      저한테 만약 시간이 허락된다면 단연코 저기로 숨고싶습니다.
    • 적절한 조언은 못해드리고 스크랩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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