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당한 어법 오류...

1. 가끔씩 들을 때마다 너무 황당해서 머릿속이 하얗게 되는 어법 오류가 있습니다.


" 저가 지금내는 수학문제 풀이랑 답좀알으켜주세요 ㅠㅠ 빨리요 11시안에빨리요!!!!!급해요 ㅠㅠ "

(발췌 : http://kin.naver.com/qna/detail.nhn?d1id=13&dirId=130103&docId=152638406&qb=7KCA6rCA&enc=utf8&section=kin&rank=68&search_sort=0&spq=0)


위의 글에서 지적할 게 하나 둘이 아니긴 한데,

가장 첫 부분인 '저가'에서 저는 숨이 턱 막히네요.


일인칭 대명사 '저'와 보격 조사 '가'를 붙일 때 '저가'라고 하는 사람도 있다는 걸

전 군대에서 후임이랑 이야기하다가 처음 알았습니다.

저한텐 너무너무 황당하게 느껴져요.


한참 뒤에 곰곰히 생각해 보니까,

'쟤가...'의 '쟤'와 '제가...'의 '제'를 혼동해서

높임말을 써야 하는 상황에서 후자의 사용을 기피하게 된 게 아닐까 싶더군요.

'ㅈ'발음의 전설음화 때문에 [쟤]와 [제]의 음가가 사실상 차이가 없다는 것도 떠오르고요.


어쨌거나 대화하다가 누군가가 '저가...'라고 이야기하면

일순간 참 없어보이더라고요.




2. 대명사와 관련된 논란거리가 하나 떠오르네요.

'네가...'를 '니가...'나 '너가...'라고 말하는 사람이 대부분이죠.


'ㅐ'와 'ㅔ'의 발음을 제대로 구분해서 구사할 수 있는 사람도,

그걸 정확하게 알아차릴 수 있는 사람도 많지 않은 것 같습니다.

'내가...'와 '네가...'는 반의 관계인데, 

발음만으로는 구별하기가 쉽지 않죠.


그 때문인지 요즈음엔 아나운서들도 예능 프로그램 같은 데에서는

'니가...'라는 말을 사용하는 걸 종종 보게 되네요.

아예 예능 자막에서는 '니가...'라고 쓰는 걸 거리낌 없어하는 것 같다는 느낌도 들고요.


사실 바른 표현이 아니라는 걸 잘 알고는 있지만

뜻을 전달하는 데에 오해의 여지를 줄이기 위해서

일부러 '니가...'라고 말하는 사람도 많은 듯 하고요.


근데, '네가...' 정도는 초등학교 국어책에서부터 시작해서, 

자연스럽게 접하게 되는 무수히 많은 문장을 통해 올바른 표현을 익힐 수 있는 것이 잖아요.

입말에서는 대화상대를 배려하는 차원에서 '니가...'라고 하고 넘어가더라도

글말에서는 '네가...'를 쓰는 게 맞는 것 같아요.


사견으로는,

'니가...'가 너무 일반화 되어버렸고,

이게 널리 쓰이는 타당한 이유도 있기 때문에,

국립국어원에서 표준어로 포용하는 걸 고려하는 게 어떨까 싶네요.

언젠가는 그리 되지 않을까요?

물론, 수 십 년 쯤 후에나 있을 일이겠죠.




3. '사겨라', '사겼는데'의 기본형은 대체 뭔가요? 

'사기다'인가요? 이런 동사가 우리말에 있었던가요?


동사 '사귀다'의 어간은 '사귀'죠.

'사귀어라', '사귀었는데' 같은 식으로 활용하는 게 맞고요.


비슷한 예로,

'휘다'를 활용할 때,

'휘어라', '휘었는데'가 맞지,

'혀라', '혔는데'라고 쓰면 이상하잖아요.


이런 건 좀 틀리지 말자고요.

    • '바래/바라'는 그냥 복수표준어로 인정해줬으면 좋겠어요. 문장 중간에 쓰일 때는 몰라도 끝맺음 될 때 '잘 살길 바라' 식으로 말하는 사람은 태어나서 한 번도 못 본 듯.
    • 3. 사구ㅕ라 표기만 가능해지면 해결될 일이긴 합니다 ...
    • 3번의 사겨라, 사겼다는 애초에 틀린 말인거죠 뭐.
    • 이런 울분글 좋습니다.
      대학1학년때 국어작문 교수님도 이런 울분을 토하셨던 게 기억나네요. 예컨대 "떡볶기"가 그 음식 떡볶이를 가리킨다면 "당구치기"는 당구공 먹는 거냐고 하시며...'ㅅ';;
    • 말씀하시는 상황들이 다 익숙하게 공감가는군요. 음... '니'라는 게 어디서 듣기로는 서울 사투리라고 하던데 사실인지는 모르겠습니다. 아무튼 '네가'와 '내가'는 발음상 구분이 잘 안 가서 그럴지도 모르겠지만 저도 글에는 '네'라고 써주길 희망하는 한 사람입니다.
    • dos / '바라다'를 문장 뒤에 붙이는 경우엔 말씀하신 대로, '바래'라고 쓰는 게 더 자연스럽게 느껴지는 게 사실이죠.
      근데, 실은 '~길 바래'라는 말을 굳이 붙일 필요가 없다는 게 함정...
      전 '잘 살길 바래'라는 말은 써본 적이 없어요.
      그냥 '잘 살아'라고 하죠.

      bebijiang, Aem / 우리나라 사람들은 역시 3박자를 좋아하는 것 같습니다.
      사람들 모여서 커플 만들어주고 싶을 때 '사겨라! 사겨라!'를 연호하잖아요.
      새로운 트랜드로 '사! 귀! 어! 라!'를 퍼뜨리는 건 어떨까 싶네요.
      좀더 강한 압박을 만들 수도 있고...

      loving_rabbit / 우, 울분까지는 아닙니다.

      에아렌딜 / 서울 사투리는 아닐 걸요? 아닌가? 맞나? 아닌가?
    • 3. 얼마 전에 모 포털 메인 뉴스 제목에 '바꼈다' 라고 당당히 달아둔 기자님도 본 적이 있어요
    • 전 1루 2틀 3흘 4흘 보고 어질어질하던데...
    • 사귀어 바뀌어 의 줄임말은 발음은 존재하는데 표기가 존재하지 않는 특이한 경우죠.
      말을 하다 자연스레 줄어들어 이미 폭넓게 쓰이고 있는 말을, 그 표기가 존재하지 않는단 이유로 금지하잔 생각은 좀 위험하지 않을까요.
      애초에 누구를 위한, 무엇을 위한 맞춤법인가를 고민하면 그냥 워드 프로그램 살짝 손봐서 사구ㅕ 바꾸ㅕ 표기만 가능하게 해주면 해결됩니다...

      바래/바라 는 논란의 여지가 참 많은데.. 바라가 바래가 되는 현상을 문법적으로 설명할 방법을 찾지 못한 경우라고 봐야죠.
      '사진이 바래다'와 의미상 혼동된다는 주장은 솔까 억집니다. '바래보다'를 '바라보다'로 표기할 시 찾아오는 혼란이 더 크죠..
      그냥 불규칙 예외조항 하나 추가해주고 복수표준어 인정해주면 깨끗하게 해결됩니다.
      자연스레 쓰이는 언어를 금지하고 사멸화 시키려면 정말 합당한 이유가 있어야 할텐데, 이 케이스는 정말 아니라고 생각해요.
    • bebijang / 사귀어, 바뀌어의 줄임말이 발음은 존재하는데 표기가 존재하지 않는다는 말씀은 처음 접해봅니다.
      'ㅜ+ㅣ+ㅓ'의 모음발음 표기법을 새로 만드는 게 바람직하다는 견해는
      말씀하신 것처럼 워드 프로그램을 살짝 손보는 수준에서 해결되는 문제는 아닌 것 같습니다.

      세종이 훈민정음을 창제한 이래로,
      낱자 가운데에서 자연스레 탈락한 것들은 있어도
      새로이 만들어진 것은 단 하나도 없죠.
      특히 모음표기에서는
      아래아 하나가 탈락한 예가 있을 뿐,
      그 이상의 변화는 없었고요.
      사귀어의 줄임말 표기만을 위해서 'ㅜ+ㅣ+ㅓ'라는 모음표기를 새로이 만들어야 한다는 건,
      훈민정음 창제 이래로 우리 글말에 존재하지 않았던
      '삼중모음'이라는 새로운 발음 체계를 인정하고 편입시켜야 한다는 말씀인데,
      정말 '사귀어'를 줄여서 말하는 걸 그대로 글말로 옮겨 쓸 수 있게 허용하는 게
      그럴만한 가치가 있는 건지 저는 모르겠습니다.

      '바뀌어'의 줄임말도 말씀하셨는데,
      이건 별 문제 없는 것 아닌가요?
      '바뀌어'의 줄임말은 '바꿔'고, 잘 쓰이고 있는 말이고요.
      분석해보더라도,
      "바꾸+ㅣ+ㅓ → 바꿔"가 되는 건데,
      구조상 중간에 모음 'ㅣ'가 한 번 더 들어갈 수도 없고, 그렇게 해야할 필요도 없죠.

      덧붙여서,
      'ㅜ+ㅣ+ㅓ'의 새로운 모음이 만들어진다면,
      국어책, 문법책 몽땅 바뀌어야만 하고,
      기존한 우리말 폰트들은 해당하는 모음 디자인을 새롭게 해서 전부 수정해야만 하죠.
      비표준어 낱말의 표준어 편입 같이
      국립국어원에서 인정해주고 말고...에서 해결될, 그런 대수롭지 않은 일이 아닐 겁니다.
    • '바꿔'는 '바꾸어'의 줄임이죠... 바뀌어가 아니라.

      페이지 넘어갔으니 추후 다시 얘기할 기회가 있었으면 좋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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