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만가득2] 어메이징하진 않았던 어메이징 스파이더맨 (스포일러 있음)
연달아 올리는 영화 감상 불만 관람기.
오전에 본 캐빈 인 더 우즈의 실망에 이어 저녁엔 스파이더맨.
음...
으음...
뭐라고 해야 하나. 나쁘진 않아요. 나쁘진 않은데. 이거 참 뭐라고 해야 하나.
이건 뭐 대놓고 기성품 헐리우드 액션영화.
2012년 영화 기술로 업그레이드된 액션도 좋고,
기대만큼 풋풋한 청춘의 감성도 잘 살렸고,
영화 내내 스마트 폰 만지작거리는 피커 파커,
원작코믹스만큼이나 수다를 떨어대는 스파이더맨도 좋았지만...
솔직히 재미는 있는데 영화가 유치해요.
"수퍼히어로물은 본래 유치합니다"라는 말도 안되는 얘기는 말아주시구요.
그 유치가 이 유치가 아니잖습니까.
예를 들어 어벤저스는 유치하지만 유치하지 않게 만든 영화구,
이 영화는 유치하지 않은데 유치하게 만든 영화...
아 내가 무슨 소리를 하는 거지... -_-;;;
가장 안습이었던 것은 스파이더맨이 구해줬던 소년 아버지의 보은.
(토마스 하우웰이었다면서요? 전 보면서 몰랐습니다. 그의 팬이 아니었기에...)
으악! 손발이 오그라드는 감동 코드 넣지마!
악! 그 와중에 스파이더맨을 도와주는 인부들의 얼굴을 짠!짠! 비춰주고 있어!
그 와중에 음악도 어정쩡해!
(제임스 호너옹 요새 컨디션이 나쁘신 거 아닐까 걱정될 정도로, 영화 내내 음악이 어중띠더군요.)
우리 헐리웃 히어로물 보면서 유치뽕짝 감동 코드는 되도록 자제하기로 익스큐즈된 거 아니었나요.
세상이 거꾸로 돌아가고 있어... 70년대 스파이더맨 TV 시리즈도 이거보다 쉬크했던 거 같은데...
말이 나왔으니 말인데 130분 넘는 주제에 영화 전개도 좀 툭툭 끊기죠.
학교에서 리저드맨과 싸울 때부터 좀 이상하다 싶고,
그 이전에 교수가 리저드로 변하고 다시 변하고 싶어하는 감정도 뭔가 설명이 부족하고.
특히 클라이막스. 리저드맨이 가스를 마구 뿌리길래 "오오, 이거 마치 좀비물같은 전개인가?!"
"이건 샘레이미를 능가하는 액션 난장판이 벌어지겠군, 예고편엔 이런 거 없었는데!"라고 기대했는데...
헐리우드 영화에서 예고편에 안나오면 본편에도 안나온다는 중요한 교훈을 잊었습니다.
좀비물은 개뿔. 변이된 경찰들은 그 장면에서 쓰러지더니 나중에 치료될 때까지 퇴장.
그래놓고 속편을 의식한 건지 쓸데없이 부모님 떡밥은 여기저기 뿌리니 정신만 산란.
정작 속편의 악당을 예고하는 떡밥은 그냥 어정쩡...
엔드 크레딧 중간에 화면 나오니 깜짝 놀라 보시던 관객들,
"저게 뭐야..."라는 의문만 남은 채 그냥 찝찝하게들 나가시더군요.
이런 건 샘 레이미가 참 잘했는데 말이죠. 1편부터 착실하게 후속편 암시.
그리고 스테이시 경감은 왜 1편부터 돌아가셔야 했는지?
벤 삼촌이랑 스테이시 경감이랑 그냥 겹치는 캐릭터라는 생각만 들고.
그웬 스테이시랑 그렇게 로미오 줄리엣이 되는가 하더니 그건 또 아니고...
대체 이럴 거면 그웬 아빠 - 데니스 리어리는 왜 죽인 건지.
마틴 쉰의 벤 삼촌은 이전 벤삼촌보다 더 귀엽고 더 푸근하시지만 비중은 더 적으시고
샐리 필드의 메이 아주머니는 연기는 참 좋으신데 뭔가 전작의 동캐릭터보다 개성은 덜한 느낌.
플래시 톰슨은 최근 코믹스를 반영하느라 그런 건지, 중간부터 뜬금없이 "사실은 좋은 녀석이었어" 클리세...
아니 삼촌 돌아가셨다고 와서 위로의 말 건네봤자,
그냥 "내가 짱인줄 알았는데 니가 짱인 듯 하니 이제부터 니 꼬봉할께"로만 보여서 원.
게다가 이 학교 뜬금없이 과학고에요? 그럼 전형적인 운동부 캐릭터인 플래시는 뭐야?
얘도 캐빈 인 더 우즈의 캐릭터들처럼 "골빈 근육남으로 보이지만 사실은 과학 천재" 뭐 이런 건가요?
아, 또 짜증났던 거. 웹 슈터를 왜 굳이 살려낸 건지 모르겠습니다.
피터 파커가 뚝딱 만들었다는 설정이 걸렸는지 오스코프에서 주문하던데
이래버리니까 설정이 더 어색해보여요.
영화 내내 "저렇게 거미줄을 많이 쏘는데 카트리지 안떨어져?"란 의문만 들고.
그냥 이전 영화판처럼 몸에서 나오는 게 나은데.
하지만 무엇보다 이 영화의 가장 큰 불안요소. 역시 그웬 스테이시입니다.
대체 이 영화 만든 사람들은 무슨 정신머리로 그웬 스테이시를 여주인공으로 내세운 걸까요?
속편에서 그웬 스테이시를 죽여도 문제, 안죽여도 문제인 걸 모르는 걸까요?
아니 그리고, 이렇게 되어버리면 속편에 메리 제인으로 캐스팅된 배우가
엠마 스톤의 그웬보다 매력적이어도 문제, 매력이 떨어져도 문제 아닙니까.
어쩌다 운이 좋아서 엠마 스톤이랑 비슷한 매력에 비슷한 지명도 배우가 나온다쳐도,
대체 그 이후는 어쩔 생각인 건지?
그냥 속시원히 밝히고 나가줬으면 좋겠습니다.
"우린 2편에서 그웬 스테이시를 원작 그대로 죽일 겁니다"라거나,
"우린 원작 무시하고 그웬을 여주인공으로 계속 밉니다"라거나.
개인적으론 후자를 원합니다. 꼭 원작 그대로 갈 필요가 뭐 있담.
메리 제인의 팬이라면 이미 샘 레이미의 스파이더맨도 있고...
뭐 헐리우드 추세로 볼 때 한 십몇년 기다리면 또 리부트할텐데 무슨 걱정이겠습니까.
하여간 결론. 어메이징 스파이더맨은 어메이징하진 않은 그냥 헐리우드 공산품.
그리고 마크 웹 감독은 자신의 장점도 잘 살렸고 거기 더해서 액션씬도 정말 잘 찍었는데,
예상치 못하게 이상한 부분들에서 엉성하더라는 거.
사실 후반부 빼면 샘 레이미의 스파이더맨1편보다 여러모로 나은 영화였지만,
영화 전체로 보면 샘 레이미 3부작보다 아래로만 보게 되네요.
그래도 속편을 기대는 해봅니다.
왜 그런고하니, 저는 그 많은 사람들이 좋아했던 킥 애스 보면서 짜증날 정도로 코웃음쳤거든요.
근데 제가 그렇게 무시했던 그 감독이 엑스맨 퍼스트 클래스에서는
단점은 싸악 빼고 장점만 살려서 돌아왔더군요.
그런고로, 전 마크 웹이 두번째로 만들 스파이더맨도
첫편의 장점은 살리고 아쉬움은 날려보낸 수작이 될 거라 기대해봅니다.
사실 샘 레이미의 첫번째 스파이더맨도 여러모로 밋밋했지만
(그 마스크 좋은 윌렘 데포한테 싸구려 가면 씌워놓은 거 하며...)
2편은 걸작아니었습니까.
아 가만, 그럼 마크 웹 감독도 3편은 말아먹고 또 리부트 시키는 건가...? -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