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를 감독의 매체라고 하죠. 영화에서 감독이라는 존재를 가장 잘 구별할 수 있는 것은 시각이구요. 그때문에 촬영감독을 얘기하는 사람도 있는데, 똑같은 촬영감독이라고 하더라도, 감독이 달라서 시각적으로 전혀 다르게 나오는 작품이 많죠. 장면의 구조를 최종적으로 결정하는 사람은 감독이니까요.
한편, 각본이란, 특히, 헐리우드 고전기 시절에, 감독의 권한이 별로 없던 적이 많습니다. 그래서 각본에 감독의 개입이 거의 없었죠. 주로, 감독의 결정적 권한은, 자율적 권한은 장면을 구성하는 것이었습니다. 예를 들어, 존 포드의 "내 계곡은 정말 푸르렀다"는 존 포드의 가장 자전적인 작품으로 꼽히는데, 그 영화는 원래, 윌리엄 와일러가 맡았던 것을 존 포드가 뒤늦게 감독한 것이죠. 존 포드는 그 각본에 거의 개입을 못했습니다. 각본 뿐만 아니라, 심지어 세팅구조도 그랬죠. 그 영화의 요소에서 존 포드의 것이라고 할만한 것은 오직 현장에서 찍는 것 밖에는 없었습니다. 이 영화의 각본을 썼던 던(윌리엄 와일러도 상당한 개입을 했던)이라는 사람은 조셉 맥브라이드에게 "존 포드는 모든 훌륭한 감독들이 하는 것을 했다." 즉, - "He made it his picture while he was shooting it." 라고 말했죠.
결국, 감독이란 어떤 대상을 어떻게 찍느냐에 대한 순간에서 그 존재감이 가장 크게 발하는 것입니다. 문제는 그 찍는 태도에 있는데.....여기서 영화감독의 클래스가 나뉘는 경우가 많습니다. 좋은 감독이란 영화의 구조안에서 사물을 보이는데, 이 때문에 현실에서 별볼일 없다고 생각하는 것들도 상당히 아름답게 보일 때가 많죠. 이에 반해, 별볼일없는 감독은 심미적인 구조에서 사물을 보이는 것이 아니라, 특정한 사물에만 매달립니다. 일반인도 충분히 매혹될 만한......가령, 석양을 보여준다던가....희귀한 자연의 경관을 보여준다던가.... 그런데 영화감독은 다큐멘터리 감독이 아니거든요. 그런 건 중요하지 않습니다. (제일 중요한 대상은 캐릭터죠) 설령, 외계인이 실제로 나타난다고 해도, 영화감독은 그런 것에 신경쓰면 안 되요. 그런데 그런 태도를 갖는 감독이 상당히 많습니다. 그 때문에, 가뜩이나 구조적으로 별볼일 없는 것이, 거의 참혹할만큼 타락하게 되죠.
한편, 영화문법을 이렇게 저렇게 비튼다고 해서, 거의 피상적인 수준에 불과하지만, 보는 사람의 몰입감이 떨어진다는 것은 부적절한 설명입니다. (이에 대해서 제가 이전에 글을 올린 적이 있는데, 사진이 안 올라가서, 삭제했습니다. 사진을 어떻게 올리는건지...) 영화에서 사람을 몰입시키는 것은 선정적인 영상 및 자극적인 요소들이 중추적인 것이죠. 대중이 주로 보는 것은 영화전체의 구조가 아니라, 자신을 자극시킬 수 있는 몇가지 요소들에 국한됩니다. 가령, 음란물 동영상(프로가 찍은)을 보면, 영화문법적으로 보면 말이 안 되는 것들이 많지만, 사람들이 그것에 몰입이 방해가 된다거나 하지 않죠. 단지 '그것'에만 집중하면 되니까요. 여하튼, 영화만드는 사람이나, 영화에 대해서 진지하게 얘기하는 사람이나 이런 것을 알고, 벗어나야, 영화가 진정한 제2의 도약을 할수 있지 않을 까 생각합니다.
그리고 안되요(X) --> 안돼요(o)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