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로하는 법과 무라카미 하루키.

 그러니까, 저는 예전부터 제 자신이 약간 이상하다고 생각해왔습니다. 누군가와 글로 대화하거나 말로 대화할 때, 나중에서야 그 사람이 화가 났다는 사실을 안다거나 그런 것 말입니다. 제게는 단순한 어휘들이 사실은 싸움걸때나 쓰는 말이거나, 특정 부분의 어투가 듣는 쪽에서는 굉장히 신경질을 나게 만든다거나 하죠. 공감이 다른 식으로 작동하는 것 같아요. 게다가 그런 말을 하면 안되는 사회라 (누군가 특이하기 때문에 못 알아듣는다는 말을 하면 일반적이면서도 핑계를 댄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사실이 그럴지도 모르죠) 별로 그런 이야기를 하지 않습니다. 해봐야, '나는 성격이 괴팍하니까 알아서 잘들 해'란 말과 별반 차이 없을거니까요. 오래전에도 한 번, 어쩌라고 그렇게 말하는지 모르겠다는 글도 읽어봤구요.


 그래서 마치 더위 안타는 사람이 불쾌지수에 대해서 고려하듯, 다른 사람들이 화가 났는지 안 났는지를 문맥상으로 알지 못하고 정서적 반응 등으로 알려고 노력합니다. 이는 핀트가 많이 어긋난 방식으로 밖에 이해할 수가 없습니다. 그리고 또한, 감정에 대해 공감하는 것이 다르다는 것은 누군가를 위로하는 것이 너무나 어렵다는 거죠. 저는 제 자신이 우울해지거나 슬퍼지면 그려려니 해요. 어딘가 토로하거나 말한다고 해서 그 상황이 변화하는 것도 아닐 뿐더러, 누군가가 정말로 나를 도와주거나 하는 일은 거의 없을테니까 말이죠. 분명히 말/글이라는 것도 힘이 있으니 꼭 듣고 싶은 말을 들어야 할 때는 필요하겠지만, 저는 그런 식으로는 위로가 되지 않아요. 반대로 생각하면 누군가를 위로해주기 위해서는 적어도 점진적인 변화라도 시도를 해봐야겠죠. 하지만 저는, 억울한 사람이 있거나 슬픈 사람이 있으면 고통스러워서 위로해드리고 싶어요. 듀게에는 많은 글이 올라오는데 하루에 2번 쯤은 그러한 글이 올라오는 것을 봅니다. 그런 글을 보면 안절부절못하다 댓글을 달지 않아요. 아주 가끔 달아보기도 하지만 심정이 아주 복잡해집니다. '위로를 글로 배웠군요' 수준으로 그런 관련 서적과 글과 여타 이야기는 많이 들었지만, 정말 잘 모르겠어요.


 저는 그래서 글을 읽을 때, 언제나 억울한 사람과 억울하지 않은 사람, 또는 억울한 사람과 더 억울한 사람으로 쉬이 나누어요. 게다가 그걸 나누는 방식은 제 멋대로이죠. 그렇게 생각한 후에 덜 억울한 측에서는 조금은 여유있게 더 억울한 사람을 끌어줘도 되지 않을까, 라는 지론이 언제나 제가 주장하는 이야기에요. 저는 왠만해서는 다른 사람들이 화나는 부분에서는 화를 내지 않으니까요. (게다가 저는 그런 억울한 사람의 닫힌 결말을 보면, 정말이지 오랫동안 그 사건을 마음 속에 기억해요. 그렇다고 해서 덜 억울한 사람에게 뭐라 하거나 할 수는 없지만 말이죠. 일이 끝나버린 후에는 기억하는 것만 제가 할 수 있으니까요.)


 하루키의 잡문 모음과 소설집, 그리고 언더그라운드를 읽었습니다. 특히 언더그라운드는 바로 그런 마음 - 위로할 수 없는 것을 위로하려고 하는 마음 - 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 남에게 어떻게 위로를 하는가에 대해서 찬찬히 써져 있었어요. 하루키는 반복적으로 말합니다. '나는 어떠한 식으로도 그 일을 겪은 사람들을 위로할 수 없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나는 이 책을 썼다.' 저는 언더그라운드를 읽기 전에는, 그 내용이 일본에서 공산커뮤 같은 것에 대한 조사인지 알았아요. 하루키 책에 자주 나오는 외따로 떨어진 곳에서 사는 소규모 공동체 같은 거요. 하지만 그렇지 않더군요. 가스 테러에 대한 이야기였고, 그리고 그 경험자(피해자)들을 한 명 한 명 만난 인터뷰 내용이었습니다. 하루키는 피해자라는 통짜가 아닌, 그 각각의 삶을 그들이 말하고 싶은대로 그렸어요.


 결국, 사람은 자신의 삶에 대해서 밖에 이야기 할 수 없고, 그것으로 충분하다는 거죠. 그리고 거기에는 '나도 그러한 때가 있었는데' 같은 말은 가급적이면 빼야 한다는 것이었습니다. 다들 너무나 다른 삶을 살고 있지만, 다르지만, 그래도 삶은 같다는 것, 그것이 저에겐 정말 위로가 되더군요. 왜 위로가 되는지는 모르겠습니다. 하루키의 다른 수필들은, 자기 이야기를 해서 단 한 명 뿐이었지만, 언더그라운드는 수십명이 나와서 자신의 삶에 대해 이야기 했기 때문에 더더욱 그런 것 같았습니다. 네, 전 위로란 듣는 사람에 대한 어떠한 기대도 없이 이야기하는 자신의 이야기라고 생각하게 되었어요. 그래도 위로 댓글은 역시 힘들겠네요. (저는 위로 댓글을 다려다가도 대학시절 저장 안 되어 있는 문자로 오는 생일축하 보내달라는 문자에 보내던게 생각나서 보내지 않게 됩니다. 저는 그럴 때도 차라리 전화를 하거나 하지 않거나 했거든요. 많은 문자가 와도 굉장히 나쁘지만 그렇게 기쁘지 않았어요.)

    • 사람은 자신의 삶에 대해서 밖에 이야기 할 수 없고, 그것으로 충분하다는 거죠 <== 동감입니다. '그러니까 너도 그렇게 해'로 나가면 거기서 반발이 나오지만, 그냥 나는 그렇게 살았다..정도가, 최선인 것 같아요.

      그런데 언더그라운드에 나오는 사람들은 (책을 다 읽지는 않았기에 정확히 이야기하기 애매하지만..) 너무 멋있어요. 다들. 너무 차분해요. 그래서 약간 이상하기도 해요.
      • 저도 언더그라운드를 지금 절반 쯤 읽었는데, 그런 무색무취하고 쿨하다는 부분은 아마도 편집을 거쳐서 그렇게 되었을꺼라고 생각합니다. 왜냐하면 처음부터 계속, 아주 많은 부분이 개인적이고 사변적이기 때문에 없어졌다고 했거든요. 그래서 사람들이 어떤 걸 말했지만, 그런걸 공개하기를 꺼려한 것에 대해서 상상해보기도 합니다. 게다가 보면, 가끔 '매우 거칠게' 이런 식으로도 표현 되는데 그런 부분들이 깨끗하게 정리된 거겠죠. 아마 좀 더 감정을 담아 읽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정말 화가 났습니다" 이런 부분은 그 전부터의 어조가 정말 화가 났다는 걸 기본으로 깔고 읽는다던가 말이죠.)

        그리고 차분한게 멋있다기보다는 예민하지 못했다고 생각합니다. 일상적인 부분에서 비일상으로 뛰어넘어 대처한다면, 그 사람은 아마 원래부터 서바이벌 전문가라던가, 건강염려증이라던가 불안증을 가지고 있었겠죠. 눈에 보이지 않는 형태의 위험은 사람들이 공황을 일으키지 않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 결국, 사람은 자신의 삶에 대해서밖에 이야기할 수 없고, 그것으로 충분하다는 거죠. 그리고 거기에는 '나도 한때 그러한 때가 있었는데' 같은 말은 가급적 빼야 한다는 것이었습니다.



      다른 건 모르겠고 저 역시 윗부분엔 참 공감해요.

      그래서 타인의(고민이 담긴)말이나 글, 감정 상태에 대해서 잘 알고 있다거나 이해한다는 따위의 말을 하기가 겁나죠. 그냥..있는 그대로 인정해주는 게 가장 좋지 않을까..싶어요.

      뭐 어쨌든 전 살수록 위로라는 게 참 좋은 거라는 생각을 합니다.좋은 거기 때문에 그만큼 어려운 거구요.
      • 은연 중에 위로를 쉽다고 생각하고 있었나봐요. 좋은 만큼 어렵다, 가 그 해답이네요.
        위로를 하려 한다면 좀 더 고생을 하면서 시도해봐야겠습니다.
        자기 이야기만으로 시작하면 그저 자기이야기가 되어버리고 그러니까, 참 어려워요 위로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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