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메테우스, 어느 군필자의 감상 후기

'어이. 지구인,  니들도 원자력 한 번 써봐!'

 

지구에 내려온 외계인 한 명이 미국 과학자 '오펜하이머'에게 원자력 사용법을 알려주었다.

오펜하이머 이전 이후로도 외계인들의 지구 왕래는 종종 있어왔다.

왕래가 잦다보니 '로스웰'과 같은 불미스러운 사고가 있었고 그 이후로는 외계인의 왕래가 끊기다시피 하였지만 그때 이후로 인류 문명의 비약적인 발전은 거침이 없었다. 마녀사냥이니 종교재판이니 뭐니 그 미친 짓을 지켜보기 딱하여 증기 에너지를 사용하는 법을 가르쳐주었을 때처럼 지구인들의 문명은 또 한 번의 발전을 거듭하였다. 

 

신화 속 프로메테우스가 인류에게 전해준 '불'처럼, 외계인들이 지구인에게 전해준 원자력 에너지는 인류 문명 발전의 기폭제가 되었다. 지구인들은 그렇게 만든 핵에너지로 전쟁도 하고 다량의 전기도 얻고 우주선도 만들고 하였더랬다.

문제는, 방사능이 누출될 경우 자칫 환경 파괴로 인한 인류 공멸의 문제가 될 수도 있다는 점이다.

방사능으로 인한 환경 오염은 석탄이나 석유가 만들어내는 환경 오염과는 차원이 달랐다.

히로시마, 나가사키 원폭 투하 같은 극단적인 경우를 제외하고서라도 체로노빌이나 동일본 대지진 문제에서 우리는 핵에너지의 문제점을 어느 정도 짐작해볼 수 있다.

핵에너지 사용자의 원조격인 외계인들은 더욱 절실하고 심각하게 그 문제에 접근했더랬다.

그들은 핵 폐기물로부터의 방사능 유출을 우려하여 외딴 행성 저장 탱크 깊숙한 보관용기 속에 핵 폐기물을 보관해놓았다.

그러던 어느날,

호기심 많은 지구인들이 우주선 타고 와서는 핵폐기물 보관해놓은 행성에 도착했다.

조심성 없는 그들은 폐기물 보관실에 들어가 마구잡이로 들쑤신 끝에 방사능을 누출시켰다. 행성은 오염되었다.

누출된 방사능으로 죽어가는 지구인들이 늘어가는 가운데 살아남은 몇몇의 지구인은 관리실에 도착한다.

그들이 그곳에서 본 것은 핵폐기물 관리 당담 땡보직을 맡은 외계인 병장이었다.

핵 폐기물 보관 용기를 다음엔 어느 별로 옮길까, 비상 사태가 벌어지면 어떻게 할까, 은하계 홀로그램을 들여다보며 이런저런 상상이나 하면서 탱자탱자 시간 보내다가 자고 싶으면 자고 눕고 싶으면 눕고 앉고 싶으면 앉던 땡보직 핵폐기물 관리사병은, 방사능을 누출시킨 지구인 불청객들 때문에 열을 잔뜩 받았다. 이대로라면 영창? 군기교육대? 불명예 제대? 연병장 뺑뺑이... 아으 니들 때문에 내 군생활 왕창 꼬였다구!

언제였던가, 기지 건설 초기에 새어나온 방사능을 막아보려다가 소대원 전체가 전멸할 뻔 한 적이 있었다.

뒤처진 통신병 하나는 차단벽에 목이 잘려 끔찍하게 죽기도 했었더랬다.

폐기물 기지에 들어가면 지금도 홀로그램 동영상으로 볼 수 있는, 오래 되고 유명한 군부대 사건사고 사례인 것이다.

그 이후로 폐기물 보관 기지에 불필요한 인원을 줄였다. 비상 사태에 대응할 딱 한 명의 인원만 남겨놓은 것이다.

만일의 사태가 생길 경우 비상 버튼을 누르기로 했는데 지금 그 보직을 맡은 군인이 바로 지금의 이 꼴통 고문관이었다.

얼차려를 줄 고참도 없고 잔소리할 간부도 없다보니 천하에 없는 최고의 땡보직이었는데 제대 말년에 그놈의 지구인놈들 때문이 군생활이 꼬이고 만 것이다.

내무반 생활에 적응하지 못해 한동안 여기저기 항명과 투서, 전입과 전출을 반복하던 끝에 도착하게 된 이곳. 괴롭힐 이도 괴롭히는 이도 없는, 그에게 딱 어울리는 보직이었다. 조용하고 평화로웠다. 지구인들이 나타나기 전까지는 분명 그랬었다.

지구인들이 의사소통을 시도해보지만 흥분한 말년병장에겐 들리지 않는다.

제대가 코 앞인데 이게 무슨 일인가! 제대 말년엔 떨어지는 낙엽도 조심하라고 했는데 이 놈의 지구인 때문에... 아...

 

"취사병 할래? 폐기물 관리병할래?"

전출을 앞두고 연대 인사장교가 물어봤을 때 취사병 하겠다고 했으면 지금 같은 이런 일은 없었을텐데...

너무 쉽게 선택을 해서 당황스러웠을까, 인사장교는 핵폐기물 관리는 방사능 누출로 인한 백혈병 발병의 우려로 기피 보직이 되었노라고 그래서 담당 인원이 줄었노라고, 눈 앞의 관심사병에게 친절히 말해주었지만 그의 태도는 요지부동이었다.  

불청객 지구인 몇 명을 때려 죽이고 나선, 이런 일을 대비해 설치해놓은 비상버튼을 누른다.

경계근무를 소홀히 하여 이런 불상사를 만들었지만 최후의 순간만큼은 한 명의 군인으로서 '작계'에 충실히 따르려하는 것이다. 데프콘 1 (one)이 발령된다. 작전 목표는 지구. 누출된 핵폐기물을 지구에 통채로 추락시켜 핵쓰레기들끼리의 '이이제이', '동귀어진'을 하려고 하는 것이다. 믿거나 말거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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