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도 초자연적이지 않은 귀신 본 이야기

오늘 귀신 이야기가 흥하네요.

저는 살면서 귀신을 두 번 본 적이 있다고 믿고 있어요. 두 번 다 별로 초자연적이지는 않고, 여러 사람이 함께 경험했다는 공통점이 있어요.


1.

저는 중학교때부터 독서실에 다녔는데, 독서실에 가면 거의 하루종일 놀았지요.

저녁 먹고 가서, 아이들이랑 복도에서 노가리를 까기 시작해서, 독서실 문닫을 때까지 노가리는 계속되고, 독서실이 문 닫은 뒤에도 골목길을 빙글빙글 돌아서 노가리를 까면서 집에 가면 2-3시가 되곤 했어요. 그 때가 중학교 때인지 고등학교 저학년때인지 정확히 기억나지 않지만, 그날도 역시 친구들과 노가리에 푹 빠져서 새벽 1시가 넘은 동네의 골목길을 걸어가고 있었어요.


세명인가 네명이 함께 있었는데, 이야기를 막하다가 갑자기 제 등골이 서늘해졌어요. 그리고는 아이들에게 물어봤지요.

"너희도 혹시 지금 내가 본거 봤어? 지금 몇 시야?"


그니까 한 블록 전 정도에 약 4살쯤 먹은 남자아이가 세발자전거를 타고있었고 6살쯤 먹은 여자아이가 그 자전거를 뒤에서 밀어주고 있었어요.

우리는 우리 이야기에 빠져서 그 아이들이 골목길에서 놀고있는 장면을 그냥 아무생각없이 지나쳤는데, 사실 새벽 한시 반이 서너살 먹은 아이들이 아이들끼리만 나와서 놀 수가 없는 시간이라는 사실을 불현듯 깨달은 거에요. 


우리는 일단 우리가 잘못 본 거거나, 잠이 오지 않는 부모가 아이를 데리고 나온 거라고 얘기하며, 골목길을 돌아가면 그 아이들이 다시 있거나 부모들이 옆에 있을거라고 위안을 했어요. 그리고 그 골목을 거슬러 올라갔어요. 우리가 지나친건 1분이 채 안되었는데, 골목에는 아무도 없었어요. 혹시나 해서 그 근처를 몇 바퀴를 돌면서 사람의 흔적을 찾았지만, 아무 것도 찾을 수 없었지요. 갑자기 무서워진 저희들은 낮은 비명을 지르면서 집으로 뛰어갔어요. 


2. 

대학교때 능내라는 곳에 자주 엠티를 갔어요. 감나무집이라는 식당 겸 민박집이 정약용 선생 묘소 뒤편에 있는 곳이에요. 주변에 예쁜 카페들이 막 생기기 시작했고, 남한강 변 아주 아름다운 경치를 즐길 수 있는 곳이에요. 새벽이면 물안개가 강위로 올라와서 신비로운 느낌마저 드는 곳이지요.


일단 방을 잡고 술을 먹어야 하니 약 1키로 정도 떨어져 있는 가게에 가서 장을 봤어요. 한 서너명이 같이 갔던 것 같아요. 그때도 역시 신나서 이야기에 빠져 있었어요. 하늘에는 별이 총총 떠 있고, 아마 우리는 별자리 이야기를 했던 것 같아요. 초겨울로 기억하는데, 그 때 우리가 모두 같은 학회 잠바를 입고 있었기 때문이에요. 어쨋든 정약용 묘소앞을 지나서 약 5-600미터를 가야 민박집이 있는데, 우리는 정약용 묘소 앞의 공터를 지나고 있었어요. 그리고 별자리 얘기를 하느라 모두 하늘을 보느라 잠깐 멈춰 섰던 걸로 기억해요. 


그리고 다시 걸어가다가 또 누군가가 물어봤어요.

"지금 혹시 저 앞에 사람들이 걸어오고 있지 않았어?"


우리가 있던 공터는 정약용 묘소 정문을 지나는데, 그 담이 끝나서 길이 왼쪽으로 꺾어지는 부분에 나무로 만든 커다란 대문처럼 생긴 감나무집 간판이 있엇어요. 밤에도 잘 보이라고 간판 아래에는 불이 크게 켜 있었지요. 우리는 그 나무로 된 대문간판에서 약 100미터가 안되는 거리에 있었던 걸로 기억해요. 우리가 하늘을 올려다 보기 직전에 분명 그 간판 아래 검은 형체의 사람 네명이 우리를 향해 걸어오고 있었어요. 모두 다 그 사람들을 봤다고 했어요. 그런데 우리가 잠깐 하늘을 본 사이에 그 사람들이 없어진거에요. 그래서 우리는 아마 우리가 잘 못 본거고 그 사람들은 우리랑 같은 방향으로 가고 있었나보다. 정약용 묘소 건물이 끝나는 곳에서 꺾여진 길 앞쪽이 보이니 거기까지 가면 분명히 앞에 걸어가는 사람들이 보일거다. 이렇게 얘기하면서 정약용 묘소의 담 끝까지 갔어요. 


그런데 그 사람들이 안보이는 거에요. 그 길에서 오른쪽으로 꺾어지면 집이 한 채 있고, 왼쪽으로 꺾어서 약 500미터 가면 민박집이 있고, 그 사이에는 아무 것도 없어요. 우리가 그 문에서 얼마 떨어져 있지 않았기 때문에 어느쪽으로 그 사람들이 갔던지 간에 그 사람들은 우리한테 보였어야 해요. 특히 왼쪽은 정약용 묘소 담때문에 그 꺾어지는 길까지 오지 않으면 앞쪽이 보이지 않지만, 오른쪽은 우리가 있던 곳에서도 잘 보이기 때문에 오른쪽으로 간 건 아니었어요. 


그래서 우리는 그 사람들이 걸음이 정말 빠른 사람인가보다. 화장실이 급하거나 그래서 아마 빨리 갔을거다. 그런 얘기를 하면서 민박집까지 갔어요. 민박집에 들어가면서, 남아있던 사람들에게 누가 들어온 사람 혹시 없냐. 근데 아무도 없대요. 주인 아줌마한테도 물어봤어요. 그날 손님이 저희밖에 없고, 그 시간에 온 사람은 하나도 없대요. 거기는 막다른 골목에 있는 민박집이라 그 집에 오는 게 아니면 누가 그리로 들어 올 일이 없는 곳이에요. 혹시 밤 낚시를 하는 사람일지도 모르니, 그리고 너무 이상한 기분이 드니, 같이 갔던 사람들이 모두 나와서 그 사람들을 찾아보기로 했어요. 강변에는 전혀 사람의 흔적이 없었어요. 


우리가 처음에 그 사람들을 본 곳으로 다시 가봤어요. 그리고 우리가 그 사람들을 봤다고 생각했던 위치에 우리가 서있고, 다른 사람들을 그 나무로 만든 커다란 대문 간판 아래에 서 있어보라고 했어요. 컴컴한 밤이었지만, 간판에 달려있는 불빛 때문에 우리가 있던 위치에서 그 대문간판 아래에 있는 사람들의 얼굴이 뚜렷하게 보였어요. 하지만 우리가 처음에 봤던 그 사람들은 얼굴이 전혀 보이지 않는 검은 형체였어요. 게다가 그 문 아래에는 어른 세명만 옆으로 서 있을 수 있는 공간이 있는데, 우리가 봤던건 어른 체형의 사람 4-5명이었어요. 그래서 저를 비롯한 몇명은 그 사람들의 움직임을 보고 우리쪽으로 걸어오고 있다고 생각했고, 나머지 사람들은 얼굴이 보이지 않으니까 그 사람들이 우리와 같은 방향으로 걸어가고 있다고 생각한 거였어요. 이런 실험까지 다 하고 나서 갑자기 모두 서늘한 느낌이 들어 민박집으로 뛰어 들어갔어요. 그리고는 술을 진탕먹으면서 그런 일이 있었다는 사실 자체를 잊으려고 했지요. 


    • 2. 정약용 선생과 그 아들들의 혼령을 보신 게 아닐지(...)
    • 저는 괴담을 좋아해서 오늘 게시판의 화제가 너무 마음에 들어요 ㅠㅠ 서늘하고 재미있는 이야기네요. 묘하게 현실적이라 더 소름돋기도 하구요
    • 2. 관련해서.. 갑자기 생각난게.. 군대에서 비슷한 경험이 있었어요... 뚜렸히 기억나는게.. 6.25사진에서만 보던 판쵸우의를 입고 있던 흐릿한 사람 형상... 오는건 봤는데.. 가는건 못 봤어요... 왜냐면... 선임이랑 저랑 기절해서... 뒷 근무자가 깨워줬죠.. 둘이 손잡고 복귀했던 기억이...
    • 01410/저희들의 유력한 가설이었어요. 전혀 확인할 수는 없었지만요...

      삼각김밥/이런 경험을 하다보니 우리가 살면서 수없이 많은 귀신들을 지나쳐다녔을 수도 있다는 생각도 해봤어요.

      ExtremE/저희는 사람이 많아서 기절까지는 안했지만, 진짜 서늘한 느낌이었어요. 우리가 본 사람도 윤곽만 보였지만, 판쵸우의 비슷한 옷을 입고 있었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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