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 안에 갇혔어요, 어메이징 스파이더맨 외

  집 문고리가 고장났네요. 열쇠로 열고 들어올 때는 괜찮았는데, 남편이랑 아이가 목욕하고 오는 걸 열어주려고 하니 안 열리는 거예요. 밖에서 열쇠로 열 때는 열려서 두 명은 무사히 들어왔지만, 그러고 나서 보니, 아뿔사, 집 안에 갇힌 꼴이 되었어요. 집 안에선 문이 안 열리는 거예요. 그게 어젯밤 10시가 넘은 때라 누구 부를 수도 없구요. 아침에 일어나니 남편이 안쪽에서 문고리를 다 뜯어놓았는데, 그래도 별 소용이 없었나 보더라구요. 관리 사무실에 전화를 하니 "I, no, English,"라고 하고... 옆집 베란다가 참 가까워 보이는데, 20층이니 건너가려고 하면 아마 떨어져 죽겠죠. 제가 스파이더맨도 아니고... 사람 나오면 열쇠 던져 주며 부탁해 볼까 생각도 잠깐 해 봤는데, 제가 중국어를 못하네요. 옆집 아줌마는 영어를 못하더라구요.  아, 그러고 보니 옆집엔 영어가 되는 헬퍼가 있긴 하네요. 흠~ 최악의 경우엔 999(여기선 119가 999더라구요)에 해야 하는 게 아닌가 싶습니다.  이것 참, 오늘까진 공휴일이니까(홍콩 반환 공휴일) 그나마 낫지만, 내일은 남편도 출근해야 하고... 참, 이런 경우 처음입니다. 열쇠를 잊어버려서 밖에서 열쇠 아저씨 불러 문 따는 거는 여러 번 해 봤어도.

 

 

  지난 주말에 "어메이징 스파이더맨"을 봤어요.  그런데, 샘 레이미의 스파이더맨이 더 재미있었던 것 같아요. 이번 스파이더맨의 남녀 주인공들이 더 잘생기긴 했는데, 스파이더맨이 저렇게 잘 생겨도 되는 건가요? 기럭지가 길어 보는 맛은 참 좋았습니다만, 저렇게 자주 얼굴도 노출하고, 힘도 친구들한테 보여주고 해도 정체가 드러나지 않는 것도 좀 신기하고. 음악이 참 별로더라구요. 기억에 남지를 않아요. 전작 스파이더맨의 음악은 또 챙겨듣고, 또 챙겨듣고 했는데... 토비 맥과이어의 스파이더맨은 보자마자 오는 길에 반디 앤 루니스에서 토비 맥과이어가 표지에 박힌 '프리미어'를 급하게 사서 굶주린 듯이 읽었던 기억이 있는데, 이번에는 그만큼의 임팩트가 없어요. 어제 TV에서 전작을 다시 방영해 주길래 보는데, 전작이 확실히 더 만화같긴 해요. 그래서 더 좋았던 건지...   제일 좋았던 건 피터 파커가 하수구 안에 거미줄 쳐 놓고 기다리면서 게임하는 장면이었어요. 그게 딱 고등학생 정서라는 생각이 들더라구요. 앤드류 가필드는 "소셜 네트워크"에서 처음 봤는데, 그 때 참 잘 생겼단 생각을 했거든요. 그런데, 이제 보니 어째 좀 더 살찌면 콜린 파렐 스타일이 될 것 같다는 느낌도 들었습니다.

 

 

  제가 사는 홍콩섬 옆에 디즈니랜드랑 공항이 있는 란타우 섬은 홍콩섬보다 더 큽니다. 옹핑 케이블카와 대불상, 그리고 대형 아웃렛이 있어 관광객들이 많이 찾아요. 남쪽에는 서양 사람들이 많이 사는 주거지가 있고, 또 다른 쪽에는 홍콩식 전통 수상 마을촌이 있지요. 그래도 큰 섬의 크기에 비해 비교적 볼 것이 없다, 이제 다 봤다 했는데, 그 섬 남쪽에 홍콩에서 가장 긴 해변을 가진 비치가 있고, 인디언 마을처럼 꾸민 공원이 있다는 말을 듣고 쉬겠다는 남편을 찔러, 또 아들을 선동해서 어제 길을 떠났죠. 지하철 타고 종점까지 가서 다시 버스를 타고 가야 하는데, 중간에 내려야 했어요. 운전 기사분들 중에 영어가 안 되는 분들도 많아서 영어 외에 한자 지명도 찾아 봤는데, 딱 내려야 할 버스 정류장 지명은 절대 한자로 찾을 수가 없더라구요. 그래서 운에 맡기고 버스를 탔는데, 우려하던 대로, 정류장 지나치고, 아저씨는 영어 못 알아듣고, 남편의 따가운 눈빛을 등에 받으며 헤매다 반대편에서 버스 타고 스마트폰의 지도 기능을 확대해서 한자 지명까지 뜨게 만든 다음 간신히 원하는 장소에 내렸죠. 이렇게 천신만고 끝에 가려고 했던 인디언 공원에 갔더니... 홈페이지 사진, 광고 글은 정말 믿을 게 못 된다는 걸 다시 한 번 뼈저리게 느꼈습니다. 인디언 천막 4개...ㅠㅠ  정말 말도 안 나왔어요. 남편 표정으르 보니 한여름 해변에서 작열하는 태양보다 더 뜨겁게 달아올랐더라구요. 거기서 대충 사진 찍고(그렇게 원해서 왔으니 빨리 사진이라도 찍으라고 하더라구요) 해변가 가자고 다시 차도로 올라왔는데, 올 때는 짧은 거리 같아서 택시 타겠다는 남편을 말렸어요. 말리지 말 걸... 길에 인적도 없고, 갑자기 소떼 나타나고, 가도가도 제가 생각한 길은 안 보이고 뙤약볕에 3명이 등에 배낭 하나씩 메고 터벅터벅 걸어가는데... 힘든 것보다 남편 얼굴이 너무 무섭더라구요. 결론은 어찌어찌해서 무사히 해변가에 도착에 즐겁게 둘이 해수욕을 즐겼습니다.(저는 수영복을 잊고 안 가져갔더라구요. 그래서 짐 지킴이)  나중에 남편이 말하길, 아까 그 인디언 공원은 정말 저랑 결혼한 후 최악에서 2번째였던 여행지였다며, 1년치 욕과 짜증이 입에서 나오려는 걸 간신히 참았다고 하더군요. 음~ 혹시 홍콩 갈 일 있으신 분들, 이상한 팜 비치 어쩌구 하는 곳은 절대 가지 마세요. 하지만 란타우 남쪽 청샤(Cheung Sha)비치는 괜찮습니다. 한적하고 넓고 깨끗해요. 찾아가는 데 힘드실 수 있으니 여차하면 그냥 택시 타세요.

 

  이제 다시 관리실에 전화를 해 봐야겠네요. 문이 열려야 할 텐데 말입니다. 장도 봐야 하고...

    • 하하 그생각을 못했군요 얼른 들어오게는 했는데,그것 참 희귀한 경우네요 들어가는게 아니라 나가질 못해서.
      전 전에 화장실 문고리 같은건 열쇠 구멍이 일자자나요 그런거 동전으로 돌리면 되죠 그런데 큰일 났다 돈내고 열쇠집 불러? 하려다 누가 가르쳐줘서.
      남편님 무서운 얼굴로 걷는 여행 그런 경험 다 있을걸요 또 실제 가보니 볼게 아무것도 없는,지나면 추억이죠.
    • 추억이 되길 바라고 있죠. ^^ 다행히 나중에 간 해변은 좋았다네요. 난생 처음 서핑해 봐서 좋았다고...
      방금 열쇠 수리 아저씨가 와서 문을 고쳤어요. 남편은 영수증이랑 뭐랑 다 찍어서 주인에게 청구하겠다네요. 이번 달에 아이 수영을 쉬고 그 교습비 절약하나 했더니 어쩜 이렇게 돈 나갈 일이 입 딱 벌리고 기다린답니까? 한달에 써야 하는 액수 총액의 법칙이라도 있는게 아닌가 싶습니다. 어쨌건 문이 열려 다행이에요.

게시판 2012

번호 제목 글쓴이 조회 날짜
[공지] 게시판 규칙, FAQ, 기타등등 462,409 01-31
[공지] 게시판 관리 원칙. 147,941 12-31
제 트위터 부계입니다. 3 122,153 04-01
130354 새해복 많이 받으세요 10 187 12-31
130353 아바타 3를 보고 유스포 2 192 12-31
130352 [핵바낭] 올해 잉여질 결산 잡담 14 334 12-31
130351 아바타: 불 과 재 보고 왔어요 짤막 소감 6 232 12-31
130350 [영화강추] '척의 일생' 8 249 12-31
130349 흑백요리사 2 8~10회, 싱어게인 4 탑 4 결정 6 285 12-31
130348 Lacombe Lucien(1974) 7 131 12-31
130347 [관리] 25년도 보고 및 신고 관련 정보. 15 324 12-31
130346 Isiah Whitlock Jr. 1954 - 2025 R.I.P. 2 139 12-31
130345 [왓챠바낭] 우편배달부 말고 '포스트맨은 벨을 두번 울린다' 잡담입니다 12 268 12-31
130344 [넷플] 말 많고 탈 많은 '대홍수' 드디어 봤습니다 14 454 12-30
130343 [반말주의] 다들 올해 고생 많았어!! 새해 모두 건강하고 복 터지길 바래!! 12 186 12-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