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넝쿨째 굴러온 당신> 단점과 장점이 섞인 드라마

여태까지 이 드라마에 한 마디 하려다 작가가 시청자 의견 엄청 신경쓰는 것 같아서 별말 안 했는데

오늘 방송분까지 보고 나서 여태까지 느낀 점 말해 보려고요.

 

단점부터 얘기하면 이 작가도 하느님병에 걸린 것 같네요. '너도 불쌍 나도 불쌍 에브리바디 불쌍' 이런 전개 말이죠.

만약 나영희가 정신을 잃고 우연히 귀남을 잃어버렸다면 처음부터 저런 식으로 그렸으면 안 되죠.

귀남이 지갑에서 어렸을 때 사진 훔치고, 귀남 부부 미국으로 보내려 하고, 가짜 귀남일 방치한다든지 하기 전에

당황하고 고민하는 장면을 넣어 줬어야 하는 건데 초반엔 그런 장면이 얄짤 없었습니다.

아마 저 캐릭터가 욕 먹는 게 싫어서 이런 설정으로 선회한 듯 싶은데 그러다 보니 캐릭터의 일관성이 무너졌죠.

 

말숙이도 어렸을 때 혼자 방치되어서 비뚤어졌다는 설정을 넣었지만, 그렇다고 하기엔 귀남이 잃어버린 날에 태어났다는 죄로

평생 동안 생일상 한 번 못 받고 천덕꾸러기로 성장한 이숙은 너무 반듯하죠.

역시 말숙이 욕 덜 먹게 하려고 무리수 돋는 설정을 붙였달 수밖에.

 

맨처음 작가의 이런 면모를 느낀 게 윤희가 미국유학 포기하는 순간이었는데, 물론 드라마 전개상 미국에 안 갈 줄 알았어요.

하지만 김남주가 자신이 이기적인 게 아닌가 고민하다 교통사고로 오해하고 달려온 귀남에게 감동해 포기한다는

비현실적인 답을 봤을 때에는 허걱했었죠.

 

그리고 임신 설정도 맘에 안 들더군요. 이 부부가 아이를 낳지 않기로 합의했다는 점에서 더더욱.

도대체 어떻게 피임을 했기에 하는 생각부터 들더군요.

그렇지 않아도 상상조차 하지 않았던 시댁의 등장에 미국유학도 포기했는데 원하지 않는 임신까지...

여주인공은 꿈과 희망이 무너져가는데 드라마 분위기는 유쾌 상쾌 통쾌하니 균형이 안 맞죠.

 

무엇보다 가족들이 문제나 갈등을 만났을 때 정면으로 터뜨리지 않고 밍기적거리며 유예시켰다가

다시 갈등이 불거지면 우회적인 방식으로 해결한다는 점에서 답답하기도 하죠.

(하나 더 태클 걸자면 잦은 카메오의 출현... 이 드라마 등장인물도 많은데 카메오가 너무 많죠.)

 

 

이제부터는 장점 이야기. 이 드라마는 KBS 주말극치고는 젊은 커플들 이야기가 도식적으로만 그려지지 않고 생기가 있습니다.

특히 이숙-재용, 말숙-세광 커플이 그렇죠. 오늘 방송에서도 재용이가 이숙이 한 번도 생일상을 못 받아본 걸 알게 되고

앞으로 생일을 챙겨주면서 두 사람이 친해진다면 굉장히 설득력 있는 관계쌓기가 가능하다는 점에서 무릎을 치게 되더군요.

여태까지 KBS 주말극을 안 보던 사람들이 보는 이유가 그것일 겁니다. (중장년층 묘사는 아쉽지만 누구나 한계는 있죠.)

 

또한 윤희가 시어머니 청애에게 현관문 비밀번호를 알려 주느냐 마느냐를 놓고 고민하는 등 현실적인 문제를 파고 든 것이 와 닿고,

지난 주에 얘기했지만 나이 어린 시누이에게 존댓말 쓰는 문제를 환기한 것도 좋았고요.

 

결론을 얘기하면 대가족 중심의 전통적인 KBS 주말극과 작가가 주로 MBC에서 써오던 미니시리즈 스타일 사이에서 고민하고 있긴 한데

그래도 첫 장편치고는 나름 잘 쓰고 있습니다. 오히려 전 작가의 다음 장편이 더 기대됩니다.

이번 드라마 잘 마무리하고 다음 작품은 좀더 고민해서 나은 작품을 쓰길 바라요.

    • 작가님이 다음 작품에선 김남주랑 결별 좀 하셨으면... 이제는 좀 지겨워질려고 해요.
    • 작가와 김남주가 팀버튼과 조니뎁 관계급인가요
    • 이번이 김남주와 박지은 작가가 세 번째로 같이 일하긴 하죠. 팀 버튼과 조니 뎁에 비할 정도는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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